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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부천터미널이 생긴지 벌써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도시 역사에 비해 문을 연 시간은 지극히 짧지만,
빠르게 자리를 잡아 어느덧 부천에서 제일 가는 핫 플레이스가 되었다.
이곳은 뉴코아아울렛과 킴스클럽을 대표로 하는 종합 쇼핑몰로서,
부천의 최신식 상권인 상동을 대표하는 시설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개장 초창기에는 저조한 입점률로 논란이 많았지만,
머지않아 여러 기업이 입주를 하면서 논란은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더군다나 2012년에 지하철 7호선이 부평구청까지 연장 개통되면서,
인천에서 접근성이 크게 향상되어 부천 최대 유동인구를 자랑하는 곳이 되었다.
이제는 부천터미널 건물이 성공적인 사례라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거대 상권에 비하면 정작 중심이 되어야 할 부천터미널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다.
비슷한 규모로 지어진 경기도의 다른 버스터미널들과 비교해도,
배후 인구를 고려해도 이례적일 만큼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과연 자신만 빼고 핫 플레이스가 되어버린 현실은 어떤 느낌일까?
부천터미널은 개인적으로 낯설면서도 익숙한 곳이다.
벌써 세 번이나 글을 다시 올릴 만큼 물리적 거리가 가깝지만,
막상 버스를 타러 갈 일도, 상권을 이용할 일도 없어서 특별히 찾아야만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잘 못 느꼈던 사실이지만, 이제 보니 고양터미널과 많은 부분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커다란 건물 일부를 터미널로 활용하다 보니 건물 속에 승차장과 주차장이 쏙 숨어있는 것도 그렇고,
1층은 하차장, 2층은 승차장으로 사용되는 것이 똑 닮았다.
실제 내부 분위기도 비슷한 구석이 많다.
고양보다 부천이 조금 더 단순한 느낌이 있지만 구조적인 면에서 많은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고양은 1층에 상업시설이, 부천은 대기시설이 주가 된다는 점이다.
하차장이 대기실로 쓰인다는 점은 버스에서 내린 사람을 마중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면에 터미널을 찾는 사람이 하차장과 승차장을 구분하기 힘들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1층에서 표를 구입하고 버스를 타야 되는 줄 아는 사람들이 종종 있어서,
터미널 이용을 까다롭고 불편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다행히도 부천에는 관리인이 따로 있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 서비스가 잘 되지만,
1층 하차장에 운행 시간표 및 승차권 발매기가 있기 때문에 더 헷갈릴 여지가 있다.
또한 하차장 1번홈은 아예 심야 시간대 승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점은 명백히 주의가 필요한 부분으로, 심야 시간대 외에 이곳은 오로지 승객이 내리는 공간이다.
밤 10시가 넘어가면 2층, 3층 대합실은 문을 닫기 때문에 1층이 터미널 역할을 하게 된다.
승차권 발매기 및 대기시설이 1층에도 구비되어 있는 이유가 심야 수요 때문이며,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에스컬레이터 옆에 무인판매 편의점이 진열되어 있다.
실현된다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라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신기하다.
부천터미널에서 버스를 타려 한다면, 문을 열고 들어가서 왼쪽으로 돌아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야 한다.
이점은 고양터미널도 같지만 두 터미널이 개통된 시기가 5년 정도 차이가 나는 만큼,
그 시간에 비례해서 미묘하게 분위기의 차이가 느껴진다.
이곳의 에스컬레이터는 동선은 간단하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위치인데,
고양보다는 조금 고전적인 구조이기 때문이다.
2층으로 올라오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매표소인데, 이 점 또한 고양과 같다.
묘하게 자꾸 두 터미널이 중첩되어 보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는 대규모 상업시설을 중심으로 한 대형 건물이라는 공통점,
두 번째로는 오랜 갈등과 분쟁 끝에 겨우겨우 영업을 시작했다는 공통점,
세 번째로는 KD그룹이 운영한다는 공통점이 있겠다.
대합실 너비는 고양터미널이 좀 더 넓고, 부천은 상대적으로 아기자기하게 몰려있는 느낌이 강하다.
