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권 - 2. 항주 보은사 혜명선사
姓蔣氏 幼出家三學精練 志探玄旨 乃南遊於閩越間 歷諸禪會莫契本心 後至臨川謁淨慧禪師 師資道合 尋迴鄞水大梅山庵居 時吳越部內禪學者雖盛 而以玄沙正宗置之閫外 師欲整而導之
그의 성은 장씨이며 어려서 출가하였다. 3학을 정밀히 연구하다가 현묘한 진리를 탐구하는 뜻을 두고서 남쪽 민월 지방을 향해 떠나서 여러 선원을 찾아다녔으나 모두 본심을 깨닫지 못했다. 나중에 임천으로 가서 정혜선사를 뵙고 스승과 제자의 인연을 맺었다. 이어 은수의 대매산으로 돌아가서 암자를 짓고 살았다. 이 무렵 오월 지방에 참선하는 이가 비록 많았으나 모두가 현사의 종지를 곁가지로 여기고 있었으므로 대사가 이를 정돈하여 인도하고자 하였다.
一日有二禪客到 師問曰 上座離什麽處 曰都城 師曰 上座離都城到此山 則都城少上座此山剩上座 剩則心外有法 少則心法不周 說得道理卽住 不會卽去 其二禪客不能對
어느 날 두 선객이 찾아오니, 대사가 물었다. “그대들은 어디서 떠났는가?”
그들이 대답했다. “서울에서 떠났습니다.”
“그대들이 서울에서 떠나 이 산으로 왔으니, 서울은 그대들만큼 줄었을 것이요, 이 산은 그대들만큼 남았을 것이다. 남았다면 마음 밖에 법이 있고, 줄었다면 마음의 법이 두루하지 못한 것이다. 바른 도리로 대답한다면 여기에 살고, 알지 못한다면 떠나라.”
두 선객이 대답을 못했다.
新到僧問 如何是大梅主 師曰 闍梨今日離什麽處 僧無對
새로 온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대매의 주인입니까?”
대사가 말했다. “그대가 오늘 어디서 떠났는가?”
스님이 대답이 없었다.
師尋遷於天台山白沙卓庵 時有朋彦上座 博學强記來訪師敵論宗乘 師曰 言多去道遠矣 今有事借問 只如從上諸聖及諸先德 還有不悟者也無 朋彦曰 若是諸聖先德豈不有悟者哉
대사는 이어 천태산으로 옮겨서 백사에다 암자를 짓고 살았다. 당시 붕언상좌라는 이가 많이 배우고 널리 기억해 가지고 대사를 찾아와 종승의 법을 겨루어 토론하자고 했다. 이에 대사가 말했다. “말이 많으면 도와는 멀어진다. 지금 어떤 일을 들어서 물으리라. 위로부터의 여러 성인과 여러 선덕들 가운데 아직도 깨닫지 못한 이가 있겠는가?”
붕언이 대답했다. “성인이나 선덕이라면 어찌 깨닫지 못한 이가 있겠습니까?”
師曰 一人發眞歸源十方虛空悉皆消殞 今天台山嶷然 如何得消殞去 朋彦不知所措 自是他宗汎學來者皆服膺矣
대사가 다시 물었다. “한 사람이 참을 발해서 근원에 돌아가면 시방의 허공이 모두 무너진다고 했는데, 이제 천태산이 우뚝하거늘 어떻게 무너질 수 있겠는가?”
붕언이 어리둥절했다. 이로부터 다른 종파의 배우는 자들이 찾아와서 모두 굴복하였다.
漢乾祐中吳越忠懿王延入王府問法 命住資崇院 師盛談玄沙宗一大師及地藏法眼宗旨臻極 王因命翠巖令三等諸禪匠及城下名公定其勝負
한나라 건우 때 오월의 충의왕이 성안으로 청해서 법을 묻고서 뒤이어 자숭원에 살게 하였다. 대사는 여기서 현사 종일대사와 지장과 법안의 종지를 성대히 드날리어 극치에 이르렀다. 이에 왕이 취암 영참 등 여러 선장과 서울 안의 유명한 이들을 시켜 승부를 가리게 했다.
天龍禪師問曰 一切諸佛及佛法皆從此經出 未審此經從何而出 師曰 道什麽 天龍方再問 師曰 過也
천룡선사가 물었다. “여러 부처님과 불법이 모두 이 경에서 나왔다는데 이 경은 어디서 나왔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무엇을 말하는가?”
천룡이 막 다시 물으려는데 대사가 말했다. “지나갔다.”
資嚴長老問 如何是現前三昧 師曰 還聞麽 曰某甲不患聾 師曰 果然患聾
자엄장로가 물었다. “어떤 것이 현전의 삼매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들었는가?”
“저는 귀를 먹지 않았습니다.”
“과연 귀가 어둡구나.”
師擧雪峰塔銘問老宿云 夫從緣有者始終而成壞 非從緣有者歷劫而長堅 堅之與壞卽且置 雪峰只今在什麽處(法眼別云 只今是成是壞)衆皆無對 設有對者亦不能當其徵詰 時群彦弭伏 王大悅命師居之 署圓通普照禪師
대사가 설봉의 탑명을 들어 어떤 노숙에게 물었다. “무릇 인연에 의하여 있는 것은 끝내 무너지고, 인연에 의하여 있지 않은 것은 여러 겁을 지나도 항상 견고하다 한다. 무너짐과 견고함은 그만두고, 설봉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대중이 아무도 대답하는 이가 없었고, 설사 대답하는 이가 있어도 역시 따져 묻는 것을 당해내지 못했다. 이때 여러 대중이 승복하는 것을 보자 왕은 퍽 기뻐하면서 대사에게 주지하기를 명하고, 또 원통 보조선사라는 호를 바쳤다.
[법안이 따로 말하되 “지금의 것은 무너짐인가, 이루어짐인가?” 하였다.“
師上堂謂衆曰 諸人還委得麽 莫道語黙動靜無非佛事好 且莫錯會 僧問 如何是祖師西來意 師曰 汝還見香臺麽 曰某甲未會乞師指示 師曰 香臺也不識
대사가 상당하여 대중에게 말했다. “여러분 잘 알겠는가? 말하고 잠잠하고 움직이고 고요함이 모두 불사 아님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 그리하여 잘못 알지 말라.”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그대는 향대를 본 일이 있는가?”
“제가 잘 모르겠으니, 스님께서 지시해 주십시오.”
“향대도 모르는가?”
問離卻目前機如何是西來意 師曰 汝何不問曰恁麽卽委是去也 師曰 也是虛施
“눈앞의 기미를 떠나서는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그대는 왜 묻지 않는가?”
“그러면 알 수 있겠습니다.”
“그것도 헛수고이다.”
問如何是佛法大意 師曰 我見燈明佛本光瑞如此
“어떤 것이 불법의 대의입니까?”
“내가 등명불을 보니 본래의 광명이 그렇게 상서로웠네.”
問如何是學人自己 師曰 特地申問是什麽意
“어떤 것이 학인의 자기입니까?”
“특별한 물음을 펴는 것은 무슨 뜻인가?”
問如何是西來意 師曰 十萬八千眞跋涉 直下西來不到東
“어떤 것이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참으로 10만 8천 리를 거쳐서 왔다고는 하나, 곧바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르지는 못했다.”
問如何是第二月 師曰 掜目看華華數朵 見精明樹幾枝枝
“어떤 것이 제2의 달입니까?”
“눈을 비비고 꽃을 보니, 꽃은 두어 송이요, 정명의 나무를 보니, 몇 갈래로 가지가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