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짜는 없다
최봉호
얼마 전, 중구청역을 지나가는데 소형트럭에서 확성기 소리가 들렸다.
“ㄱ군 인삼협동조합에서 나왔습니다. 홍삼라면을 개발했는데 홍보 차 무료로 나눠드리겠습니다.”
나는 공짜를 바라지 않는 성격이지만, 뭔가 하는 호기심에서 줄을 서보았다. 그런데 라면은 주지 않고, 홍삼엑기스를 사라고 강권한다. 한 박스 사면 덤으로 한 박스 더 준다고 한다. 아차 싶어 약속시간이 급하다는 핑계로 간신히 빠져나왔다. 까닭 잘못했으면 수십만 원 카드로 결제했을 터인데…. 빠져나오니 안도의 숨이 쉬어진다.
또 얼마 전에, 핸드폰에 위와 같은 문자가 두 번 온 적이 있다. 처음 것은 외국에서 결제가 되었다는 내용이다. ‘요즘 외국에 나간 적이 없는데, 결제가 됐다고?’ 전혀 맞지 않는 내용이다. 밑에 것은 카드 발급을 신청했다는 문자이다. 이제까지 삼성카드를 보유한 적도 없고 신청한 적이 없는데, 카드발급이 접수되었다고? 두 개 다 나와 전혀 관련 없는 내용이다.
이런 문자를 받고 순진하게 전화를 걸면 나비가 거미줄에 걸려들듯이 낚여 헤어나기 어려운 수순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다 돈을 편취당하면 그런 하찮은 수에 낚였다고 낙담하면서 자존감이 여지없이 무너질 것이다.
"보이스피싱" 이란 전화기 등을 이용해 남의 개인정보를 낚아 올려 속여 재산상의 손해를 입히는 사기 범죄이다. 이 사기범들은 걸려들면 인정사정없이 상대의 인권을 무시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한다.
또 태평동에 사는 ㅊ 주부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그는 아침에 전화를 받았다.
"누구 엄마이시죠! 아드님이 조금 전에 교통사고를 내 치료 중인데, 치료비 빨리 결제해야 돼서……. 신용카드 번호랑 비밀번호 좀 보내주세요.“
“아니, 얘가 어제밤에 늦게 들어와서 얘길 안 했나 봐요. 지금 자고 있는데 깨워 물어볼게요.”했더니 전화가 툭 끊어졌단다.
만약 병원이나 은행이라고 하면서 개인정보를 물어보면 무조건 보이스피싱이다. 병원이나 은행에서는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계좌번호,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묻는 일이 절대 없다. 은행이나 경찰 등에서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해 조치를 취하겠지만, 자신의 개인정보는 스스로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 특히 모르는 링크나 앱 등은 아예 설치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요즘은 스마트폰의 발달로 전화번호와 비밀번호만으로 여러 가지 SNS 통합사용이 가능하고, 은행거래도 가능하다. 개인정보 누출 시 그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는 이유이다. 무엇보다 보이스피싱 수법이 첨단기기의 사용과 함께 날로 진화하고 있어서, 보이스피싱이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겠지’란 안이한 생각은 위험하다. 미끼를 준다고 덥석 물면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한 달 전인가, 페이스북에 임플란트를 반값에 해 준다는 광고가 보였다. 어느 지인으로부터도 싸게 했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어 정보를 얻기 위해 내 전화번호를 입력한 적이 있다. 이후 나의 페이스북은 임플란트 광고로 도배가 되었다. 광고마다 차단하느라 시간을 소비하면서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라는 속담을 새삼 되뇌었다.
또 한 번은 어떤 지인이 건강 관련 앱을 추천해줘 깔아 놓은 적이 있다. 이후 모 보험회사에서 뻔질나게 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전화가 걸려왔다. 그래서 신고하겠다고 하니까 그쳤다.
이 두 가지, 지인이 하라고 알려 줘 해본 것이다. 나중에 소개해 준 지인들한테 ‘이상하다’고 말을 해주니 지인 당사자들은 자기들도 잘 모르는 일이라고 한다. 공짜를 탐해 그리고 잘 알지도 못하는 흘려준 정보에 혹해 넘어갈 번했으나 넘어가지 않아 다행이다. 정말 무서운 세상이다. 보이스 피싱이라는 말만 들어도 겁이 난다. 조심할 수밖에…. 그러나 조심하는 것만으로 피해 갈 수 없다니 그게 또한 걱정이다, 허튼 말에 속아 공짜를 탐하지도 말고 보이스 피싱에도 걸려들지 않아야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첫댓글 최봉호 수필 <공짜는 없다.>잘 읽었습니다.
저도 보이스피씽 당할 번 한 적이 몇 번 있습니다.
최봉호 수필가님 더욱 정진하셔서 좋은 수필을 독자들에게 공유하게 해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