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개의 무문관(無門關)
저자; 혜개(무문)
출판사; 휘문출판사의 세계 대사상 35 권(1972 년), p 377 - 429을 사용하였다.
그러나 나랏말싸미에서 1998 년 발행된 책도 있다. (p 272, A5, 12000 원)
불교의 선(禪)은 선을 하는 동안 주제가 없는 것이 최고의 경지라고 한다. 그러나 이 경지에 이르기 위해 먼저 주제를 가지고 선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선을 하는 주제를 화두(話頭)라고 한다. 한 화두를 가지고 수 년 씩 선을 해도 그 화두를 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우리 속인(俗人)들이 함부로 이야기할 주제는 아니다. 거의 모든 화두는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우리 속인(俗人)들은 단지 화두를 보며 여러 방향에서 생각해보는 범상(凡常)한 접근밖에 할 수 없을 것이나, 바로 이것이 여러분에게 이 책을 권하는 이유이다. 우리는 풀리지 않는 주제에 대해 어찌 보면 무익(無益)한 노력을 함으로써 우리의 마음을 깊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여기에 붙인 모든 주석(註釋)은 이런 방향에서 적은 것이지, 감히 불교의 진리나 선(禪)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아서 설명한 것이 아님을 알아주기 바란다.
불교에는 국경이 없으나, 선을 하는 사람은 태어나고 자라난 나라가 있어서인지 우리나라와 중국 그리고 일본의 화두가 서로 다르게 느껴진다. 그 중 내가 좋아하는 화두는 중국의 것들이다. 기회가 있으면 우리나라의 화두와 중국의 화두를 비교해 보기 바란다.
여기에 제자가 질문하고 스승이 대답하는 경우가 많이 나온다. 스승의 대답이 어때야 하는가에 대한 모범적인 예는 아니나, 여러분들이 스승의 이런 대답에 만족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기 바란다.
원래 이 책은 주석을 합하여도 50 쪽 남짓한 작은 분량이다. 이 책의 48 개의 화두 중 47 개를 여기에 소개한다.
이 책의 제목인 무문관(無門關)은 전(前) 대통령이 흔히 사용하던 "대도무문(大道無門)"이라는 휘호와는 내용적인 연관성이 하나도 없음을 밝혀둔다.
브리태니커에 화두에 대한 내용이 아래와 같이 잘 정리되어 있다.
공안 公案 COPYRIGHT (C)한국브리태니커회사, 1999
선불교, 특히 임제종(臨濟宗)에서 선(禪)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정진(精進)을 돕기 위해 사용하는 간결하고도 역설적인 문구나 물음.
화두(話頭)라고도 한다. 공안을 풀기 위해 분석적인 사고와 의지적인 노력을 다하는 동안 사고의 전환이 이루어져 직관수준에서 적절한 답을 찾을 수 있는 준비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선사(禪師)는 수행자에게 참선에서 얻은 경험의 어떤 부분을 전수해주고, 또한 수행자의 역량을 시험해본다.
대표적인 예를 들면 '양손이 마주칠 때 소리가 난다. 한 손으로 손뼉을 칠 때 나는 소리를 들어보라'라고 문제를 제공하는 식이다. 때로 문답식으로 된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부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뜰 앞의 잣나무'라는 대답을 공안으로 들기도 한다.
원래 중국에서 공부(公府)의 안독(案犢)이라고 하는 말에서 나온 공안은 선사의 언행록에서 뽑아 모은 것이다. 현재 모두 1,700개가 전해진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공안집으로는 1125년에 중국 승려 원오(
悟)가 그전부터 있던 공안집에서 100개 정도를 가려내어 편집·주석한 〈벽암록 碧巖錄〉과 1228년에 중국 승려 혜개(蕙開)가 48개를 모은 〈무문관 無門關〉이 있다.
무문관 無門關
그대는 어찌 듣지 못하였던가!
문으로 들어온 것은 집안의 보배가 아니며, 인연으로 얻은 것은 마침내 허물어진다는 것을!
대도(大道)에 문이 없으니
길이 천 갈래라
.
이 관문(關門)을 통과하면
하늘과 땅을 홀로 걸으리.
1. 조주(趙州)의 구(狗; 개 구)자
조주 화상(和尙)에게 한 중이 물었다.
"개에게도 불성(佛性)이 있습니까?"
조주가 대답하기를
"없느니라[무(無)]" 하였다.
[원주(原註); 일체 중생이 모두 다 불성을 원만하게 갖추고 있고, 다만 보통사람은 번뇌에 덮여서 불성을 모르는 것이므로 불성을 깨쳐 번뇌에서 벗어나라는 것이 대승 불교의 기본 교리이다.]
[임성삼의 주(註); 만해 한용운께서 이 화두(話頭)로 선을 6 개월 하시다가 열이나고 머리가 아파져서 감당하지 못하시고 그만 두셨다고 한다. 그 이후 더 이상 선을 안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무문(無門)이 평한다. ... 단지 이 한 개의 무(無)자, 즉 이것이 종문(宗門)의 첫째 관문이다. 나는 이를 선종(禪宗)의 무문관이라 부르고자 한다. 만일 이 관문을 뚫고 지나간 자는 다만 친히 조주를 볼뿐만 아니라, 곧 역대 조사와 더불어 손을 잡고 같이 가고 눈썹을 함께 하여 같은 눈으로 보고, 같은 귀로 들을 것이니 이 어찌 기쁘고 시원스런 일이 아니겠느냐! 다들 이 관문을 뚫어 보지 않으려는가!
그러자면 360의 뼈마디, 8만 4천의 털구멍, 온 몸, 온 정신을 똘똘 뭉쳐 하나의 의문 덩어리를 만들어 이 무(無)자 화두를 참구(參究)하라.
밤낮을 가리지 말고 이 문제와 부딪쳐라. 이 <무(無)>의 뜻이 결코 허무(虛無)의 뜻이라거나, 있느니 없느니 하는 것으로 이해하려 하지 말라.
마치 한 개의 뜨거운 철환(鐵丸)을 삼킨 것과 같이 토해 내려 하여도 토해 낼 수도 없게 된다. 이와같이 하여 이제까지의 나쁜 지식과 나쁜 느낌을 다 탕진해 버리고 오래오래 지내면서 맑게 익어가면 저절로 내외가 한 조각이 되리니 이 때는 벙어리가 꿈꾼 것과 같이 나만 스스로 알게 된다.
