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초에 일단의 백제문화 유적들이 UNESCO '世界文化遺産'으로 등재되면서 '百濟'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 지역에 근무하면서 평소에 공주,부여,익산 등에 위치한 백제의 역사적인 유적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번 일을 계기로 의지가 더욱 커져 올 휴가는 이 지역들을 둘러보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다. 날짜는 8월 10일 11일 이틀이다. 꼼꼼하게 코스를 준비하고 인터넷을 통해 미리 공부도 했다. 골프 '하고집이' 집사람과도 사전에 협의해 문화유적 답사를 위한 양해를 받고 함께 아침 잠도 줄이면서 의욕적인 출발을 했다.
▧ 첫째날 : 全北의 精髓를 찾아서
우선 찾아나선 곳은 청정지역 완주군에 있는 문화유적으로 20여km 떨어져 있는 松廣寺와 威鳳寺다. 두 사찰 모두 삼국시대에 건립되어 지역 호국불교의 도량인데 한여름이라 그런지 방문객은 많지 않았지만 고요하고 품격있어 보였다. 특히 송광사는 平地사찰이고 위봉사는 山地사찰의 대표라고 하니 한 지역에서 두개의 대비되는 절의 모습을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위봉사를 안고 있는 산은 추줄산이라하여 사전에도 안나오는 어려운 한자를 쓰고 있어 인상적이다. 가파를 추 山+酉 / 험할 줄 山+卒 그런데 그 산의 높이는 524m에 불과하다.
다음 목적지는 大雅貯水池이다. 저수지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커서 湖水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전주 일원의 농업용수와 상수원의 역할을 하고 있고, 이 곳까지 20km를 잇는 아름다운 코스는 드라이브 명소로 손색이 없어보인다. 저수지는 지금은 가물어서 그런지 저장된 물의 양이 적었는데 비가 더 와서 풍부한 水量을 확보하여 이 지역의 수자원 공급이 원활해 지기를 바란다.
이어서 60km를 달려 우리가 간 곳은 전라북도의 명승지 진안의 마이산이다. 산의 모양이 말의 귀와 같다고 하여 馬耳山이라 부르는데 암봉우리와 숫봉우리가 수십미터 간격으로 마주보고있어 대칭을 이루듯 기이한 형태를 하고 있다. 산 전체가 거대한 암석이지만 꼭대기에는 초목이 자라고 있으며 암봉우리가 673미터, 숫봉우리는 6미터가 낮다고 한다. 산의 모양도 특이하거니와 산허리에 자연석으로 절묘하게 인공으로 쌓아올린 塔舍는 주변경관과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어 찬탄을 자아내게 한다.
무릇 산이라고 왔으면 정상을 밟아야 한다는 집사람의 강한 주장으로 내키지 않는 산행을 시작했다. 놓아진 계단을 따라 가지만 워낙 급경사라 숨이 턱에 차오른다. 정상에 임박해서는 집사람은 무서워 떠는데 나는 한계단 한계단 올라갈 때 마다 시야가 트이고 공기가 맑아 더욱 신이 났다. 근 1시간 가량을 올라 정상에 서니 무주,진안,장수 일원이 훤히 내려다보이고 마주선 두개의 암.수 봉우리를 선명하게 볼 수 있어 고생 후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서서히 해가 지면서 어두워져 발길을 서둘렀는데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않고 상가들도 대부분 철시하여 한여름이지만 스산한 풍경이 연출되었다. 물대신 산으로 거꾸로 간 휴가이기는 하지만 전북 경제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차량이 몇 대 남지 않은 주차장을 빠져나오면서 앞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고 단풍이 들면 이곳 명소에 많은 유람객들이 찾아와 멋진 힐링을 하고, 상인들도 웃는 낯을 되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 둘째날 : 百濟의 꿈을 쫓다
11일 새벽같이 나서 찾아간 곳은 논산훈련소 인근 시골 야산에 있는 甄萱王陵(견훤왕릉)이다. 후백제를 세우고 아들과의 갈등으로 신라에 귀순하여 지낸 비운의 왕이다. 아주 초라할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는 봉분도 크고 "後百濟王甄萱陵"이라고 새겨진 큼지막한 비석도 있다. 어쩌면 아스라히 역사속에 묻혀버릴 수도 있었는데 후손들이 유골을 수습하여 이 정도라도 왕릉으로 관리하고 있으니 아픈 역사의 한 장면을 잘 보존했다고 할 수 있겠다.
