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22일. 드디어 노인회에 가입했다.
기분이 묘하다. 이제는 어쩌지 못하는 틀림없는 노인임을 내 스스로 인정한 것이 아닌가.
이날, 내가 살고 있는 대검산 LH 단지 내 작은 도서관에서 ‘자서전 쓰기’ 강좌가 있다고 해 들으러 갔다가 관리사무소 직원이, 노인정 지원을 더 받으려면 회원이 50명은 되어야 하는 데 몇 분이 부족하다고 가입을 간청, 할 수 없이 입회원서에 싸인을 하고 만 것이다. 그동안 모집 공고를 보고, 권유하는 전화도 받았지만 아직은 이른 것 같아 외면했는데 말이다.
올들어 부쩍, 거울 앞에서 놀라는 때가 잦아진 것도 이제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것을 증명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며칠 전, 저녁 미사 후 교우 몇 분과 차담을 나누는 자리에서 한 분이
“무엇이 그렇게 급해서 (세상에)빨리 나오셨어요? 천천히 나오시지.”
하는 말에
“눈을 뜨니 이 세상이데요.ㅎ”
라고 응수했던 일도 떠오른다. 그만큼 내가 버틴다고 남들이 나를 젊게 봐줄 리 없다는 이야기다.
시끌벅적 떠들며 놀다가 한참 연하의 친구가 "실례지만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셔요?” 물을 때 서슴없이 튀어나오던 “써리 나인!”.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까?
스스로 노인임을 인정하고 말았는데 말이다.
‘써리 나인’은 내가 묶어 놓은 나의 나이다.
본 나이 육십 가까이 까지 스물아홉으로 버티다 농담도 한계가 있지, 얼굴이 뜨거워 서른아홉으로 십 년을 올린 것이다.
생전 처음 가보는 노인 정.
내 눈에는 모든 분 들이 나보다 연상인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다.
십여 분이 앉아 계신 데 그중 할아버지는 두 분. 남자는 나까지 세 사람이다.
시간이 좀 지난 후, 당신의 옆자리에 앉기를 권하셨던 할아버지께서
“올해 어떻게 되슈?” 물으신다.
“예? 아~ 예~ 46년 4월 생이예요.”
조금 점잖은 자리에서 누가 나이를 물을 때면 나는 00살이라고 얘기하는 대신, ‘생년, 월’로 답하는 게 통례였다.
올해부터 더더욱 나이 계산이 복잡해진 이유도 있지만, 전부터 그냥 숫자는 따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해오던 버릇이다.
그랬더니 잠깐, 계산을 해보시는 것 같았다.
잠시 후, 싼타 할아버지 두 분과 동장? 주민자치위원장? 등 몇 분이 선물 꾸러미를 들고 오셨다.
하! 올해 처음 만난 싼타 할아버지. 뜻밖의 상황에 가슴이 뛴다.
서울에는 벌써, 여기저기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휘황찬란한데 김제역 광장은 오늘도 조용했지.
그래, 내 가슴에 먼저 사랑의 불을 밝히는 거야. 손녀에게 줄 선물부터 찾고. 만나는 ‘자선 냄비’ 마다 외면하지 않는 거야.
부탁받은 26일 추수감사절 미사 후 어르신들의 ‘나눔 잔치’ 연주는 오승근의 ‘내 나이가 어때서’를 불어야겠다.
나이는 잊으시고 신나게 사시라고.
(23.11.23.)
첫댓글 죄송합니다. 첨부한 음악파일은 제가 연주하고 녹음한 것인데, 저작권이 의심되어 재생할 수 없다고 나오네요. 알아봐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