이 때에 돌연히 경지를 타파하여 나아가면 하늘을 흔들고 땅을 뒤집는 소식을 알 것이니, 이때는 관우 장군의 큰 칼을 빼앗아 손에 잡은 것과 같이 불(佛)을 만나면 불을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며, 생사 마당에서 큰 자유를 얻어 육도(六道) 사생(四生) 속에서 자유로이 노닐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 것인가? 오직 평생의 기력을 다 바쳐서 이 무(無)자 말머리를 들어라. 만약 끊임없이 지어 가면 마치 법을 촛불에 한번 붙이면 단번에 밝아지듯이 되리라.
송(頌)으로 이른다.
개와 불성! 이 한 마디에
불조법의 바른 법령(法令)은 온전히 반포되었다.
이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유무(有無)의 견해를 가져 얼른 댄다면
이 사람은 당장에 신명을 잃으리라.
[역주(譯註); 조주(778 - 897)는 남천 보원의 법을 이었다. 종념, 속성은 확씨, 조주 관음원에서 교화하였으므로 조주라 하였다. 어려서 출가하여 80 세까지 행각, 수도 이후 40 년을 크게 교화하여 조주 고불(古佛)이라 칭한다.
임성삼의 이야기
; 다른 기록에 의하면 스님은 8 세 이전에 출가하였고, 40 세까지 열심히 선을 하여 깨달으셨고, 그 후 60 세까지 세상을 다니셨고[행각(行脚)], 60 세에 조주에 자리를 잡으셨다고 한다.
어느 이른 봄, 8 세의 조주 스님은 남천 화상에게 배우기 위해 먼저 머물던 서상원(瑞象院; 상서로운 코끼리는 석가모니를 의미함)이라는 절에서 먼 길을 걸어 남천 화상이 있는 곳에 갔다.
누워있는 남천 화상에게 절하니 화상이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조주 스님이 대답하였다.
"서상원(瑞象院)에서 왔습니다."
"그러면 큰 코끼리를 보았는가?"[부처님을 뵈었는가? 라는 뜻이기도 함]
어린 조주스님이 대답하였다.
"서상(瑞象)은 못 보았습니다마는 누워계신 살아있는 부처님을 뵙고 있습니다."
라고 대답한 후 큰 절을 하며 다시 말했다.
"봄이라 하지마는 아직 날씨가 찹니다. 스승님께 인사올립니다."
이렇게 똑똑하고 재치있는 조주 스님이었으나 거의 40 살이 되도록 깨우치지 못하고 많은 고생을 하셨다.
조주 스님 80 살이상이 되셨을 때이다. 일찍 일어나 평소대로 마당을 쓸고 있는 데 한 선비가 들어오며 말했다.
"스님같이 청정(淸淨)하신 분도 쓸어낼 것이 있으십니까?"
조주 스님이 대답하셨다.
"밖에서 날아 들어와서... 이것 봐 또 하나가 지금 날아 들어오고 있지 않은가?"
물론 여기의 '또 하나'는 그 선비를 가리키는 것이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좋은 증거이다.
이 조주 스님을 주인공으로 한 재미있는 우리나라 단편소설이 있다.
여기 무문관에도 조주 스님이 만드신 여러개의 화두가 있다.]
2. 백장야호(百丈野狐)
백장 화상이 설법할 때면 매양 한 노인이 와서 대중을 따라 법을 듣고 대중이 물러가면 함께 물러가곤 하였는데, 한번은 대중이 물러가도 노인은 물러가지 않는다. 그래서 화상이 물었다.
"앞에 있는 자는 어떤 사람이냐?"
노인이 대답하였다.
"예, 저는 사람이 아니옵니다. 과거 가섭불 때에 일찍이 이 산중을 주장하던 수행인이온데 그때에 한 학인이 와서 묻기를 '대수행인(大修行人)도 인과(因果)에 떨어집니까?'하고 물어왔습니다. 그때에 제가 대답하기를 '인과에 떨어지지 않느니라'하였습니다.
저는 이로 인하여 500 생 동안을 여우 몸을 받고, 지금껏 해탈하지 못하고 있사오니, 바라옵건대 화상께서는 저를 대신하여 한 말씀하여 주시어 여우 몸을 벗어나게 하여 주십시오"
하고 청했다.
그리고 계속하여 이렇게 묻는 것이었다.
"대수행인도 인과에 떨어지는 일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화상이 대답하였다.
"인과에 매(昧; 새벽 매)하지 않느니라."
노인은 그 말에 대오하고 절을 하며 말했다.
"저는 이제 여우 몸을 벗어났습니다." ...
[임성삼의 주(註); 여기의 매(昧)는 미혹이란 뜻이다. 단어만으로는 앞의 개념과 큰 차이가 없다.
여우의 몸을 벗어난 이유를 말하라는 것이 공안이다.]
3. 구지가 손가락을 세우다(俱 堅指)
구지 화상은 누가 와서 법을 물으면 언제나 손가락 하나를 세워 보였다.
화상의 처소에 한 동자가 있었다. 한번은 구지 화상이 출타중에 어떤 사람이 찾아와서 물었다.
"화상께서 어떻게 법을 설하시던가?"
동자는 말없이 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뒤에 구지가 이 말을 듣고 동자의 손가락을 칼로 잘라 버렸다. 동자는 아파서 울고 나갔다. 구지가 다시 동자를 부르니 동자는 고개를 돌렸다. 구지는 손가락을 세웠다. 이를 본 순간 동자는 홀연히 깨우쳤다.
구지가 열반에 들 즈음에 문인에게 말하였다.
"나는 천룡(天龍) 선사(先師)에게서 <한 손가락 선>을 얻은 후로 평생을 쓰고도 다 쓰지 못하였다."
말을 마치자 멸도(滅道)에 들었다.
무문이 평한다.
구지와 동자의 깨친 곳이 손가락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사이의 소식을 알기만 하면 천룡[天龍]과 구지와 동자와 자기를 한 꼬치에 꿰리라
.
송(頌)으로 이른다.
구지는 천룡을 망신시키네
날카로운 그 칼은 동자를 시험하니
거령(巨靈)이 제 손 들기 무슨 힘이 들던가.
단번에 천만 겹의 화산(華山)을 쪼개느니.
구지 화상; 850 년 경의 화상
4. 오랑캐에 수염 없다(胡子無鬚; 호자무수)
혹암 화상이 말하였다.
