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암산(佛岩山) 서남쪽 자락에 둥지를 튼 조그만 암자
조선 후기 마애불을 간직한 불암산 학도암(鶴到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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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도암은 불암산(507m)
서남쪽 자락 130m 고지에 포근히 안긴 조그만 암자이다. 숲이 무성하고
계곡이 흐르며, 멋드러진 바위가 주변에 포진해있어 아름다운 풍치를 자아낸다. 예로부터
빼어
난 경승지는 학과 관련된 전설을 필수로 간직하고 있는데, 이곳 역시 학이 날라와 머물렀다는
전설이 서려있다. 그리하여 학이 왔다는 뜻의 학도암이란 이름을 지니게 되었다.
이 절은 1624년(인조 1년) 무공화상(無空和尙)이 불암산 어딘가에 있던 옛 암자를 옮겨와 창건
했다고 한다. 허나 그 암자의 정체에 대해서는 전하는 것이 없으며, 불암산에는 적당한 암자터
도 없다. 게다가 관련 기록도 남아있질 않아 창건 시기에 약간의 의구심을 품게 한다. 허나 절
주차장 부근 바위에 새겨진 부도(浮屠)에 '가경(嘉慶) 24년 기묘(己卯) 십월'
즉 1819년에 조성
되었다는 명문이 있어 19세기 초반에도 절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1870년 명성황후(明成皇后)의 시주로 절 뒤쪽 바위에 거대한 마애관음보살을 새겼으며, 1875년
벽운화상(碧雲和尙)이 절을 중창했다고 한다. 1878년 한씨(韓氏) 일가의 시주로 마애관음보살을
보수했고, 1885년 벽운화상이 수락산 흥국사(興國寺) 출신의 화승(畵僧) 경선(慶船)에게 부탁하
여 불상 1구를 개금(改金)하고 불화 6점을 봉안했으나 현재는 없다.
1922년 성담(聖曇)이 주지로 있으면서 개인소유로 넘어간 절 소유의 산림 10여 정보를 매입하여
절의 경계를 확장했으며, 1966년 주지 김명호가 법당을 중건했다. 1970년 영산회상도를 봉안하
고 1972년에 삼성각에 칠성탱과 산신탱을 봉안하였다. 그리고 2000년에는 조그만 자연동굴을 넓
혀
석조약사3존불을 안치해 약사전으로 삼았으며, 2005년에는 법당 남쪽 공터를 닦아 지장보살
을 봉안해
지금에 이른다.
조그만 경내에는 법당(法堂)과 삼성각, 바위 동굴에 마련된 약사전 등 3~4동의 건물이 고작이며,
법당은 법당의 역할과 함께 종무소(宗務所), 요사(寮舍)의 역할까지 겸하는 복합적인 건물이다.
또한 법당 뒤쪽 커다란 바위에는 지방유형문화재로 지정된 마애관음보살좌상이 노원구를 굽어보
고 있으며, 주차장 부근바위에는 선각(線刻)으로 만들어진 조선 후기 부도 2기가 있다.
비록
조그만 암자로 겉은 초라하지만 불암산을 든든한 후광(後光)으로 삼고 노원구를 넓은 뜨락
으로
품어 뜨락만큼은 천하 제일이다. 덩치 불리기에 여념이 없는 수많은 절들과 달리 두
눈에
쏙 넣어도 부담이 없을 정도로 아담하여 정감이 진하게 들며, 조망(眺望)이 일품이라 마음마저
시원해진다. 바위에 둥지를 틀고 속세를 굽어보는 관음보살 누님의 미소에 속세의 상처를
받은
중생의 마음은 잠시나마 위안을 얻는다. 개발의 칼질로 아파트와 주거지가 절 500m 아래까지 치
고 올라와
속세와 무척 가까워졌지만 아직까지는 고즈넉하고 적막한 산사(山寺)의 멋과 여유로
움을 간직하고 있어 잠시 속세의 짐을 내던지고 안기고 싶은 절집이다.
