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지 파타야 2>
농눅빌리지를 빠져나와 앞쪽으로는 바다를 볼 수 있고. 주변에 녹지도 자랑거리이며, 관광객들을 위해 다운타운까지의 거리도 가깝다는 촐찬파타야(CHOLCHAN PATTAYA)호텔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바다와 맞닿은 호텔 앞뜰에 마련된 야외 뷔페식장으로 향한다. 은은한 음악과 함께 대여섯 가지 코스의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격식이고 뭐고 따질 것 없이 한 조각씩 집어다 맛을 보는 데, 웨이터들의 시중도 친절하다. 작은 바다가재를 들고 만지작거렸더니, 숙달된 손놀림으로 잽싸게 까준다. “이놈아, 나도 까먹는 재미가 있어야지” 웨이터가 까준 것을 한쪽에 놓고, 본 대로 한 마리 까서 마눌입에 넣어줬다.
바다가재 까는 중
야외 뷔페식장
저녁식사 후 알카쟈쇼 관람 및 파타야 나이트 시티 투어를 하기로 하고, 방에 들러 준비를 하는 데, 침대가 퀸 사이즈 하나다. 여행 내내 간격 벌어져 놓인 싱글침대 2개짜리 방에서만 지냈는데, 내 집 안방에서와 똑같은 퀸 사이즈 침대를 보니, 왠지 정겹다. 여기 파타야는 신혼여행객이 많이 오는 곳이라서 그러하나보다. 알카쟈쇼 공연시간이 약간 남아, 맥주 한잔하기로 하고, 파타야 밤거리를 걸어가는데, 완전히 환락가 분위기다. 예전의 용산역부근 분위기(?)가 이랬을까? 우리네 정육점에나 켜있어야 할 붉은 등 아래 짙은 화장의 아가씨들, 흥청거리는 세계 각국에서 모인 쪼다(?)들, 야릇한 웃음소리, 귀청을 두들겨 패는 음악소리, 조용한 곳을 즐기는 나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분위기이다. 한데, 마음이 들떠서 일까? 싫지는 않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한참을 걷다보니, 홀 안에 사각의 링이 설치되어 있는 주점이 보인다. 들어가 맥주 한 병 시켜들고 링사이드에 앉아 있으려니, TV에서나 보던 무에 타이가 시작된다. 심판도 있고, 청.홍코너 코치도 있는 데, 짜고 치는 판인 듯 조금은 어설퍼 보인다. 게임이 끝난 후, 오늘 승리한 놈이 전리품을 거둬가듯, 손님들의 호주머니를 털어낸다. 승자의 권리인가? 패자는 그냥 나가고, 승자만이 팁을 받는다. 무에 타이가 끝나고 난 링 위에서 즉석 뱀 쇼가 벌어진다. 코브라는 알겠는 데, 큰 뱀은 구렁이인가? 뱀 쇼는 어릴 적 고향에서 장날이면, 혼나가면서도 끼어들어 구경하던 뱀 장사 아저씨의 그것만 못하다.
주점내의 무에 타이
무에타이 게임 후 뱀쇼
맥주 한 병으로 잠시 목을 축이고, 소형트럭을 개조한 택시의 화물칸(?)에 앉아, 알카쟈쇼 공연극장으로 이동했다. 알카쟈쇼는 관광객들을 위해 태국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트렌스젠더 쇼로 각 국의 민속음악, 공연 등을 여장한 트랜스젠더들이 펼치는 환상적인 쇼이다. 태국 방문 시 꼭 둘러보아야 할 관광명소로 여겨질 만큼 그 인기가 높은 편이다. 모든 관람객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 중의 하나는 단연 "등장하는 모든 출연자들이 과연 모두 트렌스젠더 만으로 되어 있을까?"란다. 몸매로는 그만큼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기 어렵다. 필자가 예전에 건설현장에서 태국인들과 2년쯤 같이 지내본 적이 있다. 그때 그네들의 명절 때면 여장하고 춤추는 근로자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네들이 오락행사로 알카쟈쇼를 흉내내었었나보다. 한국의 한복을 입고 아리랑 공연을 하거나, 일본의 전통의상 기모노를 입은 출연자도 등장하는데, 쇼가 끝나고 1불 정도의 팁을 주고 함께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트렌스젠더 쇼라는 것을 빼고 외설적인 장면은 나오지 않으므로 가족들이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쇼이다.
