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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파란나라 ≫ 원문보기 글쓴이: 袈裟魚
"한반도 땅덩어리 원래 멀리 떨어져 있었다"
이동하며 붙고 떨어져 현재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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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반도는 북위 33-43° 사이에 있다. 그러나 지질시대에는 지금의 위치가 아니었다.
한반도는 고생대에 적도 부근이었고 중생대 쥐라기 이후 지금의 자리로 이동하게 된 것이다. 한 반도는 거대한 유라시아대륙에 돌기처럼 튀어나와 달려 있다. 따라서 한반도는 오랜 지질시대 동안 유라시아대륙과 한 몸처럼 움직여 왔던 것이다. 오늘날 유라시아대륙과 한반도에 비슷한 지질구조가 나타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판구조론에 따르면 약 2억년 전 지구는 판게아라고 하는 거대한 하나의 대륙이었는데 이 판게아가 여러 조각으로 쪼개져 오늘날 지각은 30개의 크고 작은 판들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한반도는 본래 하나의 땅덩어리였을까? 중국대륙이 본래 하나의 대륙이 아니고 북중국판과 남중국판이라는 두 개의 대륙이 지금으로부터 2억3천만년 전 서로 충돌해 봉합되면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되었다. 이같은 대륙충돌을 확인해주는 결정적인 증거는 다이아몬드나 석영이 고밀도로 뭉쳐진 코어사이트 등 초고압 변성암대의 존재이다. 중국의 경우 이들 초고압 변성암이 친링산맥 - 다비산 - 산둥반도로 이어지는 지역에서 발견된다.
중국이 두 대륙이 충돌하여 봉합되어 만들어졌다는 이러한 사실이 밝혀진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대륙의 충돌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잇따라 발견되어 한반도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두 개의 대륙이 충돌해 합쳐졌을 가능성이 점차 유력해지고 있다.
그런데 신생대 제4기말(1만5천년 전)부터 마지막 빙하가 녹아 해수면의 수위가 100m 이상 높아짐으로써 지금의 황해가 만들어지기까지 중국의 동해안과 한반도의 서해안이 붙어있었던 만큼 중국의 충돌봉합대가 한반도로 이어질 것이라는 가설이 성립된다.
초기에는 한반도 지각의 움직임은 일반적으로 중국대륙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생각되었지만, 최근은 한반도의 지질역사가 세계 지질학자들의 관심을 크게 끌고 있다. 즉 중국대륙에서 확인된 대륙충돌대의 동쪽 연장이 어디로 가는가 하는 것이다.
한반도에는 충돌대와 관련될 수 있는 두 개의 습곡대가 알려져 있다. 그 하나는 한반도 남부에서 안정된 지괴인 경기육괴와 영남육괴 사이에 북동-남서 방향으로 발달하는 옥천대이고, 다른 하나는 한반도 중부의 경기육괴 바로 위쪽에서 동서 방향으로 발달하는 임진강대이다.
임진강을 경계로 한반도 남과 북은 지질이 완전히 다르다. 두 땅덩어리가 2억5천만년 이전에 붙는 대충돌이 일어났을 것이라는 게 최근의 유력한 가설이다. 임진강 지층대인 휴전선의 민통선을 따라 지층이 급격히 달라지는데다 중국 대륙도 이 무렵에 거대한 남부와 북부의 땅덩어리가 접합하는 충돌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두 땅덩어리가 충돌했다면 엄청난 열과 압력이 발생해 다이아몬드 같은 초고압 광물이 발굴되는데, 아직까지 대륙충돌을 최종적으로 확인해줄 다이아몬드나 코어사이트가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고압상태에서 만들어지는 변성광물인 각섬암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대륙충돌에 성큼 다가설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에 대륙충돌을 뒷받침하는 고압 변성광물인 각섬암이 발견된 곳은 임진강대의 남쪽 경계부에 해당하는 연천군 미산면 마전리와 포천군 관인면 중리 등 한탄강 부근이다.
한편 옥천 지층대는 충주 호수, 괴산 · 옥천을 지나 태백산 지역에 이르는 지역으로 이곳은 가장 밑바닥부터 오래된 순서대로 쌓인다는 지질학의 오랜 진리나, 방사성 동위원소의 연대측정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여러 나이의 암석들이 뒤섞여 ‘시간의 퇴적’을 확인하기 어렵고 게다가 강한 열과 압력으로 거의 모든 돌이 변성돼 당시 화석은 발견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시간의 뒤죽박죽 상태이며 무언가 강한 힘에 밀려 지각이 짜부러 든 것으로 추정한다.
옥천 지층대가 언제 어떻게 생성되었는지 밝혀지게 되면 한반도 지질사를 다시 써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고생대인 4억4천만년 전부터 3억1천만년 전까지 1억3천만년의 시간(데본기)에 해당하는 지질층은 아직 찾지 못한 상태이다. 학자들은 지층은 차곡차곡 쌓인 뒤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더라도 분명한 흔적을 남기는데, 이 시기의 흔적만은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한다.
