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1-12-화
영화 《두 교황》을 읽다. 영화 속 대사다.
흡연을 좋아하는 신학생 둘에 관한 이야기다.
첫번 째 신학생이 영성지도자에게 가서 묻는다.
"신부님 기도할 때 담배 피워도 되나요?"
영성지도자는 대답한다.
"당연히 안돼."
그러자 예수회 회원인 두번 째 신학생이 그 친구에게 말한다.
"형, 질문이 틀렸어"
영성지도자에게 찾아가 질문하길,
"신부님, 담배피울 대 기도해도 되나요?"
the story the two seminarians who liked to smoke,
So, the first one, he goes to his spritual director, and he says,
“Father, is it permitted to smoke while praying?”
And the director says,
“No, No, of course not.”
So the second one, he was a Jesuit. He says to his friend,
“Brother, you’re just asking the wrong question.”
So he goes to the director,then he says,
“Father, is it permitted to pray while smoking?”
영화 속 두 교황이 농담으로 나눈 이야기지만, 두 번째 친구가 던진 질문은 아름답다. 담배 피울 때도, 술 마실 때도, 무엇을 할 때도 기도할 수 있다고, 기도해야 한다고 알려주는 농담 아닌가.
24-11-13-수
추사 김정희를 읽는다. 추사의 마지막 글씨는일곱 살 때 쓴 글씨와 닮았다고 한다. 추사체 완성은 아이 적 첫 글씨로 돌아간 것이었을까. 누구도 추사체를 아이의 글씨라며 귀여워하지 않고, 아이의 글씨로 완성된 추사체를 존숭한다. 늙어 아이같은 존재로 되돌아가 말을 못하고 기저귀를 차야하고 음식을 씹을 수 없는 어르신들과 요양원에서 한 달에 두 번 예배드린다. 예배에 참여하시는 요양보호사들께 어르신들께 친절하기보다 존중하길 부탁드린다. 어르신들께 친절하게 반말하는 것보다 차》갑게 존대하는 게 낫다. 인지가 없고 말을 못하고 기저귀를 찬 어르신들께 따뜻하게 존대한다면 추사체를 알아볼만큼 더할 나위 없이 높은 안목을 지닌 것이겠다. 요새 기분이 태도가 되어선 안된다는 카피가 자주 들린다. 좋은 말이지 싶다. 기분이 어떠하든, 기분이 나빠 친절한 마음을 끌어올릴 수 없을 때라도, 아이를, 아이같은 어르신을 존중하는 게, 하나님의 형상을 향한 마땅한 태도겠다.
달팽이학교 도심산책에 이미선, 정윤경, 김영준 모여 도스토예프스키《지하로부터의 수기》 1부 읽다.
24-11-14-목
조경옥, 이은영, 김영준 모여 김흥덕《장애신학》6장 읽다. 나이들어 시력이 약해진 아히야는 자신의 시력으로 사람의 얼굴마저 알아보기 어렵지만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까닭에 환히 보듯 사람을 알아보고 들려줘야할 하나님의 뜻을 대언한다(왕상14:6-18). 감각이 둔해 장애인이지만, 보는 것 이상 들리는 게 있어, 땅에서 일어나는 일을 하늘에서 보듯 분별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럴 수도 있다. 장애가 있어도 장애물에 걸리지 않으며, 장애가 없어도 장애물에 걸린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그럴 수도 있다. 장애와 비장애로 능력을 가를 수 없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그럴 수도 있다. 시력이 넉넉해도 알아보지 못할 수 있고 시력이 약해도 밝히 알 수 있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그럴 수도 있다. 하나님이 말씀하시는가, 환히 알아보는가.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그럴 수도 있다.
