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동화, 다른 생각
임정희
나는 책을 대강대강, 얼렁뚱땅 읽는다. 모자란 독서량을 책의 권수로 채우려는 욕심과 허서분한 성격 탓이다. 작가가 숨겨 놓은 의도를 눈치 채지도 못하고 그냥 글자만 읽을 때도 허다하다. 꼼꼼히 읽지 못해 놓친 생각과 사실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이런 나를 책의 세계로 깊숙이 안내해준 책이 김민웅 교수의 <동화독법>이다.
어린 시절 한 번쯤 읽었거나 너무 익숙해서 읽은 듯한 착각에 빠진 동화를 정독하는 법을 깨닫게 해준다. 나의 고정관념 때문에 굳어지고 좁아진 시각을 다른 각도로 옮겨 시야를 넓혀준 책이다.
<개미와 베짱이>
곤경에 처한 존재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아파할 줄 모르는 개미가 행복할까? 일에만 미쳐서 사랑, 관심, 동정 같은 영혼의 힘을 잃어버린 사회에서 살면 기쁠까?
<양치기 소년과 늑대>
소년이 두 번째 거짓말을 했을 때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목동의 거짓을 알았으니 양들을 지키기 위해 마을 주민들은 적극적으로 대안을 마련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미운 오리 새끼>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가 되겠다는 열망을 안고 시련을 극복하는 게 아니라, 삶에 좌절해서 자살하려는 순간, 물 위에 비친 자기 얼굴이 백조라는 걸 깨닫는다. 그리곤 행복해 한다. 혼자만 행복하면 되는 건가? 백조는 우등하고 오리는 열등한 존재인가?
<심청전>
황후가 된 심청이는 과거에 맹인이었다가 이제 눈을 뜨게 된 사람들을 모아 그 가운데서 아버지를 찾는 것이 아니라, 전국의 맹인들을 모두 불러들이는 잔치를 임금에게 베풀어 달라고 부탁한다. 이는 심청이가 몽은사에 바친 공양미 삼백 석의 효험을 스스로도 믿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럼 왜 인당수에 빠졌을까?
<신데렐라>
왜 마법이 풀렸는데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는 그대로였을까? 왕자는 왜 신데렐라를 찾을 때, 얼굴을 봐 놓고서도 유리 구두에 발이 맞는 사람만 찾아다닌걸까?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사회학적 해설을 곁들이는 447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읽다보면 김민웅 교수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우리가 고정관념 때문에 놓치고 듣지 못하는 아픔의 절규를 들어보라고 한다. 귀를 기울이고 주변 사람들의 괴로움을 같이 해결하려는 태도를 갖자고 말한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스스로가 희망이 되는 삶을 권하는 마음이 오롯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