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프랑수아 앙슬로 및 크사비에 생틴의 희곡 <의회파와 왕당파>
대본 카를로 페폴리
초연 1835년 파리 이탈리앙 극장
배경 1645~1649년경 영국 서남부 플리머스 부근 의회파(청교도파)의 요새
<2007.1.6일 뉴욕 메트 공연 / 149분 / 한글 자막>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 & 합창단 & 발레단 연주 / 패트릭 섬머스 지휘 / 산드로 세퀴 연출
괄티에로 발톤 경........요새의 성주.......................................발레리안 루민스키(베이스)
조르조 경..................은퇴한 청교도파의 대령. 발톤의 동생.....존 렐리아(베이스 바리톤)
리카르도 포르트 경.....청교도파의 장교.................................프랑코 바살로(바리톤)
브루노 로버트슨 경.....청교도파의 장교.................................에두아르도 발데스(테너)
아르투로 탈보 경........왕당파의 기사....................................에릭 커틀러(테너)
엘비라......................발톤 경의 딸......................................안나 네트렙코(소프라노)
엔리케타...................전 왕비. 찰스 1세의 미망인...................마리아 지프첵(메조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의 뉴욕 메트 엘비라 데뷔 무대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조르조를 열창한 베이스 존 렐리아...이런 베이스가 있었던가 싶었습니다.
아르투로를 노래한 에릭 커틀러...메트 전속 테너 가수라고 하는데 앞날이 기대됩니다.
1막 마지막의 맛보기 메드 신에 이어 2막의 본격적인 광란의 장면...짝짝짝!
이어지는 두 남성 가수의 2중창...노르마와 아달지사의 2중창과 그 궤를 같이하고 있었습니다.
벨리니의 '백조의 노래'가 되어버린 <청교도>
가슴 저미는 엘비라의 슬픔에 흠뻑 젖어 있다가 깨고 보니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 줄거리 === <오페라 에센스 55, 박종호> 104~105쪽
청교도는 영국의 종교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일종의 사극이다. 원제가 <청교도와 왕당파>이듯이, 종교적인 대립을 둘러싼 두 세력, 즉 종교개혁을 부르짖는 크롬웰이 이끄는 청교도 군대와 왕을 수구하는 왕당파 군대 간의 전쟁 와중에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다.
청교도 영주의 딸인 엘비라는 청교도 군대의 장교인 리카르도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사실 그녀가 진정 사랑하는 남자는 왕당파의 기사 아르투로다. 그녀는 아버지의 극적인 배려로 아르투로와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사랑 이상으로 정치적 사명에 불타는 아르투로의 열정은 결혼식 날 신랑이 사라지는 황당한 결과를 낳는다. 즉 결혼식을 올리러 왔던 아르투로가 성에 폐위된 전왕의 왕비가 감금되어 있음을 알게 되고 그녀를 탈출시켜 함께 달아난 것이다. 자신이 곧 혼례를 치러야 할 신랑이란 사실조차 망각하고.
엘비라는 그 충격으로 정신착란에 빠지게 되는데, 그녀의 '광란의 장면'은 이 오페라에서 가장 슬프고 중요한 대목을 차지한다. 배신의 아픔으로 점철된 그녀의 고통의 시간이 지나고 전쟁은 청교도의 승리로 끝난다. 왕당파의 기사들은 모두 처형되거나 프랑스로 망명한다.
그런데 아르투로가 위험을 무릅쓰고 엘비라의 성으로 찾아든다. 그리고 엘비라가 자신 때문에 정신병자가 된 것을 알게 된다. 세 달 만에 그렇게 기다리던 아르투로를 만난 엘비라는 다시 정신이 돌아온다. 그녀는 그에게 묻는다. "우리가 떨어진 지 얼마나 되었는지 아세요?" "알지요. 세 달이요." "아뇨. 3백 년이나 되었습니다. 당신이 떠나간 뒤로 매 순간마다 저는 당신을 기다렸고 매 초마다 당신을 불렀습니다. 그것은 저에게 3백 년의 시간이었습니다." 아르투로는 그녀의 말에 눈물을 쏟으며 주저앉는다. 우여곡절 끝에 드물게 해피엔드로 끝나는 비가극이지만, 이미 엘비라는 너무나 많은 고통과 슬픔을 겪었다.