그러나 둘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부천은 3층까지 승차장 시설로 이용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2층과 3층은 사진으로만 보면 전혀 구분이 가지 않을 만큼 똑같이 생겼다.
승차장의 끝엔 이 건물의 하이라이트이자 꽃인 뉴코아아울렛으로 직결되어 있다.
뉴코아로 이어지는 길은 1층부터 3층까지 모든 층에 전부 존재한다.
기차역으로 따지면 전형적인 민자역사의 형태라고 볼 수 있는데,
부천터미널은 이러한 면이 조금 더 강조된 듯한 면모를 보인다.
3층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2층과 다른 점이 보이는가?
사진으로는 보이지 않겠지만 3층 매표소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
부천터미널의 수요가 3층까지 사람들로 가득 메울 만큼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다만 건물만 클 뿐 터미널 자체 시설이 넓지는 않아서 승차장은 2층, 3층으로 구분하여 각각 분리되어 있다.
나름 최신식 터미널이라고 수유실까지 갖출 만큼 있을 건 다 있다.
3층에서도 2층과 마찬가지로 터미널 끝부분에 백화점과 연결되는 통로가 있으며,
추가적으로 4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뉴코아와 연결된다.
부천터미널에 유독 식당, 편의점, 프랜차이즈 등의 편의 시설이 눈에 띄지 않는데,
아마도 뉴코아 브랜드 이용을 유도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 아니었을지 생각해본다.
시설에 대한 설명은 이쯤 거두고 이제 시간표를 살펴보려 한다.
과연 개통 초창기와 비교하면 얼마나 많은 노선의 변화가 있었을까?
전라도 지역부터 살펴보자면 8년 전과 비교했을 때 노선 변화는 없다.
전체적으로 운행 횟수도 거의 비슷하며, 일부 노선에 한해서 약간의 조정이 있었을 뿐이다.
심지어 전주, 익산-군산, 나주-영암-강진, 영광-무안 노선은 운행 횟수 및 출발 시간까지 변하지 않았다.
광주(13회 → 평일 11/주말 12), 목포(9회 → 8회), 정읍(3회 → 1회), 남원(4회 → 평일 2/주말3)은 횟수가 감소했으나, 순천-여수(2회 → 4회)처럼 횟수가 소폭 증가한 곳도 있다.
경상도 지역은 8년 동안 두 개의 노선이 신설되었다. 통영, 부산(사상)행이 새로 생긴 노선들이다.
부산(6회 → 9회), 구미-동대구(4회 → 6회) 노선은 횟수가 증가했고,
영주-안동, 진주, 점촌-상주는 횟수 및 출발 시간대가 그대로이다.
그러나 나머지 노선은 횟수가 대폭 감소했는데,
특히 북대구(7회 → 2회), 경주-포항(8회 → 4회)은 배 이상 차편이 줄어들었다.
강원도 지역은 노선이 크게 줄었다.
특히 8년 전에 있었던 춘천(12회 → 0회), 양평-홍천(6회 → 0회)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
이것 말고도 하루 세 번 다니던 포천-철원행도 폐지되었으며 원주행도 14 → 12회로 횟수가 줄었다.
영월-태백(4회 → 6회)만이 유일하게 횟수가 늘어난 노선이다.
충청도 지역은 노선 변화가 거의 없다.
대전행이 14회에서 13회로, 보령과 서산(직행)이 7회에서 5회로 줄고,
논산-연무행이 하루 5회 신설된 게 전부다.
나머지는 8년 전과 횟수가 동일하며, 심지어 시간표가 완전히 같은 노선도 몇몇 있다.
청주(18회), 대전(13 + 3회), 천안(14회), 당진-서산-태안(11회)행 정도가 하루 열 번 넘게 운행한다.
수도권 방면은 꽤 다양하게 노선이 운행되지만 대부분 사양길에 있다.
