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칼린 감독은 “리더도 채찍질을 당한다'라며 ‘남격 하모니' 때의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한 출연자가 무척 괴로워했다. 거의 절망 수준이었다. 악보를 볼 줄 모르니 곡을 도저히 외우지 못 하겠다는 것이었다.
“‘저걸 어떻게 해결해 줘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공부를 하게 되죠. 재림이에게 ‘우리가 저 친구 외우는 걸 해결해 보자'했어요. 그래서 따로 30분 만에 곡 외우는 법을 가르쳐줬더니, 울상이던 얼굴이 확 펴지면서 ‘선생님, 저 이제 해낼 수 있어요. 이게 어떻게 한눈에 들어오죠? 이제 저 진짜 믿으세요' 하더라고요.”박칼린 감독은 ‘위·아래가 있다면'이라는 전제 아래 “아랫사람한테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바로 우리에게는 채찍질”이라고 설명했다.
한 배우는 “박칼린 선생님은 평소에는 참 좋은데 ‘뭔가를 배우면' 사람이 확 달라진다”고 했다. 그녀는 연습실을 가리키며 “저 문에 들어가면 난 달라진다”라고 했다.
“방에 들어가면, 그곳은 약속의 공간이잖아요. 뭔가를 하러 간 거잖아요. 1초도 아깝죠.”‘할 때는 열심히, 놀 때도 열심히'가 모토다. 박칼린 감독은 “놀 때는 확실히 놀아요. 6월에는 2주 동안 완전히 사라졌었죠.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나라의 섬에 가서 2주 동안 정말 아무 것도 안 했어요. 수영하고, 먹고 잔 게 전부”라고 했다.
사실 배우들의 삶 자체가 그렇다. 박칼린 감독도 20년 이상 일을 하면서 긴장과 이완이 몸에 뱄다. 1시간이면 될 회의를 2~3시간씩 끄는 걸 참지 못한다. 그래서 회의를 할 때면 늘 시작과 마칠 시간을 정한다. “세상 어떤 회의도 1시간30분이면 충분하다”라는 생각이다.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약속한 1시간이 그야말로 물처럼 흘러갔다. 인터뷰가 끝날 즈음 박칼린 감독의 애견 ‘해태(삽살개)'가 슬그머니 다가와 그녀의 무릎을 베고 눕는다.
스튜디오를 나오는데 그녀가 가리켰던 연습실 문이 눈에 들어왔다. 인생에 한번쯤, 저 문을 열고 들어가 볼 수 있는 사람은 무척 행운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포츠동아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