알카쟈쇼(공연자들 모두 여장 남자로서, 각자 다른 직업 활동을 병행하고 있단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 내일은 산호섬에 간단다. 집에 있던 수영복들이 실내 수영복들뿐이라 수영복을 준비해 오지 못해서 호텔 옆 가게에 들렀다. 나는 반바지 입기로 하고, 마눌 수영복 골라주는 데, “How much?" 얼마냐 물으니, ”만원“이란다. ㅋㅋㅋ 한국말로 하면 되는 걸 폼까지 잔뜩 잡고, 그나마 한국 땅에 와서 고생하던 영어, 고생 좀 시킬 뻔했다. 한국에서 30,000원 달라던 썬 그라스 5,000원에 하나사고, 면 티 하나 4,000원에 골랐다. 반바지6,000원 합25,000에 에누리 5,000원 20,000원을 지불하고 나오면서 ”와!~ 싸다."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도 봉 쓴 가격이라네? 나오다가 치약하나 1,000원에 구입했다. 호텔로 가는 데 웬 치약? 이곳 태국의 호텔에서는 치약을 주지 않는다. 첫날 국경지대 포이펫에서도 그랬었다.
방에 들어가다 말고, 호텔 로비에 있는 Bar로 들어가 맥주나 실컷 마시기로 했다. 신혼부부답게(?) 커다란 원탁에 나란히 앉아 마시는 데, 옆 좌석에 양키가족 3쌍이 당구를 치며 놀고 있다. 달랑 맥주 한잔씩 시켜 놓고 몇 시간을 즐기는 그네들과 원탁에 빈병을 수북이 쌓아가며 마시는 우리가 비교 된다. 우릴 흘끔거리며, 미소 짓는 걸 보니 흉보는 건가? 이거 국가망신 시키는 것 아닌가? ㅎㅎㅎ 이것도 우리네 술 문화다 이놈들아. 생음악인데 조금 흥겨운 곡이 나오자 3쌍이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한다. 남녀 각각 껴안고 블루스인지 뭔지 흔들어 대길래 “우리도 할까?” 넌지시 마눌에게 물어보니 그냥 웃기만 한다. 서양 애들 돈도 안들이고 자알들 논다. 내일 있을 산호섬 관광을 잔뜩 기대하며, 오랜만에(?) 퀸 사이즈 침대에 같이 누워, 술김에 신혼부부 흉내 내고 자알 잤다.
CHOLCHAN PATTAYA 호텔에서
아침에 창을 열어제끼니 지저귀는 새소리가 감미롭다. 호텔 식당에 들러 과일 몇 조각으로 대충 아침끼니를 때우고, 산호섬으로 가는 쾌속정을 타기위해 호텔을 나섰다. 쾌속정에 올라 바다 위를 달리는 데, ‘이게 뭐야?’ 뱃바닥과 바닷물의 부딪침인가? 텅텅거리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심하게도 덜컹거린다. 조금 가다보니, 바다 한가운데 해상스포츠 센터인가? 소형 보트에 매달린 낙하산을 타고 있는 관광객들이 보인다. 부지런도 하지, 빨리 온다고 왔는데도, 우리보다 동작 빠른 이들이 앞서 즐기고 있다. 우리도 저거 타볼까? 유난히도 겁이 많은 마눌이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든다. 그렇다고 혼자타보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구경만 했다. 이제 산호섬으로 옮겨간다. 텅텅거리며 바닷물에 튕기는 쾌속정에서, 이들이 급하게도 경제성장을 이루는 데 한몫해주는 천혜 관광자원들을 부러운 눈으로 둘러 보았다. 우리네 사계절은 이러한 해양스포츠를 즐기기엔 너무 짧은 여름을 제공하고 있으니 말이다.
해양스포츠 낙하산 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