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찰 상원사 자리는 용이 여의주를 희롱하는 명당
조선 세조는 조카인 단종을 죽이고 왕위에 오르는 데 성공했지만 극심한 피부병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 병을 고치러 물 좋다는 데는 다 찾아다니던 세조가 오대산에 이르러 월정사에서 참배하고 상원사로 가던 중 계곡에서 목욕을 하다 문수보살을 만났다. 그때 세조가 옷을 벗어 두었다는 ‘관대거리’를 지나 눈 덮인 계단을 조심조심 오르면 상원사(上院寺) 경내. 이 절집은 우리나라의 사찰 중 풍수지리학적으로 가장 좋은 곳에 지어졌다고 평가를 받는 보궁이다. 바로 ‘용이 여의주를 희롱하는 형국’이라고 한다.
이곳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동종으로 꼽히는 상원사 동종(국보 제36호)이 보관돼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1300년 전인 725년(신라 성덕왕 24년)에 만들어진 이 동종은 한국 종의 특색을 모두 갖추고 있는 대표적인 종으로 꼽힌다. 종 표면엔 공후(서양의 하프와 비슷한 현악기)와 생황(삼국시대부터 사용하던 관악기)을 연주하는 비천상이 생동감 넘치게 새겨져 있다. 오대산을 깨우는 종소리도 청아하기 이를 데 없지만 아쉽게도 문화재라 그 소리를 들을 수 없다. 문수전(文殊殿)에 모셔진 목조문수동자좌상(국보 제221호)은 세조가 관대거리에서 만난 문수보살의 모습을 바탕으로 조각한 것이라 한다. 불자가 아니더라도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께 삼 배 올리고 소원을 빌어본다.
문수전 계단 아래쪽엔 한 쌍의 동물 석상이 보인다. 이는 세조와 인연이 있는 석상이다. 상원사를 찾은 세조가 법당으로 들어서려 할 때 어디선가 고양이가 나타나 세조의 옷자락을 물고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아니, 이게 무슨 해괴한 일이란 말인가?’ 당황한 세조는 법당을 뒤지게 했다. 법당 마루엔 자객이 숨어 있었다. 고양이 덕분에 목숨을 건진 세조는 고양이에게 상원사를 중심으로 사방 80리 땅을 주었는데, 이를 묘답(猫畓·고양이 논), 묘전(猫田·고양이 밭)이라 했다. 또 이 일을 기리기 위해 법당 앞에도 고양이 석상을 세운 것이다. ‘공양미’라는 말이 여기서 비롯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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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눈 쌓인 경내를 걸어가고 있는 상원사 스님. 상원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터에 자리 잡은 절집이라 한다. 2 상원사의 고양이 조각상. 세조의 목숨을 구해준 인연으로 조성했다고 전한다. 3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동종인 상원사 동종.
눈꽃만 즐기려면 적멸보궁까지만 가는 게 좋아
상원사부터 시작하는 산길은 넓고 완만하다. 사자암(중대)을 지나면서 조금 가팔라지던 산길은 적멸보궁(寂滅寶宮)에 이르러 잠시 부드러워진다. 비로봉 정기가 동으로 뻗어내린 곳에 있는 적멸보궁은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가져온 부처의 정골 사리가 묻혀 있는 곳. 바로 영축산 통도사, 태백산 정암사, 사자산 법흥사, 설악산 봉정암과 더불어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에 든다.
상원사를 찾은 불자들은 대부분 적멸보궁에도 들렀다 간다. 또 장기간 상원사에 머물면서 기도 드리는 불자들 덕에 폭설이 내려도 적멸보궁까지는 언제나 러셀이 잘돼 있다. 그렇지만 적멸보궁을 지나면서부터는 적설량이 갑자기 많아진다. 본격 산행이 아니라면 아쉽더라도 이쯤에서 물러나는 게 좋다.
적멸보궁을 지나 정상까지 갈 요량이면 겨울산행을 위한 장비를 철저히 갖추는 게 좋다. 오대산은 부드러운 육산이라 추락 등의 위험은 덜 하지만 도보용 아이젠은 꼭 신어야 한다. 또 눈이 많이 쌓여 있지 않더라도 정상 능선엔 바람이 거세게 부니 꼭 기능성 방한·방풍 의류를 입어야 한다. 대설주의보가 발령되면 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서 적멸보궁 이후로는 입산통제임을 알리는 방송을 한다. 이를 어겼을 경우 벌금 50만 원을 물어야 한다.
월정사 문화재관람료 어른 2,5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400원. 국립공원 주차료 승용차 4,000원. 오대산관리사무소 033-332-6417, 매표소 033-334-6919, 월정사 종무소 033-339-6800
● 숙박 >>
월정사 매표소와 가장 가까운 민박단지엔 산장민박(033-332-6589), 보궁민박(033-332-6616), 오대민박(033-332-6532) 등 민박집이 여럿 있다. 작은 방 4만~5만 원. 오대산국립공원 진입로엔 특급호텔인 켄싱턴플로라호텔(033-330-5000)을 비롯해 펜션과 민박집 등이 많다.