=== 네트렙코, 메트로폴리탄 [청교도]에 출연하다 === (영상물 내지 해설)
벨리니의 마지막 오페라는 여러 분위기가 지배한다. 1막과 2막은 성문을 포함한 요새가 무대이다.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군대의 신호 소리, 병사들의 합창 그리고 교회에서 울려 퍼지는 찬송가 등이 청교도들의 독특한 기질을 보여준다. 으스스한 밤의 음악은 여주인공 엘비라의 정신이상을 그리고 있다. 1976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대의 개정판인 이 [청교도]는 안나 네트렙코의 이 극장 데뷔 공연이었다. 매혹적인 네트렙코는 산드로 세퀴가 밀실 속의 공포로 표현한 청교도의 억눌린 분위기를 2막 '광란의 장면'에서 확신을 갖고 열연해 객석을 압도했다. 그녀는 검은 머리카락을 뒤로 해 오케스트라 피트에 늘어트린 채 벨리니의 섬세하고 정교한 음계를 열창했다. 공연 뒤 인터뷰에서 그녀는 "이 아이디어는 내가 제안했는데, 의외였을지 모르지만 좋았습니다. 자세는 내게 별 문제가 없어요. 어려서 5년 동안 곡예를 배웠거든요"라고 말했다.
벨리니의 세공품처럼 길고 가는 선율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역을 찾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메트는 이 배역을 조앤 서덜랜드에게 20여 년 동안 거의 변함없이 맡겼다). 그러나 작곡자의 의도를 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적임자를 찾아야 한다. 또한 테너(아르투로)가 처음 부르는 노래('사랑하는 그대여, 한때 사랑은 나를')처럼 이탈리아 낭만파의 우아함도 담아야 하고(당대 제일의 엘비라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비벌리 실스는 죽기 몇 달 전에 가졌던 기사에서 "악몽 중 악몽"이라고 신랄하게 지적했다), 엘비라가 아르투로와 화해하는 장면처럼 비애에 가득 찬 사연('끔찍한 300년이었어요')도 있다.
벨리니는 조국 이탈리아에서 성공을 거둔 뒤 1833년에 격조 높고 우아한 파리 오페라를 찾았다. 그러나 계약의 성사가 지연되어 이곳에 있는 이탈리아 오페라단과 작품을 계약했다. 그는 작곡 소재로 당시 성공을 거둔 연극 [의회파와 국왕파](Tetes rondes et cavaliers)를 골랐고 '이탈리아 망명 정치인 모임'의 회원이며 아마추어 시인인 카를로 페폴리 백작에게 극장에 적절한 대본을 부탁했다. 페폴리에게 보낸 편지에서 벨리니는 "오페라는 노래로 관객을 울리고, 전율시키고, 또 죽여야 한다"는 사명을 명심해 달라고 적었다. 페폴리도 자신의 '애국적인 구호'를 2막에 나오는 감동적인 2중창 대본으로 옮겼고('나팔을 울리세'), 벨리니도 이에 고무되고 공들인 무대도 마음에 들어 프랑스 그랜드 오페라를 위한 다음 작품을 구상했다. 그러나 이는 실현되지 못했다. 그는 1835년 1월에 [청교도]를 초연하고 9개월 뒤에 세상을 떠났다.
메트의 젊은 배역에서는 북미 가수들이 강세이다. 메트의 '영 아티스트 프로그램'을 수료하고 최근에 타미노를 맡았던 전속 테너 에릭 커틀러가 초고음 배역인 아르투로를 맡았고, 캐나다 출신의 베이스 바리톤 존 렐리아가 조르조를 불렀다. 이탈리아의 신예 바리톤 프랑코 바살로는 리카르도를 맡아 언론으로부터 "아름다운 음성"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첫 장면 무대 뒤에서 부르는 기도부터 마음을 사로잡는 음성을 들어보면 이 공연은 '안나 네트렙코의 무대'임을 알 수 있다. "청교도 성주의 관저를 배회할 때 (...) 네트렙코는 기괴하지만 감동적이고 섬세하게 현란한 톤을 조합해 정신이상 상태의 엘비라를 노래한다." 『뉴욕 타임스』의 평이다. "위대한 엘비라는 정서의 혼란을 격앙된 표현으로 (...) 그녀의 심정을 노래로 전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가라앉은 음색과 약동하는 화려한 음성으로 네트렙코는 드물게도 엘비라를 약점 없이 소화했다." (Kenneth Chalmers 번역: 정준호)
- 구덕령 꽃마을에서 -
첫댓글 <2007 뉴욕 메트 공연 / 패트릭 서머스 지휘 / 산드로 세퀴 연출> ... <오페라 에센스 55> DVD평
네트렙코(엘비라)는 이토록 어려운 역할을 맡아서 자연스러운 표정과 몰입된 연기, 그리고 힘들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가창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자신의 진가를 증명하고 있다. 영상물 사상 이렇게 뛰어난 엘비라는 없었다. 신진 커틀러(아르투로)는 비록 하이 F는 생략하고 고음에서 약간 불안하지만, 대단히 매력 있는 미성으로 전체 분위기를 살려 준다. 특히 렐리아(조르조)는 대단히 뛰어나다. 서머스의 지휘도 좋다. 다만 연출은 구식이다.
- 박종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