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원주 감악산
산행일 : 12월 20일(토)
산행거리 : 약 6km
산행코스 : 창촌마을~감악1.2.3봉~원주 정상~백련사~창촌마을
산행시간 : 9시 41분경~16시 16분경(6시간 35분 정도, 휴식시간 포함)
약속시간인 7시가 약간 못되어 천호역에 도착하니 천지님과 마루님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출발하여 문막휴게소에서 아침을 먹는다. 아침을 먹은 뒤 오늘 산행 코스에 대해서 설명을 한다. 일단 능선길로 올라 재사골재나 석기암봉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계곡길로 하산할 것인지는 상황을 보고 결정을 하기로 한다.
9시 30분에 감악산 들머리인 창촌마을에 도착했다. 그런데 산객이 한 명도 없다. 주차장에는 차가 한 대도 없다. 오로지 우리뿐이다. 눈이 꽤 많이 와 있다. 눈이 없을까 걱정한 것이 무색할 지경이다. 그동안 강원도에 눈소식이 별로 없어서 스패츠를 가져오지 말까 하는 생각도 했더랬는데, 가져오길 잘 했다. 그런데 천지님이 스패츠를 가져오지 않았다고 한다. 좀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산행을 그만둘 수는 없는 일! 눈이 많이 쌓여있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가능한 산행을 빨리 마치는 수밖에 없다.
산행준비를 마친 나는 9시 41분경에 먼저 출발한다. 들머리에서 산장 주인에게 물어보니 우리가 처음이란다. 능선길을 살펴보니 길 흔적만 보일 뿐 발자국은 하나도 없다. 우리가 러셀을 하면서 가야할 형편이다. 능선길로 갈 것이라고 했더니 상당히 위험할 것이라면서 계곡길로 갈 것을 권한다. 하지만 그대로 진행한다. 들머리에 들어서자마자 숨돌릴 틈도 없이 바로 급경사의 길이 시작된다. 조금 올라가다 뒤돌아보니 다른 산행팀이 계곡길로 가는 것이 보인다.
급경사의 눈길, 상당히 힘들다. 거기다가 능선에 올라서니 바람이 세차게 분다. 몸을 비스듬하게 돌려 걷는다. 앞서 가는 마루님이 빨리 오라고 성화다. 하지만 빨리 가고 싶어도 숨이 차서 빨리 갈 수가 없는 걸 어찌 하랴! 나무가지 사이로 감악1~3봉이 보인다. 올라갈수록 적설량이 점점 많아져서 길은 흔적마저 사라지고 만다. 중간중간 표식기로 확인해가면서 감으로 찾아간다. 무릎까지 빠지더니 이제는 허벅지 윗부분까지 눈에 빠진다. 스틱이 손잡이까지 눈 속에 다 묻힐 정도다. 발은 푹푹 빠지고 바람은 불고 거기다가 경사까지 가팔라, 산행의 속도가 나지 않는다. 열 발자국도 못 걸어서 숨을 돌리기 위해 걸음을 멈춘다. 어느덧 12시가 넘었다. 이제 슬슬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눈 덮힌 바위길을 올라야 하는데, 전적으로 로프에 의존해야 한다. 바위는 미끄럽지, 발 디딜 곳도 잘 없다. 거기다가 잡을 곳도 없고, 로프마저 미끄러워 잘 잡히지 않으니 대략 난감이다. 미끄러지면 그대로 절벽 밑으로 추락이다. 천지님은 장갑을 벗고 맨 손으로 로프를 잡고 올라간다. 손이 시려워 힘을 얼마나 쓸 수 있을까 염려된다. 해서 나는 로프를 팔에 감고 올라간다. 온 몸으로 개기면서 어찌어찌 올라간다. 체력이 엄청 소모된다. 여성 산우님이 오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능선길은 잡목으로 우거져서 전망이 트이지 않지만 곳곳에 전망처가 있어서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멋진 소나무와 기암도 우리의 눈길을 끈다. 감악산에는 멋진 소나무들이 엄청 많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너무 힘들어서 사진을 찍을 엄두도 안난다. 대충 대충 사진을 찍고 만다. 사진이 바로 찍히는지조차 확인할 겨를이 없다. 점심을 먹고 에너지를 보충해야 할 것 같은데, 마땅히 점심을 먹을 장소가 없다. 백련사에나 가서야 밥을 먹을 수 있을 듯하다. 아직 감악1봉에도 못 온 것 같은데, 어느 세월에 백련사까지 갈 것인가? 부족하나마 에너지바와 쵸콜릿으로 에너지를 보충한다.