안중-평택(20회 →12회), 공도-안성(9회 → 6회), 이천(17회 → 14회) 등등
경기남부 외곽으로 가는 노선이 전부 있으나 이전에 비해 횟수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동서울행 2회, 화성 향남행 3회가 있으나 횟수가 너무 적어 큰 의미는 없는 수준이다.
성남(30회 → 20회), 고양-파주 5000번(40회 → 13회) 역시 엄청난 폭으로 횟수가 줄었다.
성남의 경우 운수사의 문제로 하루 여덟 번이 결행되었고,
5000번은 신성의 경영 악화로 KD가 인수한 이후 횟수가 크게 줄어 지금은 폐지 위기에 몰렸다.
반면에 횟수가 증가한 노선이 일부 있다.
용인(25회 → 28회), 수원(20회 → 25회)행이 대표적인 예로서,
이들 지역으로는 수요가 늘었는지 횟수가 늘어난 몇 안 되는 지역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하루 10번 이상 다니는 노선이 꽤 있고, 수도권 자체 노선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인구 규모나 인프라에 비하면 노선 숫자가 적다는 느낌은 여전히 지울 수 없다.
위 사진은 부천터미널 승차장 모습으로, 2층과 3층에서 버스가 드나들면서 승객을 태운다.
매캐한 연기 냄새가 조금은 나지만 홈마다 환풍구가 두 개씩 있는 등 크게 신경을 쓴 모습이다.
KD그룹이 이런저런 노선을 인수하면서 이제 부천에서 보이는 대부분의 버스는 보라색 일색이다.
건물에 가리워져 제법 어두운 승차장에 서있는 버스는 많다고 보기는 어렵다.
자체 노선이 많기는 하나 횟수가 하루 10번 이하로 적은 노선이 대부분이며,
상당수의 노선이 고양 등등 타 지역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나름의 이유는 있지만 광역시급 인프라를 지닌 터미널치고 어딘가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부천터미널은 부천시뿐만 아니라 인천(부평, 계양) 및 김포의 교통 허브 역할도 같이 한다.
특히 7호선 개통 이후 부평, 계양에서 접근성이 크게 좋아지면서,
실제로 이들 지역에서는 인천터미널보다 이곳을 찾는 게 더 빠르며,
많은 이들이 상동 상권을 이용하기 위해 이곳을 찾고 있다.
부천시, 부평구, 계양구 세 지역의 인구만 합쳐도 180만 명에 다다른다.
즉, 부천터미널은 180만 명이 주로 이용할 수 있는 배후 수요를 가진 곳이다.
그러나 부천터미널의 하루 평균 이용객은 2017년 기준 4,300명에 불과하다.
인구 대비 이용객 숫자를 보면, 경기도 대도시권 중에서는 고양터미널과 함께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개통 10주년에 나온 통계이니 어느 정도 자리도 잡았겠다, 전국 곳곳으로 이미 노선이 가지처럼 뻗었겠다,
이런 상황에서 하루 4,300명이 이용한다면 실망스러운 성적임에 분명하다.
특히 위에서 말한 것처럼 부평구, 계양구까지 직접 영향권에 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부천터미널의 위치도 상당히 좋은 위치이다.
길주로와 송내대로가 교차하는 신도심 상권의 코어에 자리 잡고 있으며,
터미널 자체가 큰 규모의 상업시설을 끼고 있다.
부천이 워낙 면적이 좁은 도시여서 적어도 부천 안에서 이곳을 찾기 어렵지는 않고,
상습정체구간이긴 하지만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중동IC와 불과 1km도 떨어져 있지 않다.
부천터미널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 밑의 의견과 같을 것이다.
도시가 생긴 이래 너무 늦게 버스터미널이 들어섰으며, 거대 도시에 끼어있기 때문에 제약이 심하다.
도시 승격이 1973년인데 제대로 된 터미널이 2007년에야 들어섰으니 최적의 타이밍을 한참 전에 놓쳤으며,
부천시는 하필이면 서울과 인천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낀 탓에 두 지역으로 수요가 대거 이탈한다.
