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졸이어도 행복한 나라
[서울대 10개 만들기] 김종영
축구 선수 손흥민, 세계 최고 아이돌 블랙핑크 멤버들, 우아한 중년 정우성은 모두 중졸이다. 이 말을 듣고 대부분 사람들은 그 정도 성공한 사람들은 중졸이어도 상관없다고 말할 것이다. 우리의 모든 사고는 ‘일단 성공하면!’에 멈춰있다. 성공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떤 논의도 불가능한 것 같다.
보통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중졸이어도 성공할 수 있고, 중졸이어도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원론적인 말을 하고 싶다. 이 말에 대놓고 반대하는 이는 없겠으나, 자신의 자녀도 그렇게 할 수 있겠냐 물으면 말은 전혀 달라진다.
교육이 더 이상 계층 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계급 세습의 역할을 하는 이 상황에서 흔히 말하는 학벌을 포기하기는 어렵다. 교육을 통한 계급 세습이 일어나는 사회는 역동성이 떨어진 상태이고 다수의 젊은 세대에게 절망을 더 할 뿐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고육지책 중 하나가 ‘서울대 10개 만들기’이다. 서울대 졸업장을 확 풀어버려서 그 희소성을 날려버리자는 것이다. 서울대에 합격해서 행복해하는 사람이 현재보다 10배 늘어나는 이 제안에 대해 많은 학부모들이 환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게 늘린 서울대(수준의 대학) 졸업생 숫자는 그 또래 인구의 얼마나 될까? 1/20~1/30?
한 때 한국 사회에 유행했던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의 다른 책 ‘시험 능력주의’에서 그는 하버드 입학생을 어느 정도의 자격만 갖추면 이후 추첨으로 뽑자고 제안한다. 자격 시험을 통과하면 누구나 하버드에 원서 넣을 수 있다. 그리고 추첨으로 뽑는 것이다. 서울대 입시도 이렇게 바꿀 수 있을까? 서울대 10개 만들기와는 또 다른 이야기다. 공부 잘 하는, 나중에 조국을 이끌어갈 인재를 키우는 대학이 아니라, 아무나 가는 대학을 만든다면... 서울대를 두고 하는 말 중에 ‘누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는 말이 있다. 추첨으로 가는 대학이 되면 이런 말은 사라질 것이다. 어떤 이는 서울대학을 추첨으로 가게 된다면 고등학생들이 공부 안 할 것이고 학력이 더 떨어질거라고 걱정할지도 모르겠다. 학력이 떨어지고 아이들이 시험 경쟁에서 자유로와진다면, 해 봄직하지 않냐는 의견도 있다. 이 주제 역시 첨예하게 의견이 갈린다. 경기도의 혁신 학교에 대한 반발이 커지는 상황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역시 학력이 우선인 민족이다.
그리고 시험 성적이 가장 공평하다고 착각하는 이들이 있고, 인간은 경쟁해야만 성장한다고 믿는 이들이 많다.
마이클 샌델의 주장을 더 살펴보면
‘하버드 생을 추첨으로 뽑으면, 하버드생들이 겸손해질 것이란다. 운으로 합격했으니까.
나아가 운으로 합격하지 못한 이들의 입장을 생각하게 될 것이고 공동체의 연대도 더 잘 일어날 것이란다.’
개인적으로 서울대(수준의 대학을) 10개 만들어 우수한 인재를 대폭 양성하자는 의견보다는 대학 안 가도, 중졸이어도 행복한 사회를 만들자는 보다 허황된 주장에 힘을 보태고 싶다.
20여년 전 홈스쿨링을 시작할 때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15년 전엔가 본 작품이 나에게 큰 인상을 주었다.
과천현대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인데 서로 경쟁하며 사는 우리의 모습을 표현한 것 같아 큰 감동을 받았다. 우리는 모두 서로 서로 힘을 다해 공을 밀고 있다. 상대가 더 힘껏 공을 밀며, 공이 내 쪽으로 굴러와 깔릴 것 같은 공포감이 들어서 죽을 둥 살둥 힘을 쓰고 있다. 당시 홈스쿨링을 시작하고 한참 고민이 많을 때였는데, 가족들과 이 작품을 보는데 문득,
“왜 저기에 끼여서 공을 밀어야 해?
그거 하지 말자. 사람들에게 모두 손을 떼고 공은 그대로 두고 (어차피 공은 가운데 가만 있을 뿐이었다.) 손 잡고 주변 산책이나 하자고 말해 보고 싶어.
적어도 우리 가족은 저 경쟁에 들어가지 않겠어. 우리는 열외야.. 그래서 편하고 자유로와~!‘
라는 정리를 하게 되었다.
중졸이어도 행복한 나라.
서울대와 상관 없이 살아도 괜찮은 삶을 살 수 있는 나라..
첫댓글 그렇죠. 서울대 10개 만들기도 그런 나라로 가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일 수도 있겠지요. 그 지향점을 잊지 말아야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