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예배는 이러한 순서로 이런 형식을 따라 드려야 한다, QT는 이런 방식으로 해야 한다, 교회의 모임은 이러저러한 모임을 해야만 한다 등의 정형(定型)이 강요될 때가 있다. 이 정형이란 단어는 영어 단어에서는 여러 단어로 표현될 수 있다. 틀을 의미하는 Mold로 표현할 수도 있고, 어떤 공식이나 형식을 의미하는 Formula로 표현할 수도 있으며, 어떤 규칙이나 제도적인 틀을 의미하는 Framework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 아무튼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너무 정형화(定型化)시킨 틀에 집어넣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예배를 드릴 때 예배 순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교회에서의 모임은 일주일에 몇 번, 언제 가져야 하는지, 목사나 장로는 교회의 예배에서 어떤 복장을 갖추어야 하는지 등에 있어서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면 손가락질당하기 십상이다. 물론 나는 정형이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전통(傳統)은 매우 중요하다. 한 공동체의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유산(遺産)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부분은 지나치게 정형화되어 그 본질을 잃어버리게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예전에 목회하던 교회에서 한 성도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왜 목사님은 예배를 시작할 때 묵도로 시작하지 않나요?”, “왜 우리 교회에서는 예배 시간에 사도신경이나 주기도문을 고백하지 않나요?” 묵도로 시작하는 예배가 잘못되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나도 가끔씩 묵도로 예배를 시작하기도 한다. 예배 중에 주기도문으로 기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예배에서 반드시 묵도나 사도신경이나 주기도문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교회의 역사 속에서 교회공동체가 어떤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서 그렇게 한 것이지, 우리 주님께서 예배 시간에 그렇게 하라고 명령하신 것도 아니고, 초대교회 때의 예배에 그렇게 했던 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질이다. 예배의 순서나, 예배실의 구조나, 예배 때 어떤 찬양곡을 어떤 방식으로 불어야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기뻐 받으실만한, 우리의 온 맘과 정성이 다 하나님께 드려지는 예배인가 하는 것이다. 신앙생활의 다른 측면도 마찬가지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신앙의 본질을 잃지 않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형은 교회공동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성경에서 제시하고 있는 진리이지만, 그 진리의 기초 위에서 그 시대의 교회공동체가 본질에 충실한 정형을 만들어 가면 되는 것이다.
혹시 우리가 너무 지나간 세대의 정형을 붙들면서 그 본질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한다. 주님께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한다(마 9:17). 본질을 되찾기 위해 어떤 정형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이다.
(글 안창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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