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울수련, 그녀의 이야기.
...아 깜빡 잠이 들었었나 보다. 조금 위험했었어....아무리 노숙에 익숙하다고는 해
도, 이렇게 아무런 곳에서 잠이 든다는 건 목숨이 위험할지도 모를정도로 위험한 일
인데.. 하긴, 뭐 어때? 어차피 죽을각오를 하고 나온이상, 두려울건 없었다. 추적장
치나 각종안전장치를 전부 제거해버린 지금 내 생명의 안전을 책임져 줄수 있는 것
은 오직 내 허리춤에 잘 달려있는 두 자루의 에너지 소드...그리고 최신 모빌호버크
래프트 한대...이것이 지금 내가 가진 것의 전부, 이정도 정보로는 아무리 가문(家
門)이라고 해도 날 찾지 못한다. 가문에서는 지금쯤 사방팔방 돌아다니며 날 찾으려
하겠지? 그러나 소용없는일, 내가 있는 행성의 위치를 파악했다고 하더라도 고향인
화성만큼 넓은 이곳, 프로데른 행성에서 내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난 절대로 가문에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모든 속박이 기다리고 있는곳. 내 존
재 자체가 부정되고 오직 한명의 싸움꾼으로써의 역할만이 있는 곳. 흥, 은하제일의
전사집단? 200년 내 우주제일의 용병일가? 다 허울일 뿐이다. 구성원 모두의 자유의
지를 무시하며 가주, 단 한명의 욕망에 의해서 움직이는 집단, 인간을 인간이 아닌
하나의 도구로만 여기는 집단에 불과한 저주스러운 곳. 어릴때부터..물론 지금도 어
리다고 할 수 있지만 그보다 훨씬 어린 4살 때부터 오직 훌륭한 용병, 전사가 되기
위한 훈련만을 했다. 그때부터 죽음을 불사한...실제로 살아남은 애들보다 죽은애들
이 배는 더 많은 그런 훈련을 받으며 우리는 살아왔었다. 약한자는 살아갈 가치가 없
다나? 아 몇가지 예외가 있다면 기계를 유달리 잘 만진다던가, 컴퓨터의 천재라던
가..등등 어떤 특별한 능력이 한가지가 있다면 벗어날수는 있지만 그 경우를 제외한
다면(그것도 아주 극소수지만) 나머지는 모두 같았다. 남자든, 여자든 오직 전사의
훈련만이 있을 뿐이다. 물론 난 그런 훈련에서 살아남기는 했다. 그 덕에 이 어린나
이에...13살의 나이에 프리렌서 메이져 클래스B 오르기는 했지만, 그래서 나에게 좋
은 것? 없었다. 아무것도...그저 가문의 간판이나 한번 되어주고 쓸모없어지면 꼭두
각시처럼 버려지는 신세가 되어야 할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우리 엄마 아빠
가 그렇게 되셨듯이 말이다. 사실 나의 가출에는 그 영향이 컸다. 그게 아니라면 알
고는 있어도 이렇게 실행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엄마 아빠로부터 한자루씩
물려받은 나의 이 두자루의 커스텀 에너지소드와 내게 남겨진 메일한장. 그 것으로
나는 모든 사정을 알 수 있었고 그 즉시 집을 나와버렸다. 그렇게 가출한지 5일째 아
직까지 나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보아 이제는 거의 완전히 성공했다는 것을 실감
할 수 있었다. 약간..기분이 좋았다. 이곳의 행성은 대기가 약해서 별들이 잘 보였
다. 우리은하계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이곳 프로데른 행성은 외부은하로 나가기 위한
교두보라 전체적으로 번잡한 행성이었다. 그러나 이곳, 내가 있는 이곳만큼은 아주
한가했다. 아니, 한가하다 못해서 풀한포기조차 나지 않는 삭막함을 보여주고 있었
다. 이 곳 프로데른 행성에서 가장 위험하고 거친장소, '미드레드 칸드' 였으니 당연
하다면 당연할 수 있었다. 쉽게 말해서 버림받은 땅이라는 뜻이다. 거창한 이름답게
황량하기 그지 없었으며 3급 위험생명체로 판명된 '리쿠르드'라는 이름의 곤충형 괴
물의 서식지이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번창한 이런 행성에서도 이곳만큼은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었다. 아니 정정하겠다. 단 하나 중앙에 위치한 비밀기관인 프로데른
특수아동 양육원이라는 이름의 고아원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우주 각지역에서 발견되
는 특이한 아이들 중 고아들을 주로 데려와서 키우고 연구하는 은하연합산하 비밀기
관...이라고 아빠가 전에 말해준 기억이 난다. 뭐 지금 현재의 나와는 하등 상관이
없는 일이지만... 나는 다시 땅바닥에 누웠다. 등에서는 약간의 한기가 느껴졌지만
나름대로 참을만 했다.
.."..............."..
무슨 소리지? 나는 무언가 고함 비슷하게 들리는 소리를 들었다. 착각인가?....그러
나 그것이 착각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듯이 내 귀에는 다시금 그 소리가 들려왔다.
괴물소리는 아닌데....사람? 설마....이런곳까지 누가 들어온다는 말인가? 헌터들도
돈이 되지 않는 리쿠르드를 잡으러 여기까지 올리도 없을테고.... 일반인이 들어왔다
가는 벌써 죽어 이곳 중앙지대까지 올 리가 없을텐데.. 설마...그렇다면 프로데른 고
아원? 설마..... 나는 다시 몸을 일으켜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뛰었다. 소리의 크
기와 방향으로 미루어 볼 때 거리는 약 300미터 정도? 역시 예상대로 그다지 멀지 않
은 곳에서 소리의 근원을 찾을 수 있었다. 아이였다.....나보다도 훨씬어려보이는...
