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밭골을 경유 할 경우==>
아랫새재∼(1시간42분,3.4km)∼무제치기폭포갈림길(1000m)∼(46분,1.1km)∼치밭목대피소(1450m)∼(1시간5분,1.7km)∼써레봉(1642m)∼(1시간18분,1.3km)∼중봉(1875m)∼(38분,0.9km)∼천왕봉(1915m)
※ 무제치기 폭포에서 올라가면 비둘기 봉을 지나야 하기에 1.1km라고 시간이 약 한시간을 잡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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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조개골(1,915m, 경상남도 산청)
어머니의 품속 같은 숲과 계곡
산자락과 들판을 돌고 돌아 흘러가는 강줄기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유현(幽玄)하게 들려오는 가야금 소리를 듣는 것 같다. 대전-진주간 고속도로 함양교차로를 지나면서 만나는 경호강의 물줄기가 가야금산조를 연상시킨다.
차창 너머로 펼쳐지는 경호강을 통하여 가야금산조를 듣고 있는데, 어느새 경호강과 헤어질 시간이다. 자연과의 만남이건 사람과의 관계이건 이별은 항시 아쉬운 것. 경호강을 뒤로 뒤에 두고 가는데 여간 섭섭하지가 않다.
대신 경호강은 나에게 산청의 필봉산을 소개한다. 붓끝처럼 뾰족한 필봉산은 이곳을 지날 때마다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산이다. 웅석봉과 왕등재 사이에 있는 밤나무재를 넘어서자 운무에 덮인 채 멀리 바라보이는 하봉능선과 첩첩한 산줄기들이 내 마음을 이미 지리산 깊숙한 곳으로 인도한다.
대원사계곡에 들어서자 일행들의 입이 다물어질 줄 모른다. 붉은 줄기를 띠며 쭉쭉 뻗은 적송(赤松)은 기품 있는 선비의 모습이고, 수만 년 동안 갈고 닦아진 돌은 자연이 만든 조각품이다. 여기에 티없이 맑은 모습으로 흘러가는 물줄기가 없었다면 아름답다는 형용사까지는 붙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무와 돌의 수직적이고 남성적인 멋에 수평적이고 유연하여 여성적인 이미지의 물이 만나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놓은 것이다. 산 높고 길 깊은 골짜기가 가져다준 스케일은 대원사계곡의 우아함에 장쾌한 기상까지 더해놓았다.
야생화에 비췬 암릉과 주목
이 아름다운 계곡을 최대로 즐기고 있는 것은 대원사다. 우아한 계곡에 여성스러움이 넘치는 비구니 사찰 대원사가 자리잡았다. 절은 맑고 정갈한 기운이 감돌고, 비구니 스님들의 맑은 눈동자에는 대원사계곡의 우아함까지 스며있다.
승용차 한 대 정도 다닐 수 있는 도로는 숲 터널을 따라 윗새재 마을까지 이어진다. 울창한 숲과 계곡이 한 동안 이어지다가 하늘이 열리면서 작은 마을이 등장한다. 전혀 마을이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했던 곳에서 마을을 만날 때 우리는 별천지라는 느낌을 받는다. 새재마을이 바로 그러하다.
마을이라고 해봐야 서너 채의 집에 불과한 윗새재 마을을 뒤로하고 조개골로 파고든다. 완만하고 고요한 길은 하늘마저 가려버린 숲으로 하여금 그윽한 정취를 자아내게 한다. 울창한 원시림은 물소리, 매미소리에 더욱 청량해진다. 골이 점점 깊어질수록 우리는 침묵 속으로 빠져든다. 그윽하고 청량한 분위기가 사람들로 하여금 침묵하도록 만든 것이다. 여기에서 침묵이야말로 최고의 언어일 터.
다정한 형제처럼 길은 계곡을 떠나지 못하고 길게 이어진다. 좁은 길은 숲과 나무에게 피해를 주지 않게 구불구불 나 있다. 물가에 앉아 바위를 넘고 넘어 흘러가는 물소리를 듣는다. 마치 클라이막스에 오른 한 편의 음악을 감상하는 기분이다. 사람의 접근이 쉽지 않은 이곳은 원시적인 모습의 숲이 잘 조성되어 있다. 울창한 원시림과 있는 그대로의 원시적인 계곡은 인공적인 요소가 적으면 적을수록 아름답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아름드리 침엽수가 근엄하고 지조 있는 선비 같은 느낌을 준다면, 활엽수 일색의 숲은 포근하고 다정한 어머니 같다. 그러면서도 활엽수 일색의 원시림은 아름드리를 이루고 있어 숭엄하기까지 하다. 누워있는 고사목이 지리산의 원시성을 배가해준다.
치밭목산장 근처에서 하봉 헬기장으로 가는 길은 급경사다. 헬기장 바로 아래 샘터에서 마시는 물 한잔이 그렇게 시원할 수 없다. 건너편으로 바라보이는 치밭목산장이 반갑게 느껴진다. 중봉에서 하봉으로 가는 중간 안부에 있는 헬기장에 올라 긴 호흡을 한다. 동자꽃을 비롯한 형형색색의 야생화가 어여쁘다. 야생화는 중봉쪽의 암릉, 그리고 구상나무들과 색상의 대비를 이루면서 산뜻한 풍경을 만들어준다.
지리산 주능선은 천왕봉에서 중봉, 하봉을 지나고 왕등재와 밤머리재를 거쳐 웅석봉까지 이어지다가 경호강에서 생명을 다한다. 요즈음 지리산 종주 하면 노고단에서 천왕봉을 거쳐 대원사까지의 코스가 일반화되어 있지만, 엄격하게 얘기하면 웅석봉에서 천왕봉-노고단-덕두산까지 연결해야 제대로 지리산을 종주하는 셈이 된다. 이 긴 능선이 태극모양이라서 지리산태극종주라고도 부르는 이 코스는 4박5일 정도는 잡아야 가능하다.
중봉으로 가는 능선은 여전히 야생화천국이다. 고고한 선비 마냥 비바람에 시달리면서도 의젓한 모습을 잃지 않는 주목과 구상나무의 자태는 깊고도 깊은 골짜기와 함께 심오함을 드러낸다. 여기에 봉우리를 덮었다 벗었다 하는 운무가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중봉에 서서 바라보니 천왕봉이 춤을 추고 있다. 운무가 춤을 추니 지리산 최고봉 천왕봉도 덩달아 춤을 춘다. 하얀 면사포를 쓴 연인이 춤을 추다가 순간적으로 알몸을 드러낼 때는 그 웅장한 자태가 '하늘이 무너져도 흔들리지 않을 기상'이다.
주목과 구상나무 고사목의 예술성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생략할 것은 과감하게 없애버린, 그래서 단순한 것 같지만 거기에 절제미가 배어 있는 노숙한 화가의 그림 같다. 고사목은 얼른 보면 균형이 맞지 않는 것 같지만 오히려 '불균형의 균형'이 돋보인다.
고사목 아래로 펼쳐지는 길고 긴 칠선계곡의 곡선미는 어머니의 손결처럼 부드럽고, 득도한 선승 마냥 그 속이 깊고도 깊다. 뒤돌아보면 중봉 뒤로 초암능선과 하봉이 꿈틀거리며 생명력을 과시한다.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천왕봉에 새겨진 글귀는 언제 보아도 지리산답다. 영혼을 상처받은 수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씻고 다시 일어서는 산. 그래서 지리산은 어머니 같은 산이다. 수난의 역사 속에서 외침이 있을 때나 가진 자들의 수탈에 맞선 민중들의 저항이 있을 때나 묵묵히 정의를 지켜주던 산. 그래서 지리산은 역사의 산이다. 눈앞의 이해관계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의 길을 가는 산. 그래서 지리산은 큰 산이다. 지리산이 이런 산일진대 영산(靈山)이 아닐 수 없다.
천왕봉의 기상과 써리봉 선경
사람들이 천왕봉에 올라 감동하는 것은 천왕봉의 높이 때문만은 아니다. 천왕봉에서 이어나간 첩첩하고 유장한 산줄기와 깊이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깊은 골짜기, 그리고 숭엄한 기운이 감도는 원시림이 사람들로 하여금 감동하지 않을 수 없게 한 것이다.
그런데 지리산은 자기가 거느린 능선과 골짜기를 천왕봉은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마치 범인(凡人)이 성인의 깊이를 쉽게 알아볼 수 없는 이치라고나 할까? 오늘의 천왕봉도 마찬가지다. 운무가 천왕봉을 감싸 지리산의 모습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중봉을 거쳐 써리봉으로 가는 길은 지리산에서는 가장 멋진 곳이다. 주목의 자태 하나만으로도 충분한데, 남성다운 기상이 넘치는 기암괴석이 주목과 어울려 선경(仙境)을 이루고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풍경은 천왕봉과 마야계곡, 중산리계곡을 뒤덮고 있는 운무와 결합되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사방으로 확 트인 전망대바위로 이루어진 써리봉에 올라섰을 때마다 남서쪽의 중산리계곡에는 운무가, 북동쪽의 하봉·쑥밭재·왕등재능선은 파도를 치는 듯한 곡선이 선명하게 드러났었는데 오늘 역시 그런 모습이다. 왕등재 뒤로는 경호강이 흘러가는 모습도 눈에 띈다.
군락을 이룬 비비추 꽃밭을 지나 치밭목산장에 들어선다. 지리산 산장 중에서는 가장 한적한 치밭목산장에는 10명도 못되는 사람들이 낡은 나무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시설이 현대화된 다른 산장에 비하여 낡고 허름한 치밭목산장에서 정감을 느끼는 것은 내가 산을 찾는 이유와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대원사로 하산을 하건 윗새재마을로 하산을 하건 치밭목산장은 마지막 쉼터역할을 한다. 물론 대원사나 윗새재에서 땀을 흘리며 올라오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휴식처가 될 것이다.
등산로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무제치기폭포는 시간이 늦어 그냥 지나친다. 나는 몇 번 다녀갔지만 처음 오는 분들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날이 어두어지기 전에 하산하려면 어쩔 수 없다.
새재로 가는 갈림길에서 대원사로 가는 길과 헤어진다. 지리산종주시 지친 몸을 이끌고 내려가는 대원사 가는 길은 어찌 그리 길고도 지루했던지, 몇 년 전의 기억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신밭골을 통하여 윗새재로 가는데 오솔길을 걷는 기분이다.
땀으로 뒤범벅이 된 몸을 계곡물에 풍덩 담근다. 세상에서 이렇게 행복한 순간이 있을까? 지리산에 서서히 어둠이 몰려오고 고요한 정적만이 남는다. 지리산의 깊은 정적 속에서 윗새재 마을은 여름밤을 맞고 있다.
(2003. 8. 9)
▷산행코스
-. 제1코스 : 윗새재(2시간 20분) → 치밭목산장 갈림길(50분) → 헬기장(30분) → 중봉(40분) → 천왕봉(30분) → 중봉(1시간) → 써리봉(40분) → 치밭목산장(40분) → 새재갈림길(1시간) → 윗새재 (총 소요시간 : 8시간 10분)
*천왕봉 미경유시 총 소요시간 7시간
-. 제2코스 : 윗새재(2시간 20분) → 치밭목산장 갈림길(50분) → 헬기장(20분) → 하봉(1시간 20분) → 쑥밭재(1시간 20분) → 윗새재 (총 소요시간 : 6시간 10분)
▷교통
-. 대전-진주고속도로 산청나들목에서 6번 지방도로를 따라 밤나무재를 넘어가면 평촌리에 이른다. 이 마을에서 우회전하여 대원사를 지나 도로가 끝나는 지점까지 가면 윗새재마을이다. 승용차나 승합차를 제외하고는 대원사주차장에 주차를 하여야 한다.
-. 대원사에서 진주로 가는 시외버스가 30∼40분 간격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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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골 산행기