"서쪽의 오랑캐는 왜 수염이 없는가?"
무문이 평한다.
공부는 모름지기 실(實)다워야 하며 깨달음도 또한 실다우니라. 이 오랑캐는 모름지기 친히 직접 보아야 하나니 설사 친히 보았다 하더라도 두 개가 된다.
[임성삼의 주(註); 여기의 서쪽 오랑캐는 중국 선종(禪宗)을 시작한 달마대사를 말한다.]
[달마 達磨 ?∼? [약 500 - 600] 백과사전에서
중국 선종(禪宗)의 개조(開祖). 인도 이름은 보디 다르마(Boddhi―dharma)이다. 보리달마(菩提達磨)라고도 하며, 달마(達摩)라고도 쓴다. 원각대사(圓覺大師)라는 시호를 당(唐)나라 중기에 받았다.
6세기 초 서역(西域)에서 화베이〔華北〕로 건너와 뤄양〔洛陽]을 중심으로 활동하였다. 종래에는 11세기 때 정리된 전승설화 외에 전기나 사상 등이 불분명하였으나, 20세기에 들어와 둔황〔敦煌〕에서 발견된 어록(語錄)에 의해 벽관(壁觀)으로 일컬어지는 독자적인 선법(禪法)과, 제자들과의 문답이 확인되어 그 실상이 밝혀졌다. 그 시대의 불교가 번쇄한 철학체계에 기울어진 가운데, 벽이 그 무엇도 접근시키지 않듯이 본래의 청정한 자성(自性)에 눈떠 바로 성불(成佛)하라는 설법을 평이한 구어로 말한 종교운동가였다. 8세기부터 9세기에 걸친 급격한 사회변혁 시대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새 불교의 이상을 달마에게 구하였다.
불립문자(不立文字)·
교외별전(敎外別傳)
(문자·언어·경전에 의해 전해지는 것이 아닌 스승과 제자의 마음에서 마음으로 직접 전해짐)·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
(바로 자기의 마음을 파악함으로써 자신이 본래 부처였음을 깨닫는 것)
의 4구절에 그 교의와 역사가 집약된다.
달마는 부처〔佛陀〕로부터 28대 조사(祖師)이며, 정법을 전하기 위하여 중국에 건너왔다. 남해를 건너 남조의 양(梁)나라에 이르러 불교학의 최고봉 무제(武帝)와 문답했으나 정법을 전하는 데에는 부족하다 하여, 비밀리에 북위(北魏)의 쑹산〔嵩山〕 소림사(小林寺)에 들어가 후에 제2조(祖)가 되는 혜가(慧可)와 만났다 한다.
혜가가 달마에게 입문을 구하였지만 승낙을 얻지 못하자 한쪽 팔을 잘라 진심을 증명한 설화와, <저는 마음이 불안합니다. 제발 제 마음을 가라앉혀 주십시오/그대의 불안한 마음을 한 번 내게 보여주지 않겠나, 그래야 가라앉혀 주지/그건 어디를 찾아봐도 발견할 수 없습니다/나는 지금 그대의 마음을 가라앉혀 두었네>라고 하는 혜가와의 안심문답(安心問答)이 유명하다. 달마의 선(禪)의 특색은 이러한 대화의 어기(語氣)에 있으며 마침내 사람들은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 달마가 서쪽에 온 뜻)를 묻게 되었다. 이 문답이 선종의 모든 것이다.]
송(頌)으로 이른다.
어리석은 사람 앞에서
꿈 이야기 하지 말라.
달마에 수염 없다고
멀쩡히 어둠만 더하나니.
[임성삼의 주(註); 우리는 달마의 그림을 많이 본다. 많이 보는 그림에 있는 것도 정확한 것을 물으면 잘 떠오르지 않는 것이 사람이다. 하물며 여러가지 복잡한 많은 내용이 있는 불경의 진리에 대한 것을 완전히 체득하려면 어떤 공부를 하여야 하는가? 우리의 전공 공부는 어느 정도로 완벽하게 하여야 하는가? 달마의 수염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달마의 뜻을 이어갈 수 있는가? 이 화두에 대한 나의 낮은 단계의 생각이다.]
5. 향엄이 나무에 오르다.(香嚴上樹; 향엄상수)
향엄 화상이 말하였다.
"그대가 나무 위에 올라가 손으로 가지를 잡지 않고 발로도 나무를 밟지 않고서 오직 입으로만 나뭇가지를 물고 매달려 있을 때, 어떤 사람이 나무 밑에 와서 달마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을 묻는데,
이때에 대답하지 않는다면 저 사람의 물음을 어기게 되고, 대답하고자 하면 곧 떨어져 죽게 되니 바로 이런 때 그대는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무문이 평한다
.
여기에 이르러서는 비록 그대가 냇물을 굴리듯 막힘 없는 큰 말재주가 있어도 아무 소용이 없으며, 부처님의 모든 말씀을 다 말할 수 있다 하더라도 또한 소용없다. 만약 여기에 이르러서 한 소식 얻는다면 이제까지의 죽은 것들을 모두 살리게 되고, 이제까지 살았다는 것들은 모두 다 죽게도 할 것이다. 만약 그러하지 못한다면 미륵불이 출세하기를 기다렸다가 가서 물어라.
[임성삼의 註; 미륵불은 석가후에 앞으로 가장 빨리 나타날 부처이다. 석가 입적 후 54만 8천 년 후라고 하던가?]
송(頌)으로 이른다.
향엄은 참으로 돼먹지 않았다.
모진 독기를 한없이 뿌리는구나
모든 중의 입을 문질러 놓고서
온몸에 귀신 눈이 튀어 나오게 한다.
6. 세존이 꽃을 드시다(世尊拈花; 집을 념, 염, 접)
세존 석가모니불이 영산 회상에서 법을 설하셨다. 그때 세존이 한 송이 꽃을 들어서 대중에게 보였다. 그때 대중들은 모두가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하였는데 다만 가섭 한 사람이 빙긋이 웃었다.
이에 세존이 말씀하시기를
"나에게 정법의 안목을 갖추었고, 열반에 이른 미묘한 마음이며, 상(相)이 없는 실상인 불가사의한 법문이 있느니라. 이는 문자를 세우지 아니하고 말 밖에 따로 전하는 법이니 이를 마하 가섭에게 부촉한다."
하였다.
