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naver.com/main/read.nhn?mid=hot&sid1=105&cid=3017&iid=48663698&oid=293&aid=0000012463
'갤럭시라운드'가 10월9일 발표됐습니다. 이번에는 특별히 발표회나 간담회 같은 큰 행사는 없었고 한글날 아침에 조용히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것으로 소개는 마무리됐습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큰 기대에 비해 발표는 다소 싱겁다고 할까요.
갤럭시라운드의 특징은 역시 곡면으로 휘어진 제품 디자인입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관심을 받긴 했지만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디스플레이 패널이 말랑말랑하다는 것에 대해 전혀 알아챌 수 없습니다. 성능을 가늠하는 기본 하드웨어는 '갤럭시노트3'과 똑같으니 휜 디스플레이의 특징을 알려면 직접 써보는 것 만한 게 없겠지요.
삼성전자는 킨텍스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전자전(KES)에서 갤럭시라운드를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누구나 마음 편히 제품을 만져볼 수 있도록 전시했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갤러시라운드가 둥그렇게 생긴 구조여서 바닥에 두고 기울여보거나 손에 쥐어봐야 하는데 두툼한 도난방지 장치가 뒤에 붙어 있어서 제대로 써보긴 어려웠다는 겁니다. 다행히 행사 도우미 한 분이 지켜보는 조건으로 도난방지 장치를 떼고 갤럭시라운드를 써볼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갤럭시라운드를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휘어진 갤럭시노트3'입니다. 기본 디자인이 완전히 똑같습니다. 5.7인치 화면은 한 손에 들어오긴 하지만 편히 쥐기에는 조금 큰 편입니다. 갤럭시라운드는 큼직한 갤럭시노트를 조금 구부려 손에 쥐는 맛을 살리도록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말을 그렇지만 사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어떤 모양의 폼팩터에 올릴지 실험하는 제품이겠지요. 뭐든 처음 하는 사람이 제일 힘든 법입니다.
실제 손에 쥐었을 때는 어떨까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감긴다는 느낌이 조금 있기는 한데 모서리면에 여전히 각이 남아 있어서 그런 건지 ‘착’ 하고 손 안에 감기지는 않습니다. 크기도 영향이 있겠지요. 이건 조금 시간을 두고 써 봐야 판단할 수 있겠습니다. 크기가 커도 휘어서 손에 감기는 느낌이 좋아진다는 결론을 얻으면 삼성으로서는 내년에 내놓을 4세대 갤럭시노트의 화면을 더 크게 만들 수도 있겠지요. 그러고 보면 '갤럭시메가'로 화면 크기의 한계를, 갤럭시라운드로 플렉서블 디자인을 시험해보는 걸까요. 그게 아니면, 차기 갤럭시노트도 크기는 키우면서 소비자 반응도 실패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하면 좋을까요.
제품을 보기 전에는 디스플레이에 관심이 있었는데 실제 제품을 보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별다른 감흥을 주지 않았습니다. 성형을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을 뿐,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역시 강화유리 안에 담겨 있습니다. 화질이나 반응성 같은 건 똑같다는 얘기지요. 배터리나 메인보드를 구부릴 수 없는 한계도 아직까지는 있습니다. 배터리를 구부리기는 쉽지 않으니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양의 기기들이 나와줘야 더 획기적인 경험이나 감동을 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화면은 휘어진다지만 그 속은 어떨까요. 전시장에서 제품을 뜯어볼 수는 없는 일이고 뒷 커버만 벗겨봤습니다. 일단 배터리는 평평합니다. 저는 이게 제일 궁금했는데, 배터리는 기본 셀 모양 그대로 납작하게 만들었습니다. 제품 안에는 약간 비스듬하게 들어갑니다. 구부러지지는 못하기 때문에 제품의 반쪽만 채울 수 있도록 가늘고 길게 설계됐습니다. 갤럭시노트3는 옆으로 넓적하지요. 그래서 최대한 길고 가늘게 만들다 보니 배터리 용량이 2800mAh로 갤럭시노트의 3200mAh보다 조금 작습니다. 기판은 조금 어렵긴 해도 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좌우로 구부리긴 했지만 갤럭시라운드의 곡면 반지름은 400mm입니다. 반지름이 400mm인 원통의 한 면을 잘라낸 셈인데 기울기가 보기보다 꽤 큽니다. 벌써부터 ‘갤럭시기와’라는 별명이 등장했는데, 진짜 엎어 놓으면 딱 기왓장입니다.