1. 일자 : 2003년 11월 2일(일) : 당일 산행 2. 산행코스 : ▶ : 윗새재 → 조개골 → 하봉헬기장 → 하봉→ 국골삼거리 → 쑥밭재 → 독바위양지 → 새봉 → 새재 → 윗새재 3. 산행인원 : 나홀로 산행 4. 준비물 (1) 기본장비 : 30L 배낭, 등산복(춘추용 상의, 하의) 윈드자켓, 동계용 조끼, 여벌 상의. 우의, 등산화, 스틱1조, 헤드렌턴, 비상약품, 다용도 칼, 메모지, 볼펜, 지도, 4단 방석, 보온물통, 카메라 (2) 식량 및 간식 : 김밥, 초코렛2, 사과1, 밀감5, 양갱2, 캔맥주1, 커피2, 물3L(온수1L)
5. 산행시각 안내 04:30 승용차로 출발 - 남해고속도로 - 문산 휴게소(아침식사) - 대진고속도로 - 단성 IC - 07:15 윗새재 마을 도착 07:25 비둘기봉 산장 출발 07:52 첫번째 철모 표지목 도착 08:07 두번째 철모 표지목 도착 08:20 조개골 본류 계곡 첫 만남 지점 도착 09:10 치밭목0.6km-천왕봉3.0km-새재4.9km 갈림길 표지목 도착 09:20 휴식 후 출발 10:00 하봉헬기장 도착 10:22 하봉 도착 11:30 국골 삼거리 도착(30분간 알바) 12:18 쑥밭재라 짐작되는 곳 통과 12:30 독바위양지 도착 12:50 점심 식사 후 독바위 출발 13:52 새재 도착 14:20 윗새재 마을 도착 14:30 윗새재 마을 출발 18:00 창원(집) 도착 < 총 산행시간 6시간 55분 >
6. 산행기
꼭 가고 싶었던 동부능선을 갔다 왔다. 추성리를 기점으로 하는 이른바 허공달골, 두류능선, 국골, 초암릉, 칠선계곡 코스를 섭렵하기 위해서 이 코스 통과가 필수라 생각 되었다. 능선길을 지나며 눈여겨 봐 두었는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늘 좋은 정보 주시는 별님과 이번 산행에 도움주신 중봉님, 한상철님, 푸르름님께 감사드린다.
11월 첫 번째 일요일, 언제나처럼 새벽공기를 가르며 달린다. 남해고속도로에 접어드니 안개가 많이 피었다. 함안을 지나면서 의령, 진주 방향으로 가니 안개는 더욱 짙어져 평소보다 속도를 낮춰 80Km 내외를 유지하며 눈을 부릅뜨고 운전해야 할 판이다. 앞에 가는 차가 비상등을 켜고 가니 뒤따르는 내 눈이 너무 피로하다. 다행히 대원사골로 접어들자 안개는 보이지 않고 날씨는 쾌청하다. 역시 '비둘기봉산장' 맞은편 공터에 주차하고 등산화를 고쳐 신고 스틱 길이를 조절한 후 배낭을 단단히 조여 매며 산행 준비를 한다.
07:25 '비둘기봉산장' 마당을 가로지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산장 어르신은 어찌 되었는지 궁금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하산길에 마을 분들께 물으니 아직 미확인 상태란다.) 지난번 산행의 실패(비둘기봉으로 올라 치밭목산장을 거쳐 심밭골로 하산함)를 거울삼아 제대로 길을 찾으리라 다짐하며 금단의 땅에 발을 들여놓는다. 날씨 좋고 몸 컨디션도 좋아 멋진 산행이 기대된다. 낯익은 첫번째 철모 표지목을 지나며 오른쪽 산죽 사이로 보이는 저 길이 쑥밭재로 오르는 길이리라고 확신하며 첫 지계곡을 건너고 산죽길을 얼마간 가니 두 번째 지계곡을 만난다.
08:07 두 번째 철모표지목을 기대하며 얼마 오르지 않아 문제의 두 번 째 철모 표지목에 섰다. 앗! 그런데 지난번 갔던 왼쪽길을 누군가가 큰 나무 막대 두 개로 X자로 걸쳐놓았다. 그래 바로 저거다. 중봉님이 말한 비둘기봉으로 오르는 길인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지난번 첫 조개골 산행에 그 길로 들었으니 어찌 길이 제대로 나 있었겠는가! 길 찾아 혼자 헤매다 운무 가득한 그 길을 따라 겁도 없이 올랐던 것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알고는 절대로 가지 않았을 지도에도 없는 길을, 그 희미한 길을 날씨도 엉망일 때 갔으니 말이다. 흐흐. 그래도 지리초보인 내가 그 어려운 비둘기봉코스를 올랐다고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르니 뚜렷하다. 그래, 이렇게 뚜렷한 길인 것을. 지난번 산행 때는 길을 안내해준 분들에게 도끼눈길을 보냈으니 죄송하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비둘기봉 가는 길목에 X자로 나무를 걸쳐 놓으신 고마운분께 소주 한잔 대접해 드리고 싶다.(혹시 이 글 보시면 연락 주시길) 이런 작은 정성이 초행길의 산객에게는 칠흑 속의 등대와도 같은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08:20 첫 번째 조개골본류에 도착한다. 짧은 휴식을 취하고 계곡을 건너 오르막 능사면을 오른다. 비탈에 선 나무들은 내년 봄을 준비하느라 제 살점을 다 뜯어내고 앙상한 가지만 남았다. 을씨년스럽지만 정감이 가는 풍경이다. 지난주 불일폭포에서 상불재 가는 길에는 아직 단풍이 한창이거나 푸른 기운을 다 벗지 않았는데 과연 이 조개골은 역시 추운 곳인가 보다 벌써 나목으로 섰으니 말이다.
계속 오르막이지만 힘에 부치지는 않는다. 한참을 앞만 보고 오르는데 오잉? 웬 표지목? 와!- 치밭목0.6km-천왕봉3.0km-새재4.9km 갈림길 표지목이다. 드디어 찾았다. 이 표지목을 만났다는 것은 정상적인 조개골로 올랐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라 기뻤다.
지난번 산행길을 확인하기 위해 치밭목산장 가는길에 서니 멀리 산장의 지붕이 보인다. 지도를 보며 비교하니 지난번엔 바로 비둘기봉으로 올랐던 것을 확인한다. 10분간의 휴식을 하고 다시 떠나니 또 계곡을 건넌다. 마지막 계곡이다. 중봉님은 조개골 산행을 하면 계곡을 네 번 건넌다고 했는데 작은 지계곡까지 합치면 예닐곱번은 건너야 하니 만나는 계곡 횟수에 민감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여기서부터는 제법 까꼬막이라 힘들게 올라야 한다.
10:00 잠시 서서 숨을 고르며 오르기를 반복하니 드디어 하늘이 열리고……. '가만! 그래, 그래 하봉헬기장이지? 와- 맞다!' 만세를 불렀다. 지난번 산행 때도 하봉헬기장을 목표로 했었다. 이 하봉헬기장만 제대로 찾으면 성공적인 산행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이다. 2시간 35분의 산행 끝에 하봉헬기장에 선 것이다. 몸도 가뿐하고 기분도 좋아 힘차게 나아간다. 하봉에 오르니 칠선계곡, 초암릉, 국골, 두류능선이 한 눈에 보인다. 언젠가는 저 곳들을 모두 오를 날이 있겠지.
그런데 하봉은 헬기장에서 첫 번째 만나는 봉우리인가? 두 번째 바위 봉우리인가? 모르겠다. 한상철님의 설명을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기억이 확실치 않아 잘 모르겠다. 내 짐작으로는 두 번째 바위 암봉이라 여겨지지만.
이제 초암릉으로 떨어지는 길만 조심하면 된다고 했지. 계속되는 능선길로 진행한다. 얼마있다 무덤 1기를 만나고 그 옆으로 난 길의 바위에 서서 올라온 조개골을 조망하니 기분이 좋다. 왼쪽으로 멀리 동부능선과 웅석봉, 달뜨기 능선도 보인다. 곧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둘은 하나로 합쳐진다고 했으니 걱정이 없지. 이제 '국골 삼거리' 표지만 찾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계속 길을 재촉하는데 이상하다. 자꾸만 왼쪽 두류능선쪽으로 떨어지는 것 같아 길을 잘못 들었나 슬슬 걱정이 된다.
10:58 여기까지 오면서 분명 국골 갈림길 표지도 보지 못했고 또 갈림길 같은 곳도 없었으니 더 가보자 하며 가니 점점 이상해진다.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했던가? 어설피 아는 게 탈이라 뭔가 분명 잘못됐다 싶어 '알바'를 결행한다. 아까 무덤 근처에서 국골에서 올라 온 분을 만났으니 일단 거기까지 가서 다시 확인하며 내려오자 하고 시계를 보니 20분이나 더 내려왔다. ㅠ.ㅠ 나의 경우 '알바'를 하게되면 마음이 급해 빠른 속도로 이동하게 된다. 거의 3/2지점에 오니 아까 만난 분이 일행과 함께 되돌아 내려오신다. 국골 삼거리 표지판의 위치를 물으니 되돌아가야 한단다. ㅠ.ㅠ 다리에 힘이 빠진다.
11:30 한창 되돌아가니 아까 되돌아온 지점이 보인다. 시각을 확인하니 30분 정도 '알바'한 셈이다. 그런데 몇 발작 나아가자. 응??? 코앞에 국골 삼거리 표지판이 보인다. 흑흑. '알바'를 시작한 곳에서 1분도 체 되지 않는 지점에, 불과 수십미터 지점에 안내판은 서 있었다. 울고 싶다. 결코 '알바'를 한 것 때문만은 아니다. 믿음이 부족한 내 마음 때문일까? 그냥 산행초보라 그렇다고 자위하며 표지판 앞에 주저앉아 밀감 두 개를 까먹고는 씩씩하게 새재 방향으로 내려선다. 한 무리의 일행을 만난다. 서울에서 온 '무토산악회'던가? 밤머리재에서 5시에 산행을 시작했단다. 대부분 장년들이라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그들의 맨 후미는 쑥밭재를 지나고 독바위 부근에서 만나게 된다.
12:15분경 쑥밭재 부근에서 식사를 하며 쉬고 있는 한 무리의 일행을 만난다. 허공달골에서 올라왔단다. 쑥밭재를 물으니 1258봉을 넘으면 보인다고 한다. 이상하다. 지도에는 1258봉 전인데……. 나도 고도계의 필요성을 느끼며 쑥밭재로 향한다. 그러나 지나치면서도 표지목이 없어 확실한 지점은 아직도 모르겠다. (쑥밭재의 정확한 지점 가르쳐 주세요.) 고갯길에 산죽이 있고 조개골 쪽으로 하산길이 분명하던 그곳이겠지라고 생각이 들지만. 여기서 하산길을 결정해야 하는데 날씨며 내 몸 컨디션을 보니 새재로 하산해도 될 것 같다. 언제 또 오겠느냐며 감행한다.
12:30 키높이 만한 산죽길을 헤치며 나아가니 독바위가 보인다. 독처럼 생겨서 독바위인가? 배가 고프고 힘도 빠져 여기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한다. 독바위 앞 큰 바위에 앉아 점심 식사를 한다. 단골 김밥집의 김밥은 언제 먹어도 참 맛있다. 아직도 시원한 캔맥주와 더불어 먹으니 술술 잘 넘어간다. 식사 후의 커피 한잔도 죽여준다.
12:50 '알바'한 시간을 보충하려고 식사를 빨리 마치고 독바위를 지나쳐 새봉을 향한다. 그런데 길이 좀 험하다. 지도에서처럼 빨간색 한 줄로 좌악 그어진 그런 길이 아니다. 오르내리기를 반복한다. 새재의 위치를 몰라 자꾸만 오른쪽 조개골로 난 길이 있는지 확인하며 하산한다. 날씨가 좋아 다행이지 지난번처럼 비 오는 날씨에 운무마저 끼였다면 낯선 산행길을 혼자 가는 것은 무리라 생각이 든다. 헬기장의 흔적 같이 보이는 갈림길에서 희미한 오른쪽 등산로를 따라 전망 좋은 바위 위에 서니 드디어 새재마을이 보인다. 마음이 가라앉는다. 멀리 새재(새재인지는 나중에 확인함)쪽에 한 무리의 산행객들과 마을로 하산하는 길도 확인한다. 룰루랄라 신바람이 난다. 광속으로 내닫는다.
13:52 새재에 도착하니 아까 본 산행객 일행은 식사를 하고 막 떠날 채비들을 하고 계신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하고 하산길도 확인한 다음 물 한 모금 마시고 기록을 하고 있으니 남자 한 분이 말을 걸어온다. 태극종주 구간종주 중이시란다. 8구간 중에 오늘은 왕등재에서 쑥밭재까지 산행하신단다. 트레킹님. 반가웠습니다. 안전 산행 하셨겠지요?
13:58 윗새재 마을로 하산하는 길은 짧고 순탄하다. 쑥밭재에서 독바위-새봉-새재로 하산하는 것(넉넉히 잡아 약 2시간 소요)과 쑥밭재에서 곧바로 윗새재로 하산하는 것과 비교해도 시간적으로 큰 차이가 없을 것 같다. 물론 짐작이지만
14:20 하산완료. 기분이 너무 좋다. 가슴 뿌듯하다. 늘 낯선 산행길을 혼자 갈 때면 두려움과 기대감에 마음이 들떠지만 산행을 마치고 나면 기쁨이 두 배가 된다. 조금씩 조금씩 지리에 다가간다는 점 때문일까?

