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S프리뷰4] 다저스 투구수 테러 성공할까2017.10.24 오전 09:45 | 기사원문
해외야구 김형준 메이저리그 방송해설위원

1962년에 개장한 다저스타디움에서 정규시즌 선발 등판을 경험한 투수는 1353명(최다 돈 서튼 270경기). 그 중 세 명 만이 '14탈삼진 이상 무볼넷' 경기를 만들어냈다. 샌디 코팩스(85경기 1회)와 클레이튼 커쇼(151경기 2회) 그리고 애리조나 로비 레이(7경기 1회)다.
다저스타디움 최근 네 경기 성적이 평균자책점 1.75, 9이닝당 17.2탈삼진(25.2이닝 49개)이었던 레이는 그러나 디비전시리즈 2차전에서 4.1이닝(4실점) 만에 교체됐다. 잭 그레인키의 고전으로 인해 급작스런 와일드카드 경기 등판을 하면서 일정이 꼬여버렸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다저스 타선의 투구수 테러(22타자 88구)에 당한 탓이었다.
올해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에서 타자들은 투수로 하여금 타석당 3.90개의 공을 던지게 했다(2015년 3.82개, 2016년 3.87개. 2017 KBO리그 3.86개-스탯티즈). 하지만 이 수치는 타자들이 더욱 신중하게 접근하는 포스트시즌 들어 4.01개로 늘었다. 가장 큰 증가를 보인 팀은 다저스다. 정규시즌 타석당 3.95개로 메이저리그 8위였던 다저스(1위 오클랜드 4.00개, 30위 애틀랜타 3.78개)는 포스트시즌이 시작되자 4.24개라는 지독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휴스턴 3.90개).
다저스의 투구수 테러를 이끄는 세 명은 리그 챔피언십시리즈 공동 MVP인 크리스 테일러(ps .281 .410 .594)와 저스틴 터너(ps .387 .500 .677) 그리고 야시엘 푸이그(ps .414 .514 .655)다. 테일러(4.54개) 터너(4.61개) 푸이그(4.60개)는 거의 매 타석마다 투수를 집요하게 괴롭히고 있는데 특히 1번타자 테일러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얼마전 브렛 앤더슨으로부터 '대단한 선수이지만 세상 따분하기 그지없는 인간'이라는 칭찬(?)을 받았을 정도로 무색무취한 표정으로 타석에 임하고 있는 테일러는 리그 챔피언십시리즈 5차전에서도 1회 첫 타석에서 9구 볼넷을 골라나감으로써 다저스전 통산 성적이 19이닝 무자책이었던 호세 퀸타나(시카고 컵스)의 경기를 꼬이게 했다. 후반기 평균자책점이 메이저리그 2위와 6위였던 컵스와 애리조나 선발진은 포스트시즌 다저스를 상대로 8경기 1승5패 6.42에 그쳤다. 평균 투구 이닝은 4⅓이닝. 제이크 아리에타 만이 6이닝 피칭에 성공했다(6.2이닝 9K 1실점).
테일러 못지 않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 선수는 푸이그다.
데뷔 시즌 이후 꾸준한 하락세에 있었던 푸이그는 올해 두 가지 돌파구를 찾았다(ops 변화 .925→862→758→739→833). 하나는 적극적인 감정 표출이다. 터너 워드 타격 코치와 스킨십을 하는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혀를 노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푸이그는 최근 파울 후 방망이를 혀로 핥는 이유에 대해 "방망이에게 내가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라고 답한 바 있다.