무문이 평한다
.
누른 얼굴의 고타마[석가모니]가 곁에 아무도 보이지 않는 것 처럼 마구 양민을 억압하여 천민을 삼고, 양의 머리를 걸러 놓고 개고기를 파는구나[양두구육(羊頭狗肉)]! 이제까지는 다소 기특한 점이 있다고 여겼는데!
만약 그때에 대중이 다 웃었다면 정법(正法)은 어떻게 전하였을 것이며, 또한 가섭이 웃지 않았다면 어떻게 전하였을까?
만약 정법을 전수할 수 있는것이라면 황면 노자[누른 얼굴의 늙은 이; 석가모니]는 어짜하여 순박한 사람들을 큰소리치며 속였으며, 만약 전수할 수 없는 것일진대 어찌하여 유독 가섭에게만 허락했던가!
송으로 이른다.
꽃을 들어 보임이여
꼬리가 이미 드러났네.
가섭이 홀로 웃었으나
인천(人天)은 모두 어리둥절할 뿐!
[임성삼의 주; 자 말해보아라. 석가는 어떻게 꽃을 들어 가섭에게 전하였는가?]
7. 조주가 발우를 씻다.(趙州洗鉢; 조주세발)
어느 중이 조주 화상에게 물었다.
"저는 갓 수도원에 들어왔습니다. 스님의 가르침을 받고자 합니다."
조주 화상이 말하였다.
"죽은 먹었느냐?[수도원에서는 아침에 죽을 먹는다]"
"네, 먹었습니다."
"그러면 발우[스님들이 식사하는 그릇]나 씻어라."
이에 그 중이 홀연히 깨쳤다.
무문이 평한다.
조주가 입을 벌려 쓸개를 보이게 하고 심장과 간마저 드러냈으나. 그러나 그 중이 이 말을 듣고도 참된 것을 몰랐다면 종 소리를 가리켜 독을 치는 소리라 하는 것과 같다.
송으로 이른다.
다만 너무나 분명하기에
도리어 소득이 더디구나.
일찍 등불이 바른 불인 줄 알았던들
밥은 익은 지도 이미 오래였으리.
[임성삼의 註; 여러분의 공부도 책을 보고, 교수님의 강의를 들은 후 복습만 하면 어려운 것이 없다. 이 중이 밥을 먹고 밥그릇을 닦듯이.]
8. 해중이 수레를 만들다.(奚仲造車; 해중조차)
월암 화상이 대중에게 물었다.
"해중은 1백 폭의 수레를 만들었다고 한다. 만약 이 수레의 양쪽 바퀴를 떼어 버리고 또한 굴대마저 떼어 내면 이 수레는 어떻게 될 것인가?"
[임성삼의 주(註); 논어에는 공자님의 이런 말씀이 있다. "사람이 정직하지 못한 것은 수레에 굴대가 없는 것과 같다."
위의 본 뜻과 같은 지 모르나 나는 다음과 같이 응용하였다. 공부한다고 하면서 논리적으로 생각하지도 않고(양 바퀴를 떼어버리고), 학습 내용을 외우지도 않겠다면(굴대도 떼어 버리면) 공부에 진전이 있겠는가?]
9. 대통지승불(大通智勝佛)
한번은 한 중이 흥양양 화상(818 - ?)에게 물었다.
"대통지승불[크게 통하고 모든 것을 아는 부처님]이 10 겁 동안을 도량[수도하는 곳]에 않아 있었어도 불법이 현전하지 아니하여 성불하지 못하였을 때 어떠합니까?"
화상이 대압하였다.
"너의 질문이 너무나 분명한 것을 묻는구나!"
중이 다시 물었다.
"이미 도량에 앉아 있거늘 어찌하여 성불하지 못합니까?"
"저가 성불하지 않기 때문이다."
10. 청세의 외롭고 가난함[청세고빈(淸稅孤貧)]
조산 화상에게 한 중이 와서 물었다.
"화상이시여, 저는 외롭고 또 가난합니다. 도와주십시오."
화상이 그 중을 불렀다. "그대[너]"
"네" 하고 대답했다.
"가장 좋은 술을 석 잔이나 먹고, 입도 안 축였다고 하느냐"
[임성삼의 주; 우리는 공부하다가 스스로 아는 것이 없고,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부족함을 느끼는 것은 이미 자기가 어느 정도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부족한 사람은 자기가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법이다.]
11. 조주가 암주를 시험하다
조주 화상이 한 암주[작은 절을 맡고 있는 주인]에게 가서 물었다.
"있느냐, 있느냐?"
암주가 주먹을 치켜 들었다. 조주는
"이곳은 물이 얕아서 배를 댈 수 없군!"하고 가 벼렸다.
다른 암주에게 가서 또 물었다.
"있느냐, 있느냐?"
이곳 암주도 주먹을 치켜 들었다. 조주는 말하기를,
"능히 주기도 하고 능히 빼앗기도 하며, 살활(殺活)을 자유로이 하는구나!"
하고 절하였다.
무문이 평한다.
주먹을 치켜 들기는 매한가지인데 어찌하여 하나는 긍정하고 하나는 부정하는가? 자 일러 봐라. 이 문제 점이 어느 곳에 있는가?
만약 이곳에 한 마디 내릴 수 있다면, 곧 조주의 변설이 얼마나 거침없고 혹은 붙들어 일으키고 혹은 내동댕이치는 대자재 도리를 얻은 것을 가히 볼 것이다. 비록 그렇기는 하나, 조주가 도리어 두 암주에게 간파 당하였음을 어찌하랴! 만약 두 암주 사이에 우열이 있다고 하면 아직 참선 학도의 안목이 없다 할 것이요, 우열이 없다고 하더라도 역시 참선 학도의 안목이 없다 할 것이다.
[임성삼의 주; 조주 스님이 또 등장한다.]
12. 서암이 주인공을 부르다 [암환주인(巖喚主人)]
서암언 화상은 매일 혼자서 "주인공!"하고 부르고는
"네!"하고 대답하고,
다시 말하기를 "정신차려라. 뒷날 남에게 속지 마라"
[그리고 스스로 답하기를] "네, 네" 하였다.
[임성삼의 주; 여러분도 정신차려 남에게, 또 스스로에게 속지 말고 자기 자신을 간직하기 바랍니다.]