대략...6~7세 정도 되어보이는 남자애였다. 무슨일인지 알수는 없지만 엄청난 짓을
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자신의 주먹을 그대로 바위에 휘두르다니....그리
고 산발하는....피?! 정말 미친 것 아닐까? 리쿠르드는 특히나 피냄새에 민감한
데....죽으려고 환장한건가? 아아 이미 늦었다. 저쪽에서 이미 몇 마리가 다가오고
있잖아....약3마리..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그대로 아멘인데.. 아 모르겠다.. 그아이
도 이제야 약간 정신을 차린 듯이 주위를 둘러보고 리쿠르드를 발견하고 물러서기는
했지만....이미 늦었다.. 리쿠르드의 속도는 둔한 몸 답지않게 시속 30km...인간이
당해낼 수 있는 속도..이기는 했지만 일반인이 당해낼만한 속도는 아니었다. 그것도
7세 정도의 어린아이는 더더욱. 에잇....모르겠다. 나는 재빨리 허리춤에 달려있는
에너지소드 두자루를 들고 에너지를 활성화시켰다. 나의 두자루의 무기, 부모님의 유
물. 영롱한 사파이어빛을 머금은 투명한 에너지를 발하는 무기는 프로즌에너시 샤벨
custom '엘린리버'였고 또 한가지, 아주 새하얀, 위기감을 느끼게 할정도로 하얀 에
너지를 발하는 이 검은 라이트닝에너지 소드custom '플렉스'였다. 둘다 알아주는 명
품으로 이 두자루가 한사람의 손에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면 경악하여 심장마비에 걸
리게 될 사람이 한둘이 아닐 정도로 멋진 물건들이다. 가문이 가출한 나를 찾는 유일
의 이유이기도 하고.. 적당한 거리.. 리쿠르드 3마리 정도는 해치울 수 있었다....원
래 대로라면 전투고글과 소형컴퓨터를 착용하여야 하겠지만 가출나온 지금 그딴 물건
이 어디있겠는가....하지만 난 괜히 프리렌서 메이져클래스B가 아니다. 그럼..가볼
까?
먼저, 가장 가까이 있는 놈부터...놈은 곤충이다...왠만해서 한번에 쓰러지기를 기대
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리석은 일, 하지만 약점을 공략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먼
저 중추신경을 덮고 있는 단단한 키틴질부터 제거하고..... 비울투검(鬪劍)..파
(破)... 빙월직파검(氷月直破劍). 엘린리버의 냉기를 순간적으로 2중막처럼 겹친다
음 냉기로 적을 얼려 깨트리고 남은 한겹의 에너지로 내부를 공격하는 기술...이거라
면 놈의 중추신경까지 한번에 파괴할 수 있지.... 내 그런 믿음에 부응하듯 새하얀
냉기를 흘리는 엘린리버는 확실하게 놈의 중추신경까지 헤집어 놨으며 모든 신경계
와 운동계의 작동을 멈출 수 밖에 없던 한 마리는 그대로 그 자리에 무너지듯 쓰러졌
다. 이제 두 마리... 가깝다....우웃, 동족의 시체를 짓밟고 덤비다니, 몇 번이나 겪
어본 거지만 상당히 짜증난다...에잇 비울투검 파(破)... 뇌격살섬(雷擊殺閃)!! 엘린
리버의 에너지를 다시 충전하는 동안 플렉스에서 뿜어져 나가는 2줄기의가느다란 뇌
전.. 그 안에는 약 12만 볼트의 에너지가 들어있지... 수분을 많이 함양하고 있는 생
물한테는 꽤나 치명적이겠지. 자아 이제 남은 놈은 하나...
꺄앗....어느새.... 방심했어.. 하지만... 에잇.. 비울절대검(絶對劍)...산(散) 동천
파격장(凍天破格障)!!! 엘린리버의 에너지는 절대적이라고!! 공간을 얼려 수축시켜
파괴!! 그리고 이어지는 뇌전..
"끼루끼루..케.."
"헉헉...."
역시 아직까지는 이게 내 한계인가.. 힘들어..에이 방심하는 바람에 괜히 힘빼게 만
들고.... 한동안 훈련을 안했더니 몸이 굳어진건가? 에휴..
그 아이도 도망가다가 말고 멈춰서 쳐다보고 있었다. 눈동자가 멍.. 한게 글쎄 라고
해야 하지? 하긴 이런 전투광경을 봤으니 놀날수도 있겠지?
"괜찮아?"
".......누..구?"
"아, 난 비울수련이라고 해, 꼬마 너는?"
"....후우, ...꼬마는 아니야, 이래뵈도 12살이라고, 너도 비슷해 보이는 걸."
12살? 이애가? 말도안돼. 6살짜리처럼 보이는데..
"뭐 그렇다고 치고..너는 누구야?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고, 또...왜 그런 짓을 했
어?"
"....봤어?"
"소리가 그렇게 크니 사방팔방에 다 울리는 게 당연하지.."
"..아무도 없는줄 알았으니까...."
"없었으면 죽었겠지..."
"쳇, 내버려 두지 그랬어?"
"못하는 말이 없어, 몇 년이나 살았다고 그렇게 쉽게 죽겠다고 해?"
".......말해줄 수 없어.."
"이봐, 아직 난 이름도 듣지 못했어."
"....세르, 세르 크로마틱."
"세르...세르라, 그래 대체 뭐하 고 있던거야? 그리고 무슨 소리야?"
"말할 수 없어, 아까도 말했듯이.."