푸이그가 또 하나 달라진 점은 긴 승부에 강해졌다는 것이다. 마크 맥과이어(현 샌디에이고) 코치 시절 푸이그는 볼넷이 나오면 실망스런 표정으로 걸어나갔다(데뷔 시즌에는 공에 맞았는데도 시치미를 뗄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의 푸이그에게서 더 이상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타석에서의 승부가 길어지면 제풀에 지치거나 상대 배터리의 볼배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모습도 사라졌다. 푸이그는 6구 이상 승부를 했을 때 출루율이 지난 시즌 .359에서 .495로 올랐고, 장타율은 .240에서 .600로 더더욱 좋아졌다(인사이드엣지). 투수와의 긴 승부 이후 출루와 장타라는 두 토끼를 모두 잡아내고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다저스가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만나는 상대 선발이 투구수 억제에 일가견이 있는 투수 중 한 명인 댈러스 카이클이라는 것이다(타석당 투구수 카이클 3.76개, 커쇼 3.71개). 카이클의 목표는 탈삼진이 아닌 '빗맞은 타구'(poor contact)로 카이클은 올해 69.6%의 빗맞은 타구 비율을 기록함으로써 체이스 앤더슨(68.9) 맥스 슈어저(68.0) 지오 곤살레스(67.9) 등을 제치고 선발투수 1위에 올랐다.

카이클이 투구수를 절약하는 또 다른 비결은 더블플레이 생산이다. 메이저리그 선발투수 중 땅볼 비율(66.8%)이 가장 높은 카이클은 그 덕분에 더블플레이 유도 상황(무사 또는 1사에서 1루에 주자가 있을 때)에서의 더블플레이 성공률이 무려 22.9%(24/105)에 달한다. 이는 메이저리그 평균(11.5%)보다 두 배가 높은 선발투수 1위에 해당된다.
주자 견제에도 능한 카이클은 또한 올 시즌 미겔 몬테로(8%)에 이어 도루 저지율이 꼴찌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인 에반 개티스(10%) 브라이언 매캔(13%)과 호흡을 맞추고도 도루를 세 개밖에 허용하지 않았다(3도루/2저지).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가장 적극적으로 뛰고 있는 다저스(5도루/3실패)로서는 여러 모로 상대하기가 까다로운 투수다. 카이클 공략에 대해 다저스가 참고해 볼 만한 경기는 카이클의 두 번째 양키스전 등판이다. 아웃존 최소 스윙률이 메이저리그 6위로 역시 눈야구에 자신이 있었던 양키스는 리그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에서 카이클과 긴 승부를 했다. 그러나 결과는 보더라인을 완벽하게 이용한 카이클의 완승이었다. 카이클은 그 경기에서 2010년 클리프 리(텍사스)를 생각나게 하는 7이닝 10K 무실점(4안타 1볼넷) 승리를 따냈다. 카이클은 올해 보더라인 피치의 비율이 카일 헨드릭스(43.1%) 다음으로 높았던 선발투수다(42.8%).
다시 만난 5차전에서 양키스 타자들은 시선 처리를 철저히 낮게 가져가면서 투스트라이크가 되기 전에 적극적인 타격을 했다. 카이클의 성적은 4.2이닝 8K 4실점(7안타 1볼넷). 피안타 7개 중 네 개가 3구 이내에 허용한 것이었다. 이에 메이저리그에서 스트라이크 존 바깥으로 가장 많은 공을 던지는 투수인 카이클과 존을 벗어나는 공에 가장 방망이를 내지 않는 타선인 다저스와의 '보더라인 대결'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주목된다.
한편 현지 시간으로 오후 4시반에 시작되는 1차전은 월드시리즈 역사상 가장 무더운 경기가 될 전망. LA 기상청의 예상에 따르면 경기 시작 시간 온도가 영상 37.2도에 이른다. 이는 2001년 월드시리즈 1차전의 34.4도를 경신한 것으로 당시 애리조나 뱅크원볼파크(현 체이스필드)는 지붕을 닫지 않고 경기를 했다(애리조나 9-1 승리. 실링 7이닝 8K 1실점. 무시나 3이닝 5실점).
카이클 상대 다저스 타자 성적
포사이드 : 20타수7안타(.350) 3루타 어틀리 : 4타수1안타 1볼넷 테일러 : 3타수0안타 3삼진
커쇼 상대 휴스턴 타자 성적
알투베 : 15타수6안타(.400) 2루타(4) 코레아 : 3타수1안타 곤살레스 : 3타수0안타 3삼진 매캔 : 5타수0안타 3삼진 1볼넷 레딕 : 1타수1안타 1볼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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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김형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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