역사에서 데본기가 사라진 것은 강원 지역의 융기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 제기되어오고 있다. 강원 지역이 바다에서 떠오르면서, 밀려난 데본기 지층이 서해 바다로 흘러들었거나, 강한 지각의 압축·변형운동으로 사라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북한 학자들이 사라진 지층 일부를 민통선 부근에서 찾았다는 주장을 제기해 남북 공동의 민통선 지역 지질탐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 한반도 지질 연구 성과들을 모아 영국 학자 리드맨 박사와 함께 <우리 돌 이야기>를 펴낸 전희영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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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3천만년 전,
한반도 남북으로 분리돼 있었다
대륙 충돌설에 의하면
지금의 한반도는 2억여년 전 따로 떨어져 있던 두 대륙이 충돌하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또 미래의 한반도는 일본열도와 부딪쳐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대륙으로 탄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륙 충돌설은 이처럼 한반도의 과거와 미래를 흥미진진하게 그려주고 있다.
전 세계 지질학계가 주목하고 있는 새로운 이론 ‘대륙 충돌설’, 그 속으로 들어가 보자.
한반도, 일본열도와 정면 충돌
한반도에 운명의 날이 다가왔다.
매년 약 1cm씩 수 천만 년 동안 동쪽으로 이동해 가던 이 땅덩어리 앞에
일본열도가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일본열도도 한반도 쪽으로 연간 2-cm씩 이동해 온 터였다.
피할 곳 없던 두 땅덩어리는 마침내 정면으로 부딪쳤다.
순간 엄청난 힘이 작용하면서 지표는 엿가락처럼 뒤틀리고 구겨진다.
강한 지진으로 땅이 쩍쩍 갈라진다. 그 틈으로 시뻘건 마그마가 폭발하듯 솟구친다.
지표에 있던 것들은 땅 속 깊숙이 밀려들어간다.
하지만 한반도와 일본열도는 이동을 멈추지 않는다. 서로를 향해 여전히 밀어댄다.
밀고 밀리는 힘에 의해 땅이 융기하면서 거대한 산맥들이 만들어진다.
이 상태는 수 천만 년 동안 계속된다.
그러는 사이 충돌한 두 땅덩어리는 서서히 안정을 되찾으며 하나로 봉합된다.
한반도도, 일본도 아닌 새로운 대륙이 탄생하는 것이다.
한반도와 일본열도의 현재 이동 방향과 속도를 고려,
지질학자들이 컴퓨터 모델링으로 예측한 수 천만 년 후 한반도의 모습이다.
지구상의 모든 대륙은 지금도 움직이고 있다.
지구의 표면인 지각이 여러 개의 판으로 나뉘어져
상대적으로 물렁물렁한 연약권 위를 떠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 판들은 움직이다가 서로 충돌하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한다.
한반도의 기원을 판들간의 충돌에서 찾으려는 ‘대륙 충돌설’도 여기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오늘날의 한반도는 서로 떨어져 있던 대륙이 충돌해 만들어졌다.
중국 대륙의 충돌 여파가 한반도에까지 미쳤을 것으로 추정한 개념도 |
특이한 암석이 발견됐다.
지하 약 150km 이상 깊은 곳에서 만들어지는
다이아몬드와 코어사이트 등이 지표에서 지질학자들의 눈에 띈 것이었다.
초고압 광물로 불리는 이 암석들은
지각에 있던 물질이 맨틀 깊이인 땅속 150-00km까지 밀려들어가야만
만들어질 수 있다. 지각 물질은 맨틀 구성 물질에 비해 비중이 가벼워
지하 깊숙이 들어간다 하더라도 금방 다시 떠오른다.
하지만 위에서 고압으로 누르는 힘이 작용한다면 가벼운 지각 물질도
맨틀 속에서 오랫동안 머물면서 초고압 광물로 변성될 수 있다.
바로 이 힘이 대륙 충돌에 의해 발생한다.
따라서 다이아몬드나 코어사이트 등 초고압 광물이 발견됐다면
그 지점에서 대륙 충돌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게 된다.
연구 결과 현재의 중국은 2억3천만 년 전 남중국 대륙과 북중국 대륙이 이동하다가
서로 충돌한 후 지각변동을 일으켜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산둥반도 일대에서 대륙 충돌이 발생했다면 그 여파가 한반도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우리나라의 대륙 충돌설은 이 의문에서 시작됐다.
충돌대가 존재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임진강대가 꼽혔다.
이 곳에서 나오는 암석의 생성 연대가 중국 대륙의 충돌 시기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었다.
1993년, 임진강대에 대한 연구조사가 시작됐다.
그 결과 고압 조건에서 만들어지는 석류석 각섬암이 발견됐다.
하지만 다이아몬드 등 초고압 광물은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경기 육괴(땅덩어리)에 속하는 강원도 화천 쪽으로 연구 지역이 확대됐다.
