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여성 대변인 3인방과 열린우리당 서혜석 대변인 등 4명의 여성 대변인이 여의도 정치권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서혜석 의원과 한나라당 지도부를 대변하는 나경원 의원 그리고 이명박ㆍ박근혜 후보 캠프의 진수희ㆍ이혜훈 의원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독특한 스타일과 실력으로 여의도 정가의 입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어 국민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 선덕여왕 나경원 의원, 판단력+기품
검증 공방으로 혼탁해진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아군도 적군도 없이 중립을 지키는 원칙주의자로 새로운 평가를 받고 있다. 대쪽으로 불리던 이회창 전 총재의 정책특보 출신답게 정연한 논리와 분명한 목소리 등이 명대변인으로서 자질을 갖췄다. 여당은 물론이고 당내에서도 잘못된 것이 있으면 준엄한 경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대선을 5개월 앞둔 시점에서 법무부 장관을 경질한다면 소신 언행에 대한 보복 인사로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한나라당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논평하기도 했다. 나 의원의 이 같은 활약에 대해 김형오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보물을 찾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여권에서는 가장 껄끄러운 상대이자 영입하고 싶은 대변인 1호로 꼽히기도 한다. 당내에서는 판사 출신으로 올바른 판단력과 함께 기품까지 갖췄다고 해서 신라시대 덕치를 펼쳤던 선덕여왕에 빗대기도 한다.
◆ 잔다르크 진수희 의원, 소녀서 투사로 변신?
이명박 후보 캠프 대변인을 맡고부터 진수희 의원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평소 차분하고 감성적이어서 소녀 같다는 평가를 받던 그가 상대 후보와의 검증 공방 전면에 나서면서 새로운 면모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캠프 내에서 진다르크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후보의 개인정보와 대운하 보고서가 유출된 데 항의하면서 국정원과 국세청, 경기경찰청 등을 항의 방문할 때도 다른 남성 국회의원들을 제치고 선두에 나서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에서 대활약했던 소녀 잔다르크를 연상시켰다. 최근 그의 논평에서는 송곳 같은 예리함이 느껴진다. 지난 24일 박 후보 캠프의 홍사덕 선대위원장을 향해 당원 자격을 갖지 못했다면 더 이상 선대위원장직을 유지할 근거가 없다며 날을 세웠고 박 전 대표에 대해서도 생계비 6억원의 사용내역을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캠프 인사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충성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 퀴리부인 이혜훈 의원, 목적을 향한 집요함
경선전에 돌입하고 나서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로는 이혜훈 의원도 진 의원 못지않다. 유승민 의원과 함께 검증 오누이로 불리며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맹활약을 펼쳐 최근 그를 만난 많은 사람들은 투사형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언변으로 학자로서 충분조건을 골고루 갖췄다. 굳은 집념과 방향성이 돋보이며 대변인으로 한 가지 목적을 향해 다양한 방향에서 파고드는 형으로 과학자로 명성을 날린 퀴리부인에 비견된다. 박캠프 관계자들도 처음에 이혜훈 의원이 대변인을 맡았을 때는 여느 교수 출신처럼 논리적인 반박만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투쟁적인 정치 공세도 무난히 소화해 많은 사람들이 놀라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명박 후보 친ㆍ인척의 부동산투기 의혹 등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소재에 대해서도 명쾌하면서도 선이 굵은 논리로 파고들어 박근혜 후보가 크게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대방을 강하게 밀어붙일때도 경제학자답게 정확한 수치를 대며 논리를 편다.
◆ 나이팅게일 서혜석 의원, 다정하고 유쾌하다
서혜석 의원을 잘 아는 사람치고 그가 정치인으로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의 지인들은 단아, 다정, 유쾌하다는 말로 서 의원을 평가하고 있다. 그의 프로필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봉사활동 경력은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을 연상케 한다. 국회의원이 된 후에도 호기심 많고 진지한 태도는 달라진 것이 없다. 특히 관심 있는 분야 얘기가 거론되면 눈빛부터 달라진다. 국회의사당 기자회견장에서 대변인으로서 마이크를 잡으면 단호하면서도 간곡한 언변이 강한 호소력으로 파고든다. 최근 이랜드 사태를 두고 서 의원이 비정규직법의 제정 취지를 적극 수용하지 않고 성실하지 못한 모습으로 일관한 이랜드 측에 유감을 표한다고 했을 때는 단호함이 느껴졌다. 이어 부당 노동행위를 적발하고도 시정조치를 내리지 않아 사태를 키운 정부에도 자성을 부탁드린다며 정부에 대한 충고도 빼놓지 않아 균형감각을 갖춘 대변인으로 평가된다.
이진명 기자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