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은 ‘간음하다 율법학자들에게 붙잡혀 온 어떤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지난 3월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었습니다. 우리가 관심 있게 찾아보면, 해마다 여성들이 일자리와 관련해서, 여성들이 사회에서 얼마나 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를 나라별로 비교한 지수 같은 게 발표되는데, OECD국가 중 남녀평등에서 1위는 뉴질랜드, 그에 비해 한국은 늘 꼴찌입니다. 여성뿐 아니라 ‘어린이 행복지수 꼴찌, 최장의 노동시간, 최저 출산율, 최고 성범죄율’ 왜 이렇게 한국은 부정적인 항목은 도맡아서 일등을 하는 것일까요?
오늘 복음에서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기세등등, 한 여인을 끌고 와서 예수님께 다그치듯 묻습니다. “모세는 율법에서 이런 여자에게 돌을 던져 죽이라고 하였는데, 스승님의 생각은 어떠하십니까?”... 이런 질문의 저의는 예수님을 시험하고 고소할 꼬투리를 잡기 위한 질문인 것이죠. 그런데 모세의 율법을 따라 간음하다 잡힌 이 여자를 돌로 쳐 죽이겠다고 들이대는 그들은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는 걸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백성들을 가르치고 보호해야 할 지도자로서 자기 백성이 겪는 고통 같은 것은 방치한 채 아랑곳하지 않는 그들의 무능과 무책임과 탐욕이 과연 그 여인의 죄의 무게보다 가벼울까... 저는 오늘 복음의 이 장면을 보면서 지금 우리 사회에서 너무나 태연하게 자행되고 있는 사회적 폭력들을 봅니다.
담배 값이나 소주 값이 오르고, 가스비가 오르고, 대출금리 같은 것이 껑충 뛰어오르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것은 대개 요령 피울 줄 모르고 정직하게 사는 (그들 표현으로는) 무능한(?) 서민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습니다. 있는 사람들은 그런 것들이 아무리 올라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습니다. 대신 소위 유능한 사람들, 우리 사회의 지도층들이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부동산투기나 위장전입, 자녀 입학 비리, 탈세, 병역면제와 논문표절 같이 열거하기도 힘든 그런 행위들은 과연 간음하다 잡힌 한 여인을 돌로 쳐죽여도 괜찮을 정도로 그들은 고결한 것일까요? 힘 없는 한 여인을 가운데 두고 기세등등, 으르렁대고 있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모습이 오늘 우리 사회의 자화상처럼 오버 랩 됩니다. 큰 비리나 폭력은 너무 커서 볼 수도 없고, 그러니 볼 필요 없이 그냥 지나가고 오히려 그런 폭력이 ‘세상 편하게 사는 능력’으로 칭송받는 사회... 그러면서 너희들의 작은 폭력이나 비리는 절대 봐줄 수 없으니 응당 돌을 맞아야 한다 라고 억지를 써대는 일그러진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