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학과 인간 report ∽
주제 :『 한국의 입시 현실 비판과 교육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고찰 』
참고 문헌 : “교육공화국” 안재오 지음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 안에서 넘쳐나는 많은 인구가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는 역사와 전통이 긴 나라로 세계적으로 교육열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교육열은 높은데 비해 학생들의 학력 수준은 그리 높지 않은 것을 보면 교육열 높은 것이 그리 자랑은 아닌 것 같고 오로지 높은 교육열 속에서 고통 받고 있는 학생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울 다름이다. 물론 나 또한 한국의 입시 현실 속에서 고통과 혼란을 겪으며 지냈던 학생이었다. 물론 지금도 학생이긴 하나 우리나라의 특이한 교육 현실이 그러하듯이 가장 학업으로 인해 고통 받는 학생이 대학생이 아닌 중 ․ 고등학생들이 아닌가. 그래서 참 아이러니 하지만 대학 들어옴과 동시에 왠지 모를 시원섭섭한 기분을 느꼈던 것 같다. 현재 나는 ‘철학과 인간’이라는 수업을 듣고 있지만 한국 입시 현실의 폐해와 교육 개혁을 외치시는 교수님 덕분에(?) 이 시간만큼은 한국 교육제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고통 받고 지냈던 지난 나의 고교 시절이 떠오르면서, 그리고 현재 지조 없는 입시안 때문에 고통과 혼란을 겪고 있을 후배들을 생각하니 저절로 분개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이번 레포트를 통해서 지금까지 내가 겪어야 했던 입시 현실의 폐해와 현재 지금 가장 이슈가 되고 있고 우리나라 입시의 한계점을 절실하게 보여 주고 있는 고교등급제에 대해서 나의 생각을 짧게나마 피력하려 한다. 안재오 교수님의 ‘교육공화국’이라는 책을 참고로 하였으며, 내용이 다소 객관적이지 못하고 주관적인 면 또는 감정이 섞인 글이 될 수 있고, 물론 내가 전문가도 아니고 평소에 이쪽으로 정보를 그리 많이 얻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편견 또는 왜곡된 정보로 인한 잘못 정립된 생각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우선 읽는 이들의 양해를 구하는 바이다.
1. 나도 이른바 “이해찬 1세대”이다.
그동안의 방탕한 생활(?)을 정리하고 이제는 대학입시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며 차곡차곡 준비를 시작하려고 할 때 난 고1이었고, 바로 이해찬 1세대가 된 것이다. 그 당시 이해찬은 제 38대 교육부장관이었고, 그가 내세운 교육 방침은 ‘ 열린 교육 ’이었다. 그의 정책이 정확히 어떤 것이었으며, 어떤 방향을 제시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들 사이에서 이런 식을 통했다. ‘특기만 가지고 있으면 누구든 대학을 갈 수 있다.’ ‘ 특기와 적성을 살리는 교육방침’ ‘입시전쟁을 치르고 있는 학생들의 고통을 덜어 줄 수 있는 교육방침’ 등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정말 그럴 듯했다. 이런 방침을 토대로 우리는 공부를 했고, 그 결과로 우리는 이른바 ‘단군 이래 최고의 꼴통’이 된 것이다. 우리가 이런 수모와 핏박을 받아야 하는 것이 우리들이 자초한 일이었던 건가. 결국 우리는 피해자에 불과했다.
그 당시 다른 학교들은 어땠는지 알 수 없지만 우리 학교는 참 착한 학교(?)였다. 말 그래도 위에서 내려오는 교육 방침을 그대로 학교생활에 적용한 것이다. 야간 자율학습 폐지와 함께 정규 수업시간 외 시간(방과 후)에 학업의 연장을 금지시키고 대신 개인의 특성화를 살리기 위한 스포츠 활동, 취미 활동, 그밖의 교육 활동만을 허용했다. 그로 인해 방과 후 학교에 남아 있는 학생들은 얼마 되지 않게 되고 밖으로 도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밖으로 도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비행 청소년 아니면 사립 학원을 전전하는 학생들일 것이다. 그로 인해 사교육비로 인한 지출은 날이 갈수록 높아졌고, 학생들의 학업성적은 그런대로 비슷했다고 하지만(학교에서의 성적평가로 이루어지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문제는 대개 학교 수업내용을 중심으로 출제되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입시와 관련된 능력은 조금씩 차이가 생기게 되었다. 결국 학교 교육에만 매달리는 것은 미련한 짓이 되었고, 학생들은 대부분 고액 과외와 족집게 수능 도사를 찾게 되었다. 덕분에 학교 선생님들은 위신이 떨어지고, 학생들은 밤늦은 사교육으로 인해 학교 정규 수업시간은 잠자는 시간이 되어 버렸다. 결국 이해찬의 교육방침은 공교육을 죽이고 사교육을 살리는 방침이 된 것이다.
