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닥터 지바고’
며칠 전 아카데미 수상작 시리즈로 영화 ‘닥터 지바고’를 다시 보았습니다. 몇 십 년 전의 감동이 되살아났습니다. 그때는 정말 감동적인 영화가 많았습니다.‘아바리아 로렌스’와 함께 이 영화는 러시아혁명이라는 대 로망이 전개되는 이 작품으로 이태리의 국제적인 프로듀서 카를로 폰티가 제작한 영화로 아카데미 5개 부문을 받은 영화입니다. 감독은 데이비드 린이 맡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라라의 테마는 19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아있는 감동스런 음악입니다. 시베리아의 눈 속에서 영화 속 주인공들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입니다. ‘닥터 지바고’는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소설을 영화화 한 것이지요. '닥터 지바고’는 러시아 혁명기를 헤쳐 나가는 지성인의 비극을 그리고 있는 파스테르나크의 유명한 소설입니다. 그는 혁명에 대한 냉소적이고도 비판적인 묘사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사랑에 대한 아주 감수성이 풍부한 터치를 통해 본래 가지고 있던 인간의 자유와 더불어 진정한 삶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는 러시아 모스크바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저명한 화가였고, 어머니는 당대에 이름을 날린 피아니스트였다고 합니다.
그는 어느 정도 부모님에게서 예술가의 기질을 타고난 겁니다. 파스테르나크는 어린 시절에 어머니를 따라 음악을 공부했었습니다. 그는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기도 했지만 그것 역시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문학 작가의 길을 걷게 됩니다. 그는 1958년에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지만, 정부의 압력으로 인해 수상을 거부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시인이었던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유일한 장편소설인 닥터 지바고는 1955년에 완성되지만 러시아 혁명의 이데올로기를 부정하였다는 이유로 출판이 거부되었습니다. 1957년 고국인 소련이 아닌 이탈리아에서 출간 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20세기 초 러시아의 격동의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1905년, 1917년 2월 및 10월 혁명과 제1차 세계대전, 백군과 적군의 내전 등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습니다. 주인공은 당연 유리 지바고입니다. 또 하나의 주인공은 라라입니다. 유리 지바고는 시베리아의 부유한 실업가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10세 때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납니다. 고아가 된 지바고는 친척인 어느 부유한 가정에서 자랍니다. 바로 그로메코 가의 외동딸 또냐와 함께 자랍니다. 그는 의사가 되었고 양아버지 '알렉산드르'는 자기 딸 '또냐'와 결혼을 시킵니다. 반면에 또 하나의 주인공인 라라는 남편을 여윈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남편의 친구이자 자신의 일을 돌봐주는 변호사 꼬마로프스키와 내연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그는 열여섯에 불과한 라라에게 흑심을 품습니다. 그는 그녀를 범하기에 이릅니다. 라라는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린 저녁에 어느 유명한 집안에서 꼬마로프스키에 대한 분노로 그를 총으로 쏩니다. 마침 파티에 참여했던 유리 지바고는 그 현장에서 라라를 목격하게 됩니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꼬마로프스키는 자신에 대한 추문이 알려지게 될 것을 두려워합니다. 이 사건을 묻어두고 라라를 처벌 위기에서 건져줍니다. 후에 라라는 파샤라는 남자와 결혼하고, 함께 유라친이라는 곳으로 가서 함께 교사생활을 합니다. 그때, 제 1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유리는 군의관으로 징집됩니다. 동유럽의 전선으로 향하게 되고, 그곳에서 운명의 여신처럼 유리는 간호사가 된 라라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라라는 남편 파샤가 전쟁에 참전했는데 전사했는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듣고 남편을 찾아 왔던 것입니다. 함께 6 개월을 의사와 간호사로서 일을 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이끌리게 됩니다. 그런데 러시아에서 혁명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전쟁은 끝납니다. 유리는 모스크바로, 라라는 유라친으로 돌아갑니다.
모스크바로 돌아온 유리 지바고는 아주 낯선 풍경을 보게 됩니다. 정권을 장악한 소비에트가 자신과 장인인 알렉산드르 같은 지식인들을 미워합니다. 결국 모스크바를 떠나 또냐의 외가가 있었던 바리키노라는 시베리아의 시골에서 은거하기로 해서 함께 떠납니다. 모스크바에서 시베리아로 가는데, 그들은 기차를 타고 가며 고국의 내전 상황을 목격합니다. 유리는 군대에 체포되어 조사를 받는데 그 부대의 지도자는 스뜨렐리니코프라는 남자였습니다. 그는 유리를 풀어줍니다. 그는 전사했다고 알려진 라라의 남편인 파샤였습니다. 파샤는 스뜨렐리니코프라는 가명을 사용하며 열혈 혁명당원이었습니다. 그는 부대의 지휘관까지 된 것이었습니다.