치밭목산장 갈림 길, 치밭목은 여기서 0,6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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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구석 한귀퉁이에 언제나 stand-by 상태로 놓여 있는 배낭. 쥔장이 가자면 두말없이 나설 준비가 된 상태로 항시 대기중인데 요즘들어 장맛비 때문에, 혹은 회사일로 두어 주를 쉬면서 풀이 죽어 있습니다. 교대근무는 주말과 휴일에 상관없지만 모처럼 북적대는 일요일 날에 쉬는 날이 끼어 있어 오후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를 참고만 하고 새벽을 가릅니다. 오늘 가지 못하면 또 언제 가야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요즘은 그렇게 일이 풀려갑니다.
여수에서 남해 고속도로를 타고 덕산에 다다르면 두시간 반이 소요됩니다. 그것도 시속 100km/hr로 말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고속도로를 타지 않고 하동으로 해서 국도를 타고 갑니다. 그게 시간도 절약되고 돈도 절약되는 길입니다. 주로 새벽에 출발하기에 보통은 두 시간쯤 걸리는 거리입니다.

계절이 바뀌는 때, 아니 계절보다는 야생화가 피었다가 지는 짧은 순간마다 지리산에 찾아 든다는 것은 어쩌면 행복에 겨운 일 인지도 모릅니다.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사람들이, 가고 싶은 날 마음대로 갈 수 있는 사람보다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지리산을 찾는 사람들의 목적도 날로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산길을 찾아 떠나는 사람, 옛길을 찾아 헤매는 사람, 역사 기행을 위해 떠나는 사람,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친목을 위해 떠나는 사람, 학업이나 연구를 위해 찾는 사람들, 그리고 저처럼 단순한 취미로 산을 찾는 사람 따이 따이 등등... 애초에 주 능선만 가능하면 타겠다고 맘을 먹었는데 그 약속이 요즘은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그것은 홈을 가진 자만이 느끼는 압박감으로 찾아 온다는걸 알면서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중압감도 이제는 차라리 보통의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기왕 하는거 즐기면서 하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해서 지난번 써리봉 능선 산행시 만난 진주의 산꾼으로부터 새로운 길을 줏어듣고는 산꾼도 아니고, 산꾼이 될 생각은 전혀 없지만 그래도 호기심에 한번 찾아 나서기로 한 것입니다.

