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9 ;
바로 아래 처제한테서 문자가 왔다. ‘언니 오늘은 어때요?.
저 말일부터 내달 3일까지(3/31~4/3) 일본 좀 다녀와야 하는데,....문제없겠어요?’
‘지금 상황에서 형부 판단이 괜찮을 것 같으면 다녀오고, 그렇지 않으면 미루던지 해야 하는데,..’
..........난 답을 해 주었다. ‘응, 괜찮을 것 같아. 잘 다녀오시게.
의사가 지난 월요일에 2~3주라고 했으니까. 가끔 겁나기도 하지만 잘 버틸 것도 같아.
원체 강한 의지력이 있으니까‘
이제 나 혼자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좀 있다.
장례식장은 어디로?
부고 전 하는 방법,
매 순서의 예배는 누가 해 주실까?,
그리고 제일 큰 거는 화장 후 어느 곳의 납골당을?-
-이건 처형이 자기가 마련해 놓은 곳을 준다고 하지만 받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후불제 상조 회사에 가입은 하여 놓았으나, 혼자 감당해야 하는 일들이다 보니 미리미리
준비하여 두어야 할 것 같아서다.
이걸 딸이 알면 ‘아직 살아 있는데 괜히 야단이야’라고 할 터이지만,...
암튼 나 혼자 행해야 할 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마눌님, 오늘은 비교적 고통 없이 하루를 지냈다. 가끔 배가 아프다고 할 땐 작은 Motor가 달린 것 같이
나의 오른 손으로 빠르게 배를 문질러 주면 괜찮고,.....
여전히 Morphine은 주입되고, 복수는 1,500 cc/day 배출 시키고 있고,....
음식은 맛을 잃었는지 거부하고,.,
많은 [삶]의 표현 중 ‘끈질기다.’는 표현도 맞다 는 생각이 들기도 한 날이다.
[나를 사랑하는 자들이 나의 사랑을 입으며 나를 간절히 찾는 자가 나를 만날 것이니라. -잠언 8:17]
3/30 ; (일요일-주일)
마눌님이 서서히 음식을 먹지 못하기 시작한다. 아니 목구멍으로 삼켜야 하는 약들도 이젠 못 넘기고 있다.
어쩌다 물 한 모금 마시게 하려면 정말로, 한 모금 입에 넣은 물 중, 두세 방울 정도만 넘기고 나머지는 입 밖으로 흘려 내 뱉는다. 이런 고통은 없어져야 할 것들인데,....
점심시간 때 쯤 둘째 처제와 처형이 왔다.
그 시간, 마눌님의 호흡 곤란 증세가 나타났다. 부랴부랴 간호사실에 이야기 하고,
곧 이어 당직 의사가 달려왔다.
당직 의사라야 몇 년차 레지던트이니,......그러나 성실하게 대처하게 해준다.
전화로 의사에게 묻고, 마눌님의 처방 등 data를 컴.에서 살피고,...그런 후 맥박, 혈압, 체내 산소량 Check, 호흡 측정 을 동시에 Check 하는 복합 측정기를 병상 곁에 설치하여 놓고 긴급 처방 주사약을 주입하였다. 잠시 후 마눌님의 호흡과 맥박 등이 어느 정도 정상으로 돌아 왔다. 이제 마눌님은 본격적인 진짜 중환자의 면모(?)를 갖추었다고 표현할까?
곁의 처제가 눈물을 훔치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운 한 장면으로 머릿속에 남을 것 같다.
이 와중에도 잠시 복합 측정기를 보니 [Philips]라는 Brand가 보인다.
순수 국산인 마눌님의 몸을 멀리 네덜란드에서 온 기기가 check해 준다고?....
아아~~그래,..!!! 몇 년 전 의료기기 생산 단지 조성을 위한 지역 선정에 정부와 지자체간의 갈등이 표출 되었던 것
을 기억하는데,...바로 이런 기기들의 생산과 개발을 위한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이 심각한 순간에....허허허....
마눌님의 몸 상태가,-- 호흡과 맥박 등이 어느 정도 안정된 것을 보고, 처형과 처제에게 병상을 잠시 맡기고 딸과 함께 집으로 왔다. 그리고 이제부터 24시간 마눌님 병상 곁을 맴돌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 같다는 판단에 속옷, 양말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챙겨가지고 병실로 다시 왔다.
저녁 6시가 다 되어 처제와 내일 다시 오겠다는 처형을 돌려보내고, 나는 마눌님 병상을 24시간 지킬 준비를 하여야 했다.
그러다 보니 다 큰 딸을 덩그러니 빈 시골집에서 혼자 자라고 할 수도 없고 해서 야단이다 싶었는데. 딸이 오늘만은 목욕도 하고,.. 겸사해서 찜질방에서 하룻밤 지내겠다고 하였다.
