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이 사라진다?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이 그러다.
지구 온난화 덕분에 사계절을 가진 대한민국은 이래저래 계절을 잃게 생겼다.
간밤에 마치 세상이 요동치듯 천둥번개 요란한 비가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면은 제대로 이뤄졌지만 밤새 내린 비로 낙엽이 우수수.
하여 비가 잠시 소강상태인 시간을 빌어 일찌감치 산책을 나섰다.
혹시나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스칠새라 산책길 옷차림 속에 얊은 패딩을 껴입었다.
에효...실수였다.
바람은 마치 한겨울의 혹독함을 지난 뒤 봄을 맞이하는 바람처럼 불어온 까닭에 더운 기운을 느끼며 산책을 하면서 후회했다.
그렇게 차가움과 따스함이 교차되며 훈풍처럼 불어오는 그런 바람결을 어루만지며 걷는 산책길에서
후두두둑 떨어져 버리는 나뭇잎새는 그동안의 소명을 마치고 땅으로 귀환하는 중이었다.
와중에 명상음악을 들으며 걷는 길이 마치 이 세상이 아닌 듯 하였지만 생각해보니 웃기는 일이었다.
자연이 주는 천연의 음악이 있거늘 무슨 만들어진 음악과 교감을 하며 걷는다는 것인지 싶어
음악을 꺼두고 조용히 홀로 산세와 바람결과 춤추는 나뭇잎새들의 일렁임을 느끼고 보면서 걷는다.
새삼 산골짜기에 사는 마력에 빠져 버리는 순간 미친 차량 하나가 질주를 해대며 지나간다.
무어 그리 급하다고 산길을 돌아나가면서 저리도 미치도록 달린다는 것인지...짜증이 일었지만 마음을 다스린다.
사실, 산다는 것이 별 것도 아닌데 왜 그리 오매불망 안절부절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 전전긍긍이었는지 싶은 마음이
쓰윽 차고 올라오는 순간 훈풍의 바람결이 지배하는 산책길에서 저절로 마음이 정화되는 듯 하였다.
그 순간 문득 가까운 지인이 지금쯤은 흔들리는 마음을 어쩌지 못해 처진 기분으로 있을 듯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딸과의 잠시 이별이 그토록 감정을 소비해야 하는 일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
잠깐, 일년이라는 시간을 남의 나라에서 과감히 도전장을 내어밀고 살아보는 것.....괜찮은 용기의 발현이니까 말이다.
물론 워킹홀리데이를 추천한 쥔장 입장으로서는 해볼만하다 이지만 받아들일 당사자들로서는
위험을 감수하고 낯섬과 처음이라는 공포감도 있을 터이지만 그래도 지금 그 나이에는 뭔가 해본다는 것이 가능할 나이.
쥔장의 딸은 늦은 나이 워킹홀리데이 허락 막판인 서른 직전에 잘 나가던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워홀을 떠났다.
그 시절엔 스마트폰의 시절이 아니기도 했고 어느 곳을 가던지 연락이 잘 되지 않던 시절이라
그저 딸내미가 연락을 해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수밖에 없던 그런 시절이었지만
씩씩하고 용감한 딸내미는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해가며 호주로 떠났고 그곳에서 온갖 우여곡절을 잘 겪어낸 다음엔
2년만에 또다시 뉴질랜드행을 고집하며 새로운 나라에 대한 호기심과 탐색을 무사히 끝내며 그 어려운 과정들을 잘 겪어냈다.
와중에 연락두절인 딸의 소식을 듣지 못해 불안하기도 했으나 그래도긍정마인드로 믿으며 기다렸던 까닭에
딸은 3년의 시간을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며 겪으면서 또다른 시선으로 세계관을 확장하며 그렇게 워홀로 자신을 당당하게 키워냈다.
지금 생각하니 참으로 무지몽매한 부모였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어디에 있던지 간에 연락두절이 될 리 없는 상황이요 여차직 하면 다양한 메신저로 자신의 소식을 전할 수 있으니
십년 전에 비하면 그야말로 너무나 달라진 세상이 아니던가 말이다.
해서 그 지인에게 말하고 싶었다.
너무 염려하지 말라고....딸내미는 잘해낼 것이라고.
그저 믿어주며 기다리는 것이 최고라고.
그러나저러나 오락가락 비님 덕분에 산책은 어영부영 끝나게 되었지만
잠시 잠깐의 산책길에서 제 계절을 모르는 나팔꽃을 보면서 웃음이 절로 나오더라는.
그래, 너도 계절을 모르 것인지, 알고 싶지 않은 것인지.....잃어가는 계절이 안타까운 오늘.
그래도 가을은 가을 인 게지.
첫댓글 그런저런 시간들 덕분에 오늘이 있고 오늘 오는 비 뒤엔 또 영하의 날씨를 예보하고 있으니 따라가기 바쁘네요.
그러니까요.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진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