13. 덕산탁발[덕산 스님이 탁발하다]
덕산 화상이 하루는 발우를 들고 당으로 내려갔다. 이를 본 설봉[스님]이
"이 노장이 종도 아직 치지 않았고 북도 아직 울리지 않았는데 발우를 들고 어디를 가는가!"하니 덕산은 곧 방장으로 돌아갔다. ...
14. 남천이 고양이를 베다.[남천참묘(南泉斬猫)]
남천 화상[조주 스님의 스승]이 제자들이 모여 고양이를 놓고 다투는 것을 보고 화상이 고양이를 손에 잡아들고 말하기를
"대중아! 한 마디 이르면 이 고양이를 살릴 것이요, 이르지 못하면 죽일 것이다." 하였다. 그러나 대중은 아무도 대꾸하는 사람이 없으니 마침내 고양이를 칼로 쳤다.
그날 밤, 조주가 밖에서 돌아왔다. 남천이 이 말을 하니 조주는 곧 짚신을 벗어 머리에 얹고 밖으로 나갔다. 이를 본 남천이 말했다.
"네가 있었던들 저 고양이를 살릴 수 있었을 것을!"
무문이 평한다.
자! 일러라! 조주가 짚신을 머리에 인 뜻이 무엇인가? 만약 여기에 대해 한 마디 이를 줄 알면 곧 남천의 영이 헛되지 않은 것을 알게 될 것이나, 그렇지 못하다면 위험하리라.
[임성삼의 주; 잘 알려진 화두이다.]
15. 동산의 삼돈방
운문 화상에게 동산이 참예하였을 때, 운문이 물었다.
"어디에서 떠나왔느냐?"
동산이 대답하였다.
"사도[지명]에서 왔습니다."
"여름에는 어디에서 지냈느냐?"
"호남의 보은사에서 지냈습니다."
"언제 거기서 떠났느냐?"
"8 월 25 일입니다."
"너에게 3돈방을 내릴 것을 용서해준다."[역주; 1돈방은 방망이 20 대]
동산이 물러갔다.
다음날, 동산은 다시 운문에게 문안드렸다. 그리고 물었다.
"어제는 화상께서 3돈방을 용서하여 주셨습니다마는, 저의 허물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운문이 말하였다.
"이 밥통! 강서 호남으로 잘도 쏘다녔구나!"
동산이 이 말 아래 크게 깨쳤다.
무문이 말한다.
... 자! 여러분에게 묻겠다. 동산이 3돈방을 맞았어야 했겠는가?
만약 맞아야 한다면 산천 초목 모두가 방망이를 맞아야 할 것이요, 만약 안 맞아야 한다면 운문이 헛소리를 한 것이 된다. 이 사이 도리를 분명히 밝힐 수 있는 사람이면 바야흐로 동산과 함께 맥을 통할 수 있게 된다.
16. 종소리와 7 조
운문화상이 말씀하셨다.
"세계는 이와같이 광활하다. 어찌하여 종소리를 듣고는 7 조 가사를 입고 나서느냐!"
무문이 평한다.
대개 참선하여 도를 배우는 데 있어 가장 꺼리는 것이 소리를 따르고 빛깔을 좇는 것이다. 설사 소리를 듣고 도를 깨치며 빛깔을 보고 마음을 밝혔다 하더라도 이것은 또한 대단한 것이 못된다.
송으로 이른다.
깨달으면 천지가 온통 한집이요,
깨치지 못하면 천차 만별이라.
깨침이 없으면 본래가 한집이요,
깨친즉 완연히 천차 만별이라.
17. 국사가 세 번 부르다.[국사삼환(國師三喚)]
국사[남양 혜충 국사(? - 775)]가 세 번 시자(侍者)를 불렀다. 시자는 세 번 대답했다. 국사 말하기를
"이제까지 내가 너를 저버리는 줄 알았더니 원래 네가 나를 저버리는구나!" 하였다.
무문이 평한다.
... 자! 일러 봐라. 어떤 곳이 저들이 배반한 곳일까?
18. 동산의 삼 세근[동산삼근(洞山三斤)]
동산 화상에게 한 중이 물었다.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동산이 대답하였다.
"삼(蔘) 세 근이니라."
무문이 평한다.
동산 노인은 조개 참선을 하여 겨우 입만 열어도 간장이 드러나는구나!
송으로 이른다.
불쑥 내민 삼 세근이
말은 친절하고, 뜻은 더욱 간절하다.
19. 평상심이 도(道)이다.[평상시도(平常是道)]
남천 화상에게 조주가 물었다.
"어떠한 것이 도입니까?"
남천이 대답하였다.
"평상 마음, 이것이 도이니라."
조주가 다시 물었다.
"그러면 닦아 나갈 방향이 있습니까."
"향하고자 하기만 하여도, 어긋나느니라."
그래도 조주는 의심이 나는 듯 다시 물었다.
"닦지 않는다면 어떻기 도를 알겠습니까?"
이에 남천은 자세히 설명하였다.
"도는 아는 데 속한 것이 아니며 알지 못하는 데 속한 것도 아니니라. 안다는 것은 망령된 지각(智覺)이요, 알지 못한다 함은 무기(無記)니라.
참으로 의심 없는 도에 사무쳤다면 마치 허공이 시원스럽게 탁 터진 것과 같으니 어찌 구태여 말로 다투랴."
조주는 이 말 아래 깨쳤다.
[임성삼의 주; 앞에서 발한 바와 같이 이 때 조주 스님의 나이가 40 세였다고 들었다.]
20. 큰 역량있는 사람[대역량인(大力量人)]
송원 화상[1132 - 1202]이 말했다.
"큰 역량 있는 사람이 어찌하여 발을 들어 일어서지 못하느냐."
[역주(譯註); 대장부의 기량을 가지고 어찌 선방(禪房)에 앉아 선만 하고 있느냐?]
또 이르기를,
"말한다는 것은 혀 뿌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
무문이 평한다.
송원은 가히 배를 베고 창자를 내어 보였다고 할 만 하다. 그러나 어찌하랴! 아무도 알아볼 사람이 없구나.
21. 운문의 똥 막대기
운문 화상에게 한 중이 물었다.
"어떤 것이 불(佛)입니까?"
운문이 대답했다.
"마른 똥 막대기니라."
[역주(譯註); 우리나라에는 없다. 고대 중국에서 용변 후 지금의 화장지처럼 사용한 둥근 막대기.
임성삼 주(註); 말라 있으므로 사용하기 편리한 상태이다.]