대원사 계곡은 최근에 자주 내린 장맛비로 인해 수량이 제법됩니다. 아직은 잠에서 덜 깬 계곡이라 사람들이 한산하지만 낮이 되면 이곳에는 이른 피서객들로 만원을 이룰 거란 생각에 오후엔 어떻게 빠져 나오나를 벌써 걱정합니다. 새재마을 한쪽 귀퉁이에 차를 세우고 새재민박집 뒤편을 쳐다보니 이미 능선은 안개와 구름으로 시야가 불투명 합니다. 요즘의 산행은 주로 동부능선을 답사 하고픈데 오늘의 일정도 거기의 한부분으로 윗새재 마을을 곧바로 치고 올라가 심밭골이나 조개골로 원점 회귀하는 산행을 계획했었습니다. 하지만 아래에서 올려다 본 능선은 길이 있다해도 이곳으로 오르는것이 처음인 내게는 쉽게 길을 내줄것 같지가 않습니다. 몇 번을 망설이다 그냥 조개골로해서 역으로 산행하는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

산장의 이곳저곳에는 많은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어서 주5일제의 효과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합니다. 어느 때부턴가 일어난 사람들은 이른 아침인데도 몇몇이 모여 정다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치밭목 산장으로 가는 심밭골은 비둘기산장 아래로 난 출렁 다리를 지나 가는 것이고 조개골은 비둘기산장 입구의 길을 곧바로 가면 들어설 수 있습니다.(혹 처음 가는 분들을 위해 좀 자세히 쓰고자 합니다, 어차피 정보는 공개 되어야하고 그리고 기왕 법을 어기고 가는거 차라리 자세히 알고 가는게 안전에 더 도움이 될까 싶습니다) 조개골 출입금지 팻말과 철조망을 옆으로 끼고 돌면 어느 계곡들처럼 자갈 돌들이 길에 널브러져 있습니다. 이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많은 빗물에 흙이 씻기고 남은 것이 길위에 일부러 가져다가 깔아 놓은 것처럼 된것입니다. 조개골의 특징 중 하나를 든다면 계곡을 따라 조개골 본류까지 걷지만 계곡에 다가 설수 있는 길이 몇 군데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계곡이 멀리 떨어져 있다거나, 혹은 절벽처럼 된 것이 아니고 단순히 여느 계곡과 똑 같지만 계곡 가에는 조릿대가 많아 접근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것은 조개골 입구를 들어서면서부터 한두개의 계곡쪽 출입구를 빼 놓고는 거의 전무한 상황입니다.

이곳 조개골도 건기 때는 특별히 물이 크게 많지는 않은 곳입니다. 하지만 최근의 장맛비로 인해 이곳 조개골도 물이 크게 불어나 있습니다. 그것을 쉽게 파악이 가능한 것은 조개골을 건너는 곳이 네 군데 정도 되는데 대부분이 등산화에 물을 묻힐 필요가 없을 만큼 수량이 적은 곳인데 오늘은 제법 조심해서 건너지 않으면 물속에 발을 담글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처음 조개골에 들어서면서부터 약 30분 진행하는 이정표까지는 특별히 어렵거나, 또는 다른 계곡들과 다른 점은 크게 없습니다. 그리고 길도 거의 직진에 가까운 길입니다. 약 30분을 진행하면 흙더미에 박힌 철모 이정표를 만나게 됩니다. 약 두어 평쯤 되는 이곳은 조릿대가 삥 둘러 있으며 진행방향의 오른쪽으로는 조릿대 숲속에 빠끔히 길이 나 있음을 알수 있습니다. 이 길은 나중에 안 일이지만 쑥밭재에서 내려서는 길입니다. 이정표에서(대원사 매표소 8.0km) 목을 길게 내 빼면 직진방향에 지류가 하나 보이는데 이곳이 첫번째로 건너는 조개골의 지류입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조개골의 참맛을 느끼게 하는 등산로가 열립니다. 조개골은 여타 다른 계곡들과는 달라서 원시적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입니다. 이곳이 열대 지방에 있다면 아마존의 밀림지역이라 해도 별반 틀릴게 없을 겁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숲이 크게 우거지고 여러 종류의 덩굴성 식물들이 길게 느려뜨려 자라기 때문에 잠시 원시림에 들어 온 착각을 일으킬 정도입니다. 그만큼 보존이 잘 되어 있다는 얘기이고, 한편으론 등산객의 발길이 뜸하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계속해서 계곡을 좌측에 두고 약 5분여를 걷다보면 두번째 지곡을 건너게 됩니다. 그리고 약 10여분 후에는 철모를 뒤집어 쓴 매표소 11.7km라고 씌어진 이정표를 만나게 됩니다. 이곳까지 큰 계곡을 좌측에 두고 계속 우측 길을 걷게 됩니다. 조개골의 길은 잃어버리거나 그럴 염려는 없습니다. 한여름이 이정도면 가을철에는 더욱 뚜렷하다 하겠습니다. 그리고 힘들거나 그럴 경사를 가진 곳도 거의 없습니다. 다만 쓰러진 나무가 자주 보이고 덩굴나무 줄기가 길게 뻗어 내려 시야를 때론 가리기도 합니다.

약 15분여를 걸으면 이번에는 조개골 본류를 첫 번째로 건너게 됩니다. 평지 같게 걸어오던 계곡길도 어느덧 조금씩 고도를 높여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약 30여분을 걸으면 이제는 계곡을 진행방향의 우측으로 건너게 됩니다. 즉 처음처럼 계곡을 좌측에 두고 가게 되는 것입니다. 잠시 후 계곡쪽으로 크나큰 물줄기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무명폭포가 있는곳입니다. 이곳 무명 폭포까지는 내려설수 있는 자그마한 길이 있습니다. 내려가 보면 시원스레 쏟아지는 폭포수가 여느 계곡보다 작은 물줄기는 아닙니다. 다만 접근로가 조금 어려워 폭포 아래까지 접근하는데 조금 제약을 줄 뿐입니다. ( 이 폭포에 이르는 시간이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대그빡의 한계입니다)

20 여분후 이제는 마지막으로 조개골을 좌측으로 건너게 됩니다. 제법 고도가 높아 졌음을 실감하듯 물줄기가 조금은 약해졌지만 그렇게 크게 약해진 것은 아닙니다. 치밭목 산장이 있는 비둘기봉 아랫쪽을 지나감을 느끼고 건너편 쑥밭재 아래로는 천길 낭떠러지들이 하나둘씩 보이는 곳입니다. 언젠가 저 절벽들 아래로 한번쯤은 가 봐야 할 일이 생길겁니다.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는 산꾼은 아니지만 잃어버린 사찰이 저곳 어느틈엔가에 있을 거란 상상도 해 봅니다.

곧이어 큰 고목이 있는 제법 넓은 공터가 있고 길은 우측으로 올라섭니다. 제법 가파른 길이 기다리고 있지만 그렇게 힘든 길은 아닙니다. 약 20여분을 올라서면 하봉과 치밭목 산장, 그리고 새재로 향하는 삼거리가 나오고 이정표가 세워져 있습니다. 새재에서 4.9km,치밭목 0.6km, 천왕봉 3.0km입니다. 이곳에서 약 300m 후에는 마지막으로 물을 담을 수 있는 작은 지곡을 건너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봉 샘이 이곳에서 멀지 않으므로 굳이 여기서 물을 준비할 필요성은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조개골 산행시 물은 크게 신경 쓸 필요성은 없을 것 같습니다.

30 여분을 조금 가파르게 오르면 하봉 샘터에 도착합니다. 시원한 물이 특징인 하봉 샘터 주변엔 동자꽃과 터리풀이 지천에 깔려 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만나는 헬기장 주변에도 온갖 야생화들이 화원을 이루고 있습니다. 산꿩의다리, 큰뱀무, 터리풀, 지리터리풀, 도라지모싯대,동자꽃,짚신나물 등등....
한참을 꽃에 취해 유유자적 해 봅니다. 배고픈 줄도 모르겠고 오히려 안 먹어도 배가 부른 상황입니다. 다만 날씨가 받처주질 않은게 흠입니다.


