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은 우리나라의 울릉도를 비롯한 몇몇 섬 지방을 뺀 전역에서 번식하는 흔한 텃새다. 우리말로는 수컷을 장끼, 암컷을 까투리, 새끼는 꺼벙이라고 한다. 꿩을 나타내는 한자는 치(雉)로 길들이기가 가장 어려운 새 중 하나다.
명나라 이시진(李時珍)은 한의학의 기본 경전인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 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꿩은 나는 것이 마치 화살(矢) 같다. 한 번 날아서 그대로 떨어진다....크기가 닭만하고, 아롱진 빛깔에 수놓은 깃털을 지녔다. 수컷은 몸체가 아름답고 꽁지가 길다. 암컷은 무늬가 어둡고 꽁지도 짧다. 성질이 싸움을 좋아한다.’
14~16세기 유럽에선 성스러운 ‘하늘’에 가까이 있는 동물의 고기일수록 몸에도 좋고 먹는 사람의 가치도 높아진다고 믿었다. 귀족들은 그래서 사슴이나 멧돼지보다는 닭, 꿩과 같은 조류의 고기를 선호했다.
예전에 중국에서는 선비가 높은 사람을 찾아갈 때 폐백, 즉 예물로 흔히 꿩을 가지고 갔다한다. 그 이유를 한나라 유향(劉向)은「설원( 說苑)」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경(卿)은 염소로 폐백을 삼는다. 염소란 양으로 무리지어 살지만 떼거리를 짓지 않는다. 대부(大夫)는 기러기를 폐백으로 한다. 기러기란 줄지어갈 때 장유(長幼)의 차례가 있다. 사(士)는 꿩을 폐백으로 삼는다. 꿩은 맛은 좋지만 새장에 가두어 길들 수 없다.’
선비는 임금에게 꼭 필요한 존재지만, 손아귀에 넣고 함부로 할 수는 없다. 바른말로 임금을 보필하되, 굳은 지조를 지켜 길들여지지 않겠다는 정신을 꿩에 담아 폐백으로 바친다는 것이다.
요즘은 꿩 사육 방법이 개발되어 농가에서 많이 사육한다. 꿩은 강한 야성을 지녔다. 철망 속에 가두어두면 철망에 다짜고짜 머리를 들이박아 머리가 다 벗겨져 뼈가 드러나 죽을 때까지 계속한다. 그래서 오늘날 꿩 사육가들은 꿩안경을 씌워 앞을 못보게 해서 먼저 그 야성을 가라앉힌다.
또 꿩은 사람이나 사냥개를 만나면 놀라 달아나다가 그냥 숲 속에 머리를 박고 꼼짝 않는다. 제 머리만 숨으면 남도 못볼 줄 안다고해서 머리 나쁜 사람을 두고 꿩대가리라고 놀린다. 혹 꿩사육장 안에 짚단 같은 것을 세워 꿩이 머리를 박고 숨을 곳을 만들어주면 안경을 씌우지 않고도 잘 자란다.
꿩은 예로부터 보양식품으로 각광을 받아 우리 선인들은 겨울철 음식으로 까투리 육회, 꿩만두, 꿩밀국수, 꿩고기떡국 등 겨울철 보양식으로 즐겨 먹었다. 꿩고기도 제주에서는 생치보다는 동치회를 즐겨 먹는다. 겨울철에 잡은 꿩을 살짝 얼려 얇게 저미고 뜨거운 물에 데쳐 먹는 샤브샤브야말로 그 담백한 맛이 또한 일품이다.
‘꿩 대신 닭’ 이라는 말이 있다. 꿩이 놓여야할 자리에 할 수 없이 닭은 쓴다는 말이다. 담백한 맛으로 닭고기 보다는 우리 몸 안에 청기(淸氣)를 불어 넣어 정신을 맑게 하는 게 특징이다.
난향유곡(蘭香幽谷)이란 군자나 선비의 풍모와 인격을 이름인데 군자나 선비가 취할 음식도 따로 있음이 분명하다. 율곡 이이는 평생 쇠고기를 먹지 않았음에도 맑은 음식의 청기만을 취하고 싶었는지 꿩고기는 즐겼다한다.
꿩고기의 지방은 불포화 지방산으로 몸에 이로운 지방질이며 고단백 알칼리 식품이다. 기운을 돋워주고 당뇨에 좋으며, 안절부절 못하는 신경의 불안 증세를 가라앉혀주고, 간에 좋아 눈을 밝게 해준다. 꿩을 기를 줄 알고 고기를 맛나게 요리하여 먹었던 조상의 슬기도 느낄 수 있다.
꿩을 잡는 목적은 고기를 먹자는 것도 있지만, 깃털을 장식용으로 쓰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고구려의 무사나 신라의 화랑들도 이 꿩깃을 모자에 꽂아 장식했다. 꿩깃으로 부채를 만들기도 했고 그 밖에 여러 가지 장식용으로 활용했다. 돌연변이인 흰 꿩은 상서로운 새로 여겨 추앙하는 풍습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