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ument.all.title.innerHTML="강남포교원에 가면 불교 책을 볼 수 있다";
<사찰에서 도서관 찾기>는 불자들의 독서문화 향상을 위해 재적 신도와 지역 주민들의 문화 욕구 충족 및 사찰 휴식 공간 제공 등 문화 포교를 위해 마련하고 있는 사찰 내 도서관(불교도서관 포함)이나 책방을 찾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동시에 좋은 책을 기증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대상 사찰을 알리는 가교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이 다니는 절에 새로이 도서관(작더라도 책 읽는 공간 포함)이 생겼거나, 이 코너에 소개되는 사찰 도서관에 책을 기증하고자 하는 분들은 『불교와 문화』로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e-mail: kbpf@chol.com).
강남포교원은 부처님의 근본사상을 대중에게 널리 알린다는 신(新)대중불교운동을 기치로 하는 수행 도량이다. 1994년 강남구 서초동에서 역삼동으로 이전하면서 지금과 같은 도서관의 원형이 마련되었다. 딱히 도서관 현판이 걸려 있는 것도 아니고 사서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포교원 건물 2, 3, 4층에 종류별로 소장되어 있는 1만여 권이 넘는 각종 서적들은 이곳이 여느 사찰 도서관 못지않음을 보여주었다.
강남포교원의 원장이자 재단법인 선학원의 이사이기도 한 성열 스님은 출가 초기에 대장경 전질을 소장하는 꿈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얼핏 생각하면 매우 소박한 듯하나 당시만 해도 제대로 된 대장경을 갖추기가 어려웠다. 그때 힘들게 수입상을 통해 구입했던 일본판 대장경 전질은 지금도 4층 열람실 한편에 꽂혀 있다. 그 후 종비생으로 동국대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불교를 공부하며 틈만 나면 불교 관련 도서는 물론 일반 서적들을 하나둘 구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책이 많아지자 그처럼 많은 책들이 전하는 정보를 여러 사람들과 나누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 대장경처럼 권수가 많은 책은 개인적으로 선뜻 구입하기도 힘들 뿐더러 구입했다 하더라도 혼자 힘으로 그 내용을 모두 이해하기는 힘들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대장경 등을 열람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일반인들이 언제라도 포교원을 찾아와 책을 열람
하고 스님들께 모르는 부분을 물어가면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사찰 도서관의 역할이 도서 열람과 대출입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 불교를 알리고 믿게끔 하는 더 중요한 부분에 있음을 일찌감치 깨달은 것이다. 그 후로 포교원의 도서들은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되었고, 이에 다른 사람들이 기증한 책까지 더해져 소장 도서는 늘어만 갔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불교를 알려야 한다는 스님의 바람 덕에 도서관은 회원제 등의 일정한 제도나 관리자 없이 운영되고 있었다. 책을 보고 싶고 불교를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언제든 도서를 열람하고 대출할 수 있다. 2층에는 주로 청소년 도서가 있으며, 3층에서는 일본판 불교 서적과 일반 도서 및 지금은 주위에서 보기 힘든 창비 문학 전집까지 만나볼 수 있다. 4층에는 불전이나 대장경, 불교 교리, 불교사, 불교문화 등 불교 관련 도서들이 있다. 그중 영역 불전이 유독 많아 눈길을 끌었다. 성열 스님은 “보통 불교를 공부하며 한역서들을 저본으로 삼는데 이 한자의 뜻이 참 모호하단 말입니다. 해석의 각도에 따라 의미도 많이 달라지고요. 그런데 서양인들은 원체 개념을 중시하기 때문에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규정해요. 따라서 불교를 공부할 때는 그들의 시각도 참고해야 해요. 가급적 여러 문화의 다양한 번역본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포교원은 예산의 일정 부분을 도서 구입에 할애한다. 또 성열 스님이 직접 해외에 있는 상좌 스님들을 통해 양질의 불서나 신간들을 구입하기도 한다. 신문을 볼 때도 신간 등 도서 정보란을 빼놓지 않는다. 그 밖에 책을 수집하는 성열 스님만의 독특한 방
법이 있다. 스님은 정치학 전문가를 만나면 정치학 방면의 좋은 책 한 권을 권해줄 것을 부탁하고, 경제학 전문가를 만나면 그 방면의 필독서를 추천해달라는 식으로 책을 모은단다. 왜 그렇게 다방면의 책들을 모으는지 물었더니, 다양한 사람들을 상대하는 스님으로서는 다방면의 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거듭 “부처님 법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자료를 찾는 어려움만은 없어야 한다”며 불교 서적이 보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공유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혼자만 불교를 공부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자신이 깨친 것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그들을 이해하고자 애쓰는 스님의 모습에서 대승정신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