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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의 숨결 속에도 철 따라 나무마다 꽃과 열매 조금씩 다르듯 해마다 가슴에 돋는 생각도 달라 연둣빛 숨결도 달라 지난 시절의 애틋한 그리움도 세월 따라 묻혀버리고 머리에 눈발 앉은 나이에도 철마다 눈 뜨는 정 갈망으로 끓는 피 다 타버린 사랑의 부신 상처를 은혜롭게 치유하듯 그리움 하나 잉태했거늘 이해에도 다시 찾아온 겨울날 가진 것 다 내어주고 서 있는 나목의 숨결 속에도 새봄 열매의 꿈 살아 있듯이 뜻밖의 은총 입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