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6일부터 18일까지
숙우형님, 남종형님, 인섭, 나...
16일 아침 6시 대방동 출발, 10시 30분 강원도 평창 백룡동굴(정식명은 백룡동굴 생태체험학습장) 도착하여 소방관같은 복장으로 갈아 입고 장화도 신고 안전모에 헤드랜턴도 착용하고 동굴 탐사에 나선다. 절벽 아래로 난 길이 있는데 낙석 위험이 있어 배를 이용해 약 오분 정도 강으로 이동하여 굴 입구에 도착 주의사항을 듣고 본격적인 동굴 구경을 시작한다. 백룡 동굴은 백운산의 '백'자와 발견한 사람 정무룡씨의 '룡'을 따서 붙인 이름으로 1979년에 천연기념울 제260호로 지정되어 2010년 7월에 개방한 동굴인데 본격적 개발을하지 않아 조명도 없고 안전 시설도 미비하다. 좁은 곳을 통과할 때는 포복을 해야하고 오리걸음으로 머리와 등을 조심해야 하는 구간이 많아 노약자는 구경하기가 어려울 듯하다. 한 번에 20명씩 안내 탐사를 하는데 약 두 시간이 소요되며 요금은 어른 15,000원으로 옷 갈아 입고 장화신고 할 때는 귀찮게 여겨졌는데 훼손되지 않은 안쪽 구간을 보며 오길 잘했다는 생각들을 했다.
구경을 마치고 부리나케 출발... 봉평에서 맛난 메밀막걸리와 우거지 해장국으로 점심을 먹고 횡성에 들러 한우를 사서 인제로 향하는데 시간이 늦은 감이 있다. 원래 오후 3시까지만 입장를 할 수 있다는데 펜션에 간다니 들여보내준다. 시간이 벌써 오후 5시 40분이다. 입구에 마을 사람들이 간단한 먹거리를 팔고 있다. 묵직한 배낭을 짊어지고 3Km 한 시간을 걸어 인제면 원대리 자작나무숲에 도착, 어둠이 내린 숲속에는 하얀 눈만 어둠을 밝힐 뿐 아무도 없는 고요의 공간이다. 우리밖에 없다. 이국적인 풍경에 아이들처럼 이리 저리 뛰어다닌다. 자작나무에 매어 놓은 그네도 오로지 우리들 차지다. 아이처럼 잘 논다.^^
움막에서 먹는 숯불 쇠고기와 소주 한잔의 행복, 살아온 이야기 그리고 살아갈 이야기들을 두런 두런 나누며 한밤은 깊어간다. 정자 지붕아래 이슬을 피한 곳에 텐트를 치고 남종형은 그냥 자작나무 아래 침낭에 몸을 뉜다. 이런 경험을 또다시 할 수 있을까???
아침이 밝았다. 자작나무 둥치 사이로 햇살은 스며들고 우리는 차갑고 맑은 공기를 한껏 들이마신다. 흔적을 깨끗이 지우고 느긋하게 아침 숲을 한 바퀴 돈다. 참 좋다... 떠나는 마음이 아쉬워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한다...
아침을 먹을 시간. 남종형이 이 곳 사정에 밝아 맛집으로 안내한다. 위도상 삼팔선이 지나는 곳, 소양강 상류에 위치한 식당의 빙어회무침과 매운탕이 맛깔나다.
오늘의 목적지는 영덕, 대게가 기다리는 곳. 동해안으로 넘어서는데 설악산 쪽으로 방향을 잡지 않고 아래쪽 오대산 방아다리 약수를 향한다. 길가에는 이전에 내린 눈을 치운 흔적이 남아있고 하늘은 잔뜩 찌푸리고 있다. 여기까지 왔는데 방아다리 약수 한잔해야지. 날씨가 차갑다. 오 분 정도 걸어 오르니 약수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역시 맛은 없다. 철분의 흔적을 녹슨 쇳빛으로 증명한다. 진부에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영덕까지 가는 길 내내 진눈깨비가 내려 도로가 미끄럽다. 영덕에 도착하니 내리던 눈이 멎는다.
지금부터 대게 타임... 예전과 확연하게 변해버린 인심, 담함으로 한껏 올라버린 가격 등에 대한 원망도 맛난 대게 앞에서 잠시 녹아버리고 우리는 권커니 작커니 대게를 배부르도록 먹을 수 있는 행복감을 맘껏 누렸다. 생전 하지 않던 고성 방가에 니나노 어깨를 들썩들썩하기까지 한다. 그렇게 한 밤을 보내고 저마다 가족 생각에 대게를 양껏 포장해서 집으로 향한다.
원대리 자작나무 숲 입구
쏘가리 매운탕
강원도 홍천군 살둔 산장
방아다리 약수
오래 오래 가슴 한 켠에 남을 자작나무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