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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지와 혁명의 불길을 상징하는 붉은색

프랑스 삼색기를 치켜들고 흘러내린 옷에도 아랑곳없이 용감하게 전진하는 여인과 발길에 밟히는 병사들의 시체, 자욱한 화약연기와 피 비린내가 진동하며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전투, 어린 소년마저 총을 들고 나서는 급박한 혁명의 현장을 담은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은 자유를 열망하는 프랑스 시민들의 의지를 표현한 서사적 대작입니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입헌군주제를 부인하고 다시 왕정체제로 복귀하려는 샤를 10세의 7월 칙령에 반대하며 봉기한 시민들이 정부군과 전투를 벌인 7월 혁명의 현장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처참한 전투의 현장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색은 프랑스 국기의 삼색 중 단연 붉은색입니다. 폭정과 억압, 빈곤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찾으려는 시민들의 자유의지와 혁명의 불길을 가장 잘 상징하는 색입니다. 뜨거운 피와 자유를 향한 열정, 혁명의 숭고함을 상징하는 깃발의 붉은색은 화면 속에 등장하는 모든 서사적 표현을 함축하기에 충분합니다. 가슴을 드러낸 여인은 관능적이라기보다는 의지에 찬 여인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작가는 그녀의 이름을 프랑스에서 가장 흔한 여자이름인 ‘마리안느’로 칭했고 혁명의 의지에 공감한 작가는 장총을 든 자신의 자화상을 여인의 왼쪽에 배치했습니다. 또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의 소년 가브로슈를 되살려 화면 오른 쪽에 배치함으로써 혁명의 희망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만일 작가가 프랑스 국기의 삼색 중 붉은 색을 강조하지 않고 흰색을 강조했다면 화면의 내용은 급변하여 전투의 의지가 사리지는 투항의 순간이 되었을 것입니다. 또 청색을 강조했다면 긴장감이 사라져 맥이 빠진 화면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색의 상징성과 심리적 효과는 화면의 분위기를 지배하고 주제를 더욱 강하게 드러내는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금지된 사랑과 욕망을 나타내는 붉은색과 검은색

금지된 사랑과 욕망을 붉은색과 검은색의 상징성을 통해 드러낸 에곤 쉴레의 [추기경과 수녀]을 살펴봅시다. 어둠 속에서 무릎을 꿇은 두 남녀가 껴안고 있습니다. 남자는 여자에게 사랑을 속삭일 듯 집중하고, 여자는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한 듯 두려운 눈빛과 당황한 표정이 역력합니다. 두 남녀의 손은 서로를 강하게 끌어안지 못하고 굳어 있습니다. 뭔가 불안하고 어색해 보이는 이 남녀는 놀랍게도 추기경과 수녀입니다. 세속의 모든 욕망을 버리고 오직 종교적 교리에 의해 살기를 신 앞에 서약한 사람들. 이들에게 세속적 사랑은 곧 종교적 죄악이며 파문의 벌이 기다리는 악마의 유혹과도 같은 것입니다. 권의를 상징하는 추기경의 붉은 의상은 금욕을 상징하는 검은 수녀복과 대비되면서 음험한 욕망의 상징으로 변하게 됩니다. 흐트러지지 않은 의상을 갖춘 두 사람이지만 발은 아무것도 신지 않은 맨발입니다. 타인에게 맨발을 드러낸다는 것. 그것은 형식을 벗어 버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엄격한 종교적 신분으로 살고 있지만 이들에게도 어쩔 수 없는 인간 본연의 본능적 욕구가 존재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종교적 금기를 직접적으로 표현한 작품은 회화 역사상 드문 예에 속합니다. 에곤 쉴레는 그의 많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에로티시즘을 통해 금기에 도전하는 예술적 본능과 욕구에 충실한 작가임에 틀림없습니다. 추기경과 수녀라는 종교적 상황을 빌어 인간의 불안한 내면에 자리한 고통스런 사랑과 두려운 욕망을 표현한 걸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으로 문학에서 사용된 색의 상징성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나다니엘 호손의 소설 [주홍글씨]에서는 윤리적 타락의 의미를 주홍색으로, 스탕달의 소설 [적과 흑]에서는 종교와 금욕, 이성을 검은색으로 상징하고 군대와 세속적 욕망의 세계를 붉은색으로 상징하고 있습니다. 회화작품 속에서 색은 여러 조형적 요소 중에서도 가장 즉각적이고 강렬하게 감상자의 가슴에 파고들어 정서적 반응을 일으키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그 심리적 효과와 상징성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연출합니다. 다음 2편에서는 그림 속에 담겨있는 파랑, 노랑, 녹색등의 상징성에 관한 이야기가 계속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