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 남자...
친구들에게 그녀를 소개시켜줬더니 반응이 좀 썰렁합니다.
그러고는 그녀를 먼저 집에 보내고 자리로 돌아왔을때
한명이 조심스럽게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야 참, 그 참, 특이하다 라구요.
그 말이 무슨 뜻인지를 알 것 같아서 웃음이 납니다.
아마 내 여자친구가 너무 안 예뻐서 좀 놀랐다는 말이겠죠.
하긴 처음에 저도 그랬어요.
참 괜찮긴한데 얼굴이 너무 섭섭하다.
그런데 딱 세번만 만나보자는 그녀의 말대로
사흘을 만나서 데이트하고 마지막 헤어지는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어느새 그녀에게 아주 푹 빠져있었죠.
지금 나는 그런 남자가 되어버렸습니다.
찰랑거리는 생머리보다 빗자루 같은 머리카락이 더 정겹고,
그물스타킹보다 무릎 툭 튀어나온 청바지가 더 섹시하고,
칼라렌즈를 낀 큰 눈보다는 있었다 없어지는 실눈이 훨씬 더 귀엽다고 생각하는 남자.
실망을 감추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나는 웃으며 그럽니다.
야야야, 니들이 모르는 뭔가가 있어.
[♀] 그 여자...
내겐 백년처럼 길었던 일년간의 짝사랑이었어요.
그 시간동안 내 고백을 가로막았던 건 다름아닌 내 자격지심이었죠.
그 사람에게 내가 어울리기나 할까? 내가 보이기나 할까?
다만 내가 믿고 있었던 건, 그 사람의 따뜻하고 사려깊은 눈빛.
그리고 내 진심이었습니다.
내 마음에 십분의 일만이라도 전달된다면
난 그 사람도 나를 사랑하게 될 거라고 믿었거든요.
힘들게 마련한 소개팅 자리에서
얼핏 그 사람의 실망을 엿보았을땐 마음이 많이 쓰렸지만
난 그런 믿음으로 용기를 냈고 세번만 만나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그 세번의 만남이 끝나던 날.
그가 내게 먼저 손내밀던 그 순간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내 짝사랑과 자격지심이 끝나는 순간이었고,
나의 더 깊은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이었으니까요.
난 또 한번 믿고 있어요.
아직은 나 미운 얼굴이지만 그 사람과 함께하는 한 점점 더 예뻐질거라구요.
가장 행복한 표정을 가진 아름다운 사람이 될 거라구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