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시아탁구선수권 대회 홍보위원장 맡아
올림픽 금메달 등 탁구 그랜드슬램 이뤄
고향 오면 한없이 평온해져…스포츠 행정가 꿈꿔
“나는 자랑스러운 부산시민이다. 이 말은 나 자신이 어디에 내세울 정도의 거창한 인물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고향이 부산이고, 부산사람이라는 사실이 그 무엇보다 자랑스럽다는 뜻이다. 내 탁구 인생과 삶의 근원이 부산을 기반으로 한다는 자부심과 명예가 그 무엇보다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나는 언제 어느 순간 누구를 만나도 당당하게 이야기 한다. ‘나는 자랑스러운 부산의 시민, 부산사람’이라고….”
▲ 부산이 낳은 한국 탁구의 전설,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
부산이 낳은 세계탁구 여왕
부산이 낳은 한국 탁구의 전설, 탁구여왕 현정화(44․한국마사회) 감독이 고향 부산을 찾았다. 현 감독은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8일간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제21회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것. 부산 대회에는 아시아 25개국에서 205명의 선수들이 대거 참가해 남녀단체, 단식, 혼합복식 등 7개 종목에서 우승을 다툰다. 아시아선수권이지만 한국과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세계탁구를 이끌고 있는 주류 대부분이 부산을 찾아 세계선수권 못지않은 명성과 규모를 자랑한다.
현 감독은 지난 14일 서면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 대회 홍보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는 올림픽과 아시아경기대회 등 탁구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현 감독과 함께 부산이 배출한 88올림픽 또 한 명의 금메달리스트인 유남규 국가대표 탁구팀 감독이 참석, 대회 성공한 대한 큰 기대감과 부산탁구의 명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현 감독은 “고향 부산의 아름다움을 세계 탁구인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었는데 아시아탁구대회를 통해 부산을 알릴 수 있어 너무 기쁘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슬럼프에서 벗어나고 있는 부산이 ‘탁구의 고장’으로서 옛 영화를 찾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현 감독과의 일문일답.
△부산이 낳은 세계적인 탁구스타이다. 요즘 근황은.
-10개월간의 미국 유학을 끝내고 최근 귀국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던 공부를 마음껏 하고 돌아왔다. 그 동안 다소 소홀했던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보낼 수 있어 좋았다. 부산 대회를 위해 예정을 앞당겨 귀국했다. 지금은 아시아탁구대회의 성공에, 부산을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현정화 하면 선수로서 모든 것 이뤘다. 성공의 이면에는 남모를 위기와 어려움도 있지 않았나.
-항상 힘들었다. 하지만 운동선수는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뛰어넘고 극복해야 한다. 스스로 노력하지 않는, 현재에 만족하는, 가만히 있는 것은 퇴보다. 지금보다 더 나은, 더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언제나 노력했다. 자연스레 훈련은 즐거웠고,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훈련을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나 자신이 만족하고, 탁구 팬과 국민들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고통을 넘어서야 진정한 성취를 얻을 수 있다. 요행은 없다. 참고 견디고, 죽을 만큼 노력하면 못 이룰 것이 없다.
△선수 현정화 못지않게 지도자로서도 큰 성공 거뒀다. 선수시절과 지도자 생활 비교한다면.
-선수는 언제나 자기 자신이 중심이다. 자신만 돌보면 된다. 감독, 즉 지도자는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고 실천해야 한다. 선수는 나 자신을 위해 존재한다면 감독은 ‘누군가를 위해, 함께 만드는 우리’를 추구하는 것이 우선이다.
△부산시민에게 현정화는 영원한 우상이다. 부산에 대한 생각은.
-나는 부산사람이라는 사실이 언제나 자랑스럽다. 비행기를 타고 김해공항에 내리는 순간, 나 자신도 모르게 한없이 마음이 평온해진다. 고향을 지키고 있는 친구들과 해운대, 태종대 바다는 힘들 때마다 삶의 위안을 준다. 특히 고향에 오면 잊지 않고 생선회를 꼭 먹고 간다. 부산 생선회는 서울에서와는 달리 바다의 향기가 더 깊이 담겨 있다. 나는 부산이 자랑스럽고, 사랑스럽고, 부산 출신이라는 것이 한 없이 기쁘다.
△부산탁구 명성이 예전만 못하다.
-항상 안타까울 뿐이다. 나의 모교 탁구부도 해체됐다. 부산은 한국탁구의 메카이다. 나와 유남규, 안재형 등 한국탁구의 기라성 같은 세대 대부분이 부산 출신이다. 이번 아시아탁구대회를 부산에 유치한 것도 고향 부산에서부터 한국 탁구의 부활을 이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부산시민들이 대회에 보다 많은 관심과 응원을 해 주시길 기대한다.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스포츠 행정가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미국에 연수를 다녀온 이유도 보다 넓고 큰 세상과 만나기 위해서이다. 탁구선수, 지도자 현정화에서 스포츠 행정가 현정화를 통해 운동선수들의 권익과 한국 체육발전에 작은 힘이나마 더하고 싶다. 탁구를 통해 얻은 부산시민과 국민들의 은혜와 사랑에 보답하는 길을 찾고 있다. ‘자선사업’ 같은 거창한 타이틀을 달지 않아도 우리 사회를 위해 더 큰 봉사를 하고 싶다.
△탁구선수가 아니었다면.
-아이들을 가르치고 함께 노는 것을 좋아한다. 아마도 선생님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지금 지도자의 길도 선생님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부산시민들에게 한마디.
-탁구선수 현정화, 지도자 현정화가 존재할 수 있는 바탕은 ‘부산’이라는 큰 버팀목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부산에, 부산시민에 너무 많은 은혜를 입었다. ‘나는 자랑스러운 부산사람’이라는 생각으로 고향에 대해 더 많이 봉사하겠다. 부산시민의 힘찬 응원 기대한다.
현정화
1969년 생. 한국마사회탁구단 감독. 부산 계성여상․경성대 유아교육과․고려대 교육대학원졸업. 1986년 아시아경기대회 단체전 우승․1987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개인복식 우승․1988년 서울올림픽 여자복식 우승․1989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혼합복식 우승․1993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식 우승. 체육훈장 백마장․체육훈장 기린장․체육훈장 청룡장 수여. 저서로 ‘여왕이기 보다는 여자이고 싶다’(1993) ‘현정화의 퍼펙트 탁구교본’ 등 다수.
글․조민제 / 사진․문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