무문이 평한다.
운문은 가세가 가난하여 소식(素食)조차 차리기 어려웠고, 일이 바쁘니 초서(草書)로 조차 끄적거릴 겨를이 없었다고 할 만하다. 그러나 이 뜻을 모르는 자들이 자칫하면 이 똥 막대기를 들고 나와서 문을 괴고 집을 받치니 불법의 흥세[흥한 세력]를 가히 알 만하다.
22. 가섭의 찰간
가섭 존자에게 아난[부처님의 10 대 제자중 다문(多聞)이 물었다.
"세존이 화상에게 전하신 금란가사(金 袈裟) 외에 따로 전하신 것이 무엇입니까?"
가섭이 "아난" 하고 불렀다.
아난이 "네" 대답하니 가섭이 말하였다.
"문앞 찰간(刹竿)을 쓰러뜨려라."
[역주(譯註); 찰간은 법요가 있는 것을 알리는 장대이다. 옛날 인도에서는 논쟁이 있을 때 사람을 모으기 위해 세웠다고 함.]
23. 선도 악도 생각하지 말라[불사선악(不思善惡)]
육조[달마조사로부터 여섯 번째 수제자] 혜능을 쫓아서 명상좌는 대유령까지 왔다.
[임성삼의 주; 달마가 남겨놓은 옷과 발우가 전수되며 법통을 이어갔다. 혜능이 5조로부터 이것을 이어받고 떠나자 명상좌는 빼앗으려고 따라온 것이다.]
육조는 명이 오는 것을 보고, 곧 의발(衣鉢)을 길가 돌 위에 내어 놓고 말하였다.
"이 옷은 신(信)의 표시이다. 힘으로 다툴까 보냐! 네 마음대로 가져가라."
명이 의발을 들고자 하였으나 꿈쩍도 하지 않는다. 명은 놀라고 당황하여 부들부들 떨었다. 그리고 말하였다.
"제가 여기 온 것은 옷을 빼았으러 온 것이 아닙니다. 법을 구하러 왔습니다. 행자여, 나에게 가르쳐 주십시오."
육조가 말하였다.
"선(善)도 생각하지 말고 악(惡)도 생각하지 말라. 바로 이때, 어떤 것이 그대의 본래 면목인가?"
이에 명이 크게 깨치니 온 몸에 땀이 흘렀다. 눈물을 흘리며 절을 하고 다시 물었다.
"지금 보이신 비밀의 말씀과 비밀한 뜻 이외에 다시 비밀한 깊은 법이 있습니까?"
육조가 말하였다.
"내 이제 너를 위하여 말한 것은 비밀이 아니다. 네가 만약 자기 면목을 다시 비추어보면 비밀한 이치는 도리어 너에게 있을 것이다."
...
무문이 평한다.
육조는 가히 급한 곳에 손을 썼고 또한 노파심이 간절하다. 마치 신선한 여지[임성삼 주; 양귀비가 먹었다는 맛있는 과일, 간혹 중국 음식점에서 디저트로 나온다]의 껍질을 벗기고 알맹이를 내어 입에 넣어 주어 다만 삼키게만 한 것과 같구나!
[역주(譯註); 육조(638 - 713) 달마로부터 제 6 대, 이름은 혜능, 중국 선종의 대성자(大聖者)로 꼽힌다.]
[임성삼 주(註); 육조의 여러 말씀을 적은 것이 "6조 단경"이다. 권하고 싶은 책이다. 육조는 본인이 입적하고 70 년 후에 자기의 머리를 동쪽에서 가져갈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70 년 후에 우리나라 중이 육조의 무덤을 열고 머리를 가져오려 했다는 중국 기록이 있다. 중국의 기록으로는 실패한 것으로 되어 있으나 우리나라 불교계에서는 그 때 육조의 머리를 가지고 와 지리산 쌍계사의 탑에 봉안하였다고 굳게 믿고 있다.
이런 이야기가 전해오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육조에 대한 존경심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 가를 말해주고 있다.]
24. 말을 떠나다
.
풍혈 화상에게 한 중이 물었다.
"말을 하든 잠잠하든 이미(離微)에 떨어지니 어떻게 하면 범하지 않음을 통할 수 있습니까?"
혈이 대답하였다.
"내 항상 강남의 3 월을 생각하노니 자고새는 우짖으며 백화는 향기롭다."
25. 삼좌의 설법
[임성삼; 불경을 알아야만 줄거리가 이어지므로 생략하였다.]
26. 두 중이 발을 말아 올리다.
청량 대법안(885 - 952)이 한번은 점심 전에 상참(?)하였다.
법안이 손으로 발을 가리켰다. 그러자 두 중이 함께 일어나 발을 말아 올렸다.
법안이 말하였다.
"하나는 얻고 하나는 잃었다."
무문이 평한다.
자! 일러 봐라. 누가 얻고 누가 잃었는가?
송으로 이른다.
말아올리니 밝고 밝아 태공(太空)에 사무치나
태공도 오히려 나의 뜻에 맞지 않네
27. 마음도 부처도 아닌 것
남천 화상에게 한 중이 물었다.
"이제까지 사람에게 설하지 않은 법이 있습니까?"
남천이 대답하였다.
"있다."
"어떤 것이 이제까지 설하지 않은 법입니까?"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고 물건도 아닌 것이니라."
무문이 평한다.
남천이 이 한 질문을 받고서 자기 살림살이를 모두 털어놓았으니 낭패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송으로 이른다.
친절이 도리어 군자의 덕을 다치니 말문을 닫았던들 참 공덕이 되었을 것을.
바다가 변하여 육지가 되더라도 나는 결코 그대에게 말하지 않으리라.
28. 용담이라 오래 울리다
.
용담 화상에게 덕산이 법문을 청하다가 밤이 깊었다.
용담이 말하였다.
"밤이 깊었으니 그만 돌아가게"
덕산이 인사를 드리고 나오니 밖은 캄캄하였다. 다시 돌아서며
"밖은 어둡습니다."
하니 용담은 초에 불을 붙여 내어 준다.
덕산이 손을 내어 받으려는데 용담이 촛불을 입으로 불어 껐다
.
이 찰나에 덕산은 홀연히 깨치고 곧 용담에게 절을 하였다.
...
29. 동하는 것은 바람도 아니고 깃발도 아니다
.
육조 혜능이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는 것을 보고 토론을 벌이고 있는 두 중을 보았다.