다음으로 길을 따라 다다른 곳은 부여의 扶蘇山城이다. 700년 백제 역사의 마지막을 장식한 사비성의 수도, 그 근거지가 바로 여기다. 옛노래 '추억의 백마강'이 아련히 떠오르는 지역이다. "백마강 달밤에 물새가 울어 잊어버린 옛날이 애달프구나... 고란사 종소리 사무치면은 구곡간장 올올이 찢어지는 듯~ 누구라 알리요 백마강 탄식을..." 슬픈 역사의 비애가 가슴을 아리게 하한다. 삼천궁녀들이 꽃처럼 몸을 던져 치욕을 당하기를 거부했던 낙화암, 수백 길 낭떠러지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한가로운 백마강의 물결.. 이름은 산성이지만 성곽은 찾아보기 어렵다. 백마강이 내려다보이는 야산에 조성한 왕궁의 후원이라고나 할까. 2시간여 오르내리는 동안에 슬픈 역사와 민초들의 아픔을 생각했다.
다음은 이번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인 공주의 公山城이다. 서기 475년 백제 문주왕이 고구려에 쫒겨 현재의 공주시 熊津에 도읍하면서 수도 방위를 위해 쌓았다고 한다. 그래서 熊津城이라고도 하고 큰나무가 양쪽에 있다고 해서 雙樹山城이라 불리기도. 해발 110m에 성곽의 길이는 2,660m에 이르는데, 당시에는 토성이었으나 조선시대에 석축을 했다고 한다. 백제의 첫 도읍은 현재의 수도권인 漢城이었으나 이리 밀리고 저리 쫒기며 700년을 버티어 왔으니 가는 곳마다 그들의 恨과 悲哀가 서려있다. 어제, 오늘 지나온 전북과 충남 일대가 모두 백제의 古土라고 생각하면 이번 휴가는 백제의 자취를 더듬으며 백제인의 혼과 숨결을 쫓아온 일정이라 할 수 있겠다.
▧ 맺는 말
지난 7월에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은 모두 8군데이다. 우선 공주의 공산성, 송산리 고분 / 그리고 부여에 있는 관북리 유적 및 부소산성, 능산리 고분, 정림사지, 나성 / 익산에 위치한 미륵사지, 왕궁리 유적 등이다. 그동안에 백제권에 와서 2년여 근무하면서 늘 가봐야지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그것이 모두 골프에 집착했던 탓이다. 출전하지 않을 때도 시간나면 연습장에 뛰어가기 급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사람과 약속도 했다. 앞으로 시간이 많아지면 한달에 한번 정도는 문화유산답사를 나서자고. 그래도 다행히 이번 여행으로 아쉬운대로 백제의 흔적을 대강이라도 둘러 볼 수 있었다. 못가본 몇군데는 최우선 방문대상 목록에 올려 갈 기회를 만들 것이다. 외국여행도 좋지만 우리의 유적 우리의 자연도 가볼 만한 곳이 많다. 좀더 안으로 눈을 돌리고 우리 것을 알기 위해 노력하자. 이제 남겨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여름은 다 갔으니 가을, 겨울도 잘 맞고 의연하게 마무리하자.
첫댓글 날씨는 더웠지만
올 여름휴가~
제대로 보낸거 같아
감사해요
오랫만에
드라이브
참조았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