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6일 스웨덴 나카 지역 교육감과 각급 학교 교장들이 서울 양정고의 수학 수업 교실을 찾았다.방문 목적은 한국의 수학 교육 현장 탐방. 스웨덴은 노벨상을 창설한 알프레드 노벨뿐 아니라 창의적 교육으로도 유명한 나라다. 블루투스, GPS, 초음파진단기 등을 발명했으며 글로벌 창의지수 및 혁신지수에 있어서는 세계 1, 2위를 다툰다. 그런 스웨덴의 교육 관계자들이 왜 한국의 수학 교육 현장을 찾았을까? 그 현장에 함께했다.
취재 김지민 리포터 sally0602@naeil.com 사진 전호성 도움말 박윤근·정주식 교사(서울 양정고등학교)
스웨덴 나카 지역의 에이날 프란손 교육감은 한국 교육과 인연이 깊다.
2012년 한국 방문 시 양정고 수학 교과 교실의 시설과 토론식 수학 수업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스웨덴은 글로벌 창의지수 및 혁신지수에 있어서는 세계 , 12위를 다투지만 우리나라가 늘 상위권을 차지하는 PISA(국제학업성취도) 테스트에서의 수학 성적은 세계 20위 정도다. 스웨덴의 인구와 학교는 점점 늘어나는데, 학습법의 변화도 교육계의 주요 현안이다. 현재 스웨덴의 수학 수업은 개인적인 문제 풀이 중심이다. 프란손 교육감은 “수학 시간의 교사와 학생들의 소통 과정이 궁금해 각급 학교(스웨덴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1~9학년)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여 있다. 9학년을 마치면임 ‘나지에스콜라’라고 부르는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교장들과 함께 다시 한국을 찾았다”고 말했다.
수학 시간에 절세를 연구한다고?
양정고 정주식 교사는 “9월 6일의 수학 수업은 수학 과제 탐구 형식으로 진행됐다. 수학 과제 탐구는 수학을 학습한 뒤 이를 토대로 다른 교과와 수학을 융합한 흥미로운 주제를 선택해 탐구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시민인 당신이 월급을 세금보다 많이 받으려면 어떤 순서로 월급을 선택해야 하는가?’가 9월 6일 수업의 주제. 정 교사는 “약수와 배수, 소수만 알면 풀 수 있는 문제”라며 “정답보다 최선의 답을 찾기 위한 탐구 과정이 필요한 주제”라고 덧붙였다.
수학의 중요성 인식과 과제 해결 의지 키우기
스웨덴 교육 관계자들은 특히 수업의 도입 부분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정 교사는 특정 시기와 지역에 인재들이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헝가리 현상(1880~1920년대 헝가리 출신 학자들 중 노벨상 수상자 7명, 울프상 수상자 2명 배출)을 예로 들며 학생들이 스스로 수학의 중요성과 과제 해결의 의지를 깨우치도록 지도했다.
박윤근 교사는 “교사들은 늘 다양한 교습법과 수업 내용을 고민한다”며 “오늘의 수업 또한 온전히 교사들의 연구와 주도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2012년에 한국을 방문했던 프란손 교육감도 이런 교육 방법에 흥미를 느꼈다고.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 또한 탐방을 위해 특별히 선발된 학생들이 아닌 양정고 2학년 11반 학생들이었다. 수업을 참관한 앤 앵거트 교장은 “교사들의 열정이 대단했다. 학생들에게도 친절하다”며 “수업 시작 전 도입 부분을 활용해 학생들의 집중력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이끌어 냈다”고 평가했다.
‘모둠 활동’으로 문제 해결 방법 찾는 모습 인상적
양정고는 3개의 수학 교과 교실을 운영한다. 전자칠판을 비롯 교실 4면을 칠판으로 활용한 입체적 수업이 가능하다. 그 만큼 학생들의 집중도와 참여도를 높일 수 있다.
프란손 교육감은 “2012년에 방문했을 때도 수학 교과 교실의 다양한 기기들이 인상적이었다. 올해는 교과 교실 수도 늘고 더 많은 기술이 교육에 더해진 것 같다. 사실 기기 자체보다 활용이 중요한데 수업 속에서 다양한 기기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점이 눈에 띄었다”고 전했다.
‘모둠 활동’ 도 흥미로워했다. 개인적인 문제 풀이로 진행되는 스웨덴의 수업과 달리 모둠으로 문제 해결 방법을 찾고 발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는 수업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소감을 더했다.
MINI INTERVIEW "수업 목적에 적합한 수업 방법이 인상적"
스웨덴 교육감과 교장들은 1시간 동안의 수업을 흥미롭게 참관했다. 참관 전후의 생각을 물었다
한국의 수학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앤 앵거트(이하 앤) 한국의 교육열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한국의 수학 교육에 관한 보고서를 읽었는데 수학을 실용적인 방법으로 학습하고 주입식으로 교육했던 예전과 달리 학생들의 이해를 중심으로 교육 방법이 변화하고 있다는 내용이 흥미로웠다. 교육 현장을 실제로 보고 싶었다.
오늘 수업을 보고 느낀 점이 있다면?
앤 생활 속의 실용적인 부분(수입과 세금)을 수학에 접목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또한 문제 풀이 전 헝가리 현상 등을 설명하며 학생들의 집중을 이끌어내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레나타 데셀베르겐 위크만(이하 레나타) 교실 전체를 수업에 활용하는 수업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모둠으로 문제 풀이 활동을 하는 모습도 흥미로웠는데 스웨덴에서는 흔치 않은 수업 방식이다. 스웨덴에서는 주로 태블릿 PC를 이용해 개인적인 문제 풀이를 한다. 학생들이 문제 풀이 과정을 함께 나누는 모습을 보며 수업 시간을 잘 활용한다고 느꼈다.
스웨덴의 수학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레나타 스웨덴에서는 교사가 교과서를 선택한다. 학교와 교사마다 다른 교과서를 사용한다. 수업의 커리큘럼과 강의 방법 선택은 교사의 몫이다.
2012년에도 한국의 수학 교육 현장을 탐방했다. 어떤 점이 달라졌나?
에이날 프란손(이하 에이날) 2012년 방문 때에는 수학 교과 교실이 하나였는데 지금은 3개로 늘어났다. 그때는 토론 중심의 수업이었고 오늘은 모둠 활동으로 문제를 풀었다. 문제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스웨덴은 학생과 학교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다양한 수업 방법이 필요한 단계인데 수업을 참관하며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한국의 대학 입시 시험인 수능에서 기하가 2022학년부터 선택 영역이 된다. 스웨덴의 대학 입학 고사에서 수학 시험 범위는 어떻게 설정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에이날 스웨덴의 대학 입학 방법은 학교에서 평가하는 ‘내신 성적(A~F로 평가. E 이상을 취득해야 대학 입학이 가능하다.)으로 입학’하는 방법과 스웨덴어, 영어, 수학 시험을 치르는 ‘대학 입학 고사’가 대표적이다.
대학 입학 고사는 전 과목을 논술형으로 치른다. 수학도 특정한 시험 범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문제를 수학적 사고를 통해 풀어내는 과정을 중점적으로 본다. 수학 시험의 난도는 1 ~4등급으로 구분된다. 학과나 전공에 따라 요구하는 난도가 다르다. 물리학과나 건축과 등은 난도 높은 단계의 수학 성적을 요구하는 식이다.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