유리와 가족들은 근처의 유라친을 기착지로 하여 바리키노에 도착, 그곳에서 생활을 시작합니다. 연구와 저술활동을 하던 유리는 근처 도시인 유라친의 한 도서관에서 우연히 라라를 만나게 됩니다. 라라를 내심 그리워하던 유리는 결국 그녀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나가게 됩니다. 그는 가족들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멈추지 못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유리는 홀로 다니다 빨치산 부대에 끌려갑니다. 군의관의 죽음으로 의사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가족들에게 알리지도 못하고 빨치산 부대에 끌려간 그는 부대를 따라 동쪽으로 계속 이동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그는 빨치산 부대의 실상과 고통 받는 민중의 모습을 뼈저리게 느끼고 마침내 도망쳐 나옵니다. 갖은 고생 끝에 그는 다시 유라친에 돌아와서 가족들의 소식을 듣게 됩니다.농업분야의 권위자인 장인 알렉산드르가 당국의 소환을 받음에 따라 모두 모스크바로 이동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유라친에서 그는 모스크바에 있는 가족들의 행방을 수소문하면서 라라와 만나 동거생활을 합니다.마침내 아내 또냐의 편지를 받게 되는데 가족들은 국외 추방되었고 파리로 가게 되었다면서 앞으로 다시 만나지 못할 것 같다고 소식이었습니다.
유리와 라라에게 꼬마로프스키가 찾아옵니다. 그는 그들이 당국으로부터 위험인물로 찍혀있으니 자신과 함께 극동지역으로 피신하자고 제안합니다. 라라는 어린 딸 때문에 흔들리지만 유리는 그것을 단호히 거절하고 유리와 라라는 바리키노로 피신합니다. 하지만, 꼬마로프스키는 포기하지 않고 바리키노까지 쫒아온 그는 유리를 설득합니다. 라라의 남편 파샤이었던 스뜨렐리니코프는 처형당했다며 라라만이라도 자신과 함께 가게 해달라고 합니다. 유리는 결국 라라에게 나중에 뒤좇아 가겠다고 하고 그녀를 꼬마로프스키와 함께 떠나보냅니다.
유리는 한 남자의 방문을 받는데 그는 라라의 남편 파샤였습니다. 파샤는 괴로움과 피로감으로 결국 자살을 택하고 맙니다. 극심한 고생으로 인해 그의 건강은 이미 악화되었습니다. 어느 날 그는 전차에서 내린 후 쓰러져 죽고 맙니다. 그의 장례식에는 극동에서 돌아온 라라가 참석합니다. 의사이며 시인이었던 그는 이렇게 죽고, 그 이후에 그녀의 소식이 끊기는 것으로 이 소설은 마무리 됩니다.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옛날 대한 극장의 70mm의 대형 화면에 펼쳐진 장대한 시베리아의 설원, 그 설원을 가로 지르며 달리던 시베리아 횡단 열차의 장쾌한 장면이 펼쳐지며 라라의 테마가 4본 트랙의 입체 음향으로 완전히 정신을 혼미하게 했던 장면 등 상상이 안 가는 끝없이 펼쳐진 대평원의 눈 덮인 설경, 이리가 울부짖는 밤, 그러면서 시를 쓰는 유리의 모습입니다. 그의 눈동자는 언제나 무엇을 쫓는듯이 먼 곳을 응시하며 내면의 채우지 못하는 자신의 세계를 향하는 눈빛, 지식인 유리는 이 모든 것을 겪으면서 처절히 몸부림칩니다. 그래도 이 영화는 주제는 바로 사랑입니다. 혁명의 와중에서도 사랑은 변할 수 없습니다. 숱한 역사의 파도 속에 휩쓸려 헤메는 유리 지바고와 라라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입니다. 지바고와 라라에게도 역사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공산주의로 바뀌었지만, 그들의 삶은 더 끔찍해 졌습니다. 지바고는 비록 고아가 되었지만 모스크바의 지식인 가정에서 자라나 상류 계급과 그 문화의 전형적인 인물이었습니다. 그래서 뛰어난 의사이면서도 감수성이 유연해 철학이나 문학을 연구하였습니다. 이 장편의 마지막에 24편의 시가 발표되어 있는 것처럼 시를 쓰기도 합니다. 그리고 시인의 눈으로 자연과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이 작품을 이해하는 열쇠가 되기도 합니다. 결국 시를 좋아하는 민족임을 암시합니다. 지바고는 자신을 혼돈 속으로 휘말려 들게 한 전쟁과 혁명을 하나의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정신적 독립을 지키려 합니다.
인간의 정신과 감정, 창조성을 강조한 이 영화는 데이비드 린 감독의 또 다른 영화‘아라비아의 로렌스’를 함께 작업한 바 있는 필리스 달튼이 맡았습니다. 북구의 추운 환경에 가장 잘 어울리는 모피가 다양하게 선보인 이 영화에서 영감을 얻어 그 무렵 크리스찬 디올이나 입생 로랑 같은 유명 디자이너들은 '지바고 룩'을 발표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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