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한 마리 3만원 시대가 임박했다. 배달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1위 교촌이 최대 3000원까지 가격을 올리기로 하면서다. 교촌은 “가맹점 수익 구조 악화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국민 간식’ ‘서민 음식’인 치킨 가격 인상은 소비자에게 심리적 타격감이 크게 다가온다. 1위 기업의 가격 인상이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교촌에프앤비에 따르면 다음 달 3일부터 교촌치킨은 주요 메뉴의 소비자 권장가격을 500~3000원 인상한다. 2021년 11월 1000~2000원 올린 이후 약 1년 반 만이다.인기 메뉴 중 하나인 ‘허니콤보’는 2만3000원이 된다. 배달비가 3000~6000원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치킨 한 마리를 주문해도 3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내야 한다. 사이드 메뉴를 더하면 결제 금액의 단위가 바뀌는 변화인 셈이다.
교촌에프앤비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가맹점주의 수익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일견 타당한 이유다. 최근 1~2년 사이 글로벌 곡물시장 발(發) 사료 가격 상승으로 원재료인 육계 가격이 올랐다. 도계와 치킨 염지 등의 과정에도 인건비·운영비·물류비가 들고, 이 또한 상승 중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기름 가격이 뛰면서 원재료 비용을 더 띄웠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오면서 배달비까지 급등했다. 가격 인상 요인은 충분한 셈이다.
하지만 가격 인상이 진짜 가맹점주 수익성을 담보해주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당장 소비자 반응이 험악하다. “3만원씩 내면서 배달 치킨을 먹을 일이냐” “마트 치킨으로 갈아타야겠다” “두 번 먹을 것 한 번 먹을 수밖에 없다” “대안이 많은데 무리수를 뒀다” 등등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고물가 압박을 1년 넘게 받아온 소비자들이 아예 지갑을 닫게 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소비자가격만 올린 게 아니라 가맹점주가 본사에 내야 하는 납품가격도 인상됐다. 교촌에프앤비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8%가량 떨어지면서 2014년 이후 동결했던 납품가격을 올렸다. 약 9년 만의 인상인 만큼 반발도 크지 않았다.
납품가격 인상 이후 소비자 권장가격을 올리는 것은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도 맹점이 있다. 최종 가격은 가맹점주가 결정하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한 지역에서는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
납품단가는 오르고 소비자 인식은 나빠지는데 실제 가격은 올리지 못하거나 할인 경쟁으로 자영업자들 간의 ‘치킨게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기 성남에서 배달치킨 전문점을 운영하는 권모(48)씨는 “치킨 프랜차이즈 경쟁이 엄청 치열하다. 같은 가맹점들끼리도 경쟁하는 구조”라며 “경쟁에 치여서 가격을 못 올리는 가게가 반드시 나올 것이고 손해는 자명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배달치킨 업계에서는 연쇄적으로 가격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여론 악화가 결정적인 이유로 보인다. 치킨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가격 인상은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