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중국의 정찰 풍선의 미국 본토 침입비행
문제로 중국 방문 일정을 연기했다고 미국 언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일(현지시간) 중국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정찰 풍선이 지난 이틀 동안 본토 상공에서 포착돼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전날 정찰 풍선이 몬태나주 빌링스 상공에 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Copyright@국민일보 ABC 방송 등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애초 지난해 미·중 정상회담 후속 논의 차원에서 오는 5~6일쯤 중국 베이징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무역, 대만, 인권,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 등의 문제들을 둘러싸고 미·중 관계의 급격한 침체를 막기 위해 중국을 방문하기로 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최고위급 인사다. 지난해 미·중 정상회담 이후 표면적으로나마 대화 분위기가 조성됐던 양국 관계가 중국의 정찰 풍선 문제로 얼어붙는 모양새다.
앞서 패트릭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미 본토 상공의 고고도 정찰기구(surveillance balloon)를 탐지해 추적 중”이라며 “미군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가 이를 면밀히 추적·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익명을 요구한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이 정찰기구가 중국 것임을 확신한다”며 “목적은 분명히 정찰이며, 항적은 몇몇 민감한 장소 위를 지나갔다”고 말했다. 이 풍선이 발견된 장소 중 하나는 몬태나주로, 이곳엔 미국의 3개 핵미사일 사일로 중 하나가 있는 말름스트롬 공군기지가 있다. 미국 국방부는 지상에 있는 사람들을 다치게 할 우려 때문에 민감한 장소 위를 날아다니는 풍선을 격추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 영공을 비행한 ‘정찰 풍선’이 중국 것임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명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그 비행정은 중국에서 간 것으로 민간용이며, 기상 등 과학연구에 사용되는 것”이라며 “서풍의 영향으로 자신의 통제 능력상 한계에 봉착, 예정된 항로를 심각하게 벗어났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이어 “중국 측은 비행정이 불가항력으로 미국에 잘못 들어간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중국은 앞으로 계속 미국 측과 소통을 유지하며 이번 불가항력에 의한 의외의 상황에 대해 적절히 처리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