문제는 이걸 기울여서 영상을 볼 때 왜곡해서 보이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기계적으로 보자면 왜곡은 반드시 생깁니다. 가운데는 거의 직선처럼 눈에 들어오겠지만 주변부로 갈수록 사람의 눈은 픽셀 그 자체가 아니라 비스듬한 옆면을 보게 됩니다. 지폐를 구부려서 재미있는 얼굴을 만드는 장난을 떠올리면 될 것 같습니다. 픽셀간의 간격이 좁아진다는 얘기지요. 그런데 이건 계산상 그런 것이고, 실제로 화면을 보면 크게 불편하진 않습니다. 물론 그래픽이나 이미지에 민감한 사람에게는 추천하기 어렵지만 그냥 동영상 보고, 웹서핑하고, 게임하기에는 괜찮습니다.
갤럭시라운드는 곡면으로 만들다 보니 바닥에 내려놓아도 딱 고정되지 않습니다. 삼성은 이 점에 착안해, 모션센서를 더해 인터페이스를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라운드 인터랙션'이라는 효과입니다. 음악을 듣다가 왼쪽으로 굴리면 앞 곡으로, 오른쪽으로 굴리면 다음 곡으로 넘겨주는 기능입니다. 이거 생각보다 꽤 어렵긴 합니다. 화면을 끈 상태에서 작동하는데, 조금 누른다는 느낌으로 밀어야 합니다. 깔끔하게 명령을 듣지는 않는데, 또 너무 예민하면 가방이나 주머니에서 움직이는 것에 따라 음악이 막 넘어가지 않을까 걱정은 됩니다.
삼성은 갤럭시 라운드를 왜 만들었을까요? 제가 잠깐이지만 써본 결론은 이렇습니다. 먼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에 대한 실험입니다. 디스플레이는 나왔는데 어떻게 써야 할 지 판단은 쉽지 않습니다. 물론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있기 때문에 구부린 스마트폰을 내놓았겠지만, 구부린 제품을 만들기 위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채용했다는 명분이 필요할 겁니다. 역시 가장 쉬운 방법은 해보는 것입니다. 이용자들도 써봐야 이걸 이렇게 저렇게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테고요.
지금처럼 좌우로 구부린 게 답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위아래로 구부린 제품이 나오고, 그게 성공할 수도 있고요. 전혀 생각지 못했던 모양이 나올 수도 있겠네요. 어쨌든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디자인에 영향을 끼친다면 그때는 이걸 모든 기기로 확대하겠지요. '갤럭시S5'가 될 수도, '갤럭시노트4'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그렇게 기존 제품으로 흡수되기 위해서 삼성이 가장 바라는 반응은 ‘화면이 커져도 휘어져도 손에 쥐기 편하다’는 것이겠지요. 그렇지 않다면 갤럭시라운드는 수많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브랜드 가운데 하나가 될 뿐입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재미있는 시도였지만 쉽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약 : 실험용
첫댓글 흠, 저기에 적용 가능할만큼 의미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합성수지 섬유를 이용한 배터리기술이 나왔죠. 전기차량의 배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다가 차량 본체에 사용 가능한 전력을 저장하는 합성수지 섬유를 만들어냈다고...그걸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지 생각해볼 수 있겠네요.
문제는 휘는 배터리를 만들 수는 있는데, 그러면 폭발한다고 카더군요
에, 그러니까 전기차의 외형을 만드는 데 쓰는 합성수지 섬유 자체를 배터리로 만들었다는 겁니다. 저 폰에 적용한다면, 배터리 자체를 휘게 만드는 게 아니라 폰의 플라스틱 부분 거의 대부분을 배터리로 만든다는 거죠. 처음 성형할 때부터 휘게 만든 수지 섬유라면 충분히 안전하게 사용 가능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