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비행
얼큰해진 얼굴로 유장수는 앞자리에 않아 있는 전우석을 바라보았
다.
"놈한테 원본은 보내 주었지만 복사본을 가지고 있으니까 일이 잘못
되면 복사본으로 잡을 수 있어."
"그렇습니다. 원본이냐 복사본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지요."
전우석이 맞장구를 쳤다. 모처럼 기분이 좋은 유장수였으므로 전우
석도 마음이 가벼웠다.
"제깐 놈이 별 수 있나? 회사가 송두리째 넘어갈 판인데. 철부지 같
은 녀석."
유장수가 술잔을 들며 전우석을 바라보았다.
"어쨌든 너도 수고했다. "
그는 주머니에서 봉투 한 개를 꺼내어 전우석 앞에 내려놓았다.
"이건 네 몫이다. 한몫 쥐었으니 너도 이것으로 생활기반을 잡아
라."
"감사합니다, 사장님."
머리를 숙인 전우석이 봉투를 두 손으로 짚고는 가슴 속 호주머니에
넣었다.
"강판술이는 쓸 만한 놈이지만 좁은 바닥에서만 놀아서 오지랖이 좁
아. 이 일이 그놈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해라."
"물론입니다, 사장넘. 더구나 그놈에게도 한몫 크게 주셨지 않습니
까? 제깐 놈이 안다고 해도."
전우석은 강판술과는 다르게 살아왔다. 체육대학을 나와 영어회화
도 제법 하는 그로서는 중졸에 밥먹듯이 형무소 출입을 한 강판술과는
노는 차원이 달랐다. 그는 시간이 나면 골프를 치거나 볼링장에 가는
데 강판술은 않았다 하면 고스톱이다.
카바레에 가서 제법 스템을 밟는 전우석인데 강판술은 춤도 노래도
영 젬병이었다. 전우석이 모략과 지모를 갖춘 사내라면 강판술은 두드
리고 부수는 일에 전문인 사내였으니 유장수로서는 적당한 인물들을
좌우에 거느린 셈이었다.
"내가 듣기로는 장규식이 LA에서 빈둥거린다던데,넌 그런 소문을
들은 적이 없냐?"
술잔을 내려놓은 유장수가 물었으므로 전우석이 상체를 세웠다.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듣숩니다만."
"그래? 어졌든 놈을 잡아야 하는데. 그놈들, 최대광이 신용만이도 그
렇고. "
전우석은 술이 깨는 느낌이었다.
오늘은 일성그룹의 박주경으로부터 일성전자의 주식 訓만 주를 넘
겨 받은 날이다. 주당 시세가 6만 원대가 넘는 주식이니만치 150억이
넘는 금액이었다.
유장수는 초저녁부터 청산 클럽의 밀실에 들어앉아 기분좋게 술을
들이켜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그가 장규식의 이야기를 꺼내자 전우석
은 긴장이 되었다.
그리고 최대광과 신용만도 그렇다. 그들의 이름을 떠올릴 때마다 유
장수의 얼굴은 언제라 살기를 띠고 있었다.
"홍성희가 LA에 있다면 그놈들도 그쪽에 있는거다. 연놈들이 모두
LA에 모여 있는 셈이 되는데,이것들이 모여서 꿍꿍이 수작을 부릴지
도 모르겠단 말이다. "
유장수의 얼굴은 술기운으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나는 이제까지 날 배신한 놈을 내버려 둔 적이 없다. 그리고 날모
욕한 놈도. 이성철이가 날 비웃고 있는 모양이야."
"사장님, 그럴 리가 있습니까?"
"그놈이 나한테 홍성회가 LA에 있는 걸 누가 보았다고 했는데,그
것이 날 비웃는 수작이야."
"강판술이 데려와라."
자리에서 일어선 전우석은 방을 나갔다. 플로어의 바로 밑 좌석에
맞아 솔로출을 추고 있는 무희에게 정신을 잃고 있는 강판술을 금방
찾아낼 수가 있었다.
강판술과 함께 밀실로 들어서자 유장수는 이맛살을 찌푸리고 앉아
있었다.
"사장님, 부르웠습니까?"
강판술이 두 손을 모으고 한껏 공손하게 물었다.
"거기 앉아."
턱으로 앞쪽 자리를 가리키며 그가 말하자 전우석과 강판술은 나란
히 않았다.
"판술이 네가 애들 대여섯 명을 데리고 LA에 가야겠다. "
유장수가 대뜸 말하자 강판술이 머리를 들었다.
"LA에 말씀입니까?"
"그래. 홍성희란 계집이 술집을 하고 있다니까 그곳에 가서 최대광
이하고 신용만이라는 어린 놈들을 요절을 내고 돌아와라. 그 계집년도
마찬가지다. "
"사장님, 그렇다면."
눈을 끔뻑이며 강판술이 말을 범추자 유장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죽여 없애라. 그 계집에게 틀림없이 그놈들이 찾아갈거다. 그
년이 혼자 LA에 갔을 리가 없다. 놈들을 요절내고 그년도 없애."
"알겠습니다, 사장님 ."
강판술이 머리를 끄덕였다.
"저도 그놈들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보통놈들이 아니야. 총으로라도 쏘아야 할거다. "
"예, LA에서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
"우석이하고 상의해서 믿을 만한 놈들을 추려 가."