하봉에 오르니 비가 하나둘 내리기 시작하더니 국골 사거리쯤에선 제법 굵게 내립니다. 숲속에 있으면 작은 빗줄기가 나뭇잎에 모여서 큰 줄기를 이루고 그것은 음향효과를 크게 하여 적은 비에도 많은 비가 내리는 것처럼 됩니다. 특히나 조릿대 숲이나 활엽수가 많은 곳에서는 그 효과가 더욱 더 크다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오늘은 카메라를 꺼낼 수 없을 정도로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국골에서 새재방향으로 약 30여분을 진행하면 어름터, 즉 허공달골로 내려서는 삼거리를 만납니다. 그 이전에도 조개골로 빠지는듯한 길이 우측으로 열려 있고 비표도 붙어 있지만 초행길이라 섣불리 내려서지 못합니다. (아마도 이 길이 조개골로 내려서는 옛길이 아닌가 싶습니다) 삼거리에서부터는 좌측이 아닌 직진길 입니다. 이곳은 벽송사 능선 길인데 제게는 오늘이 초행길입니다. 한번쯤 쉽게 갈수도 있었겠지만 어떻게 된 게 이곳엔 한번도 발길을 올려놓을 기회가 없었습니다. 손가락으로 짚어보면 제법 동부능선도 많이 탔다고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이제 시야는 건너편 산자락을 확보하기가 어렵습니다. 당췌 보이는 능선이 있어야 어느정도 감을 잡을텐데 전혀 보이지 않는 능선에 초행길이다보니 덜컥 앞길이 걱정이 됩니다. 이런날 잘못했다간 되돌아오거나 엉뚱하게 길을 잡아서 시간만 낭비하기 쉽상입니다. 하는 수 없이 조개골 탈출로가 보이면 그냥 내려서기로 합니다.

어름터로 빠지는 삼거리에서 좌우측 조릿대 길을 재촉하고 가끔씩은 왼편으로 너무 쏠린다 싶을 정도의 사면을 지나 약 15분을 내려서니 한두평 됨직한 공터가 나옵니다. 안개는 짙게 깔리어 앞의 능선 상태를 구분하기가 모호한데 우측으로 표시기가 많이 붙어 있습니다. 직감적으로 내려서는 길이라 판단을 하지만 이게 조개골 어느곳으로 떨어질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지만 애당초 계획했던 산행을 포기 해야만 하는 상황과 점점 더해지는 날씨에 빨리 탈출을 해야만 상황이라 주저 없이 내려서기로 합니다. 길은 산죽을 헤치고 험하게 내려서는가 싶더니 어느쯤에는 이게 내려서는 길 맞아? 할 정도로 험하기도 합니다. 이곳도 원시성을 그대로 간직하여 바위가 엎어져 있고 덩굴이 내려섰으며 나무가 쓰러져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왕래가 잦았던 듯 발자국의 표시가 있고 비표가 제법 많이 달려 있습니다. 그렇게 약 10여분을 내려서니 계곡의 물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 약 20여분후에 처음 조개골에서 만난 이정표(대원사 매표소 8km) 위쪽으로 빠끔이 열려있는 조릿대 숲길로 떨어집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내려선곳은 다름 아닌 쑥밭재였던 것입니다. 날씨탓에 쑥밭재가 어딘지도 모르고 내려섰으니 조금은 황당한 산행입니다. 그렇지만 늘 그랬듯이 다음에 또 가야할 무언의 약속이 있는 곳이니 크게 미련은 두지 않습니다.
일정정리 07:30 조개골 출발 07:55 첫번째 이정표(매표소 8.0km), 지곡 건넘 08:00 두번째 지곡 건넘 08:10 이정표 (매표소 11.7km) 08:25 조개골 지류 건넘,좌측이던 계곡이 우측으로 08:50 계곡을 우측으로 건넘, 좌측에 계곡을 둔다 09:10 마지막 계곡 건넘, 좌측으로 09:30 치밭목,하봉,조개골 삼거리(새재 4.9 치밭목 0.6 천왕봉 3.0km) 10:00 하봉샘 11:00 하봉 헬기장 출발 11:45 국골 사거리(새재방향) 12:15 허공달골 삼거리(우측으로 직진) 12:30 쑥밭재 공터(우측 아래) 12:50 조개골 이정표로 원점회귀 13:30 조개골 입구, 산행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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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산행일시:2005년 01월 29일
ㅇ산있는곳:경남 산청
ㅇ산행코스:윗새재-조갯골-치밭목산장-무제치기폭포-심밭골-윗새재
ㅇ산행시간:Am07:50시~ Pm13:50시
<주요시간기록>
ㅇ07:50시-윗새재에서 산행시작
ㅇ08:30시-철모쓴 표지판, 첫 번째 계곡(발길 흔적 없음)
ㅇ09:40시-하늘 흐려지고 바람 거세지다.
ㅇ10:20시-조개골을 건너다
ㅇ10:40시-눈이 내리기 시작
ㅇ11:10시-치밭목,하봉갈림길
ㅇ11:40시-치밭목산장
ㅇ12:10시-무제치기폭포
ㅇ12:30시-새재,한판골 갈림길
ㅇ13:50시-윗새재에서 산행마침(싸락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1,기다림
겨울은 어디서 오는가
그렇게 아름다운 바람 소리를 내며
오늘도
어제만큼의 두께로 얼음이 얼고
스스로 외로워하게 만드는
도무지 깨어지지 않는 바람,
겨울의 세계는 과연 어디에 숨겨져 있었는가.
찬란히 빛나는 이 겨울은
내가 모르는 그 어떤 고통의 흔적이 있기에
이렇게 당당히 바람으로 살아나는가?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내게 와서
나 아닌 나와의 험한 싸움을 지켜주는가?
겨울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생활에 시들어가는 인간의 목숨에
영혼의 불을 질러 버릴 수도 있으련만
사람이 나서 죽는 게
스스로의 의지가 아니듯,우리의 겨울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강한 힘을 주는가?
되돌아갈 수도 없는 나처럼
잠시 주위를 둘러볼 여유도 없이
끌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겨울은
(서정윤의 이 겨울은)
무슨 까닭인가!
이처럼 지리가 두려워지는 것은...지리를 그리면서도 그 속으로 들지 못하고 들 날만을 기다림한다.
지리를 떠올리면 우선 막막함이 앞을 막고 떨쳐낼 수없는 속내깊은 외로움이 마음 저리게 하니 이 무슨 연유인지...
기다림 끝에 들어가는 지리다. 그 대상지는 조금의 망서림도 없이 조개골이 되어 버리고.
사람이 살아가는 한평생을 반추해 보면 그건 오롯이 기다림의 연속이다. 기다려야 할 상대가 무엇이던 간에 우리는 기약없는 기다림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겁게 살아간다. 이루어야 할 소망도 바래움이며, 육신의 강건치 못함에서 빠져 나오고자 하는 것 또한 기다림이리라.
또한 내 마음을 헤집고 들어와 떠나지 않는 사람을 늘 생각하는 것은 기다림중의 최고 정점일 터이다.
새재마을, 이 곳이 조개골의 들머리다.
그런 탓에 이미 낯익은 이름이 되었고 마을의 정경 또한 전혀 낯선 곳이 아니다. 아직 지난 밤의 흔적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탓에 마을은 고즈넉한 고요가 흐른다. 1월의 겨울다운 눈이 살포시 내려 앉았고 몇 개의 발자국이 그 눈위를 걸어 산으로 향했다.

(철모를 눌러쓴 표지판이 서있는 곳은 삼거리다.
이 삼거리에서 직진하면 쑥밭재로 오른다.
조개골은 좌로 들어야 하고.
마침 이 삼거리에서 고로쇠채취 파이프를 고치던 두 사람이 내게 말을 건넸다.
"혼자 갑니까?" "예" "아니, 길도 뚫리지 않았는데..."
몹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철모쓴 표지판을 지나면 곧바로 계곡이
나타난다. 눈쌓인 계곡에 버들강아지가 활짝 피었다.
기다림에 지친 것일까)
쑥밭재, 청이당고개,...
정답고 늘 그리운 이름 들이며 가고싶은 곳들이다.
그 곳을 이곳에서 오른다. 바로 처음 만나는 철모쓴 표지판이 서 있는 삼거리에서...
계곡은 꽁꽁 얼어 붙었고 흐르던 물은 자취도 없다. 무심한 버들강아지만이 세월을 잊고 차거운 겨울 하늘로 알몸을 드러내고 있다.
행여나 봄을 기다림 하다 지쳐 버려서일까?
엄동설한 북풍차거운 이 곳에 먼저 그 속살을 드러낸 버들강아지는?
사람의 발길 흔적없는 눈 쌓인 산 길로 산짐승의 조그마한 발자국이 외롭게 이어지고 있다.
끊어질 듯 끊어질 듯......
그리고는 아무도 가지 않았다. 아무도 가지 않은 그 눈위로 나의 발자국이 뒤를 따른다.

(버들강아지가 핀 계곡을 건너자 앞서간 흔적이 없다.
눈은 허벅지를 삼키는데...
벼르고 별렀던 조개골! 이 조개골에 이처럼 눈이 쌓이길
기다렸다. 그리고 운좋게 아무도 가지 않았고)
이 겨울이 다 지나가 버리기 전에 이 조개골을 오르고 싶었다.
그 날을 기다림하면서... 바람소리, 물소리, 바람에 울어대는 나무들의 가냘픈 비명소릴 듣고 싶었다.
아무도 없어야 했다. 그저, 나혼자서 조개골에 푹 빠져들고 싶었다.
더하여 눈이 내렸고 사람이 걷지않은 순백의 눈위로 흔적을 남기며 걷는다. 그런데 왜 이리 마음이 무겁단 말인가? 그리고 이렇게 두려운 것은 무슨 까닭인가? 좋기만 할 줄 알았는데...기쁘기만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눈은 허벅지를 붙잡고 간간히 허리께까지 파고 든다.
왼쪽의 계곡에는 겨울의 골짜기를 울리는 물소리가 이어지고...
겨울이 깊었구나.
이처럼 겨울은 그 깊은 곳까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끌고 들어와 미동도 하지않는 동면에 빠지게 한다. 산도 잠을자고 계곡도 잠이 들었고 길도 깊은 겨울잠에 빠져있다.

