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휴양림서 출발해 원점회귀
- 거리 10㎞ 가량, 5시간30분 소요
- 휴양림 시설 잘 정비돼 인기
- 약초동산엔 100여 종 심어져
- 조 장군 마셨다는 바위속샘물
- 말발굽·투구 자국도 새겨져
- 성주봉 정상 은척면 들판 한눈에
- 남산 꼭대기 오르니 사방 막혀
- 고인돌·눈사람 닮은 바위도 만나
'조자룡이 헌 칼 쓰듯 한다'. 주변 사람이 일처리를 잘하는 것을 두고 곧잘 사용하는 속담이다. 중국의 삼국시대에 활약한 대표적 장수 중 한 명인 조자룡. 그는 자신이 모시던 유비의 부인과 아들을 구출하기 위해 적진(조조의 군대)에 뛰어들어 용감하게 싸운다. 이때 자신의 창이 무뎌지자 병사들의 칼을 번갈아가며 빌려 싸웠고, 조자룡의 칼에 적들이 나가떨어졌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이 속담이 생겨난 유래다. 일부에서는 어떤 물건을 낭비할 때 언급하는 속담으로 쓰일 때도 있다. 조자룡은 처음에는 공손찬 수하에 있었으나, 공손찬이 원소에게 망한 뒤 유비에게 귀순했다. 조자룡은 같은 시대에 활약했던 다른 장수들과는 달리 성격이 원만했으며, 천수를 다하고 죽은 것으로 고사는 전하고 있다.
'근교산&그너머' 취재진은 조자룡과 얽힌 얘기를 간직하고 있는 산을 찾았다. 경북 상주시의 성주봉이다. 성주봉의 주봉 격인 남산의 꼭대기에도 함께 올랐다.
산행 코스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성주봉자연휴양림에서 출발해 '바위속샘물~암벽등반로 갈림길~성주봉 정상~제1 하산길 갈림길~제2 하산길 갈림길~남산 갈림길~남산 정상~남산 갈림길~제3 하산길 갈림길~제4 하산길 갈림길~산림휴양관 갈림길~산림휴양관'을 거쳐 되돌아오는 방식이다. 전체 산행 거리는 10㎞ 내외이고, 휴식시간을 포함해 5시간30분 남짓 걸어야 한다.
■약초 향기 맡으며 산행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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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상주시 은척면 성주봉 정상에서 바라본 주변 능선의 모습. 바위봉우리인 성주봉 정상에 서면 울창한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 때문인지 산에 오를 때의 고단함은 금세 잊는다. |
성주봉 산행을 위해서는 경북 상주시 은척면 성주봉자연휴양림으로 찾아가야 한다. 상주시가 운영하고 있는 성주봉자연휴양림은 전체 200㏊ 규모로 자연을 만끽하며 휴식할 수 있는 숲속의 집, 단체용 산림휴양관 등을 갖추고 있다. 야영덱과 텐트장 등은 물론이고 정자와 취사장 물놀이장 분수시설 등도 함께 들어서 있다. 여름 등 휴가철은 물론이고 평소에도 주말이면 빈방이 없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성주봉자연휴양림 바로 옆에는 한방산업단지도 함께 자리 잡고 있다.
성주봉자연휴양림이 자리 잡은 은척면은 사방이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오지다. 성주봉자연휴양림은 우선 반듯하게 잘 정비된 느낌을 준다. 취재진이 찾은 날은 평일이어서 그런지 분위기가 한적했다. 휴양림 입구의 주차장에 차량을 두고 산행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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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주봉 정상 부근 샘물이 나오는 바위. 중국 조자룡 장군이 이 바위속샘물을 마시며 무술을 연마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
성주봉자연휴양림에서 성주봉으로 오르는 등산 코스는 여러 개다. '식당·매점·산림수련관'이라고 쓰인 팻말을 따라 올라갔다. 왼쪽 길이다. '손님'을 가장 먼저 맞은 것은 휴양림 내에 조성해놓은 약초동산이다. 100여 종의 약초가 심겨 있다고 한다. 원추리 당귀 등 눈에 익은 약초들도 보인다. '백초개약(百草皆藥)'이라는 글귀가 눈길을 끈다. '산에서 나는 식물은 모두 약이 된다'는 의미다. 약초동산 옆을 지나기만 하는데도 건강해지는 기분이라면 좀 과한 표현인가.
