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송수민기자] “미국 회사가 제작한 영화가 외국어영화 후보로 경쟁하는 현실이 황당하다” (뉴욕타임스)
“미국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어영화상 부문에서 경쟁하도록 하는 기이한 결정을 내렸다” (버라이어티)
“당신의 영화가 50% 이상 영어로 대화하지 않는다면 골든글로브 작품상 후보에 오를 수 없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영화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의 작품이다. 제작은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플랜B'가 맡았다. 해외 시상식 국적 표기도 USA. 다시말해 감독, 제작, 국적, 배경 모두 미국이다.
하지만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는 '미나리'를 '외국'으로 분류했다. 3일(현지시간) 제78회 골든글로브상 후보작 발표에서 '미나리'를 외국어영화상으로 올렸다.이를 두고 미국 현지 언론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디스패치'가 '미나리' 골든글로브 후보작 논란에 대해 짚어봤다.
◆ "미나리는, 미국 작품"
우선 '미나리'는 미국인 감독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영화다.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를 제작했다. 1980년대 미국 아칸소주(州)로 이주한 이민자 가족들의 현실을 그렸다.
‘미나리’는 미국 오클라호마 털사 지역에서 촬영했다. 한국 배우 윤여정과 한예리가 출연했다. 헐리우드 배우 스티븐 연, 윌 패튼, 앨런 김, 노엘 케이트 조 등도 참여했다.
시작부터 현지 평단의 릴레이 호평을 받았다. '미나리'는 지난해 2월 미국 선댄스 영화제에서 첫 상영했다. 이날 작품성을 인정받아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미국 내 영화상만 59개를 휩쓸었다. 미국영화연구소(AFI)는 '미나리'를 '2020 올해의 영화 톱 10'으로 선정했다. 모두 자국(미국) 영화로 평가하고, 호명했다.
◆ "미나리는 외국작품" (골든 글로브)
그러나 골든 글로브의 기준은 달랐다. '미나리'를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올렸다. 보수적 성향이 또 한 번 드러났다. 극 중 대화의 50%가 영어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영화 '페어웰' 룰루 왕 감독은 “올해 ‘미나리’보다 더 미국적인 영화를 본 적 없다"며 "미국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추구하는 스토리다. 영어 구사만으로 미국적인 걸 특징짓는 구식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비난했다.
결국 '미나리'는 골든 글로브의 (인종차별) 벽을 넘지 못했다. 폐쇄적 기조가 여전했다. 인종에 따라 후보작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미국출생 백인 감독에게는 외국어 비율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실제 쿠엔틴 타란티노는 지난 2010년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문제는 대사 대부분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로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 "윤여정, 여우조연 불발"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후보 탈락도 이변으로 지적됐다. 그는 미국으로 이민간 딸을 찾으러 떠난 할머니 '순자' 역할을 소화했다. 탄탄한 연기력으로, 미국 협회 시상식 등에서 여우조연상 20관왕을 차지했다.
아시아 배우에게 골든글로브 문턱은 매우 높은 편이다. 지난 1957년 일본 배우 우메키 미요시가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후 63년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영화 평론가 피어스 콘란도는 "윤여정이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며 "영화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줬는데 누락됐다"고 평했다.
할리우드 리포트 역시 “글렌 클로즈가 윤여정을 제치고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고 꼬집었다.
◆ "인종주의, 외신 비난"
골든 글로브는 그간 인종주의 성향을 보였다. 78년 역사상 아시아 감독과 배우가 후보에 오른 건 단 3명 뿐이다. 올해도 백인 배우들이 주로 후보 명단을 채웠다.
'김씨네 편의점'에 출연한 앤드류 풍은 "미국에서 촬영하고, 미국인이 출연하고, 미국인이 연출한 영화가 외국 작품이라니 슬프고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미국 주요 외신도 '미나리' 작품상 후보 불발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인사이더는 "'사람들이 '미나리'가 왜 작품상에 부적격이었는지 혼란스러워 한다'며 "후보 목록에 USA 작품으로 표기했기 때문이다"고 꼬집었다.
뉴욕타임즈 역시 강도 높게 비평했다. “('미나리' 작품상 후보 불발은) 골든 글로브의 실수다”며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미국 영화를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오른 것은 고루한 결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제78회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은 오는 28일 미국 캘리포니아 비버리힐튼 호텔에서 개최된다. 이날 NBC 방송에서 생중계된다.
<사진출처=영화 포스터, 골든글로브>
미나리 Minari, 2021 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