시력을 잃은 아히야가 사람과 역사를 분별하는 시야를 갖고 있었음을 알아보는, 안목을 지닌 이들이 있다. 늙어 보지 못하는 자로 노인 아히야를 지레 판단하지 않고, 늙어 시력을 잃었으나 말씀을 듣는 까닭에 여전히 사람과 역사를 분별하는 시야를 갖고 있는 줄 아는 안목 말이다. 사람의 겉이 아니라 중심을 볼 줄 아는 안목, 사람의 중심 속에 있는 하나님을 보는 안목이 있다. 사람 속에 임재하시며, 사람 통해 일하시며 말씀하시는 하나님을 볼 수 있는 사람을 예수께선 "마음이 청결한 사람"이라 하신다.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 (마태복음5:8)」
개인의 안목이 높아 마음이 청결한 사람이라 인정받을 수 있고, 사회의 안목이 건전해 마음이 청결한 사람들을 키우기도 한다. 러시아엔 유로지비(바보, 미치광이)를 통해 하나님께서 말씀하신다고 믿는다. 비장애인들이 이해할 수 없고 동의할 수 없는 어리석은 사람들의 말, 광인들의 헛소리 속에 하나님의 말씀이 녹아 있을 수 있다고 옛 러시아 사람들은 믿었다. 그래서, 바보나 광인을 유로지비라는 특별한 사람으로 존숭하기도 했다. 러시아 문학 속에도 유로지비가 등장한다. 도스토예프스키 《백치》, 톨스토이 《바보 이반》 등에 유로지비가 주인공 되어 이야기를 끌고간다. 러시아인들은 유로지비를 존숭하는 전통 덕분에 약하고 어리석은 이 중심에 계신 하나님을 보기도 했다.
조선 태종 때 시각장애인들이 어가를 막아 선 이야기가 왕조 실록에 소개된다. 「맹인 114명이 수레 앞에서 궁핍함을 고하므로 유후사에 명하여 쌀 40석을 주게 하였다.(정창권,『역사 속 장애인은 어떻게 살았을까』,77쪽)」 시각장애인들이 왕이 탄 수레를 막아 선 채 단체행동을 해도 벌받지 않았다. 불쌍한 사람들이어서가 아니라, 가시광선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빛을 볼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조선 초기에 시각장애인은 못 보는 사람이라기보다 특별한 길을 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시각장애인은 왕의 길마저 막아 설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이유가 무엇이든 시각장애인을 대하는 사회의 안목이 높았던 사례다. 사회의 높은 안목은 장애인의 중심에 있을 하나님을 보도록 강제한다. 사회의 안목이 높을 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보는 청결한 사람으로 인정 받는다.
24-11-15-금
'말씀서원'에서 박재현 선생님께, 글씨를 배운다. 창세기 27장 29절을 쓴다. 「너를 축복하는 자 복을 받기를」 이삭이 말째 아들 야곱을 축복하는 대목이다. 인류학자 프레이저에 의하면 창세기엔 초야권에 관한 흔적이 있다. 소작인들이 결혼하면 그 초야권을 지주가 행사했다. 해서 첫 아이는 지주의 아이일 수 있어, 소작권을 차자나 말째에게 주었다고 한다. 축복을 통해 야곱이 받은 건 소작권일 수 있다. 대단치 않았을 소작권을 물려 받았으나 야곱은 지주 못지 않은 부호가 된다. 야곱이 이삭을 축복하는 내용 중엔 뭇 사람들로부터 저주받지 않고 축복받으며 살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겨 있다. 야곱의 축복이 우리 시대 가난한 이들에게 유효하길 빈다. 가난한 이들이 복받고, 가난한 이들을 축복하는 이들이 복받길 빈다.
'말씀서원'에서 유열(장신대04학번) 만나 점심 대접하다. 햇빛 쬐며 회복되길 기도.
이현애 집사, 11월 10일 오른 발목 인대 수술 후 가료 중.
법원도 굽은 판결을 한다. 행정부와 법원이, 권력과 금력으로 서로 거대한 고리가 되어, 이미 지닌 그리고 상속되는 권력과 금력을 지키는데, 법원이 부역하곤 한다.
이승만이 대선 후에
조봉암을 사법 살인했고,
박정희가 대선 후에
김대중을 수장하려 했고,
전두환이 대통령 되려
김대중을 사형시키려 했고,
이명박이 대통령 된 후
노무현을 몰아 죽게 했고,
윤석열 개통령 아랫못에
이재명 땔감 삼아 오래 태우려는,
얼굴 가린 판사가 작성한,
음흉한 주문에,
귀는 더러워지고,
눈은 빨개지고,
입은 다무린 채,
죽지마라, 살아있어라,
조용히 소리치며
기도하는 금요일밤.
24-11-16-토
영생
완전한 삶의 순간
순간이나 완전하기에 영생이라 표현해도 되는 시간
순간이어서 평생의 부분이지만, 평생의 전체보다 우월한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