평소에 우리 집은 그리 좋은 형편이 아니었기에 그리고 그 당시 부모님께 교육비로 손을 내민다는 것이 죄송스러운 일이다. 라고 생각한 나로썬 학교 교육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좋은 일인지 모르겠지만 학교 성적은 상위권이었지만 모의고사만 보면 중위권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 모의고사 성적을 보고 담임선생님과 나는 그 당시 그저 의아해 하기만 할 뿐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당시 부모님께 빚을 내더라도 고액 과액을 시켜달라고 할 걸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이 생각이 잘못된 생각이라는 걸 알지만 말이다. 고3이 되었을 때서야 학교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 라고 생각이 들었나 보다. 물론 교육 방침에는 어긋나지만 그때부터서야 우리학교는 야간 자율학습을 시작하게 되었다. 강제 야간학습도 아니었다. 하고 싶은 사람들만 신청해서 학교를 오픈 하는 것뿐이었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교육부 모르게 해야 했기 때문에 이른바 숨어서 공부하기식 이었다. 우리학교 독서실은 맨 끝층. 7층에 있었기에 멀리서 보아도 불이 켜져 있는 것이 한눈에 보인다. 밤늦은 시간에 학교에 불이 켜져 있으면 이른바 교육청에 ‘신고’가 들어가기 때문에 우리는 저녁 8시까지는 7층 독서실에서 공부했고 나머지 11시까지는 1,2층 교실에서 몰래 공부해야 했다. 무슨 일제시대 학구열이 불과는 열혈 학우들 같았다. 하지만 이것도 그리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 8시까지는 학교에 남아있었지만 그 이후는 학원에 가야 했기 때문에 1.2 층 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50~60명밖에 되지 않았다. 물론 나도 여기에 포함되었다. 그렇게 저녁 도시락을 싸들고 가 학교에서 밤 11시까지 공부했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새벽 1시까지 공부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고3 마지막 모의고사에서 나는 담임선생님과 내가 만족할 만한 성적을 얻을 수 있었고,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이 없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이없는 수능 성적표를 받게 되었고, 그래도 내신이 좋았기 때문에 원하는 대학은 아니었지만 대학 합격 통지서를 받을 수 있었고 이렇게 대학생이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아쉬움이 많았던 고교 생활이었던 것 같다.
아무리 학구열이 불타도 교육 환경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면 자신의 실력을 확실히 필 수 있는 것이 현실인 것 같다. 물론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라고 하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공부해 S대의 문을 두드린 이들도 있지만 그 사람은 벼랑 끝에 내몰린 상태에서 초월적인 힘을 발휘한 거고 지금이 70~80년대도 아니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현실 속에 피해를 입고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 정말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경제력이 학업성적과 일맥상통하는 일이 현실인 것 같다. 경제적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교육적 빈부의 차를 야기 시키니 결국 학생들의 학구열만 떨어뜨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당시 이해찬 1세대라 하여 고통과 혼란 속에서 지냈던 지금 02, 03학번 학생들 비록 그 당시는 힘들었지만 지금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여 즐거운 대학생활 보내고 이었으면 좋겠다.
2. 고교 등급제
요즘 TV, 신문, 인터넷 어딜 보아도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바로 고교 등급제이다. 우리나라가 워낙 교육열, 대학입시에 대한 관심이 높다보니 이런 입시와 관련된 기사들이 거의 톱기사가 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수능이 있는 날은 온 국민이 수업생이 되기도 하니 해외에서 보면 거의 해외 토픽감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시 돌아와서 그럼 고교 등급제란 무엇인가에 대해 알아보자.
이는 대학입시에서 전국의 고교를 서열화하여 대학입학 전형에 반영하는 제도를 말하며, 처음 Y대 수시 1학기 모집에서 고교등급제를 통해 서울 강남권 학생들에게 학생부에서 최고 10%까지 혜택을 준 것이 드러나면서 발동이 걸려 요즘은 Y대를 비롯하여 상위권 대학 S대, K대, E대도 특별 감사해 그 사실 여부를 밝혀내라고 난리이다.