(눈이 내린 길을 걸었다,
적막과 고요만이 흐르고 아무도 없는 조개골을.
시간은 흐르고 조개골의 본류를 건너는 곳에 이르자 눈은
더욱 깊어졌고 눈 사이를 헤집고 물이 흐르고 있었다.
왜, 이다지도 마음이 무거운가!
지리에 들었어도 결코 즐겁지 않고...이건 외로움인가,
그리움인가!)
길은 계속되고 두번째의 철모쓴 표지판은 눈위에 누워 버렸다.
발에 밟히는 사각거리는 눈소리가 왜 이다지도 크게 들리는지....
그 소리에 멧돼지가 깨어나고, 곰들이 깨어나는게 아닌가 싶어 힐끗거리며 주위를 둘러본다.
심술궂은 겨울바람이 나무가지를 흔든다. 이리저리 요동치게 만들며...
얼어붙은 조개골은 고요하기만 하고 하얀 눈을 소복히 이고 있는 계곡의 바위 덩어리들은 정겨운 모습이다. 찬 바람에도 전혀 날리지 않으며 모습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얼어붙은 조개골의 얼음장에서 스틱을 짚고 조개골을 보았다.
눈에 들어 오는 건 차디찬 겨울의 모습,
그리고 두 귀를 파고드는 건 음습한 한 겨울의 바람 소리.
조개골은 지금 한 겨울이었다.
돌덩이 위에 쌓인 눈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고)
계곡을 건너며 조심을 한다.
혼자이기에 더욱더...행여 미끄러져 다치기라도 한다면? 다행이 얼어붙은 얼음장은 두발을 굴러도 아무 문제가 없을만큼 두껍게 얼었으니 깨질 염려는 전혀 없다.
사면으로 도는 길은 흔적이 없다. 지나다녔던 기억으로 길 이려니 하고 눈속을 헤쳐 나간다. 바람이 몰아다 부친 눈은 상당히 힘이들고 몇걸음 옮기지 못하고 쉬기를 반복한다.
애당초 길은 없었을 터, 지금 내가 남기는 흔적이 바로 길이 될 것이니 애써 올곧게 이으려 애를 쓰지만 마음과 같지않다. 넘어지고 미끄러지고....
처음 건너는 조개골의 지계곡이 아주 제대로 얼어 붙었다.
늘 이곳에서 식수를 채우곤 했었는데, 어디 들이밀 곳이 없으니...
배낭을 내려놓고 스틱에 의지하여 미끄럼을 탄다. 아무도 없는 조개골에서...제법 낭만이다 싶은 생각에 실없는 웃음도 날려보고.

(마음 탓인가!
눈을 헤치고 오르는 발길이 힘이 든다. 땀은 비오듯 쏟아지고.
미끄러지고 또 미끄러지고...
사면으로 돌자 눈은 가슴께 까지 파고 든다.
바람에 날려온 눈들이 심술을 부리는 것이다.
혼자 겁없이 조개골에 든 것을...
흐르는 물도 꽁꽁 얼어 붙어 버렸고)
2,그리움
그대는 빛인가
저 검은 산그늘을 한순간에 거두고
하늘땅 넘실대며 서둘러 오는 이
마른 잎, 죽은 나무 흔들어 깨우며
혼자이면서 여럿처럼 물결치며 오는 그대는
노래인가 아우성인가
어느 사이 이 깊은 골짜기에도 세월은 가고
이제는 그 가슴 뜨거운 사람들 다 흩어졌으니
차라리 이 낯 두꺼운 배신의 시대를
스스로 앓기 위하여
그대 몸으로 오는가, 사랑하는 이여
이 수풀 침묵 속에 너나 나나 잠이들고
새 짐승 모조리 기척도 없으리니
우수수 지는 잎 어질머리바람 끝에
발구르며 오는 이
여기저기 속속들이 피눈물 고인 땅 안팎의
갈라진 틈 위에 생살로 차 오르고
때로는 만 사람의 찬란한 꿈으로 오는
그대는 노래인가
그리움인가
(2000년 1월 객석에서)
걷고 있어도 걷고 싶고, 보고 있어도 그리운게 산이며 지리다.
이것이 산꾼의 참 마음이며 지리에 푹 빠져버린 지리쟁이의 피할 수없는 업보이리라.
산꾼은 산을 그리며 산에 든다.
기다림하며 사는게 삶이라면 그리워하는 것 또한 인생이리라. 사는 날까지 어느 한시도 그리움을 떼어놓고 살아가는 이 어디 있을까? 주체할 수없는 그리움 때문에 한 밤을 지새우며 애닲아 하기도 하고 그 그리움을 달래며 눈 쌓인 산길을 마다하지 않기도 한다.
다만 그리움을 떨쳐 내려는 몸부림만이 차이가 날 뿐...
얼음판에서 한판 미끄럼놀이를 끝내고 다시 눈길로 발길을 얹는다.이 곳에서 부터 길은 작은 도랑을 이루며 이어지는데 눈이 덮였으니 그 높고 낮음이 가늠이 되지 않는다. 그 바닥에는 필경 얼음도 박혀있을 터인데...
안부에 이르니 눈이 날리기 시작한다. 잔잔한 눈이 비둘기봉쪽에서 불어오는 겨울바람에 너울거리며 춤을 춘다.
나무등걸에 앉은 나는 그 춤판의 관객이 되고 나무가지를 흔드는 겨울바람은 간장을 파고드는 구슬픈 가락을 토해낸다.
치밭목산장과 하봉으로 길이 나뉘는 삼거리에서 열정 식어버린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당연히 하봉으로 올라야 할 발걸음을 아무도 가지 않았다는 단 하나의 까닭으로 한치의 미련도 없이 치밭목으로 바꿔버리는 마음에서 내가 지리에 드는 솔직한 뜻은 진정 무엇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여기 이곳,
치밭목과 하봉으로 갈리는 삼거리
오르면서 이제나 저제나...눈 빠지게 기다린 곳.
하봉가는 길에도,
치밭목 쪽에도 아무도 가지 않았다.
하봉으로 오르려던 계획을 망설임 없이 취소해 버린다.
홀로 눈을 헤치고 오를만큼 나의 열정은 뜨겁지 않다.
아니 더 솔직히는 조개골을 건널 때부터 그냥 되돌아 갈까를 몇 번이나
생각했다. 오늘 왜 내 마음이 이럴까)
눈보라가 일어난다. 바람은 더욱 거세지고...하늘은 잿빛, 그 잿빛 하늘로 눈발이 흩날리고 산속은 어두워진다.
펑,펑,...쏟아지길 바라는 눈발은 아니고 마음처럼 심란한 어설픈 눈이 산속을 넘나든다. 본디 세상의 이치는 부족하고 모자람이 늘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것임을 이곳 지리 속에서 다시 한번 확인한다.
채 1Km도 되지않는 길을 늘려서 걷는다, 제법 먼 길처럼...
그리고 떨쳐낼 수없는 탐욕스런 나의 마음을 물병에 가득 채운다.이제 치밭목이 바로이니 물은 필요 없을 터, 그러나 넘치도록 받는다. 흘러 넘치는 물이 아까움은 순전히 나의 욕심일 뿐 인것을...

(삼거리에서 치밭목으로 간다.
제법 깊은 눈이다. 그리고 멀다, 많이, 먼 길이 아닌데.
치밭목의 샘에 이르러 날진의 수통에 소용도 없을 물을 가득 채운다.
배낭만 무거울 텐데)
산장의 문이 절로 닫혀진다. 때마침 불어오는 겨울바람에 의하여...
창문으로 다가서지만 달뜨기능선은 흔적도 없고 구름만이 가득하다. 아주 오래전 이 치밭목산장을 와보기 전에 나에게는 치밭목은 아득한 미지의 세상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여러 날밤을 밀어내고야 갈 수있는 곳일거라 짐작했으며 온종일 산꾼 하나 보지 못하는 그런 곳인줄 알았었는데...
이제 예전의 치밭목은 마음 속에만 기억 되어지고 있을 것이다. 불과 두,세시간이면 이 치밭목에 이를 수있고 좋은 계절에는 수많은 인파로 넘쳐나니 말이다.

