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인 정효구 교수(충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의 『영성 수행으로서의 시읽기와 시쓰기』(푸른사상 학술총서 63). 저자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였음을 절감하면서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세계관과 인간관 그리고 새로운 시학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모색한다. 여기서 새롭다는 것은 우주적 진실과 만나면서 영성 수행의 장을 가꾸어 나아가는 일이다.
2024년 1월 25일 간행.
■ 저자 소개
958년 출생.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1981)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국어국문학과)에서 석사학위(1983)와 박사학위(1989)를 받았다. 저서로는 『존재의 전환을 위하여』(1987), 『시와 젊음』(1989), 『현대시와 기호학』(1989), 『광야의 시학』(1991), 『상상력의 모험 : 80년대 시인들』(1992), 『우주공동체와 문학의 길』(1994), 『20세기 한국시의 정신과 방법』(1995), 『백석』(편저, 1996), 『20세기 한국시와 비평정신』(1997), 『몽상의 시학 : 90년대 시인들』(1998), 『한국 현대시와 자연 탐구』(1998), 『시 읽는 기쁨』(2001), 『한국 현대시와 문명의 전환』(2002), 『시 읽는 기쁨 2』(2003), 『재미 한인문학 연구』(공저, 2003), 『정진규의 시와 시론 연구』(2005), 『시 읽는 기쁨 3』(2006), 『한국 현대시와 평인(平人)의 사상』(2007), 『마당 이야기』(2009), 『맑은 행복을 위한 345장의 불교적 명상』(2010), 『일심(一心)의 시학, 도심(道心)의 미학』(2011), 『한용운의 『님의 침묵』, 전편 다시 읽기』(2013), 『붓다와 함께 쓰는 시론』(2015), 『신월인천강지곡』(2016), 『님의 말씀』(2016), 『불교시학의 발견과 모색』(2018), 『다르마의 축복』(2018), 『바다에 관한 115장의 명상』(2019), 『파라미타의 행복』(2021), 『사막 수업 82장』(2022), 『영성 수행으로서의 시읽기와 시쓰기』(2024)가 있다. 충북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 책머리에 중에서
나는 학술서인 『불교시학의 발견과 모색』(2018)을 출간한 이후, 평론이나 논문 등과 같은 2차 텍스트를 생산하는 것보다 산문집, 명상 에세이 등과 같은 1차 텍스트를 창조하는 데 더 많은 힘을 쏟았다. 그것은 의도적이라기보다 자연발생적인 것이었고, 내가 그동안 추구했던 ‘영성의 언어’들을 매개 없이 직접 드러내고자 하는 내적 충동의 소산이었다. 이런 가운데서 나는 틈틈이 기회가 될 때마다 평론, 논문 등과 같은 2차 텍스트도 조금씩 생산하였다. 그들을 한자리에 모아서 앉히게 된 것이 이번의 저서 『영성 수행으로서의 시읽기와 시쓰기』이다. (중략)
‘소아(small I)’를 붙들고 전 생애에 걸쳐 동어반복의 몸부림을 치는 삶과 인간사는 이제 넘어서야 한다. 근대가 가르쳐준 주체로서의 개인은 ‘우주적 진실’을 품에 안음으로써 진정 대아(big I)로서의 주체 형성의 길을 열어가야 한다. 우리 시는 물론 우리 시대의 모든 것이 이런 과제 앞에 직면해 있다고 생각한다.
■ 책 속으로
‘무유정법’이란 불교의 ‘공(空)사상’을 기반으로 삼은 우주적 진실을 드러내는 데서 나온 말이다.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이 세상엔 고정된 법이자 진실이 없다는 것이다. 보는 자에 따라서, 놓인 맥락에 따라서 우주는 ‘무한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진실로서의 법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굳이 이것을 인간적 언어로 표현해본다면, 문장의 근본 문법인 ‘A는 B이다’에서, 응시하는 A도 무한하고 해석되는 B도 무한하다는 것이다. 결국 이 세상엔 무한의 관점이 있고 무한의 해석이 있으며, 그때의 관점과 해석은, 인간 개개인은 말할 것도 없고 인간계를 넘어선 우주적 존재 전체, 그리고 그 우주적 존재 전체의 찰나마다의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세상은 진실과 법을 고정시켜놓는 것이 불가능한 ‘정해진 바가 없는 세계’ 곧 ‘공성’의 세계이다. (25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