"예, 사장님."
"그리고 또."
빈 술잔에 술을 따르면서 유장수가 말을 이었다.
"장규식이 LA에서 어슬링거렸다는 소문도 있어, 그놈도 찾으면 물
어볼 것 없이 죽여라."
"예, 사장님."
유장수는 한 모금에 위스키를 털어넣고는 입을 벌려 뜨거운 김을 뿜
어내었다.
"이성철이 김종무라는 놈을 LA로 보냈다는군. 그런데 김종무 그놈
이 마약부 직원에게 들통이 나서 쫓겨 나왔고."
"우석이 네가 가서 크링거를 만나 보아라. 우리하고는 거래도 없고
연락도 없었지만 놈은 우리를 잘 알거다. "
"네, 사장님, 알겁니다. "
"내가 이성철이 같은조무래기하고는 차원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해
라. 만나게 된다면 말이다. "
"그야 물론이 지요."
전우석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럼 강형하고 상의해서 출발 준비를 하겠습니다, 사장템."
"LA에 코리아 타운이 있고 한국말만 써도 된다고 하지만 외국이고
객지야. 후딱 해치우고 나을 때 조심해야 돼."
"염려 마십시오, 사장님." .
강판술이 웃는 얼굴로 말했다.
"어됐든 LA도 사람 사는 곳 야넘니까? 곧 사장템 속을 시원하게 해
리겠습니다. "
유장수는 그들의 앞에 놓인 술잔에 술을 채워 주었다. 방음장치가
된 밀실이어서 술이 잔애 흐르는 소리도 들렸다.
"분위기가 좋군요. 손넘들이 모일 만하겠어요."
이자영이 흘 안을 둘러보며 말하자 흥성희가 흰 이를 드러내며 웃었
다.
"그래요? 그런데 박정환써하고는 친구분 되신다고 하셨지요? 박정
환씨가 우리 가게 칭찬을 하셨다구요?"
"네, 코리아 타운에서 제일 장사가 잘 되는 곳이라고 하던데요."
그녀의 웃음에 말려들어간 듯이 따라 웃으며 이자영이 말했다.
"그럼 이런 가게를 하시려구요?"
흥성희가 궁금한 듯 물었으므로 이자영은 머리를 저었다.
"아뇨, 저는 돈도 없고 경험도 없어서요. 그냥 구경왔어요."
"박정환씨한테 빌리시지 그러세요? 그분 돈 많아요."
이자성이 눈을 깜박이며 흥성희를 바라보았다.
"박정환씨 잘 아세요?"
"그럼요, 제가 LA에 처음 왔을 때부터 신세를 졌는데요. 친절한 분
01세요."
"제 남자친구의 선배벨 되시는 분이에요."
박정환은 그런 이야기는 해주지 않았다.
취직하기에는 윗사람 모시고 눈치봐야 할 뿐만 아니라 조건도 까다
롭고 이자영 스스로도 이젠 진력이 나 있었다. 더구나 박정환이 자금
을 빌려 주겠다면서 한 번 돌카보라고 홍성희의 가게를 소개시켜 준
것이다.
"이 가게 차리는 데 30만 달러쯤 들었어요. 하지만 올해 안에 본전
은 모두 뽑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종업원이 날라 온 커피잔을 들면서 홍성희가 말했다. 그녀는 박정환
의 친구라고 해서인지 스스럼없이 대해 주고 있었다.
"어머나, 아직 1년도 안 된 것 같은데.그렇다면 장사 잘 되는 것이
네."
이자영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흥성희가 머리를 끄덕였다.
"고급 술집이라고 소문이 나니까 돈 많은 한국사람들이 몰려와요.
특히 한국에서 출장나온 사람들, 여자가 필요한 사람들이 많이 와요."
"한국은 이런 곳이 한물갔다고 해요. 하지만 이곳은 달라요."
아침 10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어서 흘 안은 한산했으나 종업원들이
분주하게 점심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서울도 그렇지만 여자를 확보하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다행히 난
아르바이트로 근무하는 여자들을 많이 확보해 두었어요. 밤에만 나와
서 일해 주는데 그것이 인기예요."
홍성회가 이자영을 바라보며 눈웃음을 쳤다.
"이자영씨 같은 분이 나오시면 금방 인기를 끌걸요?매력이 있으시
니까."
이자영이 머리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래요? 그럼 나도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할까요"
"에이, 농담인데. 박정환이한테 야단맞아요, 제가."
"뭐, 어때요? 일도 배울 겸 가끔씩 남자 구경도 하고."
"박정환씨한테 야단맞는다니까요."
이자영이 말뜻을 알아듣고는 머리를 저었다.
"박정환씨하고는 아무런 관계도 없어요. 우린 그저 친구예요. 회사
친구였지만 지금은 회사도 그만두었으니까 걸릴 것이 없어요."
"정말 일하고 싶으세요?"
흥성희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멋진 여자가 많을수록 손님을 끌게 된
것이다.
"정말이에요. 일도 베우고, 그리고 돈도 벌어야 돼요. 박정환씨한테
돈 빌려 쓸 생각은 없어요."
첫댓글 잘읽었습니다
감사
감사. ^^
복수를 해야지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점점
ㅈ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