한 사람은 깃발이 움직인다고 하고 또 한사람은 바람이 움직인다고
하여 서로 다투고 도무지 이치에 닿지 않는 말을 하였다.
이에 육조가 말하였다.
"이것은 바람이 움직인 것도 아니며 깃발이 움직인 것도 아니고, 당신들의 마음이 움직인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주 중은 깜짝 놀랐다.
무문이 평한다.
이것은 바람이 동한 것도 아니며 깃발이 움직인 것도 아니며 마음이 동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육조의 뜻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30. 마음이 곧 불이다.[즉심즉불(卽心卽佛)]
마조[709 - 788]에게 대매[752 - 839]가 물었다.
"어떤 것이 불입니까?"
마조가 대답했다.
"마음이 곧 불이니라."
무문이 평한다.
만약 능히 이 말을 곧 알아듣는다면 불(佛)의 옷을 입고 불의 밥을 먹고 불의 말씀을 말하며 불의 행동을 하리니 이 사람은 곧 부처니라.
비록 그러하기는 하나 대매는 많을 사람들을 이끌어 잘못 알게 하였으니 그는 어찌 한 글자를 말하고도 삼일 동안 입을 씻었다는 것을 알았으랴. 만약 참으로 된 놈이라면 마음이 곧 불이라는 말을 듣고는 귀를 막고 천리는 달아났을 것이다.
31. 조주, 노파를 감파하다
.
오대산 가는 길가의 노파에게 한 중이 물었다.
"오대산은 어느 길로 갑니까?"
노파가 대답했다.
"똑바로 가십시오"
중이 이 말을 듣고 몇 걸음 걸어가니 뒤에서 노파가 말했다.
"좋은 스님인데 또 저 모양이로구나!"
[임성삼 주(註); 다른 곳에는 "좋은 스님 또 한사람 가는구나."]
한 중이 이 말을 조주에게 말하였다. 조주는
"좀 기다려라. 내가 가서 그 노파를 감파(勘破; 헤아릴 감, 깨뜨릴 파)하리라."하고 그 다음날 조주가 노파에게 갔다. 그리고 또한 전과 같이 물었다. 노파도 전과 같이 대답하였다. 조주는 돌아와 대중에게 말하기를,
"내가 너희들을 위하여 오대산 노파를 감파하였다." 하였다.
무문이 평한다.
노파는 다만 진영 내에 앉아서 계략을 꾸밀 줄은 알아도 도적이 숨어드는 것은 모르는구나. 조주 노인이 적 진영 내에 잠입하여 진지를 격파하는 수완은 훌륭하다. 그러나 어른다운 체통이 없다. 점검하여 보니 둘이 다 허물이 있다 하겠다.
그건 그렇고, 일러 봐라. 어떤 곳이 조주가 노파를 감파한 곳인가.
송으로 이른다.
물음도 일반과 같고
대답 또한 평상대로나,
그러나 밥에 모래가 섞었고
진흙 속에 가시가 들었느니.
32. 외도가 부처에게 묻다.[외도문불(外道問佛)]
세존에게 한 외도가 물었다.
"유언(有言)을 묻지도 않고 무언(無言)을 묻지도 않습니다."
이에 세존은 자리를 고쳐 앉으셨다.
외도가 찬탄하기를,
"세존은 대자 대비하시어 저의 어두운 마음을 열어 주시어 저로 하여금 깨닫게 하셨습니다." 하고 갖추어 예를 드리고 갔다.
이를 본 아난이 세존에게 물었다.
"저 외조가 무엇을 깨쳤기에 저렇게 찬탄합니까?"
세존이 말씀하셨다.
"준마(駿馬)는 채찍 그림자만 보고도 달리는 것과 같으니라."
무문이 평한다.
아난은 불제자인데 외도의 견해만도 못하구나.
자, 일러봐라. 외도와 불제자와의 거리가 얼마인가를.
33. 마음도 아니며 불도 아니다.(비심비불[非心非佛])
마조에게 한 중이 물었다.
"어떤 것이 불입니까?"
마조가 대답했다.
"마음도 아니고 불도 아니니라."
송으로 이른다.
길에서 검객을 만나거든 검을 내어놓고
시인이 아니거든 시(詩)를 바치지 말라.
[역주(譯註); 중이 마조에게 계속해서 물었다.
"그러면 어찌하여 '마음이 곧 불이다'라고 합니까?"
"어린 것이 울 때 달래기 위해서다."
"울음을 그쳤을 때는 어떠합니까?"
"비심비불[非心非佛]이다."
34. 지혜는 도가 아니다
.
남천 화상이 말하였다.
"마음이 불이 아니며, 지혜가 도는 아니다."
송으로 이른다.
날이 개니 해가 빛나고
비가 내리니 땅이 윤택하다.
지성을 다하여 남김없이 말했으나
다만 듣는 이 믿지 않을까 두렵다.
35. 천녀, 혼이 떠나다.(천녀이혼[ 女離魂, 예쁠 천자가 여기에 없다])
5조가 중에게 물었다.
"천녀가 혼이 떠났으니 어느 것이 참된 천녀인가?"
[역주(譯註); 당나라 때 장감이라는 사람에게 천녀라는 딸이 있었다. 천녀는 서로 좋아하는 왕주라는 남자를 따라가 두 아이를 낳았다. 그후 집에 돌아오니 집에서는 그 동안 정신 없이 병상에 누워있는 또 하나의 천녀가 있었다. 그 둘이 만나자 합쳐서 한 몸이 되었다.
임성삼의 주(註); 중국 영화에 천녀이혼이 있었으나 보지 못했다. 이 개념이 정신의학에 나온다고 들었다.]
36. 길에서 달인을 만나다
.
오조가 말하였다.
"길에서 도를 얻은 사람을 만났을 때 말이나 묵언(默言)으로 상대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대할 것인지를 일러보아라."
37. 뜰 앞의 잣나무
조주 화상에게 한 중이 물었다.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이 무엇입니까?"
조주는 대답하였다.
"뜰 앞의 잣나무니라."
38. 소가 창상을 지나다.
오조가 말하였다.
"비유컨대 물소가 창살을 지날 때에 머리와 뿔, 네 발이 모두 빠져 나왔는데 어찌하여 꼬리는 못 나오는가?"