눈이...일반아이들의 눈빛이 아닌 것 만큼은 확실했다. 무언가 자기자신에 대한 비밀
을 간직한 사람의 눈빛 하아, 이런애들은 처음인데.. 하지만.....
"누나한테 말해보라니까.."
"..누..누가 누나야?"
"으음. 내가 한 살 더 많으니까 당연히 누나지. 안그래?"
"누구 멋대로?"
쳇 귀염성이 없어...
".........한가지만 물어볼게, 수련.....은 군인이야?"
"누나라고 부르라니까? 아니, 군인은 아니야,.......음 일단은 용병이지."
"용병...이라면 설마...5일전에 실종된 비울수련...?!"
세상에 실종신고를 내었군, 가문도 생각보다 끈질기군.
"......실종이라고.....되었어?"
"일단.."
"에잇 하여간 끈질기군, 그러나 날 찾지는 못하겠지."
"공식적인 발표는 없어.. 단지 내가 해킹하다가 우연히 알게되었을 뿐이야."
"잠깐....해킹이라고? 비울가문을? 그게 가능해?"
"완전하지는 않지만, 일단......은."
"대단한데. 멋진걸. 그 잘난가문에 그렇게 뒤통수를 치다니.."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가출인거야?"
"하아, 그렇지 뭐."
"뭐가 아쉬워서..."
"아쉬운거? 무진장 많아. 거긴 인간들의 집합소가 아닌 인형들의 집합소라니까....에
휴휴 내가 무슨 소리를, 아무튼 거긴 내가 있을 곳이 아니야."
"배부른 소리 하네.."
"뭐?"
"최소한, 그 울타리 안에 있다면 안전한거 아니야? 죽지는 않잖아."
"무슨소리를 하는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차라리 그게 좋아. 내게서 자유의
지를 박탈할 바에야..... 그래서 난 너 조차도 부럽다고 할 수 있지."
".....죽음을 앞두고 살아가는데도?"
"아아? 죽음이야 4살 이후로 항상 친구였지. 뭐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계속 가문
안에 속해 있다가는 언젠가 꼼짝없이 죽어야 할지도 모르고...뭐 그런 상황이지."
".........."
"흐음...죽음을 앞두고 살아가고 있다라...대충 예상이 되는데. 말해봐. 들어줄테
니.."
"..........혹시, 페드라톡시알라지오르겐 박테리아(이하 FTG)라고 알고있어?"
"응....그러니까...최초발견년도는 서기1986년 지구 서울.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병
들중 최악의 합병증을 유발한다는 박테리아. 2012년에서야 정식학명이 붙고 연구가
진행되어 이현상 박사와 그의학파에 의해서 치료연구가 이어져 왔지... 그리고 결국
20여년전인 2635년에 PRS(physical revival silo)시스템이라는 궁극의 의료기계가 발
명되어 치료의 가능성을 열였지... 나타나는 모든 합병증의 종류는 다양하다고 할
수 있지만 공통점이 몇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혈류속도의 저하, 그리고 세포생장
의 둔화, 각혈, 그리고 무지막지한 고통이라는 것 정도.......심할경우에는 3년을 버
티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라고 알고있는데.."
"자세히도 아네.."
"음....뭐 사연이 있지....설마 너도..."
"....맞아 페드라톡시알라지오르겐 박테리아와 테트리아신드롬의 합병증에 5급 방사
능 피폭..."
"세상에....."
"..훗, 그런데도 내가 부러워?"
"글세, 조금 망설여지기는 해도 치료의 가능성이 있으니....."
"그게 50억달러라는걸 알고 하는소리야?"
"평생이용료지...조금 비싸긴 하네...그래도 넌 해킹 무진장 잘하는 것 같던데 그걸
로 먹고 살지, 어떻게 비울가문의 방어막을 뚫을 수 있는지..그정도면 할 수도 있겠
다...에휴.."
"...그러는 수련도 도망치지 말고 부셔버리면 되잖아, 그렇게 증오스러우면."
"...에? 부셔버리라고?..."
아.....그런..방법도 있었나? 잊고 있었어...
"....응, 도망치느니, 차라리....설마 나한테 정면돌파의 길을 알려줬으면서 계속 도
망칠 생각이었던 거야?"
"....아하..하..하 설마....그렇겠어?"
뜨끔......
"나한테 그런말을 할 자격이 있어?"
아..안돼, 상황타개를 해야...
"....우웃......아 그럼 한가지 내기하자."
"내기?"
"응, 그래, 헛소리가 아니란 걸 알려주기 위해서 하는 제안이야. 그래..기한은 관계
없어, 넌 그 병에서 벗어 나는거야."
"그런 수련은?"
".....난........그래, 프리렌서 로드에 오르겠어. 그정도라면....충분 하려나?"
".....좋아. 받아들이겠어."
"음, 내기물은 뭐가 좋을까?"
"...........서로 소원한가지씩 들어주기."
"...그 정도가 적당하겠어. 평생을 놓고, 일생을 놓고 겨루는 거니까..."
하아....나 너무 큰일 저지르는거 아닐까? 몰라....그래 할 수 있어. 그런데 어째서
휘말린 것 같은 느낌이 드는거지...
"아무튼...그렇게 정해졌지? 만일 성공한다면 나를 찾아와. 비울가문은 화성에 있지
만 프리렌서본부는 지구에 있으니.... 아 참 PRS시스템도 지구에 있었지?"
"..............알겠어"
난 그리고 천천히 뒤로 돌아 발걸음을 옮겨 모빌크래프트에 몸을 맡겼다. 후우, 어려
운 애였어..하지만.... 좋은애 같아. 우선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비밀이자 능력 영안
(soul eyes) 직관의 눈이 그렇게 말을 하고 있었고 그리고 아주 작은 소리지만 그 소
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도와줘서.....고마웠어, 수련..........누나."