이곳에서 40분 정도 오르면 불암산 남쪽 봉우리인 봉화대(420m)에 이르며, 다시 40분을 가면 불
암산 정상이다. 산은 비록 수락산(水落山), 관악산(冠岳山)보다는 작지만 정상 일대가 바위로
이루어진 암산(岩山)으로 장관을 이룬다. 정상에서는 상계역이나 당고개역, 덕릉고개, 불암사(
佛巖寺)로 내려가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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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조지장보살좌상 |
▲ 석굴사원 같은 약사전 내부 |
※ 학도암 찾아가기 (2012년 4월 기준)
* 1131, 1140, 1141, 1143번 시내버스를 타고 불암초교(노원문화예술회관) 하차 (1142, 1221번
은 노원우체국 하차 / 1143번은 화랑대역이나 봉화산역에서 탈 경우 영신여고입구 하차)
* 지하철 1호선 월계역(2번 출구)에서 1131번 시내버스 이용
* 지하철 1,6호선 석계역(1,4번 출구)에서 1131, 1141번 시내버스 이용
* 지하철 7호선 하계역(4번 출구)에서 1131, 1140, 1141번 이용 / 3번 출구에서 1141, 1221번(
노원우체국 하차) 이용
* 지하철 7호선 중계역(2번 출구)에서 1140번 이용
* 지하철 1,4호선 창동역(1번 출구)나 4,7호선 노원역(1,2번 출구를 나와서 뒤로 가면 있음)에
서 1142번 시내버스 이용
* 지하철 4호선 상계역(4번 출구) 대호프라자 건너편에서 1140, 1142번 시내버스 이용
* 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5번 출구)에서 1143번 이용 (1221번도 있으나 크게 돌아감)
* 불암초교(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내릴 경우, 불암산이 보이는 왼쪽으로 길을 건너서 중계현대
1차아파트 쪽(중계로14다길)으로 걸어들어간다. 그 길의 끝에 노원교회가 있으며, 교회 좌측
으로 불암산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그 길로 10분 정도 오르면 학도암이다.
* 노원우체국에서 내릴 경우, 불암산이 보이는 건너편으로 건너서 중계본동성당을 지나면 중계
로12가 골목길이 나온다. 그 길을 타고 중계현대1차단지로 들어서 105동과 106동 사이를 지나
면 불암산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노원교회를 지나 10분 정도 오르면 된다. 초행이거나 길치
는 헤매기 쉬우므로 동네 사람들에게 길을 문의하기 바람 (은근히 헤매기 쉬움)
* 절까지 수레길이 닦여져 있어 수레 접근이 가능하며, 절 앞에 주차장이 있음
* 학도암 기준 불암산 산행코스
① 학도암 → 봉화대 → 불암산 정상 → 덕릉고개 (2시간 40분)
② 학도암 → 봉화대 → 불암산 정상 → 천보사 → 상계역 (2시간 30분)
③ 학도암 → 봉화대 → 불암산 정상 → 석천암 → 불암사 → 불암동 (3시간)
④ 학도암 → 봉화대 → 불암산장 → 불암폭포 → 불암사 → 불암동 (2시간 20분)
* 소재지 - 서울특별시 노원구 중계본동 102 (☎ 02-930-6611) |
▲ 청동사리탑에서 바라본 천하
숲 너머로 노원구를 비롯한 서울 동북부 지역이 바라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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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사리탑(靑銅舍利塔)
절을 받치는 석축과 거대한 바위 사이로 난 계
단을 2/3 오르면 오른쪽에 바위 꼭대기가 있다.
그곳에 청동(靑銅)으로 만든 사리탑이 터를 닦
고 뿌리를 내려 천하를 굽어본다.
이 탑은 원주 법천사(法泉寺)터에 있던 지광국
사현묘탑(智光國師玄妙塔)을 모델로 한 것으로
부처의 사리를 봉안하기 위해 근래에 만들었다.
특이하게도 돌탑이 아닌 청동으로 탑을 만들어
절을 찾은 중생의 이목을 단단히 끈다.
