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7일 오늘, 5월 15일 축제 대체 전시 관람으로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강동아트센터에서 열리는 [K-PHOTO WAVE] 전시를 관람하였다.
[K-PHOTO WAVE]는 <푸른 숨, 남겨진 온도>, <K-포토페어>, <국제사진공모전> 3가지가 통합해 열리는 전시로, 아트랑 건물 1, 2, 3층을 모두 사용하는 대형 전시이다.
매력적인 작품이 정말 많았지만, 그 중 특이한 기법을 사용했거나 아주 매력적인 몇 가지를 탑재하였다.
<푸른 숨, 남겨진 온도>
이 전시는 주요 주제인 '지구의 안녕'을 시각, 청각, 촉각의 공존을 통해 관람객이 온몸으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지구 내 생명체를 직간접적으로 표현하거나, 산업 혁명으로 인해 자연 생태계가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를 사진으로 투영해 표현한다.
한성필 작가의 극지방 관련 연작은 극지 풍경과 펭귄 등의 생명체를 담았다.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의미하지 않는 것 같지만, 극지 특유의 깊은 질감과 차가운 색감, 그리고 빙하가 녹아 생긴 바다나 계곡이 항상 같이 담겨있어, 문명의 발전으로 인한 자연의 손상을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듯 했다.
강홍구 작가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특이한 특징을 갖고 있는데, 바로 사진 위에 색을 칠했다는 것이다. 멀리서 보면 사진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그림인, 마치 만화적인 필터를 씌워놓은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고 아주 신박한 기법이라고 생각하였다.
이 작품은 <푸른 숨, 남겨진 온도> 전시의 상징이며 멸종된 갈라파고스의 마지막 거북이, "죠지"이다. 시아노타입(Cyanotype)을 사용하여 푸른색을 표현하였고, 그 푸른색 붕대에 싸여있는 "죠지"는 그저 '붕대에 싸여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왜냐하면, 시아노타입으로 인해 생성되는 푸른색, '프러시안 블루'는 체내의 방사능 물질을 배출하는 치료제의 주성분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180년동안 장수했으나 안타깝게 멸종된 "죠지"의 특징을 암시적으로 나타내는 것 같다.
*시아노타입(Cyanotype): 감광액을 바른 종이나 천 위에 피사체를 올리고 햇빛(자외선)에 노출시켜 푸른색(프러시안 블루)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인화 방식.
황규태 작가는 이 전시에서 가장 실험적이라고 불릴 만한 기법, 버노그래피(Burnography)'을 사용하였다. 단어의 뜻 그대로, 필름을 직접 태워 변형시키고 이를 촬영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하는 기법이다. 이 기법으로, 그냥 태양이 아니라 '녹아내리는' 태양을 표현하여 환경 문제 메시지도 담아내었으며 사진이라는 매체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상우 작가의 작품들은 멸종 위기 동물을 색 반전 기법으로 재탄생시키는 스타일을 갖고 있다. 단순한 동물의 묘사를 넘어, 멸종 위기 동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들의 몸과 눈 위에 있는 하트는 각각 '마음, 심장, 사랑, 희생, 생명'을 상징하며, '그들 또한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이라는 주관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K-포토페어>
이 전시는 여러 갤러리가 모여 통합으로 전시하는 곳이다. '사진'이라는 매체를 어디까지 극한으로 끌고 갈 수 있는가를 몸소 체험하게 해준 전시였다.
그림인 줄 알았는데, 사진이었다(Print on 하네뮬레 - 하네뮬레는 제지 회사이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그림 같은 질감과 색감을 낼 수 있는지, 정말 신기한 작품이었다.
이 작품도 아주 특이한 기법을 갖고 있는데, 평면 같아 보이지만 입체이다. 아래 사진을 보면, 층이 나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위 작품과 반대로, 앞에서 보면 입체 같아 보이지만, 사실 평면이었던 착시 작품이 이 작품 바로 옆에 있었다.
성명희 작가는 다중 노출을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며, 아래와 같은 자연과 대도시가 공존하는 특이한 구도를 주로 연출하였다.
(이 작가 외 다른 많은 작가들도 다중 노출을 종종 사용한 작품이 있었다.)
이 작품은 딱 봐도 느린 셔터 스피드를 이용해 장노출로 촬영한 사진이지만, 어떻게 잔상을 남기는데 글자가 또렷하게 보이는 것인지 의문이었다. 정확한 건 작가만 알겠지만, 예상하건데 다중 노출로 촬영한 것 같다.
<국제사진공모전>
여기 있는 작품들은 '인간-자연 환경'을 주제로 개최한 국제사진 공모전에서, 입선부터 대상까지 수상한 모든 작품이 전시되었다.
입선에서부터 대상까지의 객관적인 수준과 관점 차이를 느껴볼 수 있는 전시였다.
아래는 입선을 수상한 작품이다. 과노출과 흑백 기법을 사용한 작품을 지금까지 가본 전시들에선 볼 수 없었기에 한눈에 띄었고, 과노출이 실제 작품의 기법으로 사용된 것이 한편으로 신기하기도 했다.
아래는 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피사체 자체는 자연 그 자체이지만, 마치 사람의 실루엣을 연상시킨다. 이 전시에서 몇 안 되는 '자연스럽지만 이중적인' 피사체였기에 더 눈에 띈 것 같았다.
아래는 은상을 수상한 사진이다. '비닐하우스'가 천연 필터를 자처한 작품으로, 정말 작가들의 창의력은 끝이 없다는 걸 체감하게 해 준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금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비닐 안에 저 구도를 어떻게 담았는지, 무슨 기법을 어떻게 사용한 것인지 감도 안 잡히지만, 작품 자체는 많은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비닐 안에 인간이 만든 불가사의인 피라미드가 있고, 그 밑에 쓰레기가 조금씩 쌓여간다. 쓰레기는 멀리서 보면 '비닐 안에 차있는 물'을 연상시키기도 하며, 마치 인간이 이룩한 문명에 의해 쓰레기가 쌓여가고, 한계에 도달하면 문명을 다시 집어삼킬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았다.
[고찰]
이번 전시는 내게 많은 것들을 성찰하게 만들었다.
이 전시에서 기본적으로 알고 있던 구도와 기법은 당연히 나오지만, 그것만 나온 것이 아니었다. 사진 위에 색을 칠한다던지, 필름을 태운다던지, 색을 반전시킨다던지 등 온갖 기상천외한 기법들이 등장해 나의 기존의 고정관념과 한계를 계속 깨부쉈다. 전시는 내게 이런 질문을 던져주었다. 사진이라는 매체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나의 생각으로는 작가의 창의력에 비례한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작가가 더 많이 고민할수록, 더 창의적이고 독특하며, 많은 의미를 담는 작품이 나오는 것 같다.
또한, 여기에 첨부한 작품들 중 '주관적 의미'가 깊게 들어있는 작품들의 경우, 객관적으로만 봤을 때는 그냥 풍경 또는 정물 사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즉, 객관적으로만 보면 아무것도 느낄 수 없지만, 작가가 심어놓은 '주관적 의미'를 생각하고 해석하기를 시도하면 비로소 그 작품은 달라보인다. 그리고 내가 어느새 그 '주관적 의미'를 생각하고 해석하기를 이제는 '무의식적으로, 그리고 자동으로'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시를 가보면 가볼수록, 그리고 아는게 많아질수록, 작품을 보는 '깊이'가 깊어진다는 것을 체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