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난개발 위기, 이대로 놔두시겠습까?"
"유네스코 3관왕에 빛나는 제주 자연환경의 가치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제주가 지닌 자연의 가치를 제대로 키운다면 우리의 꿈은 현실이 됩니다. 제주의 청정 환경을 지키는 일은 개발을 뛰어넘는 최우선 가치입니다. 청정자연은 제주 공동체의 중요한 자원이자, 미래 세대에 넘겨줘야할 소중한 공공자산입니다.
무차별적 개발은 제주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입니다. 새로운 성장은 외래 자본에 땅만 빌려주고 투자효과가 제주 밖으로 빠져나가는 외형적 성장이 아닙니다. 제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투기자본과 난개발에는 엄격하게 대응하겠습니다.
어머니의 땅, 제 삶의 근본이자 꿈이 시작된 이 땅에서, 도지사의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취임사 중에서>
|
▲ 상가관광지 부지 전경. |
돌담 넘어 보리밭 한 바퀴 휘감아 돌아 옷소매 사이로 스며드는 봄바람의 느낌이 좋습니다. 고사리 장마가 지나간 중산간 들녘은 늦은 벚꽃이 남아있고 숲은 연둣빛으로 가득합니다. 매일 접하는 풍경이지만 계절마다 변하는 제주의 자연은 원희룡 지사의 말처럼 세계에 자랑할 만한 공공의 유산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올 봄은 그리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제주의 자연을 위협하는 각종 난개발 사업들이 줄지어 최종 승인 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장 17일에는 바리메 오름 바로 밑 중산간 고지대에 추진하는 '상가리관광지 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 심의가 예정돼 있습니다. 심의위원회는 부동의 권한이 없어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재심의 결정을 한 상황입니다.
이 사업은 지난해 원희룡 지사가 밝힌 대규모 개발사업 가이드라인에 명백히 저촉되는 사업입니다. 하지만 제주도는 신규사업이 아닌 '추진 중인 사업'이라는 이유로 가이드라인 적용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보전기준 정비 이전이라도 적용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겠다던 원희룡 지사의 기자회견 발언은 빈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원희룡 지사는 투자유치를 해 놓고서 사업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합니다. 맞습니다. 제주발전을 위해 상생하자며 투자자를 데려와서 사업을 막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
▲ 상가관광지 사업부지에서 발견된 애기뿔 소똥구리. |
원희룡 지사는 취임 일성으로 좋은 투자는 적극 유치하겠다고 했습니다. 다만 제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투기자본과 난개발에는 엄격하게 대응하겠다고 했습니다. 자본의 성격과 사업의 계획을 제대로 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만든 것이 산록도로 위 개발은 불허한다는 내용이 담긴 대규모 개발사업 가이드라인 아닙니까.
그런데 왜 상가리관광지 개발사업은 계획대로 추진되는 것일까요. 이곳은 산록도로 중에서도 해발 600미터에 육박하는 중산간 최고 높이에 위치해 있습니다. 한라산 밑자락의 경관 문제만이 아닙니다.
이곳은 상가리 마을주민의 선대에서부터 사용하던 마을공동목장이 있는 곳입니다. 지금은 명의가 제주도 소유로 되어있어 주민들이 이를 되찾기 위해 소송 중에 있습니다. 이처럼 사연 깊은 목장을 제주도는 개발사업 부지로 제공하려 합니다.
목장용지이니 대부분 초지일 터이고 그러면 지리정보시스템(GIS) 생태계 등급 역시 가장 낮은 4∼5등급 정도이겠거니 할 겁니다. 정확합니다. 제주도는 이곳을 GIS 생태계 등급상 가장 낮은 등급으로 고시하였습니다. 당연히 개발이 가능한 용도지역으로 분류됩니다.
|
▲ 상가관광지 사업부지에서 발견된 삼백초. |
그러나 실제 전수조사 결과 이곳 공유지는 환경부가 지정한 법정 보호종이 서식하고 있어서 생태계 1등급에 해당되었습니다. 인위적인 시설물은 물론 형질변경이 금지되는 지역인 셈입니다. 당연히 개발사업은 불가능한 곳이죠. 그러나 제주도는 이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개발사업 용도의 부지제공 계획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원희룡 지사는 개발할 수 없는 지역을 개발대상 부지로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습니다.
그러면 상가리관광지 개발사업의 사업허가 과정은 절차적으로 정당하게 추진되고 있을까요? 전략환경영향평가라는 것이 있습니다. 환경영향평가는 사업 실행 단계에서 개발사업으로 인한 환경저감방안을 도출합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환경영향평가보다 앞선 초기단계인 사업 계획 단계에서 사업의 타당성과 입지의 적정성 등을 평가합니다.
상가리관광지 개발사업은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이지만 이를 받지 않았습니다. 제주특별법에 의제처리 되는 특례조항으로 이를 면제받은 것입니다. 이런 경우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검토되어야 할 사항은 환경영향평가에서 검토하게 됩니다. 환경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은 개발사업의 환경영향평가 심의에서 입지가 부적정한 경우 부동의 결정을 내립니다.
|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
그러나 제주도는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 두 번의 환경영향평가 심의에서 상가리관광지 사업의 입지가 적정하지 않다는 심의위원들의 의견이 다수였습니다. 당연 부동의 되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제주도 환경영향평가 조례에는 심의위원회가 부동의 할 수 있는 권한이 없습니다. 어떤 난개발 사업이라도 통과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올해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회가 새롭게 구성되었습니다. 위촉장 수여식장에서 원희룡 지사는 제주가 중앙보다 강화된 환경규정을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상가리관광지 개발사업을 놓고 그런 얘기를 할 수는 없습니다. 과거 개발 중심의 도정시책을 비판해 온 원희룡 지사가 아닙니까.
제주의 자연이 원희룡 지사에게 묻습니다. 원 지사 삶의 근본이자 꿈이 시작된 이 땅이 원희룡 지사에게 묻습니다. 난개발의 위협에 놓여있는 어머니의 땅을 가만히 놔두겠습니까?
첫댓글 난개발이 정말 우려스럽습니다.
고향에 땅 가진 친구들은 땅 값 오르는 것을 즐거워하고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