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하루 지나고 언덕 저편에 빨간 석양이 물들어 가면 놀던 아이들은 아무 걱정 없이 집으로 하나 둘씩 돌아가는데 나는 왜 여기 서있나'
전인권이 부르는 ‘사랑한 후에’라는 노래의 첫 구절이다. 가슴을 후비는 외로움과 돌아갈 곳이 없는 황망함이 짙게 다가온다. 매우 서정적이지만 절망적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가 처해있는 모습과 너무 닮아 있어서이다. 긴 하루는 개인의 인생일수도 또한 인류 역사일 수도 있고, 석양은 우리의 삶이, 역사가 저물어가는 것을 뜻한다. 집은 곧 죽음이요. ‘여기 서있는 나’의 의미는 간단하게 유추할 수 있겠지. 물론 이건 순전히 내 생각과 해석일 뿐이다. 노랫말이 지금의 세상 흐름을 절묘하게 묘사한 듯한 그런 생각.
지금 우리의 긴 하루가 끝나가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오는 종말이 아니라 석양이 지는 서쪽하늘의 붉은 빛이 서서히 가라앉듯 그렇게 저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누가 집으로 돌아갈 것인지 누가 ‘여기 서있는 나’가 될지는 모르겠다. ‘가자’에서 살아남는 것은 순전히 운이라 할 수 있겠지만 다행이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있긴 하다.
두 곳의 전쟁 중 이스라엘의 전쟁은 이미 통제 불능으로 확전되고 있다. 참전국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가자를 넘어 서안으로 전장이 확대되는 순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먼 나라 이야기임에도 우리 역시 무관하지 않다.
또 하나 불안한 소식이 들려온다. 가까운 나라 중국에서 리커창 전 총리의 사망소식. 단순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이라고 하지만 그 말을 믿을 사람이 있겠는가? 그의 죽음은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 치열한 권력투쟁과 암투가 전개된다는 걸 방증한다. 많은 전문가와 분석가가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국의 역사는 반란으로 점철한다. 분명한 것은 지금의 권력자 역시 내부 반란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두려움은 의심의 싹을 키우며 의심은 정적뿐 아니라 측근도 예외는 아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숙청 사태를 통해 볼 수 있는 진실이다. 숙청이 잦고 가혹할수록 정적과 측근의 불안 역시 비례해서 커진다. 무한 반복이다. 이런 상황에서 절대 권력자가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제한된다.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결국 전쟁뿐이다. 국토수복 즉 대만침공이라는 명제가 있다.
이 세상의 에너지가 중국으로 몰려든 지 오래. 러시아, 이란, 나이지리아등이 가장 큰 공급원이다. 그리고 그 루트에는 호르무즈해협, 말라카해협, 대한해협이 있다. 또한 그 루트에는 미군 함대가 있다. 우연일까?
‘김시덕박사’가 유튜브에서 강의하는 내용을 봤다. 100년 전 자료까지 제시하고 발품 팔아 알아낸 내용을 서울뿐 아니라 각 지역의 안전한 곳과 피해야할 곳을 친절히 알려준다. 감사한 일이다. 물, 불, 바람이라는 자연재해에 전쟁까지 함께 덮쳐오는 시절이 되었다. 가족도 친척도 없이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다. 지켜야할 이도 지켜줄 사람도 없는 시절이다. 편한 마음으로 아무 걱정 없이 돌아갈 것이냐 여기 서 있을 것이냐. 선택의 폭이 조금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