실제로 부천에서 경인선을 통해 서울역, 용산역, 영등포역과 한번에 연결되며,
7호선을 통해 서울고속버스터미널 / 센트럴시티와 한번에 연결되는 데다,
둘 다 전철로 1시간도 걸리지 않을 만큼 가깝기 때문에 굳이 부천터미널을 찾을 이유가 적은 것이다.
2012년에 개통된 7호선으로 주변 수요를 빨대처럼 흡수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시간표에서도 보았듯이 현실은 현상 유지 정도에 그쳤다.
부평 / 계양에서 추가된 수요만큼 7호선을 타고 한번에 서울 반포동까지 갈 수 있게 되어,
오히려 역으로 서울에 수요를 흡수당했기 때문이다.
이웃 도시에 사는 사람으로서도 부천터미널이 더 성장해서 버스 횟수가 많아지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경기도 버스터미널을 활성화시켜 포화 상태인 서울 수요를 분산시키고,
현지 주민들이 더 편하게 대한민국 곳곳을 누빌 수 있었으면 한다.
부천터미널까지 핫 플레이스가 되는 그날이 어서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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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사진잘봣습니다
부천과 고양이 서로 비슷한모습을 하고 있는거는 몰랐고 전혀다른 터미널인줄알았어요
부천발 용인노선은 김포공항발 노선과 고양발노선이 부천경유해서 용인으로갑니다
생김새는 다르지만 구조적으로 비슷한 부분이 많더군요. ^^
용인행 뿐만 아니라 부산(노포동, 해운대)을 비롯해 상당히 많은 노선이 중간 경유하니 공통분모가 많더라고요.
올려주시는 수도권 지역 터미널 기행도 재밌게 잘 보고 있습니다. 고양터미널이나 화정터미널은 제가 예상했던 부분과 설명하신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부천은 좀 의외인 부분들이 많습니다. 터미널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을 줄로 알았는데 기대했던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라 놀라울 따름입니다. 서울역, 용산역 등의 철도역과의 거리는 고양에 비하면 더 긴 편인데다 7호선이 있다 하여도 반포와의 거리도 적잖이 떨어져 있어서 부천을 벗어나 장거리 열차 또는 시외.고속버스를 이용하기 쉽지 않으리라 예상했는데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질 않습니다. 여러모로 아쉬운 모습입니다.
의외겠지만 서울역, 용산역에서 고양시나 부천시나 가는데 걸리는 시간 차이는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1호선 효과로 부천 접근성이 더 좋은 편입니다. 서울고속터미널의 경우 부천이 조금 더 빠르게 갈 수 있죠. 부천도 서울 의존도가 굉장히 높은 도시이고, 특히 영등포와 광명역은 물리적 거리가 상당히 가까운 편이라 철도로 이탈하는 수요가 상당한 걸로 압니다. :)
@Maximum 상세한 설명에 감사드립니다. 1호선이 참 무섭긴 무섭습니다. 개장 당시만 해도 나름 확장성이 좋은 터미널이 될 것이라 기대를 했는데 여러모로 녹록치가 않은 모양입니다. 좋은 글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왕십리 별 말씀을요. 재밌게 잘 봐주시는 것만 해도 감사드립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는 꾸준히 글을 올릴 생각이니 앞으로의 글들도 지켜봐주세요 :)
처음 건물 건설할때와 준공식때,업체 입주식 등 업무차 자주 다녀 왔었는데, 크게 변한 모습은 없는 듯 보입니다.
처음엔 운수사 관계자들 모두 이용승객이 중동터미널때 보다도
입지가 좋아 많이 증가할것으로 예상했으며
중간 경유지(안양,안산) 없이 무정차 신설노선을 검토할 정도이기도 했죠. 결과는 그렇지 안더라구요.
터미널입지는 인구분포, 이동권, 상권, 생활패턴 등 복잡하게 연구할게 많은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많은 분야를 복합적으로 연구하여 도출한 결과가 지금의 자리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관계자 분들께서 처음에 많은 기대를 걸으셨던 거겠죠.
실제로 입지 자체는 굉장히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위성도시라는 점이 발목을 붙잡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과 부천과의 관계, 물리적 거리를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현상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