천신만고 끝에 드디어 봉우리에 올랐는데 감악1봉인 듯하다. 1봉을 내려오니 앞에 2봉이 가로막고 있다. 암봉이다. 길은 바위 위로 나있다. 로프까지 매어져 있다. 하지만 도저히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우회할 만한 곳을 찾아도 잘 보이지 않는다. 마루님이 찾다가 못찾고 도로 돌아온다. 잘하면 오른쪽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아 조금만 더 전진해보고 결정하기로 한다. 다시 간 마루님으로부터 오라는 소리가 들린다. 겨우겨우 없는 길을 만들어 2봉을 오른다. 올라가니 "통행금지" 금줄이 처져 있다.
곳곳이 바위길이다. 앞장선 마루님이 손으로 눈을 치워가면서 바위에 박혀 있는, 쇠로 된 바디딤판을 찾는다. 쇠파이프를 발디딤판 내지 손잡이로 삼아서 오른다. 3봉에 오른 것이 1시 6분경이다. 3봉에 오르니 멋진 소나무가 우리를 반긴다. 저 앞으로 제천 정상과 월출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3봉을 내려와서 원주 정상을 올라야 하는데, 역시 암봉이다. 우회로를 찾아보지만 보이지 않는다. 암봉을 그대로 올라야 한다. 잘 살펴보니 올라갈만한 길이 보인다. 원주 정상에 서니 1시 37분경이다. 아름다운 상고대도 보인다. 저 앞으로 제천 정상과 월출봉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그동안의 수고로움이 보상되는 기분이다. 감악산은 겨울보다는 봄이나 가을에 오는 것이 좋을 듯하다. 겨울산행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너무 힘들어서 제천 정상과 월출봉은 포기하고 그냥 하산하기로 한다. 천지님과 내가 100미터 정도밖에 남지 않은 제천 정상을 들렀다 가자고 했지만 마루님이 먼저 하산한다.
하산길은 처음에는 상당히 가팔랐지만 위험한 곳은 없었다. 내려오는 도중에 터를 잡고 점심을 먹는다. 마루님이 내려가서 먹자고 했지만 천지님이 도저히 참을 수 없단다. 점심을 먹고 있으니 위에서 사람 소리가 들린다. 쳐다보니 두 명의 산객이 내려오고 있다. 어디로 올라왔느냐고 물으니 우리가 올라온 능선길을 따라 왔단다. 능선길의 선행자 우리인 것을 알고는 상당히 고마워했다. 덕분에 편히 왔단다. 오늘 산행 중에 본 사람은 아침에 본 산행팀과 이들이 다이다. 오늘 감악산은 우리가 전세를 낸 것이나 다름없다.
4시 16분에 하산을 완료했다. 6킬로미터도 안되는 거리를 6시간씩이나 걸렸다. 겨울에 눈이 많이 오는 산 중에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산은 위험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가급적 산행을 피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오늘 산행을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히 마칠 수 있었음에 감사한 마음이다.
<창촌마을 들머리에서 감악1봉가는 길>

능선길과 계곡길 갈림길의 이정표

아무도 발을 딛지 않은 능선길 산행로





나무가지 사이로 보이는 감악1~3봉









<감악1봉에서 원주 정상 가는 길>
감악1봉?


감악3봉






<원주 정상에서 하산하는 길>





제천 정상과 월출봉



뒤돌아본 감악산


하산길의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풍경






오늘 산행의 들머리이자 날머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