탑 옆에 올라서면 노원구를 비록한 서울 동북
부 지역이 두눈에 바라보인다. 비록 고색의 때
는 없지만, 위치만큼은 국보급이다. 법당 벽면
에 사용된 석재는 사리탑이 서 있는 이 바위에
서 떼서 만들었다고 한다. |
▲ 석조지장보살좌상(石造地藏菩薩坐像) |
청동사리탑에서 한단 올라서면 왼쪽에 법당이 오른쪽에 석조지장보살좌상이 있다. 하얀 피부를
지닌 지장보살상은 연화대좌(蓮花臺座) 위에 앉아 어진 누님처럼 어여쁜 미소를 드리우며 중생
을 맞이한다. 이 불상은 2005년 승려 무이(無二)가 조성한 것으로 법당 오른쪽 공터를 닦아 지
장보살의 보금자리와 넓직한 기도처를 만들었다. |
▲ 석조지장보살 우측에 마련된 샘터 |
불암산이 중생에게 베푸는 약수가 바가지처럼 생긴 커다랗고 동그란 석조를 가득 채운다. 거북
이 입에서 줄줄 나오는 옥계수를 바가지에 가득 담아 마시면 몸 속에 낀 속세의 온갖 찌꺼기가
싹 내려간 듯, 마음이 시원해진다. |
▲ 학도암의 중심인 법당(法堂) |
경내 중심부에 자리한 법당은 '┏┓'형 구조의 팔작지붕 건물로 법당 외에 선방(禪房),
종무소(
宗務所)의 역할까지 겸하고 있는 다용도 건물이다. 예전에는 정말 법당 하나만 달랑 있었는데,
지금은 삼성각과 약사전을 지어 예전보다는 허전함이 다소 줄어들었다. 절의 위치도 마음 놓고
건물을 지을 공간이 마땅치가 않다. 그래서 건물 하나를 크게 짓고 그 안에 절의 모든 기능을
집어넣은 것이다.
법당은 1966년에 중건했으며, 벽면에 만든 석재는 청동사리탑이 있는 바위를 깨서 사용했다. 건
물을 중건한 시기를 기록한 벽면 위 처마 밑에 '학도암'이란 편액(扁額)이 걸려있고, 예전 출입
문을 달던 곳에 학도암 3글자와 이곳에서 놀았다는 학 2마리를 새겨 놓았다. 불단(佛壇)에는 금
동아미타불을 중심으로 관음보살과 지장보살이 협시(夾侍)한 아미타3존불이 모셔져 있고, 그 뒤
에 1970년에 만든 영산회상도를 걸었다. 그외에 신중탱(神衆幀)이 주변을 수식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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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로 외벽을 두룬 법당 정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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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당 툇마루에서 만난 묘공(猫公)의 위엄 |
학도암에는
고양이들이 참 많다. 절에서 기르는 고양이도 있을 것이고, 그들과 어울리는 야생고
양이도 있을 것이다. 내가 다가가자 다른 고양이들은 다 도망갔지만 유독 툇마루에 앉은 검은털
고양이만이 자리를 지킨다. 근심 어린 눈길로 북쪽을 바라보는 고양이, 그에게 무슨 근심거리가
있는 것일까? 혹 바위에 새겨진 관음보살 누님을 그리는 것일까? 아니면 나라 걱정에 자리를 뜨
지 못하는 것일까? |
▲ 법당 뒤쪽 높은 곳에 자리한 삼성각(三聖閣)
약사전 우측에 자리한 삼성각은 우리에게 친근한 산신(山神)과 칠성(七星),
독성(獨聖, 나반존자)의 보금자리로 1972년에 만든 칠성탱과 산신탱,
1974년에 만든 아미타후불탱화와 지장시왕탱이 모셔져 있다.
▲ 바위 동굴에 터를 잡은 약사전(藥師殿) |
마애관음보살과 삼성각
사이에 동굴을 품은 웅장하고 준수한 바위가 하나 있는데, 그 바위 동굴
에 약사전이 아늑하게 둥지를 틀었다. 원래는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조그만 동굴이었
으며, 그 안에 기도처가 있었다. 그러다가 2000년에 동굴을 넓혀 약사여래좌상(藥師如來坐像)과
일광보살(日光菩薩), 월광보살(月光菩薩)을 봉안하고 약사전으로 삼았다. 약사전은 석굴 불전(
佛殿)으로 한여름에는 시원하고 한겨울에는 따스하다. |
▲ 약사전 불단에 봉안된 약사3존불
연꽃 무늬가 새겨진 대좌(臺座)에 앉아 왼손에 약합(藥盒)을 들며 시무외인(施無畏印)을
취한 약사불을 중심으로 보관(寶冠)을 눌러쓴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이 좌우를 지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