충남 홍성에서 발견된 석류석의 성분변화도. 이것을 통해 석류석이 만들어질 당시의 조건을 짐작할 수 있다.
여기서도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암석이 속속 발견됐다.
특히 고온에서 만들어지는 백립암이 나왔다.
조사 결과 이 암석들은 두 번의 높은 온도에서 변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역시 기대하던 초고압 광물은 없었다.
지난 2002년에는 충청도 홍성 지역에서
고압 조건을 지시하는 석류석과 옴파사이트가 발견되기도 했지만
이것도 충돌대의 존재를 입증하기에는 부족했다.
한반도에도 거대 산맥 존재
한반도 여기저기서 대륙 충돌설을 뒷받침하는 암석들이 발견되고 있다.
그러나 결정적 자료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대륙 충돌설이 한반도 형성의 정설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중국에서처럼 초고압 광물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
거대 산맥의 흔적 또한 밝혀져야 한다.
오늘날의 한반도가 대륙간 충돌에 의해 만들어졌다면
땅덩어리끼리 서로 미는 힘에 의해
그 충돌대에 히말라야와 같은 높은 산맥이 형성돼야 하기 때문이다.
알프스나 히말라야산맥도 대륙간 충돌에 의해 조성된 것들이다.
만약 한반도가 두 대륙간의 충돌로 빚어졌다면 그 높은 산맥은 어디로 갔을까.
한반도가 충돌기를 지나 안정기로 넘어오면서
대규모 침식작용에 의해 깎여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1년에 1mm씩만 깎여나간다고 해도 100만년이 지나면 산맥의 높이가 1000m나 줄어들기 때문이다.
깎여진 물질들은 어딘가에 쌓여 있다가 1억 8천만-1억 6천만년 전 진행된 활발한 조산운동으로
여기저기로 흩어지고 변형됐다.
임진강대 부근의 전곡과 충청도 홍성 남쪽의 대천 지역 퇴적분지는
지질학자들이 충남 홍성 일대 암석에서 초고압 광석을 찾기 위해 조사를 하고 있다.
당시 높은 산맥에서 깎여나간 물질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여진다.
이 퇴적분지에서도 지질학자들은 초고압 광물을 찾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데이터만으로는
한반도에 대륙 충돌대가 있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하지만 최소한 중국 대륙의 충돌 영향권에 있었던 것만큼은 확실하다는 게
국내 지질학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방사선 동위원소를 이용해 임진강대나 화천, 홍성 지역 암석 연대를
측정해 보면
중국 대륙 충돌 시기와 비슷한 2억3천만-억5천만 년이 나오는 게 근거다.
영국과 일본 등지에서는 중국 대륙의 충돌대가
한반도를 지나 일본까지 이어졌을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동해가 약 2천5백만 년 전 이후에 열렸으니 그 이전에는 일본이 한반도와 붙어있었을 수도 있다는 것.
따라서 한반도뿐 아니라 일본에도 충돌대가 존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오늘날의 한반도는 정말 서로 다른 대륙끼리의 충돌에 의해 만들어졌을까.
해답은 초고압 광물의 발견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조문섭 :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서울대 지질학과 졸업
-미국 스탠포드대 이학박사
-미국광물학회 정회원(Fellow)
판구조론이란 |
지구 표면은 연약권 위 떠다니는 '판'들로 구성 |
대륙 충돌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판구조론'에 대해 알아야 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지구의 표면인 지각은 최상부맨틀과 함께 암석권을 구성하며, 암석권은 여러 개의 판으로 나뉘어져 있다. 판들은 이동하면서 서로 충돌하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한다. 판끼리 충돌했을 때에는 서로 밀리는 힘에 의해 거대한 산맥이 만들어 지는 등 지각변동이 일어난다. 지진도 판들의 불안정한 움직임에 의해 발생한다. 뜨거웠던 지구가 식으면서 비중이 큰 것은 아래로, 가벼운 것은 위로 나뉘어지는 화학적 분화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결코 맨틀 깊이까지 들어갈 수 없다는 전제조건을 깔고 있다. 만약 들어간다 하더라도 얼마 있지 못하고 떠오를 수밖에 없다는 게 판구조론의 이론적 기반이다. 지각의 물질이 보통의 지각두께인 35km를 훨씬 넘어 맨틀 깊이인 땅 속 150~200km까지 들어가기 때문이다. 300km까지 내려갔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대륙이 충돌할 때 발생하는 엄청난 힘 때문이다. 외부의 강력한 힘이 강제로 지각 물질을 지하 깊숙이 밀어 넣기 때문이다. 힘이 없다면 들어간다 하더라도 가벼운 비중으로 인해 다시 올라올 수밖에 없다. 다이아몬드나 코어사이트 등 초고압 광물로 바뀐다. 하지만 다시 올라오는 과정에서 결정 구조가 바뀌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륙 충돌대가 확실함에도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물증을 확보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 때문에 지질학자들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란 표현을 즐겨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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