후웃...
세르, 그의 이야기
시간이 별로 없다. 기껏해야 내게 주어진 여유는 2분남짓....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다시 2~3일을 더 허비해야 한다. 귀찮아서라도 그렇게 될 수는 없지...제길 하위변종
코드가 왜이리 많나 했더니 죄다 더미였어... 일단 더미제거용 바이러스를 집어넣기
는 했는데.....옳지, 끝났군. 5군데로 좁혀졌어.. 그럼 이제 슬슬 끝을 내야겠지? 이
런, 더미증식프로그램이 재가동했군, 귀찮은데... 하지만 문제없어, 궁극의 프로그
램 '비홀더'가 알아서 해주겠지...이제 남은 시간은......이런 아직도 못찾은건가?
시간이.......옳지, 빙고!!
"이겼다......"
"삐비비빅,"
아주 익숙한 기계음이 나의 성공을 알려주었다. 하아, 이번 상대는 생각보다 힘들었
어. 같은 이름에 같은코드를 가지고 같은 확장자를 가진 더미 프로그램이라니!! 하지
만 결국에는 뚫고 내가 원하던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안드로메다은하 반군 최대무
기 '레퀴엠'의 설게, 제작자료를..... 하아 이걸 얻기 위해서 3일간 씨름했던 것을
생각하면 다시 머리가 아파온다. 안 그래도 좋지 않은 몸..이라고도 할수 없을 정도
로 나쁜 몸을 가지고 말이다...후우 지친다..그래도 기분은 좋군...이 성취감은 역
시 대단하다니까. 이것으로 48억달러확보인가? 목표인 52억 달러까지는 앞으로 4억달
러.....쉬운일은 아니다. 해커들의 주가가 높다고는 하지만 한번에 억대나 하는 의뢰
는 많지 않으니까... 이번 일도 진상형의 의뢰로 정부에서 주는 의뢰치고는 엄청난
돈인 5억달러짜리였으니. 그들로써는 엄청난 파격이 아닐수 없었으나 어쩌겠어, 레퀴
엠으로 인한 피해액은 그의 몇십배는 될텐데, 게다가 현재로써는 나를 능가하는 해커
는 없으니....그들로써도 울며 겨자먹기 식이었겠지, 물론 진상형은 내 사정을 아니
까 편의를 봐 준 것일테고....그러고보니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군. 수련누나와 약속
한지, 후우 그때까지만 해도 이 일이 이렇게까지 힘든줄 몰랐는데, 직업을 잘못택한
듯 싶다.... 뭐 어차피 이 일이 아니라면 PRS시스템을 이용할만한 돈을 마련하는 것
은 불가능했겠지만..... 그래 어디한번 볼까...그 잘난 레퀴엠의 설계라는 것을?
...........
...................
..........................
어떤 미친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가지는 확실했다.
이건 이세상에 존재해서는 안될 '무언가'를 만들기 위한 초석중의 하나이며 실패작
에 불과하다는 것은.....후우 살떨리는 군, 진상형의 말을 들어보면 그저 은하연합군
의 최대병기인 '레일 플라즈마 캐논'을 능가하는 병기 정도의 묘사였지만 이걸 보면
차원이 전혀 다르잖아!! 설계의 태반은 내가 이해하지 못할 공식과 그림으로 잔뜩 메
워져 있었다. 설계자명.....DR. D라는 사람이라고 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것만 가지
고 그게 누구인지 전연 알 길이 없었다. 하긴, 이 이상은 애가 알 바가 아니겠지..
진상형이라면 물리학에 대해서 나보다도 능할 테니까 이 설계를 읽을 수 있을지도 모
르겠지만, 지금의 나와는 하등 상관도 없는 일.....당장 오늘 내일 하는 사람에게 그
런걸 생각하라고 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무리라고 생각한다...라는 자기합리화...
끝, 그러면 이제 미류가 오기만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건가?
"........."
말하자마자 오는군, 온갖 트랩과 경보장치, 안전장치를 겹겹이 달아둔 내 작업장이
자 연구소이자 집인 이 방에 이렇게 까지 소리내지 않고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오
직 미류 뿐이다. 진상형조차 그건 불가능하다.
"셀? 안에 있어?"
"아아 미류야?"
셀이라는 이상한 호칭을 애칭이라고 부르는 이 여자애, 옅은 회색의 단발머리에, 그
다지 치장을 하지 않은 복장, 수수하지만 그래도 미인축에 끼어넣으려면 억지로 끼
어 맞출 수는 있을 정도의 낯익은 얼굴.. 확실히 미류였다. 고아원에서 나오던 그 날
부터, 아니 내가 인식하지 못했지만 그보다도 더 오래전부터 내 곁에 머물러 있으며
내 모든 뒤치다꺼리를 도맡아 해준 고마운 애였다. 확실히 이 애가 없었더라면 나는
병으로 죽기 이전에 굶어죽었을지도 모른다. 식량조달부터, 의뢰전달까지, 내 모든일
을 대신해주는 존재였다...나의 분신..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의...하지만...
"응, 끝난거야?"
"간신히.....생각보다 강력한 방화벽과 보안 프로그램이었어..."
"어쨌든 그렇다는 것은 5억을 벌었다는 거지?"
"그렇지.....그나저나 의뢰인가?"
"응, 아주 운좋게 4억짜리 의뢰지?"
"뭣? 대체 어떤 일인데 어떤 미친놈이 그딴 돈을 걸어? 설마 또 진상형일리는 없
고..."