[역주(譯註); "모든 중이 가족을 버리고 출가하였으니 마음이 명리와 세속 일에 탐착(貪着)하여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코끼리가 창을 빠져 나갔으나 꼬리가 창살에 걸려 못나간다고 표현한 불경(佛經)이 있다.]
39. 말에 떨어지다
.
운문 화상에게 한 중이 있었다. 그가
"광명이 고요히 비추어 온 세계에 두루 펼쳐졌다."하고 글귀를 외기 시작했다. ...
운문이 말하기를
"말에 떨어졌다."
하였다. 후에 다른 사람이 이를 들어 말하기를
"자 일어라, 어떤 곳이 말에 떨어진 곳인지"
40. 정병을 걷어차다
.
위산 화상이 백장 화상 회상(會上)의 전좌[음식 관리]를 맡고 있었다.
백장이 장차 후계자를 뽑기 위해 수좌와 함께 대중에게 말하게 하였다.
백장이 정병(淨甁; 손 씻을 물을 담는 병)을 가져다 땅위에 놓고 말했다.
"이것을 정병이라 불러서는 아니된다. 너희는 무엇이라 부를 것인가?"
수좌가 나와 말했다.
"나막신이라 할 수도 없습니다."
백장이 규산에게 물었다. 규산은 나와서 정병을 걷어차고 돌아갔다. 이에 백장이 웃으며 말하기를
"제 1좌가 산자(山子)에게 졌다.
41. 달마안심[達磨安心]
달마가 면벽(面壁)하고 있으니, 2조는 눈 속에 서서 칼을 빼어 팔을 잘라 달마 앞에 놓고 말하였다.
"제자는 아직도 마음이 편안하지 않습니다. 바라옵건대 화상께서는 저의 마음을 편하게 하여 주십시오."
달마가 말하였다.
"마음을 가져 오너라. 너를 편안하게 하여 주마."
"마음을 찾아도 얻을 수 없습니다."
"내 너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였느니라."
무문이 평한다.
이 늙어 빠진 오랑캐가 10만 리를 항해하여 일부러 온 것은, 과연 바람 없는 데 물결을 일으킨 것이다.
42. 여자, 정(定)에서 나오다[여자(女子)출정(出定)]
세존의 옛 일이다.
문수(文殊)가 여러 부처님이 모인 곳에 이르니 여러 부처는 각기 본 곳으로 돌아간 때였다. 그리고 다만 한 여인이 부처님 가까이에 앉아서 삼매(三昧; 마음이 깊은 곳에 안주하여 동하지 않는 상태)에 들어 있었다.
(문수는 깨우지 못하였는데 망명보살이 깨웠다.)
43. 수산의 죽비
수산 화상이 죽비를 들어 대중에게 말하기를
"너희들이 만약 죽비락 부른다면 저촉되고, 죽비라고 부르지 않는다면 어긋난다. 일러봐라. 무엇이라고 부를 것인가?"
[임성삼의 주; 말과 단어에서 벗어나 그 형식적인 구속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의미를 보전하기란 지극히 어려운 것이다.]
44. 파초의 주장자
파초 화상이 대중에게 말했다.
"너희에게 주장자가 있으면 내 주장자를 주리라. 너희에게 주장자가 없으면 주장자를 빼앗으리라."
[임성삼의 주; 나는 아래 정도로 밖에 해석하지 못한다.
여러분이 내가 설명하는 개념을 깨달았으면 깊이 더 가르쳐 줄 수 있으나,
내가 말한 바를 깨닫지 못했으면 여기서 배울 필요가 없다.]
45. 저는 누구냐
동산연 화상이 말하였다.
"석가도 미륵도 오히려 저의 종이니라. 일러 봐라, 저는 누구인가!"
송으로 이른다.
남의 활을 당기지 말라.
남의 말을 타지 말라.
남의 잘못을 가리지 말라.
남의 일을 참견하지 말라.
46. 장대 끝에서 앞으로 가다.
석상 화상이 말하였다.
"백 척의 장대 끝에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임성삼의 주(註);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의 원전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일은 이제 더 나아갈 곳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 곳에서 한 걸을 더 나가는 데서 진보가 얻어진다.]
47. 도솔의 삼관
도솔열 화상이 삼관을 만들어 학자에게 물었다.
"세속을 떠나 모든 곳의 선지식을 찾으며 참선하고 도를 배우는 것은 다만 견성하기 위함이니 지금 그대의 성품은 어느 곳에 있는가?"
"자성을 알았으면 생사에서 벗어날 것이니 그대는 죽음이 닥쳐왔을 때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생사에서 벗어났으면 갈 곳을 알 것이니 사대(四大)가 흩어지면 어느 곳을 향해 갈 것인가?"
48. 건봉의 한 길
건봉 화상에게 한 중이 물었다.
"지금 부처님이 열반문에 이르는 한 길이 있다 하오니 그 길이 어디에 있습니까?"
건봉이 주장자를 들고 공중에 1 자 한 획을 그으며
"여기 있다." 하였다.
[임성삼의 주(註); 여기까지 48 개의 화두를 옮겨보았다.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 바란다.]
선잠(禪箴)
규율과 법도에만 얽매임은 노끈 없이 스스로 얽음이요,
생각대로 걸림 없이 놀아나는 것은 외도 마군이요
,
마음을 잡아 고요와 맑음을 도모하는 것은 묵조의 사된 선이요,
뜻대로 마구 굴어 인연 경계를 불고(不顧)하는 것은 컴컴하고 깊은 구렁에 빠짐이요,
말끔히 깨어 매하지 않음은 쇠고리를 차고 목에 쇠고리를 짊어짐이요
,
선이나 악을 생각함은 지옥과 천당이요,
부처의 견해를 짓는 것은 철산에 갇히는 것이오
,
망념이 일어나면 곧 이것은 공(空)이라는 등 깨우치는 생각으로 대하는 것은 도깨비와 희롱하는 것이요,
우두커니 정(定)을 닦는 것은 귀신의 굴에서 살림하는 것이요
,
깨닫기로 나아가면 법리를 잃고,
물러서면 종지를 어기는 것이고,
나아가지도 않고 물러서지도 않는다면 숨쉬는 송장이다
.
자! 일러봐라.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노력하라!
임성삼의 이야기
선(禪)을 한다는 것은 자기를 찾는 것이다.
노력하라
.
내 항상 강남의 3 월을 생각하노니 자고새는 우짖으며 백화는 향기롭다(24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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