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冬至)에 일양(一陽)이 시생(始生)'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밤이 깊고 혹한은 이제부터 시작인 것처럼 보이더라도 눈으로 보이지 않는 천지의 기운은 이미 바뀌고 있다'는 뜻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을미년을 여는 W&J는 '부산 어묵' 이야기로 시작하겠습니다. "또 부산 어묵이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영도의 삼진어묵 어묵체험역사관이나 부산역의 어묵 베이커리, 부전시장의 '고래사' 를 한 번 가 보신다면 분명 생각이 달라질 겁니다. 어묵집에 불났다? 한마디로 난리가 아닙니다.
'삼진어묵' 3대째 박용준 실장
"어묵 고로케 아이디어
베이커리 카페로 활짝"
"이것이 창조경제"
박 대통령
'고래사' 극찬 부산 어묵 열풍에 심지어 청와대까지 주목했습니다. 지난해 8월 부산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고래사가 다양한 종류의 어묵을 개발해 호응을 얻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창조경제의 성공 사례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부산 어묵은 이전부터 전국적으로 명성이 높았지만 이 정도로 연예인급은 아니었습니다. 변화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요?
W&J는 최근 부산 어묵의 높은 인기는 가업을 이어받은 2세, 3세들이 달라진 생각으로 신제품을 만들고, 베이커리 카페 등을 통해 시민들과 직접 만나면서 촉발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부산식품의 2대 김희규 대표는 2012년 부산 남구 경성대 인근에 노천 테이블을 갖춘 어묵 요리 전문음식점 '범표어묵'을 열어 새로운 부산 어묵의 시대를 예고했습니다.
김 대표는 지금도 생산된 지 6시간 이내의 따끈따끈한 제품을 가져와 즉석 어묵튀김, 어묵 꼬치를 판매하면서 소비자 반응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부산 어묵 열풍은 2013년 삼진어묵이 어묵 크로켓(고로케)을 개발해 어묵베이커리 매장에 선보이면서부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맡던 어묵 비린내가 지긋지긋해 뉴욕으로 유학을 떠났던 삼진어묵 3대 박용준(31) 실장이 그 주역입니다. 바로 이번 W&J의 표지 모델입니다.
부산 어묵은 '고래사'가 세련된 감각으로 어우동을 비롯해 초밥 ,버거 등을 만들며 활짝 꽃을 피운 느낌입니다. '고래사(古來思)'는 옛사람의 지혜와 생각이 담긴 어묵을 만들겠다는 뜻이랍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입니다.
이들에 뒤질세라 어묵 회사마다 고급 수제 어묵과 베이커리 카페 개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백년기업을 꿈꾸는 어묵 공장에서 선의의 경쟁이 시작된 것입니다.
드라마 미생에서 '희망은 본래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래서 인생은 길과 같다. 세상에는 원래 길이 없었다. 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이 되는 것이다'고 했습니다. 어묵 또한 그런 것 같습니다.
부산 사람이라면 꼭 가 봐야 할 전통의 부산 어묵 업체와 맛 좋고 분위기 좋은 어묵집들을 소개하는 '어묵 로드'를 만들었습니다. 부산 어묵이 앞으로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해 뉴욕이나 파리의 거리에서 만날 날을 기대해 봅니다. 박종호·박나리 기자 nleader@busan.com
사진=강원태 기자 w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