"뭐, 위험하다면 위험한 일이지, 전 용병들을 적으로 돌릴지도 모르는....하지만 너
라면 괜찮을 거야, 여기는 수시로 들랄날락거렸으니까..."
".....설마, 비울가문인가?"
"정답. 반갑지?......정확한 것은 비울가문의 최대기밀이자 핵심체 일명 족보파일."
"후우...사람 죽이려는 건가. 의뢰자는 누군데?"
"전(前) 보안장관 그리쿠스 하르미. 뭐 자세한 건 나도 모르겠어."
"비울가문이라...."
".....음 뭐 싫으면 취소하고...."
"아니, 하겠어, 앞으로 어디서 이정도 금액이 되는 의뢰를 받겠어.. 안그래도 시간
이 얼마 남지 않은 듯 싶어..."
".......지금도 괴로운거야?"
"참을수 있을 정도야, 아직은....그러나 언제 어떻게 되더라도 이상하지는 않을 것
같아."
"........참, 셀이 부탁한거, 소마젤란 은하 첼린위성산 극빙석수, 구해왔어. 이번
에 그쪽지대의 탐사대가 죽을각오를 하고 가지고 돌아온 냉석(冷石), 몇억년의 한기
를 묵은 돌로 만든 제품이니까 효과는 확실할거야, 게다가 그 위성은 빛에서 가장 멀
리 떨어져있는 곳. 또 비싼 거니까 효과는 확실할거야."
".....후우 구했군. 지난번에 사용했던 TG3456D위성산보다는 좋겠지?"
"그래, 간신히...요새는 그 위성에 가려는 사람도 없어서 값도 비싸고, 구하기도 힘
들어....하지만 셀의 유일한 진통제니까."
"아아 이거라면 3일정도는 철야해도 될 것 같아. 그정도라면......어떻게든 성공할
수 있겠지..."
"그럼...나는 진상오빠에게 결과물을 넘겨주고, PRS시스템을 예약하고 올게, 지구까
지는 가까우니까 얼마 걸리지 않을거야. 나머지 세세한 건....일단 행성관리사무소
에 의뢰해 둘테니까,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아아."
".....그러고보니 셀이 외부에 전혀 나가지 않은지도 벌써 6년째네."
"벌써 그렇게 시간이 흘렀나? 시간 감각이 없어서.."
"후훗, 병을 고칠때까지, 어쩔 수 없잖아. 바깥에만 나가도 지금보다 2배는 더 힘들
어 지는걸."
"그렇지...."
"자, 그럼 나는 슬슬 움직일게, 조금 여기저기 들릴데가 있어서 오늘내로는 못올거
야."
"어차피, 나도 오늘 내로는 못끝내니까.."
미류는 다시 나가보려는 듯 몸을 일으켰다.
"저기...셀"
"어? 뭐?"
"음......아 아니야, 나중에 말할게. 그럼 난 간다."
"그래."
그 말을 남기고 미류가 나가고 이 좁고 어두운 공간에는 나 혼자만 다시 남게 되었
다. 후우, 사실, 미류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대충 짐작은 간다. 하지만....난
그런 미류의 마음에 응해주지 못할지도 모른다. 미류가 좋은 애이고 분명 나도 미류
를 좋아하기는 한다. 하지만.....그전에 나는 해결해야 할 일이 많았다. 내 진실한
정체를 알게된 미류가 나를 받아줄지도 의문이고, 무엇보다도 미류보다도 더 신경쓰
이는 사람, 비울수련..누나의 일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내가 조금 도와주었다고는
하지만, 벌써 최연소 프리랜서 마스터라는 용병게 제2인자 자리에 올랐으며 또한 3일
뒤에는 프리랜서로드챌린지 최종일정을 진행하였다고 들었다. 과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8년전 그날, 수련누나가 보여준 무위는 보통이 아니었다. 전투고글도, 전투
복도, 소현컴퓨터도 없이 오직 두자루의 에너지병기, 그것도 접근병기만 가지고 단시
간에 리쿠르드 3마리를 격살시킬정도의 강함, 그리고 그 다음에 보여준 그 정신적 강
함, 밝음. 무엇보다도 절망과 좌절로만 가득차있던 나에게 삶의 지표를 제시해준, 진
정한 은인(恩人)이었던 것이다. 그녀도 나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때의 기억은
그리 평범한 것이 아니니까. 그래...그래서...모든일이 끝날때까지, 난 아무것도 함
부로 단정지을 수 없었다. 최악의 경우, 내가 모아온 모든 돈을 써보지도 못하고 그
대로 이승과 하직할 수도 있기에....그래서, 아직은 미류의 무언의 질문에 나는, 답
을 해 줄수가 없었다.
미류, 그녀의 이야기.
"그래, 수고했어, 세르한테도 수고했다고 전해줘."
"아니에요, 진상오빠, 참, 진상오빠도 이번에 안드로메다 반군 제1 주력부대 토벌 성
공으로 승진하셨다면서요. 은하방위군 제1지역 사령관으로."
"하핫, 소문이 벌써 거기까지 퍼졌나? 뭐 워낙 빽이 좋잖아. 승진이 기쁜일은 아니지
만 방위부대라면 전선보다는 안전할테니 나로써는 기쁜일이지."
"훗, 진상오빠 답기는 하지만 군인답지는 않은 말이네요, 그것도 은하영웅의 전당에
오른 한사람으로써는 더더욱 말이에요,"
"너도 알다시피 그런 전당에 오른 사람일수록 전쟁을 싫어하지. 왜냐고? 죽기싫거
든."
"그렇군요...근데 승진이 그다지 기쁘지 않으시다는 분께서 요새 왜그리 싱글벙글 웃
고 사세요? 예전보다도 훨씬 더 자주 웃는 것 같은데.."
