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웨스트요크셔의 브래드퍼드에서 유명한 재단사 레이먼드 리스터가 지난해 12월 말 8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BBC가 뒤늦게 15일 보도했다. 정확한 사망 일시와 장소, 원인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유족으로는 미망인 주디스와 한 자녀를 남겼다.
굵직한 족적을 남긴 정치인이나 기업인, 학자, 유명인들의 죽음을 장삼이사의 죽음과 견줘 전자를 무겁게, 후자를 가볍게 여기는 것은 잘못된 태도라고 생각한다.
50년 이상 양복점 일에 종사한 고인은 임란 칸(43) 파키스탄 전 총리를 비롯한 정치인들과 스포츠 스타들이 고객이었다. 그는 특히 은퇴했다가 칸 전 총리가 소유한 IK 컬렉션의 권유를 받아들여 82세 늦은 나이에 다시 양복점을 열 정도로 일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칸 전 총리는 고인을 "레전드'라 칭하며 "파키스탄 커뮤니티에서도 유명하다"고 말했다.
리스터가 가게를 처음 연 것은 1960년대였다. 칸 전 총리는 2012년 IK 컬렉션을 창업했다. 그는 리스터의 직원 여러 명을 고용 승계했다. 칸은 리스터가 은퇴 의사를 번복하도록 끈질기게 설득했다. 리스터가 은퇴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재단한 고객 중에는 100세를 넘긴 퇴역 군인 톰 무어 경과 배우 존 배로우맨 등이 있었다.
그리고 IK 컬렉션에 기용돼 제레미 코빈, 타이슨 퓨리, 데이비드 디킨슨 등을 고객으로 만났다.
크리켓 스타로 이름 난 칸 전 총리는 긴 애도의 글을 남겼다. "우리는 여전히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몸이 좋지 않았는데) 그는 화요일에도 전화를 걸어 와 한결 나아졌다며 목요일에는 다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분명 그의 몸은 그곳에 없지만, 그의 머리는 있다. 이곳의 직원들은 그를 엄청 사랑했다. 마지막까지 그랬다. 견습생들도 모두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그를 사랑했다. 그는 진정한 레전드다. 모든 문화, 모든 사람도 그를 알았다. 그는 파키스탄인 커뮤니티에서도 유명했다. 난 그가 만든 정장을 입고 있는 많은 이를 알고 있다. 레이는 항상 자신의 경험을 내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일수록 더 그랬는데 자신의 유산을 남기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리스터에 충직한 스태프로 IK 컬렉션으로 옮겨간 이들 중 소피아 마리예우코는 87세 나이에도 여전히 일하고 있다. 그는 공산 유고슬라비아를 탈출해 1959년 브래드퍼드로 이주, 리스터와 30년 동안 함께 일했다.
그녀는 "우리는 일에 대해 논쟁을 하곤 했지만 서로가 없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그가 날 받아줬을 때 난 두 어린 아들이 딸린 과부였다"면서 "그는 아주 좋은 사람이었다. 아주 정직했고 모두에게 매우 친절했다. 내 생각에 레이먼드는 이곳 브래드퍼드에서 레전드다. 결코 다른 레이먼드는 있을 수 없다. 그는 아주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리스터의 동료 가운데 앨런 손튼(81)도 있다. 그는 1969년 형 모리스의 가게에서 양복 일을 시작했다. 자신의 사업을 매각한 뒤 그는 리스터가 합류한 거의 동시에 IK 컬렉션에서 일하도록 추천을 받았다.
손튼의 애도문이다. "지금도 사람들은 최고의 정장 몇몇은 레이먼드 리스터가 만든 것이라고 얘기한다. 난 최근 3년 동안만 레이먼드를 만났다. 나도 좋은 평판을 듣고 있었고 레이먼드 역시 맞춤 양복을 잘 짓는다는 평판을 듣고 있었다. 그는 쾌활했고, 웃음을 좋아했다. 지독한 프랭크 시내트라 팬이었는데 나도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빅 밴드들과 가수들을 그리워했다. 아주 슬픈데 그것이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