(치밭목산장,
아무도 없다, 이름난 산꾼이자 주인인 민병태씨만 보이고.
문을 열고 들어가 잠시 다리쉼을 한다.
밖에서는 센 바람이 눈보라를 이르키고...
세월이 흐른만큼 이 치밭목도 참 많이 변했다.
예전의 그 낭만스러웠던 모습이 좋았었는데...이제 지리,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없으니 그저 아쉽기만하다)
치밭목을 뒤로하고 계단길을 내려선다. 미끄럽다. 그러나 내린 눈이 다져져 길은 아주 온순해졌고 그런 탓으로 발길은 훨씬 편하고 부드럽다. 속도까지 붙여보며...
무제치기폭포가 온전하게 내려다 보이는 전망바위에 올라선다. 푸른 빛을 머금은 얼음만이 눈에 보이는 저곳이 폭포라니...이렇듯 모든 것들은 때에 따라서 사뭇 본디의 모습을 완전히 감추어 버리기도 한다.
그리움은 달리 희망이기도 하리니 우리 사람을 살리는 것은 "오늘"보다 "내일"이리라.모든 삶을 가능케 하는 것은 "희망"이다. 차라리 일상의 질곡 따위는 아득한 곳으로 부터 시시때때로 다가오는 눈부신 꿈에 묻혀버릴 것이다.
어느 누구에게나 꿈은 삶이다. 따라서 오늘은 "기쁨"으로 오는 내일을 기다리는 시간들이다. 아무리 그것이 끝없이 이어지고 반복된다고 할지라도.
결국 우리는 꿈(그리움)이 크고 절실할 때 사는게 가장 아름다울지 모른다.

(무제치기폭포 전의 나무계단이 시작되는 곳,
폭포가 한 눈에 들어오는 그 전망바위에서 지나온 치밭목을
바라보니 이 모습이었다.
눈이 내리고 있었지...)

(오늘의 무제치기폭포,
완전히 빙벽으로 변해 버렸다. 저게 어디 폭포의 모습인가?
아래 그림과 비교해 보면...2004년 5월 16일 촬영한
무제치기폭포의 모습이다)

3,그리고...
오래된 우물에 갔었지요. 갈대숲에 가려 수시간을 헤맨끝에 간신히 바위 아래 숨은 우물을 발견했습니다.
마을 장로들의 말씀으로는 성호 이익선생께서 파셨다고도 하고 성호 문하에서 파셨다고도 하고 그보다 오래전 사람들이 파셨다고도 했습니다. 아무려면 어떻겠습니까마는 좌우지간 예사 우물은 아닌것 같았습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숙이고 벌컥벌컥 물을 마신 다음 우리가 살아야 할 근사한 이유라도 있는 것이냐고 가만히 물어 보았습니다.
우리가 살아야 할 근사한 이유라도......이유라도......
하고 메아리가 일었습니다. 그와 함께 수면이 산산조각 깨어지고 얼굴이 달아났습니다.나는 놀래어 일어났지만 수면은 계속 파장을 일으키며 공중으로 퍼져가고 있었습니다.
(최하림의 메아리-창작과비평에서)
다시 삼거리다, 한판골과 심밭골로 나뉘는 이 갈림길에서 심밭골을 택한다. 왜냐면 가깝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마음과 달리 조릿대의 잎사귀는 푸르다. 아니 싱그럽기조차 하다.성에 차지않고 어쩌면 부족하기 그지없는 오늘의 조개골 산행을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계속 파장을 이르키며 메이리치고 있는 "우리가 살아야 할 근사한 이유가 있는냐"는 어느 시인의 싯귀를 곰곰 생각해 보며 조릿대 사이의 길을 걸어 오른다.
그리고 고갯마루에 올라서고 눈 내린 계단길을 내달린다. 아침 떠나왔던 새재마을이 다시 눈에 들어오고 하늘에서는 싸락눈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길은 갈린다.
그 시작은 아주 미미하지만 결과는 엄청나게 다르다.
한판골과 심밭골로 나뉘는 삼거리에서 한판골을 버린다.
푸르른 조릿대를 홍위병 삼아 길은 한가운데로 이어지고.
길이 있기에 오늘도 길을 걸었고
길이 있기에 또 이다음에도 걸을 수있을 것이다)

(저기 보이는 저 곳이 새재마을이다.
마을 뒤 잘룩한 고갯마루가 새재이고...저 곳을 지나면 길은 외고개,왕등재습지,
그리고 도토리봉을 지나 밤머리재,
웅석봉으로 이어지는 지리의 동부능선이다)
철거덕 거리는 철다리에 서서 계곡을 바라본다. 바람에 날리는 눈발은 어디론가 쏜살같이 사라져 버린다.
계속 눈알갱이는 떨어지는데...
우리의 아버지들은 늦은 가을부터 장작더미의 키를 높여가기 시작했다. 내가 잠자리에서 깨어나기도 훨씬 전인 이른 새벽녘부터 아버지는,아버지들은 마른 기침을 쏟아내며 장작을 쪼개고 쌓아 올렸다.
이제 내가 나이가 들어 생각 해보면 어쩌면 그것들은 기다림과 그리움과 한의 유일한 배출구였는지도 모른다. 힘을 다해서 내려치는 도끼에 의한 쪼개짐을 보며, 한뼘 한뼘 높아지는 장작더미의 높이를 보며...
산행이 끝이났다. 눈도 내리고 바람도 세게분다.조개골이 이어지는 이 새재마을은 한창 깊은 겨울이다.
기다림과 그리움과 그리고 그 무엇을 생각해 보고자 했던 이 겨울, 산속의 산행은 아쉬움과 허젓함만을 안겨주고...
그러나 또,다음이 있기에 조개골을 오르며 내내 짓눌렀던 무거움을 이 만큼이라도 털어내며 돌아설 수있는 것이리라. (끝)