"그건말이다.........너도 커보면 안단다. 자 그건그렇고 이 디스켓이나 좀 받아. 하
나는 세르 주고, 어쩌면 그 디스켓 안에 네가 궁긍해 하던 것에 대한 해답이 들어있
을지도 모르겠군."
"에? 이게 뭔데요?"
"에..........쉽게 말해서 청첩장이지."
"에엑~~~~~~"
이게 무슨 마른하늘에서 날벼락이 떨어져 공간왜곡을 일으킬법한 소리야!!
"서...서....설마, 진상오빠가....결혼?"
"....응."
"마...말도 안돼...요...우......평샌 여자에는 관심없을 것처럼 굴더니만....결국에
는."
"아하앗, 뭐 인생이라는게 그런거 아니겠니."
"그...그럼 상대는 누구에요?"
"............우우........그러니까........강.......서연."
이번에는 공간왜곡을 일으키다 못해 차원왜곡까지 일으킬법한 소리라 하면 적당하리
라
"..........그 강서연이라는 이름이 가르키는 지시대상이 여러명이라는 건 알지만 저
는 심히 우려가 되네요. 진상오빠가 말한 그 강서연이 설마 은하연합군 제3사령관 강
서연 중장...언니는 아니겠지요?"
"오호, 정확하게 그녀야."
".......................................할말이 없네요....으음, 생각해보면 진상
오빠는 거의 공주를 잡은거나 마찬가지네요"
"어? 어째서?"
"군권최고직위의 아버지와, 행정권최고직위의 어머니사이의 딸....에에, 생각해보니
까 정말 그렇잖아.."
"이상한데 신경을 쓰는군."
"진상오빠만 그렇게 생각하는거라군요..다른사람들은 그래도 조금이나마 그 배경에
주눅이 들텐데...하긴, 진상오빠는 보통사람이 아니니까."
"그런가? 이상한데 신경쓰지 말라고....흐음."
하긴 하지만 그것보다 더 신경쓰이는 것은 두사람의 행동이다.
사실 서연언니와 진상오빠는 별로 친하지 않은 듯 보였으니까, 매번 만나면 싸우기
나 하고, 으르렁대기나 하고..뭐 이상하게 서로의 마음이 잘 맞아서 전투시에는 놀라
울정도의 콤비네이션을 보여주었다고는 하지만 그것과 연애는 다른일 아닌가? 알수
가 없어..정말 세상일이라는건....둘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아, 전에 서연언
니가 한번 크게 당했던 적이 있었다고 했었지. 그때 구출대가 진상오빠였고..우웅,
이렇게 저렇게.....
내가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진상오빠는 다시 말을 걸어왔다.
"후응...미류도 이제 슬슬 갈 나이가 되지 않았나? 솔찍히 말해서 우리는 조금 늦은
편이었으니까. 그래, 세르하고는 아직도 진전이 없어?"
아....
"..에?? ..저...저기 그..그게.."
"응? 왜 갑자기 풀이 죽어서?"
"이...이건 확실하지는 않지만....그게...느낌이라는게....있잖아요....셀은..다른
여자를 좋아하는 듯 싶어요."
"엉? 그게 무슨 슈레딩거의 고양이가 죽지 않는다고 말할법한 소리야?"
"그게..무슨 뜻이에요?"
"아, 쉽게 말해서 200억달러 복권당첨되고난 다음날 자살할법한 소리냐고..한마디로
말도 안돼는 소리라는 거지."
"그게 쉬운 비유에요?"
"아무튼....말해봐."
"이..이건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름이 비울수련이라고...가끔씩 자면서 중얼거리거
나, 작업해둔것들을 잠깐 보니까....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
"물어봤어?"
"그..그런걸 어떻게....."
"후후...큰일났네...세르는 6년동안 밖에 나가지도 않았잖아. 그런데 어떻게.....혹
시 화면상으로 보고 이쁘니까 그런거 아냐?"
"제 짐작으로는....아마 8년전이지 않나 싶어요. 작년에 7년전 어쩌구 하는소리도 많
이 들었던 것 같아요....게다가..세르가 겨우 미모에만 홀려서 그럴리는 없다고요."
"흐음....8년전이라...혹시 네가 말하는 그 비울수련이라는 여자가 용병제일가문 비
울가의 프리랜서마스터 '글라시안 사파이어' 비울수련을 말하는거야?"
"네...."
"그것참, 공교롭군....8년 전이라면, 비공식적인 정보로는 비울수련이 한번 실종 된
적이 있어, 물론 실종이 아니고 가출이겠지만"
"그걸 어떻게?"
"비울가문이 하는작태와 상황을 본다면 쉽게 유추해볼 수 있지. 그리고 그당시에만
해도 벌써 메이져클래스B의 용병이 갑자기 실종되겠어? 그것도 갑자기 전투고글과 전
투복, 소형컴퓨터 같은 전투 보조 기구를 제거하고?"
"그렇군요...."
"그때, 세르를 만난걸 거야. 참 8년전이라면 세르가 최초로 자신의 병명에 대해서 알
고 고아원을 몇일동안 나갔던 날이기도 하잖아....이런 우연이!!"
설마....그런일이....아냐, 이건 뭔가 아냐, 뭔가 위험해.....
"에?....네? 아....그..그런.,,우우,,,"
"호오, 둘간에 모종의 썸씽이 있었다는 소리?"
"아...그...그럴지도요..아하하....저저기, 저 이만 가볼께요."
"아아, 그래 세르한테 안부전해주고. 으음..비울수련이라..상당히 예쁜애던데.....이
거 재미있겠는걸"
당신은 지금 재미있을지도 모르지만 난 지금 심각하다구요!!