새로운 교육 개정안에서 내세우는 바는 현 수험생들의 실력을 평가함에 있어 수능(정시)의 비중을 낮추고, 학적부, 면접과 기타자료 등 여러 자료를 토대로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수시를 더욱 강화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이 더욱 수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상황 속에서 고교등급제는 수험생들이나 전교조, 학부모들에게 커다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솔직히 강남권 학군의 학생들이 강북권 학생들보다 학업성적이 우수하는 것은 인정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우수한 대학 S대만을 살펴보아도 서울지역 고졸자의 서울대 진학 비율은 0.5%인데 비해, 강남은 2.7%, 서초는 2.5%로 지역 간 상당한 학력격차가 있음을 보이고 있다. 이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교육적 환경이 제대로 이뤄져 있으니깐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대학 측에서 내세우고 있는 변명(?)에서도 고교 간의 학력 격차가 심하고 변별력 있는 전형입시 자료가 없기 때문에 고교 등급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라고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해 강북권 학교에서 전교 1등 하던 학생이 강남에 가면 전의 그 성적만큼 내신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찬성하는 입장의 통합적 의견은 현실적인 학력차와 교육에 대한 투자를 감안하면 형평성에 맞는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다시 경제력 격차가 교육 격차라는 폐해를 일으키면서 학생들의 학구열을 떨어뜨리는 일이 되는 거라 생각된다. 또한 강남지역 학군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면 강남지역의 땅값 폭등, 강남지역 집중화 문제를 야기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학에서 학교 간 격차를 인정하겠다는 것은 고교 평준화제도를 부정하려는 것이다. 물론 실력 향상을 위해서 학교 간 경쟁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아직 학교 간 격차가 공식적인 표준 작대에 의해서 평가되는 것도 아닌 이상 학교 등급제로 학생들이 피해를 보게 할 순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학벌주의가 팽배하고 있다. 여전히 고위공직자의 학력은 우리나라 주요 상위권 대학 출신이며, 갑부들, CEO를 비롯하여 우리나라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대부분의 세력들의 학력이 거의 다 이러하다. 여기에는 학연, 지연에 따른 문제점도 물론 포함된다. 실질적인 예를 들자면 대기업의 신입사원 모집을 생각해 보자. 한 때 나의 아버지께서 대기업에 몸담고 계셨을 때 인사과 일도 하셨다고 한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신입사원 모집 때 수많은 이력서를 다 꼼꼼히 보실 수 없기에 가장 먼저 하는 선별 작업이 학력을 본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지방대학 이름 없는 대학 출신의 이력서는 1순위로 추려낸다는 것이다. 오래전 일이라 아직도 이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예 없어졌다고 볼 순 없을 것이다.
현실이 이러하다 보니 입시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몇 년만 고생하면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을 수험생 시절 얼마나 많이 들었던가. 이처럼 우리나라는 대학 입문과 동시에 인생이 결정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생각한다. 이른바 상위권 대학 출신의 인재는 우수한 인재로 추향 받으며, 우둔한 다수를 이끄는 하나의 현인과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우리는 초, 중, 고등학교 교육 과정이 오로지 상위권대학의 입문을 목표로 하는 수업이 주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이런 사회 현실로 인해 여전히 수험생들은 고통과 혼란 속에 허우적거리고 있고, 지조 없는 개혁안 때문에 학생들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교수님의 교육 개혁은 매우 신선한 자극제로 느껴졌다. 교육의 평등화, 전 대학의 국립화, 공립화, 독일의 교육 방침처럼 대학 입학은 쉽게 졸업은 어렵게인 대학 졸업시험제도 도입 등 현 수험생들에게는 이상향과 같은 제안일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 개혁이 얼마나 효력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제대로 발휘가 될 것인지 의욕만 앞서 오히려 학생들의 방황만 자초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이상향과 현실에 적용은 많은 괴리감이 있을지 모른다. 과감한 추진력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신중함, 치밀한 계획, 그리고 자기주장의 또 다른 이면은 없는지 좋은 효과만 생각하지 않고 그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모든 영향력을 다 염두해 행동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오로지 나는 ‘이해찬 1세대’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