난 혼자 마눌님 곁에서 오늘일 수도, 내일 일 수도, 그리고 잠깐사이일 수도 있을지 모를 마눌님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하려는 마음가짐을 갖고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내야 했다.
3/31 ;
어제 다녀간 처형이 오늘 아침 11시경 다시 왔다.
나와 딸은 잠시 병실을 떠나 집으로 왔다.
딸은 집안 정리와 며칠 동안 병실에서 지낼 준비와 출근에 필요한 몇 가지를 챙기고,,........
난 파주 시청으로 갔다. 사회복지과 노인 지원 팀을 찾아 앞으로 며칠 안에 일어날지도 모를
마눌님의 앞날들에 대한 지원내용과 내가 하여야 할 일들을 문의하였다.
통일동산-동화 경모공원 사용 가능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곳들도 알아보았다.
다행이다. 며칠 전 처형이 마련해 놓았다고 사용하라고 한 곳이 아니더라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그리고 의료비 지원에 관해 파주 보건소와 전화 상담도 하였다.
이것도 비교적 잘 되었다,
앞으론 파주 보건소 말고 국민건강보험공단 파주지사를 이용하도록 권유와 조언을 듣고 그리하기로 작정하였다. 아직 100%는 아니라도 우리나라 복지 혜택은 잘 살펴보면 꽤 좋은 면이 많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비 급여 항목의 50%이상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음을 알았다. 잘 이용하여야 하겠다.
오후 3시경 병실로 와서 마눌님 상태를 보니 어제 일어났던 것과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 순식간의 일이다..
숨이 고르지 못하면서 멈추기도 하고, 흔들어 깨워도 반응이 없다.
나는 깜짝 놀라 얼른 간호사에게 알리고,...... 급히 달려 온 의사의 처방으로 15분 여 만에 정상으로 되었다. 휴~~~. 온 몸이 젖을 정도로 혼났다.
몇 가지 주사를 주입 하고서야 괜찮아 졌다.
어제 저녁부터 심하게 나타난 몽롱한 상태를 완화하려고, 어제 아침 그 동안 투약하던 Morphine을 제거하고, 대신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patch를 가슴 부위에 붙였었는데, 이게 마눌님한테는 맞지 않았나 보다. 그 patch를 떼고, 두 가지 주사를 놓은 잠시 후, 비정상의 정상(비 정상인으로서 으례히 보이는 상태로)으로 돌아 왔다.
갑자기 올 수도 있으리라고 예상하고 있기는 하지만,........잠시 동안...,... 10년 감수한 것 같았다.
저녁때는 괜찮았다. 편안히 지내는 것 같았다.
심장 박동은 84~90/min, 혈압은 95~115/65~79, 체내산소량(SpO2)은 87~100 %, 호흡은 3~24/min.으로 유지 되고 있다. ...다만, 불규칙적인 호흡이 문제다.
저녁 9시가 되어 마눌님 병실 옆은 딸에게 내어주고(?), 나는 이불을 하나 들고 백석공원에 주차해 놓은 딸아이의 차로 갔다. 차 속에서 잠을 자기 위하여,...
오늘, 좀 힘들었다. 그러나 그 힘든 과정을 두세 번 겪으면서 이것 또한 슬며시 만성화 되어가는 마음가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마눌님의 힘들어 하는 과정이 점차 놀라운 일이 아닌 것으로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참...인간 이란 게,...그렇고 그런가?...아무거나 적응 잘 하고,...
[다윗의 아들 예루살렘 왕 전도자의 말씀이라
전도자가 이르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해 아래에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사람에게 무엇이 유익한가?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되 땅은 영원히 있도다.
해는 뜨고 해는 지되 그 떴던 곳으로 빨리 돌아가고,
바람은 남으로 불다가 북으로 돌아가며 이리 돌며 저리 돌아 바람은 그 불던 곳으로 돌아가고,
모든 강물은 다 바다로 흐르되 바다를 채우지 못하며 강물은 어느 곳으로 흐르든지 그리로 연하여 흐르느니라.
모든 만물이 피곤하다는 것을 사람이 말로 다 말할 수는 없나니 눈은 보아도 족함이 없고 귀는 들어도 가득 차지 아니하도다.
이미 있던 것이 후에 다시 있겠고 이미 한 일을 후에 다시 할지라 해 아래에는 새 것이 없나니,
무엇을 가리켜 이르기를 보라 이것이 새 것이라 할 것이 있으랴 우리가 있기 오래 전 세대들에도 이미 있었느니라.
이전 세대들이 기억됨이 없으니 장래 세대도 그 후 세대들과 함께 기억됨이 없으리라.-전도서 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