우우..생각했던것보다...더 심각해....난 그냥 세르의 짝사랑인줄 알았는데....그래
서, 어느정도의 확신을 가지고 있어어도 그러려니 했었는데, 언젠가는, 결국 언젠가
는 내 곁에 있어줄것이라 믿어왔는데, 이건 너무하잖아. 다 좋다고....그 여자를 좋
아하는 것도 좋고, 결국에는 나를 선택하지 않는다고 치더라도 그것까지는 이해할수
있어. 하지만 처음부터 나를 범주에 두지 않았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어. 아무리 그
렇다고 하더라도, 난 세르의 곁에 있을거야. 좋아. 어차피 8살때부터 계속 지켜왔던
마음이야, 쉽게 무너지는 당연히 있을 수 없고, 난 질 수 없다고.....쉽게 포기하지
않겠어. 설령 세르 너의 선택이 나를 향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말이야..지금까지 계
속 기다려왔고, 참아왔어. 하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대답을 듣겠어. 세르 기다려.
비울수련, 그녀의 이야기.
이제...하루를 앞두고 있었다. 나의 프리랜서로드챌린지 최종결투. 물론 나는 아직
무척 젊다고 할 수 있는 21세에 불과하지만 내일 있을 하나의 관문은 내 평생의 과업
중 하나이기도 했다. 비울가문의 붕괴라는 거대한 과업의...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
도 그 대과업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수단인 프리랜서 로드의 자리에 오르기도 전에
내 편생의 숙원인 가문부터 무너지는 괴현상이 일어난 것은 정말..어처구니가 없다
고 말해야 할까.......확실히 몇년전부터 우리가문은 상당히 위태위태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성세를 누리던 가문이 지금과 같은 몰락의 길을 걷게된 분수령은 역시 나의
가출사건 전후라고 할까? 당시 그저 비울가문의 속박으로부터 도망가는 것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했었던 나는 세르라는 소년을 만났다. 그것이 내몸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그 뒤로 비울가문은 각 분야에서 세계제일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두
사람의 협공을 받게 되었으니까...아니 처음에는 나 혼자인줄만 알았다. 어린 나이였
지만 내부공작과 내분을 일으켜 내부로부터 가문을 흔들어 놓으며 비울가문 붕괴를
위한 초석을 깔아두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나 자신의 실력도 조금 더 향상시키기로
했다. 겨우 메이져 클래스B의 실력으로는 아무것도 이룰수 없을테니까, 그래...그래
서 세르와의 약속인 프리랜서로드의 자리에 부끄럽지 않을 실력을 갖추기 위해서 노
력했다. 아니, 노력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약6년전부터 모든 것의 전말이 시작되
었던 것이다. 단 한명의 해커였다. 비울가문을 흔들어 놓은 것은....현대사회에서는
해커라는 것은 그 어떤 테러리스트보다도 위험했다. 생존이 달린 문제였으니.....
그 해커는 외부로부터 차근차근, 비울가문의 모든 것을 건들고 흔들어 놓기 시작했
다. 이런사태를 대비해 가문에서 기를 15명의 다른 해커들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 한명의 해커는 15인이 힘을 다해서 만든 방화벽, 프로그램, 차단막, 함정등을 유
유히 뚫고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고 있었다. 난 시간이 지나면서 그 해커가 세르일지
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당시에 되돌아 생각해 보면 그 사실을 어렴풋이
떠올렸을 때 정말 강한 충격을 느꼈던 것 같다. 나보다도 한 살 어리고, 그 최악의
병이라 일컬어지는, 에이즈는 치료해도 이것의 치료는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병 페드
라톡시알라지오르겐 박테리아의 합병증에 걸린 작은소년. 그 아이는 이미 확실하게
비울가문을 흔들고 있었다. 당시에 나는 겨우 메이져클래스S... 2년전에 비해서 두등
급상승한 것이었다. 남들이 보면 무척이나 빠른, 아니 파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승진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고 나에대한 자부심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당시 가른 나의 자부심은 여지없이 깨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동시
에 어떤 미묘한 감동을 받았다. 그게 무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결국에 나
는 그 해커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결국 세르였던 것이다. 그는 아무도 모르게
내 전용 데이터 베이스에 2줄의 문장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 문장은 단순하고 직설적이었지만 나는 그 마음을 확실히 전해들을수 있었다.
- I exist somewhere in the world, and always behold you.
so, you never despairtion by your enemies. I always stare you.
- by nothing until win to you -
그 두 문장은 지금것 나의 마음을 지켜주었고, 힘들다고 생각될때마다 힘이 되어주었
다. 그래,지지 않을거야...라는 마음이. 지금은 너무나도 유명해진 해커네
임 'Nothing' 그게 세르 너라는 걸 나는 알고 있어. 지금 아무리 세상이 나에게 무어
라고 하더라도 의미가 없었다. 세계최연소 프리랜서 마스터? 내게는 아무것도 중요하
지 않았다. 내게 의미있는 것은 오직 프리랜서로드의 자리. 바로 내일이다. 로드의
자리에 군림하여 날 속박하는 모든 끈들을 끊어버리고 나의 주체성을 찾을 때까
지... 난 강하니까 지지 않을 것이다. 후, 세르 너였지? 어제 바로 우리가문의 최대
기밀이자 핵심 족보를 해킹하여 빼돌린것이....하여간..후후 솔찍히 말해서 내가 이
긴다음에 부탁하려고 했던게 바로 그거였는데...미리 들어줘 버리면 난 어떻게 하
지? 그래 그건 나중에 생각하는거야. 난 내일 이길 것이다. 그것만큼은 변함이 없었
다. 벌써 몇일째 이어오고 있는 프리랜서로드 챌린지의 마지막날..... 내 이름 글라
시안 사파이어 비울수련이라는 이름이 헛되지 않도록 난 내 실력을 증명할 것이다.