약초동산을 막 지나니 등산로를 가리키는 팻말이 하나 보인다. 시멘트길을 벗어난 산길은 처음부터 제법 경사가 급하다. 좁은 오솔길 주변은 비교적 키가 작고 구부정해 보이는 소나무가 뒤덮고 있다. 곧게 뻗은 소나무와는 또 다른 매력이 느껴진다. 30분쯤 오르자 다른 등산로와 합류한다. 산 중턱을 넘어서면 점차 암릉 지대가 많아진다. 경사가 급하고 위험한 지역은 나무덱을 설치해 오르내리기 편하도록 해놨다. 나무덱 중간에 설치한 전망대에 서면 출발 장소인 자연휴양림이 오롯이 시야에 들어온다.
■재밌는 모양의 바위가 피로 덜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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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인돌 바위. |
나무덱 구간을 지나자 한눈에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은 바위 하나가 나타난다. 툭 튀어나온 커다란 바위 아래 틈으로 사람이 다닐 수 있을 정도다. 이 바위 사이에서 흐르는 물을 '바위속샘물'이라고 부른다. 바위속샘물은 앞서 언급한 조자룡 장군이 즐겨 마신 물이라 한다. 성주봉과 이웃한 칠봉산 동굴에서 태어난 조자룡 장군은 율서폭포에서 용마를 타고 한달음에 성주봉을 올라 이곳에서 바위속샘물을 마시며 무술을 연마했다고 전해진다. 바위에는 말발굽과 투구 자국도 새겨져 있다. 바위속샘물이 조자룡 장군에게는 '보약'이었던 셈이다. 이곳에서 샘물을 마시고 기도를 하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날은 샘물이 말라 있었다.
바위속샘물에서 암벽등반로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 얼마 안 가면 성주봉(해발 607m) 정상이다. 정상의 바위 봉우리에 앉으니 은척면의 들판이 훤히 보이고 더위를 식혀주는 바람도 제법 불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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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사람 바위. |
산행 코스는 성주봉 정상에서 제1 하산길 방향의 능선길을 따라 간다. 능선길의 절반은 바윗길인데 바위 위를 가로질러가기도 하고 때로는 돌아서 가기도 한다. 능선길 중간의 제1 하산길 갈림길과 제2 하산길 갈림길을 차례로 지나면 이번엔 남산으로 향하는 갈림길을 만난다. 남산 정상(해발 822m)으로 가기 위해서는 내리막을 내려섰다가 다시 한 번 오르막을 밟아야 한다. 약 1㎞ 거리의 이 구간은 참나무가 무성하다. 사방이 막혀 있는 남산 정상은 생각보다 초라하다. 남산 정상을 밟고 갔던 길을 되돌아 나와 능선길을 좀 더 나아간다. 제3 하산길 갈림길을 지나 제4 하산길 방향으로 내려오면 된다. 제4 하산길을 내려오다보면 산막으로 가는 길과 산림휴양관으로 가는 길로 나뉘는데 이번엔 산림휴양관 방향을 선택했다.
바위가 많은 능선길을 걷다 보면 이런저런 재밌는 모양의 바위가 산행길의 피로를 잊게 해준다. 고인돌을 닮은 바위도 있고, 눈사람과 똑같은 형상을 한 바위도 만난다. 또 하산길에 너럭바위라 불리는 널찍한 바위 위에 올라서면 시원스러운 조망도 가능하다.
# 교통편
- 대중교통편 당일 산행 불가능
- 자가용 타고 자연휴양림으로
성주봉과 남산 산행은 경상북도 상주시 은척면 성주봉자연휴양림에서 출발한다. 부산에서 성주봉 산행은 당일 대중교통편으로는 불가능하며 승용차를 이용한 자가운전이 편리하다. 남해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칠원 분기점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현풍~고령~성주를 지나 경부고속도로 김천분기점에서 직진한다. 이후 낙동분기점에서 청주-상주고속도로 남상주(청주) 방면으로 진입하여 남상주를 지나 화서요금소를 통과한다. 상주방면 우회전하여 만나는 수청거리 삼거리에서 화북 문장대 방면 좌회전, 황령사를 지나 성주봉자연휴양림으로 간다. 내비게이션 '성주봉자연휴양림' 입력. 대중교통편은 노포동 부산종합버스터미널에서 오전 8시40분, 11시25분에 출발하는 선산 경유 상주행 버스를 탄다. 상주종합터미널에서 외서·은척·압실 또는 황령행 버스를 탄다. 오전 7시10분, 9시40분, 10시45분, 오후 1시50분, 상주로 나가는 버스는 오후 2시20분, 5시, 7시15분(막차)에 있다.
문의=스포츠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근교산 & 그너머' 기사에서 GPX와 고도표가 당분간 실리지 않습니다.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GPX와 고도표를 다시 싣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