(다시 윗새재다.
하늘에서는 싸락눈이 떨어지고...
길다랗게 쌓아올린 저 장작더미에서 무엇을 생각하는가?
한 겨울의 따뜻함을?
아니다, 수북한 저 나무들은 기다림이며 그리움이다.
주체할 수없고 어찌할 수없는 간절함이 베여 있다. 아주 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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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지리산행기 30 조개골-하봉-천왕봉-쑥밭재-윗세재 |
오늘은 산청의 구형왕릉과 웅석봉의 지곡사 입구를 확인하기 위하여 인월로 빠져 국도를 타고 함양을 지나 산청으로 드라이브코스를 선정했다. 나의 애마는 경호강을 끼고 진행하다가 산청읍을 지나 웅석봉과 지리산자락을 연결하는 가파른 밤머리재를 넘기 위해 가쁜 숨을 몰아쉬고 오른다. 밤머리재는 그 옛날 고갯마루에 밤나무가 하도 많아 마을사람들이 고개를 넘나들며 길가의 밤을 많이 까먹었다고 해서 밤나무재라고 불리운다고 한다. 밤머리재를 넘자 저 멀리 황금능선 자락과 주산이 구름위에 뾰족히 모습을 나타낸다. 새벽에 밤하늘의 차오르는 달과 총총한 별들을 보고 나왔으니 날씨는 맑을 것이라고 예상하며 오늘은 과연 하봉에 올라 멋진 경치를 조망할 수 있을까? 기대하면서 윗새재 마을로 향한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조개골이다. 조개골은 1년여 만에 다시 찾는다.
조개골..조개골은 지리산속의 오지중의 오지이다. 그래서 과거 한국전쟁 당시 조개골은 보급투쟁이 어려운 지역으로 지리산중에서 유일하게 파르티잔의 비트가 될수 없었으나, 남부군이 궤멸직전에 군경의 허를 찔러 간혹 최후의 은신처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병주 선생님의 '지리산' 7권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 조개골은 유돌골(유평리로 추정)에서 5킬로쯤 오지에 있는 곳으로 조개껍질이 있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조개 껍질이 있다는것은 수천년전 그곳이 바다였다는 증거로 되는 것이지만..파르티잔의 흥미는 그런곳에 있지 않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조계사라는 절이 과거에 이 골짜기 초입에 있어 조개골이 되었다고 하기도 한다. 지금은 그런 것이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전설과 지명에 대한 유래는 이곳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
아름다운 대원사 계곡의 포장도를 지나면서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다. 대원사 계곡은 언제나 다시 찾을 때마다 정겨웁다. 유홍준 선생의 저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2>에서도 극찬하고 있는 곳이 대원사계곡 아니던가? 아름다운 곳이기에 지난 98년 여름 집중 폭우때 계곡에서 야영하던 많은 피서객들이 가장 많이 실종되고 숨진 곳이었다. 이렇게 멋진 곳에 와서 청춘남녀가 데이트를 한다면, 정말 아름다운 추억거리를 간직하게 될 것이며, 사랑 한다고 고백한다면.. 그 프로포즈에 영락없이 빠져 들게다. 그 만큼 시심을 자극하고, 감동을 줄 수 있는 경치가 좋은 곳이 대원사 길이 아닐까? 연애시절 이곳에 못 와본 것이 그저 애석할 뿐이다. 치밭목으로 오르는 아기자기한 민박집과 상점이 있는 밤밭골(일명 대원사코스)을 지나 한참을 오른 후에야 윗세재마을의 조개골 산장앞에 주차를 한 시간은 아침 7시 정각..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곳서 신밭골로 치밭목을 오르려면 조개골 산장 바로 앞 계류를 건너고 , 조갯골로 오르려면 비둘기봉 산장앞으로 난 평탄하고 순한 길을 따라 오르면 조갯골 본류 줄기를 따라서 산행을 하게 된다. 산행 복장을 갖추고 조개골로 향한다. 왼쪽 아래로는 계류의 흐름 소리가 흐르나, 울창한 숲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는다.
조개골은 중봉과 하봉능선에서 발원하여 흐르는 골짜기이다. 깊고 깊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수량이 의외로 풍부하고 암반이 크고 넓게 분포하고 있으며 계곡 또한 넓다. 아름답고 청정한 계류와 울창한 수림은 금방 찾는이를 매료 시키기에 충분하다. 싱그럽고 풋풋한 산길을 따라 장쾌한 물소리를 들으며 오늘의 목적지 하봉을 향해 오른다. 이곳서 하봉까지의 예상 등정시간은 3시간..그리고 하산은 쑥밭재를 거쳐 세재마을로 회귀하는 코스로 잡았다. 조개골을 따라 오르면 치밭목산장이나 하봉능선의 헬기장에 오를 수 있는데 사실은 이곳도 통제구역이다. 미안한 마음을 금치 못하고 계곡을 따라 오른다. 오르는 길가엔 가을을 알리는 다 익어 절로 떨어진 밤송이들이 무수히 많았으나 세재마을 사람들의 재산이라 생각되어 건들지 않는다. 산책하기 좋은 오솔길의 등산로를 따라 오르니 약초캐는 할아버지 한분이 망태를 뒤에 메고 오른다. 안녕하세요..? 약초를 캐시나요?.. 이곳서 하봉까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죠?..물어볼 필요도 없건만 괜히 죄의식에 질문을 던진다. 하봉까지는 4시간 이상 걸려요..한참 가야되요..순박한 할아버지는 더 이상의 말을 아끼고 어서 올라가라고 손짓을 하신다. 감사하다는 말을 던지고 앞서 나간다.
삼십여분 올라가니 이정표..지난번 산행때 보았던 국군 철모를 위에 씌어 놓은 이정표이다. 여기서 조개골의 지류가 갈라져 올라간다. 좌측은 치밭목과 하봉헬기장으로 가는길이고 우측은 능선을 치고 쑥밭재를 올라 하봉이나 국골 또는 광점동으로 향하는 길이다. 지난 가을엔 하봉을 한참 지나 쑥밭재 직전 이곳으로 하산하였는데 예상외로 하산길이 무척이나 길었고, 길이 험하고 비표가 없어 상당히 어려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치밭목 길을 택한다. 조금더 오르다 2번째 이정표를 만나는데 특기할 사항은 없다. 왼편에 흐르는 계류를 따라 등산로는 잘 놓여져 있다. 계곡을 네차례나 건너 조갯골 본류에 합류를 하고 계곡을 건너 제법 가파른 비탈길을 따라 걷는다. 아직까지 길은 그저 평범하고 순하다. 곧 삼거리 갈림길을 만난다. 우측 천왕봉 3km, 좌측 치밭목 0.6km ..세재 4.9km..그렇다면 하봉헬기장이 있는 능선은 삼십여분만 오르면 된다. 하봉헬기장으로 오르는 오름길은 비교적 가파르다. 세재마을을 떠난 지 시간 반동안 휴식이 없이 올랐으니 약간의 피로도 느낀다. 하봉능선에 도달할 때까지 가느다란 물줄기가 계곡 바윗돌틈 아래로 졸졸졸 흐르고 있었고, 능선안부 바로 아래 파이프에서 내려오는 샘터가 있었다. 이름하여 하봉 샘터.
하봉 헬기장에 올랐다. 제법 바람이 거세다. 짙은 운무가 봉우리를 넘어 반대편 계곡 아래로 쉬임없이 흘러 내려간다. 오늘도 멋진 주능의 풍광을 감상하긴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지금의 시각은 불과 9시 10분..세재마을에서 2시간 남짓 시간이 소요되었다. 너무 빨리 올랐나?..시간이 여유로와 갈등이 생긴다. 내친김에 천왕봉까지 오르기로 마음의 결정을 내린다. 중봉을 향하여 걷는다. 중봉까지는 제법 가파른 된비알..계속 오름길이다. 빗방울을 뿌린다. 중봉에서 바라보는 천왕봉은 정말 멋진데..아쉬운 마음으로 천왕봉에 오르니 역시 짙은 운무와 강한 바람에 천기의 변화가 심하다. 오늘도 역시 조망은 어렵다. 천왕봉에는 몇몇 사람이 옴팍한 바위틈에 쭈그리고 앉아 추위를 피해 술잔을 나누고 있었고..대성골에서 올라온 젊은 부부는 추위와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몸서리를 치다가 다시 백무동쪽으로 하산을 한다. 나도 하산을 한다. 아침을 아직 먹지 않은터라 중봉에 내려가 시원한 캔맥주와 조식을 마쳤다. 안타까와라..중봉에서 천왕봉을 보면 정말 죽여 주는데..안개에 쌓인 천왕봉이 보일리가 만무.. 중봉에서 하봉 가는길은 야무지게 통제구역으로 막아 놓았다. 지리산 태극 종주를 하려면 이곳을 지나야만 하는데..이곳을 지나는 모든 산꾼들은 범법자가 되는셈이다.
지리산의 동부지역은 왜 그리 통제지역이 많은지..올 때마다 부담감을 느낀다. 헬기장부터 하봉을 거쳐 무덤까지는 길이 여러 갈래가 있어 가장 헷갈리는 구간이다. 하봉에서 추성리쪽 초암릉을 하염없이 내려다 본다. 아쉽지만 하봉을 떠난다. 오늘도 신경을 쓰고, 하봉에서 초암릉으로 내려가는 길을 다시 확인하면서 하산을 한다. 하봉에서 무덤까지는 초암릉코스가 2개정도가 있는 것으로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지난번 올랐던 초암릉코스앞에는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며칠전 새로 설치한 듯한 통제 안내판이 있었는데 초암릉코스를 국골이라 표기를 해놓았다. 하기야 초암릉을 타다가 국골로 빠질 수도 있으니까..다시 하봉의 돌보는이 없는 잡초 투성이의 무덤을 지난다. 최근들어 이곳으로 여러차례 지나 다녔건만 그래도 생소하다. 국골 4거리까지는 조개골 지류로 하산하는 희미한 길이 한 두어개 있었는데 상당히 험하고 하산길이 험난한 편이다. 무성한 산죽밭의 길을 따라 가다가 허공다리골과 외고개길 갈림길 직전에서 우측으로 내려가는 샛길을 찾아 조개골을 향하여 내려간다. 내려선지 얼마 안되어 조개골 지류를 만나는데 커다란 암반이 가로 막는다. 암반을 건너 길을 찾았으나 없어, 다시 건너와 찾아보니 옆에 숨겨진 커다란 돌틈사이로 빼꼼히 길이 열려있다.
그 내림길에도 마을 사람들이 약초를 캐고 있었고..한참을 내려가서 아침에 보았던 할아버지를 다시 만났는데 반가움에 인사를 드려도, 나를 못 알아 보는 것 같았다. 가스가 걷히면서 세재마을쪽이 어느틈에 시야에 들어 오고 주능쪽도 차츰 구름이 벗겨진다.. 쑥밭재부터 하산길은 비교적 유순한 산죽 길이였는데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아 확실한 길을 이루고 있지 않았으나, 비교적 길 찾기는 아주 양호하였다. 한참을 내려 가다 조개골 본류와 합류를 한다. 우렁찬 계곡물..세재마을에 하산하니 12시 45분..산장에서 나오는 물로 몸을 닦고, 아기자기하고 평화로운 세재마을에 취해 한참을 바라본다. 지리산에서는 비교적 엄격하게 통제되어 환경오염이라고는 결코 찾아 볼 수 없는 세재마을..아직도 지리산에 이런곳이 있다는 것은 지리산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복이 아닐까?..덕산으로 나가는 직진길을 피하고 좌회전하여 밤머리재를 다시 넘는다. 활짝 갠 동부 지리산 자락이 눈에 들어온다. 산청에서 함양쪽으로 난 국도를 타고 가며, 드라마 <허준>에 나오는 유의태 유적지를 지난다. 언제 여유로운 시간이 있다면 이곳과 왕산 그리고 구형왕릉을 들러야겠다는 마음을 가지며 지리산 여정을 마친다.
일정정리: 07:00윗새재-07:30첫이정표-07:45둘이정표-08:35치밭목갈림길-09:05샘터-09:10하봉헬기장-09:30중봉-09:50천왕봉-10:05출발-10:20중봉-10:45헬기장-10:55하봉-11:10초암릉갈림길-11:25국골4거리-11:50쑥밭재-12:25이정표-12:45조개골산장 | | |
첫댓글 새재마을에서 치밭목 산장까지 선두는 2시간에 도착 가능합니다...그리고 천왕봉까지 2시간 ... 그래서 넉넉하게 4시간 30분을 등산 시간으로 보고, 하산은 3시간 30분 ... 점심 30분 ...제 생각입니다...^^*
마지막 후기에는 새재마을에서 치밭목 갈림길까지 1시간 35분 밖에 안 걸렸네요...날아가는 수준인것...같네요...
담에 가야겠네요..조개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