● 식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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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에도 오대산 기슭에서의 별미는 역시 산채비빔밥이다. 제철에 거두어둔 산채를 묵나물로 만들어 잘 갈무리해 두었다가 상을 차린다. 된장찌개를 비롯해 취나물·곰취·참나물 등이 올라온다. 산채백반 1인분 8,000원. 산채정식 1인분 1만2,000원. 오대산 입구의 시설지구에 오대산식당(033-332-6888), 비로봉식당(033-332-6597) 등 산채비빔밥을 차리는 식당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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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드러운 설원과 소나무 몇 그루가 환상적인 경관을 연출하고 있는 대관령의 목장 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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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눈꽃마을에서 눈썰매를 타고 있는 아이들. 봅슬레이 코스처럼 이루어져 있다. 2 대관령 눈꽃마을에 전시돼 있는 전통 사냥 기구들. 3 바람마을에서 운영하는 양떼농장. 건초를 맘껏 줄 수 있다. 4 바람마을에서 ATV를 즐기는 어린이들. 5 의야지 바람마을의 눈썰매. 대관령 지역에서 눈꽃마을과 쌍벽을 이루는 산간 마을이다.
대관령 눈꽃마을 겨울 추억 만들기 좋은 산간 마을
오대산 품을 빠져나와 간평리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456번 지방도를 타고 대관령면 방향으로 달린다. 싸리재를 넘어 차항리로 들어서면 여인의 허리처럼 부드러운 언덕에 하얀 눈이 가득 쌓인 목장들이 나타난다. 드문드문 솟은 소나무들은 여행객들이 대한민국 으뜸 설국으로 들어섰음을 알려주는 수문장 같다.
횡계 나들목 진입로 100m 정도 못 간 지점의 차항리 삼거리. 여기서 좌회전해 5km 들어가면 대관령 눈꽃마을이다. 도중에 ‘평창 황병산 사냥민속’이란 입간판도 보인다. 차항리 일대엔 ‘황병산 사냥놀이’란 민속이 전해온다. 이는 30~40년 전 횡계 주민들이 눈 쌓인 황병산에 올라 창으로 멧돼지를 잡던 놀이를 재연한 민속행사다. ‘황병산 사냥놀이’는 언뜻 보면 여느 농촌에서 행해지는 농악놀이와 비슷하지만, 놀이 중간에 사냥꾼들이 창을 들고 멧돼지를 잡는 과정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는 게 큰 차이점이다.
대관령 눈꽃마을은 황병산(1,407m) 남쪽의 해발 800m가 넘는 고지대에 위치한 산간 마을이다. 이 마을에선 몇 해 전부터 봄·여름·가을에 즐길 수 있는 갖가지 체험 프로그램으로 방문객들을 받고 있다. 2008년엔 겨울에도 즐길 수 있는 체험장을 열면서 사계절 내내 찾아갈 수 있는 마을로 거듭났다.
간이식당을 겸한 휴게실엔 깊은 눈길을 걸을 때 쓰는 설피, 전통 스키인 썰매, 물건을 담는 주루막 등이 전시돼 있다. 종류도 많지 않고 규모도 작지만 눈 많은 산골에서 쓰던 도구들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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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관령 지역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황태 덕장.
한편 이 마을에선 전통 썰매를 신고 설원을 내려오는 전통썰매대회가 매년 열린다. 전통 민속행사인 ‘황병산 사냥놀이’를 활성화하려는 노력인 셈이다. 첫 대회였던 지난해엔 대보름 무렵인 2월에 열렸으나 올해엔 아쉽게도 대관령 눈꽃축제 기간의 마지막 주말인 1월 23일과 24일에 진행됐다. 따라서 2월 중에 눈꽃마을을 찾아도 아쉽지만 전통썰매대회는 볼 수 없다.
눈꽃마을에서의 겨울 놀이는 스릴 넘치는 봅슬레이 코스에서 즐기는 튜브썰매가 기본이다. 이외에도 여름 바다에서 타던 바나나 보트를 설원에서 즐기는 스노래프팅, 초보자도 쉽게 운전할 수 있는 스노카트도 준비되어 있다. 또 전통놀이로는 전통썰매로 경사진 언덕을 내려오는 황병산 사냥놀이 체험과 설피를 신고 마을 주변 산책로를 둘러보는 체험도 가능하다. 설피·주루막 만들기 등은 평소 쉽게 접하지 못할 소중한 체험이다.
눈꽃마을 체험료는 카트(15분/2인) 2만 원, 스노래프팅 5,000원, 전통썰매체험 1만 원, 설피 트레킹 5,000원. 스키·보드 초보자들을 위한 기초 강습(3만 원)도 있다. 입장료는 대인 4,000원, 소인(어린이 및 청소년) 6,000원. 입장료를 내면 눈썰매는 무료. 문의 033-333-3301, www.snowtown.co.kr
● 숙박 >>
대관령 눈꽃마을(033-333-3301)에 펜션이 마련돼 있다. 8만~10만 원. 눈꽃마을 펜션에서 숙박하면 입장료와 눈썰매는 공짜다. 눈꽃마을 주변에 동화속정원(033-333-5255), 대관령융프라우펜션(033-336-0982), 대관령그린필드펜션(033-335-1470) 등이 있다.
● 식사 >>
눈꽃마을 안에 간이식당이 갖춰져 있다. 이곳에선 산촌밥(5,000원), 묵은지와 돼지고기찜(2만 원) 등 산골 내음이 가득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이외에도 한방백숙(3만 원), 두부전골(2만5,000원), 만둣국(5,000원) 등도 차린다.
눈꽃마을 입구엔 멧돼지를 전문으로 하는 황병산식당(033-332-5989)이 있다. 청정지역에서 키운 멧돼지는 이곳의 별미. 멧돼지 소금구이(200g) 1만3,000원, 멧돼지 바비큐는 15인 이상일 때 주문 가능. 2~3일 전에 예약 필수. 성인 1인당 2만 원. 주류를 제외하고 식사 등을 포함한 금액이다. 이외에도 황태해장국 5,000원 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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