우리는 늘 두번 다시 오지 않을 시간들을 하찮게 생각하며 그 시절, 그 시간들을 마구 허비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보냈다고 여겨지는 순간의 기억들은
머리 한켠 어딘가에 기억되고 저장되어 불현듯 그 시점에 찾아들고는 한다.
하여 우리는 매일 여전히 그날이 그날인 듯 살아내고 있지만 해마다 맞는 유독 시월의 끝날,
누군가 알려주거나 무슨 기념일이거나 꼭 기억해야 하는 날도 아니건만 그저 그 하루만큼은 원하던, 원하지 않던
누구에게나 선택의 여지가 없이 찾아드는 노래가 전국을 강타하는 덕분에 절로 아, 그날 이구나를 알게 된다.
10월의 마지막 날을 추억하고 기억하며 기다리는 이유가 마치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듣기 위해서인 듯 말이다.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잊혀진 계절을 노래하지만 잊혀지지 않는 노래가 줄곧 우리를 휘젓고 있으니 말이다.
어쩌면 쓸쓸할 가을을 위해 미리 변주를 하는 것인지도 모를 그런 피아노 선율이 유독 끌리는 노래이기도 한.
어쨋거나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이용"과 "남궁옥분" 이 함께 기억되기도 한다.
그 시절, 기독교 방송국을 수시로 드나들었던 관계로 방송국의 많은 사람들과 친분을 쌓기도 했고
너나들이로 친해진 덕분에 통기타 가수들은 물론 방송국 PD들과도 엄청 친할 수밖에 없었다.
그중에서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김진성 피디는 그런 초짜 통기타 가수들의 대부였으며
매체에 등장하고자 하는 많은 신인들을 보살피며 그들의 앞길을 터주고 있었다.
아마도 그런 대부 피디에 덕분에 탄탄대로의 "세븐틴" 이라는 프로그램은 꽤나 오래도록 장수를 하였고
그 즈음에는 "양희은"이 스튜디오 방송을 했었다는 기억이다.
암튼 그렇게 무대를 갈구하고 가수가 되기를 갈망하는 많은 보컬들 중에서도
이제 막 떠오르기 시작하는 신인보컬리스트 "이용"에게 그는 마치 아버지 같은 역할을 하며 일일이 그를 챙기고 있었다.
마침 함께 있던 자리에서 교통비가 없었던 이용이 찾아와 눈빛만으로도 난감지색이던 표정을 잊지 못한다.
선뜻 주머니를 뒤져 버스비를 내주었던 기억은 오래도록, 아니 지금까지도 남겨져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 즈음에는 팬들에게 무엇이든 투명하게 공개하는 시점이 아니었으므로
무슨 불미한 사건이나 사고가 생기기나 하면 득달같이 달려가 현장과 언론을 통제하고 뒷감당을 해주던 모습과
무슨 일이 있어도 바람막이가 되어줄듯 그 어린 청춘들을 챙기던 모습도 함께 기억 속에 있다.
하여 그 남자, "김진성" 피디는 시월의 마지막 날이 되면 절로 이용과 함께 떠오르며
"잊혀진 계절"을 들으면서 당연히 그를 회상하는 시간도 되겠다.
참, 기억이라는 것은 오묘하다...필요한 부분만 기억하기도 하는.
하지만 그는 2023년 3월에 후두암으로 세상과 결별했다.
그는 1970년대 그야말로 통기타 음악의 중흥기를 이끌었으며 KBS, TBS, MBC를 거쳐 CBS 라디오 PD로 자리매김하면서
개인적인 친분을 맺을 수 있었으며 "영840", "꿈과 음악 사이에", "올나잇 팝스' 프로그램을 연출했었고
"세븐틴"에서는 박인희를 비롯해 많은 통기타 가수들이 함께 했던 기억이 있다.
"통기타 치는 사람이라면 모두 방송국으로 오라, 자작곡이 있다면 간단한 오디션을 거쳐 무조건 출연 시키겠다"는
선언은 물론 그 덕분에 정말 많은 스타를 배출했으로 우리 시절의 포크 음악의 대부 "김진성" 피디는
그야말로 통기타 군단은 물론 모든 음악사에 빠질 수 없는 인물이기도 하다.
하여튼 그 덕분에 김민기, 한대수, 양희은, 방의경, 이정선, 조동진, 이동원, 이주호, 어니언스-임창제·이수영-, 강인원 등
많은 통기타 가수들이 무대를 장악했으며 가요계 스타가 되었으므로 그의 역할은 참으로 지대하다고 할 수 있겠다.
더군다나 김진성 피디가 음악 인생에 영향을 끼쳤다는 한대수는 자서전에서
1974년 데뷔 앨범 "멀고 먼 길"을 기획 제작 당시 CBS 라디오 김진성 PD가
음악 인생의 동반자라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으니 말이다.
암튼 개인적인 친분도 많았고 동행할 일도 많았지만 그 역시 이제 하늘 여행을 떠났으므로
그의 멋진 청바지 패션은 더이상 볼 수 없음은 물론 대중 음악에 기여할 기회마저 놓아버렸으니
참으로 아쉽고도 아쉬울 일이다......오랜 기억 속의 김진성 피디는 프로듀싱의 천재였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기억과 추억의 그 어떤 경계선에서 지나간 날들을 그리워 하는 건가?
싶어도 그리움이라기 보다는 그런 날들이 있었지 다.
한때 청춘은 그렇게 흘러가고 그 시절의 열정은 약간의 퇴색과 함께 남겨졌지만
그래도 살아온 날들이 그런대로 괜찮았다고 자부하니까 말이다.
시월의 마지막 날, 거리가 온통 잊혀진 계절의 선율로 차고 넘치며 도배된다고 하여도 우선적으로는
그런 노랫말과 그 노래를 잘 불러준 보컬과 아름다운 노래를 만들어준 작사, 작곡가와 프로듀싱 제작자에게
새삼스레 고맙다는 말이 하고 싶어졌다...오래도록 영원할 음악이자 가을을 대변할 노래로서는 최적인 고로.
첫댓글 예전에 호스피스 봉사를 하며 환우가 10월에 마지막 밤 노래를 듣고 싶다 하여 봉사자들이 잊혀진 계절을 들려준 기억이 있네요,, 그 때 생각이 불현듯이..
10월만 되면 거의 국민 가요 수준이라서
누구나 좋아할 듯....하여 환우를 위해 불러준 노래가
아마도 오래도록 기억에도 남을 듯 합니다.
이용과 그런 인연이 있었구만,
난 오늘 고교동창들과 남산길 걷기를 하고 왔지 영미하고 줜장 얘기도 하고~!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이었다네.
확실히 지난번 분당에서 만난
친구들과는 나는 추억을 나눌게 없어 공유할 얘기가
부족했는데 오늘 만난 친구들과는 이야기꽃이 무궁무진하더라는, 내가 아직도 낮을 가리는지...
이용 뿐만 아니라 다른 통기타 가수들과도 많이 어울렸다는.
그 김진성 피디 덕분에 즐거운 날들이 하나 가득이었아요.
다시 만나보지 못하고 세상 이별하였다는 사실이 마음이 그렇지만
정말 근사한 매력남이었더라는 것.
ㅎㅎ ㅎㅎ
현재를 사는 그녀들보다
과거에 함께 했던 친구들과의 추억과 기억이 아무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