부모님이 남겨주신 이 두자루의 검으로...나의 애병 '엘린리버'와 '플랙스'..... 내
실력뿐 아니라 나 자신을, 내 삶의 이유를, 욕망을, 세르의 의지를 증명할 것이다.
상대가 누구라고 하더라도...... 하지만............그것 보다도 중요한 것은, 아니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세르, 너의 앞에서 당당할 수 있도록, 너와 같은 위치에서
세상을 내려다 볼 수 있도록, 그리고.......같은 위치에서 너를.....좋아할 수 있도
록.
미류, 그녀의 이야기
오늘이 셀이 말한지 3일째 되는날, 셀은 일을 다 끝냈을까? 상대가 비울가문이라 시
간이 걸릴지는 몰라도, 지금쯤 일을 다 끝냈을 것이다. 그래 그럼 일단은 내가 예약
해둔 PRS-RE시스템에 들어가 평생의 숙원인 페드라통시알라지오르겐 합병증을 치료해
야겠지....그래, 그다음에도 늦지는 않겠지... 나는 가만히 문을 열었다. 세르가 설
치한 각종트랩과 경보장치들은 실로 만만한 것들이 아니니까...서두르면 안된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쥐도새도 모르게 즉사할 가능성이 있었다.
"삐-"
작은 신호음이 하나 들리고 나는 간신히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셀....."
"............."
이상하게도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평소같으면 '미류냐' 정도의
한마디는 했을텐데....지금은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아니, 그저 미약한 숨
소리만이 들려올고 있었을 뿐이었다. 서...설마!!
"세르!!세르!!"
나는 조금 더 강하게 세르를 불러보았다. 그리고 급히 안쪽으로 뛰어들어갔다. 불길
한 예감 그대로 세르는 쓰러져있었다. 아주 작은몸... 쓰러진 세르의 안색은 지나치
다고 할 정도로 창백했다. 그리고 손에 들려있는 세장의 디스켓...설마, 세 개 다 의
뢰품목일리는 없을테고... 뭐지? 아니, 이럴때가 아니야...세르....지금 쓰러져서는
안돼!!
크윽, 조금만, 조금만 더 일찍 왔더라면 이런일은 없었을텐데.....
"세르....세르!! 정신차려!!"
"하......아.....크윽......미..........류..........수........련........"
저, 정신이 아직 붙어있는건가? 순간적으로 질투심 비슷한 것이 일기는 했지만 그래
도 내이름을 먼저 불렀으니....아니,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지만 세르에게 의식은 없는 것 같았다. 그냥 무의식적으로 발출되는 것 같았다. 자
아, 이럴때일수록 침착해야해... 아직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야. 지금 당장이라도
PRS-RE시스템을 이용할 수는 있으니까...일단 지구까지 가는게 문제인데...일반 우주
여객선은 무려8시간이나 걸린다.... 그 사이에 세르는 이미 세상에 없다. 그러니까
패스....아.....그래 의료워프가 있었지...위험하지만 우주공간어디라도 단한번에,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는 궁극의 운송장치...그래서 생사불명의 환자이송에만 쓰인다
는 그 것...이제 그것을 사용할 때이다.
.............
.....................
잠시뒤 세르는 의료구조반에 의해서 드디어 연구실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6년만의
외출이기는 하였으나 의식불명이니.....의료워프를 이용해서 지구까지 가는것도 성공
하였다. 그러나 막상 문제는 PRS-RE시스템을 이용하느냐 안하느냐였다. 세르는 응급
처치를 통해서 일단 생명의 위독상태는 간신히 벗어났다고 했다. 그리고 앞으로 두가
지의 방법이 있으며 하나는 말 그대로 PRS-Re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었고, 또 하나
는 차라리 그 돈을 가지고 극빙수를 비롯한 각종 의료도구의 도움으로 생명을 유지하
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는 아무런 문제없이 깨끗하게 치료할수 있다고 하지만 몇가
지 문제점이 있다면 지금 현재 세르의 상태로는 완치율이 40%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나머지 60%의확률로 세르는 죽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 완치하지
는 못하겠지만 최소 20년간은 계속 살아갈 수 있다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갈등이
될 수밖에 없었다. 최소20년의 수명보장....그리고 완치......그 이면에 있는 죽
음.....그러나 선택은 하나였다.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없었다. 최소한 세르는 이렇
게 했을 것이다. 그에게 완치라는 것은 살아간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는것이니까,
그리고....세르가 그렇게 생명연장을 한다고 해봐야 기뻐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심지어는 나 조차도.....그리고 또 한가지 내가 믿는것....그어떤 조그마한 확
률이라도 세르는 그 안에 반드시 포함될것이라는 것. 나는 그걸 믿었다. 그것이 40%
의 확률이든, 0.000001%의확률이든 세르는 반드시 그 범위안에 포함될 것이라는 신념
에 가까운믿음.. 그래, 세르는 강한 애니까. 난 믿는다. 그리고....난 지금 한사람
을 만나보아야 하겠다. 비울수련......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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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1집과 연결되기는 합니다면 독립된 내용입니다.
참고로 대 설정프로젝트 천지창조프로젝트의 일부분이기도 하며 꿈속의 아이들에 나오는 현상이 여기 나오는 현상박사라는것 정도..만 알아주세요..( 아무도 신경안써!!!)
카페 게시글
소설게시판
[단편]율무간드 단편2집 1.(참고로 1집과 설정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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