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 제27주일(전교주일) 강론 >(10.20.일)
* 10월 전교의 달, 또한 오늘 전교주일을 맞아, 주위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복음을 전하고, 쉬는 교우들을 회두하기로 결심하면서 오늘 미사를 봉헌합시다!
1. 지난 10/10(목) 스웨덴 한림원 노벨상위원회는 올해의 노벨문학상 작가로 우리나라 작가 한강을 선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선정 이유는 역사적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하고 시적인 산문이라 했습니다. 노벨문학상 탄생 후 121번째 수상자인 한강 씨는 여성으로서 18번째 수상자이고, 아시아 여성 최초입니다. 드디어 우리나라는 노벨문학상 작가를 보유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박수!!)
노벨문학상은 책 한 권 잘 썼다고 받을 수 없고, 돈으로 살 수도 없는 상입니다. 어떤 작가의 작품들을 20년 이상 평가 후 가치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다른 나라들의 작가들이 쓴 책들을 그 나라의 언어로 읽어도 뉘앙스를 느끼기 힘들었고, 우리말로 번역되어야 읽을 수 있었는데, 번역 없이 우리말로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이 탄생했습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고, 한강의 기적은 매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노벨문학상 소식을 듣자마자 쿠팡을 통해 < 작별하지 않는다 >와 < 채식주의자 >를 신청했는데, 10/15(화) < 작별하지 않는다 >가 도착했고, 어제 < 채식주의자 >가 도착했습니다.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한 작품인 < 작별하지 않는다 >에 대해 프랑스 르몽드지는 현실적이면서도 역사적 맥락을 놓치지 않고, 경이로운 환상에 빠져들게 한다.”라고 했고, 프랑스의 어느 문학평론가는 이 책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1948년, 1949년 제주 4.3 대학살을 접하며 고통스러웠다. 유럽에서의 대학살 사건들, 특히 2차 세계대전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유럽문화와 공통점이 있다. 이렇게 한강 작가는 사람, 인간성, 고통, 애도에 대해 말한다. 인류가 공유하는 감정이다. 물론 한국적인 면도 있겠지만, 프랑스, 유럽, 전 세계의 독자들에게 울림을 준다.” 그래서 어느 나라 사람이든 공감하는 작품입니다.
현재 영어, 불어, 이태리어, 독어, 스페인어, 일어, 중국어 등 여러 언어로 번역된 작품들이 전 세계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술을 못 마시는 한강 작가는 글을 쓰기 위해 좋아하던 커피도 끊고, 여행도 거의 안 가고, 60세가 될 때까지 소설 3권을 쓰겠다고 했습니다. 우리도 열심히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인생 목표를 세워야겠습니다.
2. 10월의 전교의 달이며, 오늘은 전교주일입니다. 신자라면 누구에게나 복음을 전해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전교는 한강 작가처럼, 상대방이 느끼든 못 느끼든 가랑비에 옷 젖듯이 차분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전교했던 체험들이 많았습니다. 그중 몇 가지를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1) 저는 운동을 좋아합니다. 저 같은 태음인은 운동 안 하면 금세 체중이 늘기 때문에 운동해야 합니다. 운동 중에도 구기종목을 더 좋아하고 잘합니다. 신학생 때는 매일 운동장에서 살았습니다. 달리기, 윗몸일으키기, 배드민턴, 테니스 닥치는 대로 많이 했고, 신부가 되어서도 계속 운동하고 있습니다.
2002년 계산본당에 있을 때, 유성스포츠프라자에서 배드민턴을 쳤는데, 50대, 60대 자매들과 경기하면 저는 힘으로 했지만, 그분들은 기술을 써서 질 때가 많아 레슨을 시작했는데, 레슨 받으면서 여러 사람을 만났습니다. 제 모습을 한 달간 지켜본 비신자 중 한 명이 진지한 얼굴로 “근데 신부님은 왜 혼자 오시고, 부인은 안 오십니까?”라며 말했습니다. 저와 코치, 곁에 함께 있던 친구 신자도 너무 황당했는데, 친구 신자가 “등신아, 신부님은 결혼 안 해서 부인이 없는데, 그것도 모르나!”라고 하니까, 비신자는 겸연쩍어했습니다. 그때 느낀 것은 ‘아무리 매스컴이 발달해도 천주교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 내가 좋아하는 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전교하면 좋겠다, “동호회 사목”이 필요하다.’라고 생각하고, 누구를 만나든 전교하는 마음으로 운동하고 있습니다.
작년 9월에 우리 본당에 파크골프동호회(백파회)를 만들었는데, 지금은 회원들이 30명쯤 됩니다. 운동을 통해 교우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고, 타본당 교우들, 쉬는 교우들, 비신자들도 만납니다. 그래서 제가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아도, 같은 운동을 함께 하기에 동질감이 생겨서 친해지고, 자연스럽게 천주교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집니다.
2) 저는 연도와 장례미사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고인의 유가족 중에 열심한 교우도 있지만, 쉬는 교우, 비신자들도 있기에 전교의 좋은 기회입니다. 코로나 한창일 때도 본당에서든 병원에서든 연도와 장례미사를 다 해서 성과가 좋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11/17(일) 연도대회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3) 제가 전교의 주보성인 소화데레사 성녀를 전공한 덕분에, 전교하는 데 큰 도움을 받는 것 같습니다. 전교는 외적 전교와 내적 전교로 나누는데, 외적 전교의 대상은 비신자들이고, 내적 전교의 대상은 교우들입니다. 저는 천주교 사제이기 때문에 미사, 봉성체, 성사, 신자재교육, 쉬는 교우 회두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 9/26(목) 아침에는, 실제 나이가 61세라도 7세 지능밖에 안 되는 김양수(미카엘) 형제를 위해 병자성사를 드렸습니다. 10월 들어, 쉬는 교우 면담이 3건 있었습니다.
- 10/4(금)에는 오랫동안 냉담한 자매님과 면담하면서 회두 권면하고,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게 했는데, 10/22(화) 유아실 도배를 빨랑카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10/13(일) 저녁에는, 11년 냉담한 32세 형제와 면담 때 제 체험을 들려주며 위로와 격려를 해주고, 우리 본당 교적에 편입시켰습니다. 직장 때문에 격주 한 번 미사 나온답니다.
- 10/18(금) 오전에는, 타본당 교우들인데도 저와 면담을 청한 부부와 대화하면서 격려와 용기를 드렸습니다. 면담을 원하는 분들이 있으면 사무실에 신청해주시면 됩니다. 이처럼 기회가 좋거나 나쁘거나 한 번뿐인 인생 후회 없이 신앙생활하고, 또 쉬는 교우들을 하느님께 인도하면서 천국에 보화를 쌓아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