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사목, 부모 사목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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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모보호작업장 엄마들의 합창 모임인 ‘베스트 마더즈 합창단’ 어머니들이 노래로 그간 말못할 상처를 풀어낸 뒤 행복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평화신문 자료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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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푸른나무복지관 아빠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아빠들이 자녀들과 함께 야외 활동을 하고 있다. 늘푸른나무복지관 제공 |
교회 장애인 사목은 어느 때보다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서울ㆍ대구ㆍ광주대교구에 각기 발달장애인 주일학교가 개교한 것. 서울 대방동본당, 대구 성 토마스 청소년 시범본당, 광주 삼각동본당 세 곳에서다.
아울러 서울대교구는 지난 1월 교구 내 10여 개 장애아부 주일학교 신앙교육의 중심체인 ‘장애인 신앙교육부’를 청소년국 산하에 신설하고, 초대 담당 사제로 손진석 신부를 임명했다.
지난해 11월 발의된 ‘발달장애인 권리 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발맞춰 교회 또한 발달장애인을 위한 사목적 역량을 모으고 있는 모습이다.
각 교구 장애인 사목은 ‘교회-장애인-부모’의 삼박자 모델을 이루며 과거에 비해 순항 중이다. 특히 여기엔 장애인들의 보호자인 ‘부모’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장애인 사목의 조력자이자 사목 대상자로, 이들에 대한 돌봄과 관심 또한 장애인 사목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부모 모임이 원동력 된 발달장애인 주일학교 설립
서울 대방동본당 발달장애인 주일학교 ‘대방동 솔봉이’가 설립된 것은 교회 관심과 지원이 기반이 됐지만, 무엇보다 큰 원동력은 ‘부모 모임’에 있었다.
주임 주수욱 신부는 전임지였던 시흥동본당에서부터 ‘발달장애인 자녀의 부모 모임’을 지속해 주일학교 설립의 기틀을 마련했다.
부모들은 꾸준히 모여 봉사자 모집 방법부터 개교 시기, 인식 알리기 등 직접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덕분에 현재 이곳은 70여 명에 이르는 발달장애인이 교리교육을 받고, 미사에 참여하고 있다. 자녀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성당에서 신앙생활을 누리길 원했던 부모들의 바람이 이뤄진 것이다.
대구 성토마스 청소년 시범 본당 ‘천사주일학교’도 마찬가지다. 이곳 본당은 주일학교 설립 한 해 전 장애 자녀를 둔 ‘부모 대학’을 먼저 마련해 1년간 부모 교육을 실시했다.
이어서 마련한 ‘장애인 가족 미사’와 ‘부모 기도 모임’은 가족이 신앙 안에 하나가 되도록 해줬다.
교회의 따뜻한 초대를 받은 부모들은 메신저를 통해 신앙과 정보를 교류하며, 매일 밤 9시면 각자 ‘발달장애인 평생 교육원 건립과 아이, 가족의 미래’를 지향으로 기도하기도 한다.
천사주일학교 부모회 조희숙(가브리엘라) 회장은 “교회가 먼저 부모를 위한 신앙 모임을 형성해 주고, 장애 자녀들을 보듬어 주니 냉담하던 많은 부모와 가족이 마음 놓고 성당에 나와 ‘참 신앙인’으로 지내게 됐다”며
“여전히 혼자 마음의 고통으로 끙끙 앓는 많은 부모가 앞으로 더 많이 함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커지는 부모에 대한 관심
이처럼 최근 교회 곳곳에는 ‘장애인 당사자 사목 중심’에서 나아가 부모와 가족을 함께 돌보는 프로그램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천주의 성 요한 의료봉사수도회가 운영하는 서울 늘푸른나무복지관(관장 장현권 수사)은 지난해부터 장애 자녀를 둔 ‘아빠 모임’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장애 자녀를 둔 아빠 10여 명이 격월로 모여 자녀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서로 어려움을 나누기도 한다.
직장 다니느라 자녀를 제대로 돌보기 어려웠던 아빠들은 복지관이 마련한 이 같은 모임을 통해 아내 혼자 맡았던 자녀 교육에 관심과 배려심을 갖고,
자녀와 나들이도 하며 친밀감을 높이고 있다. 장현권 수사도 모임에 함께 참여하며 아빠 역할의 중요성을 전해주고 있다.
복지관 김양희 사회복지사는 “최근에는 장애인 당사자뿐만 아니라, 부모의 역량과 관계성을 강화해 장애인 가족 전체가 평생 안정적인 삶을 누리도록 돕는 추세”라고 말했다.
성동장애인종합복지관 산하 성모 보호 작업장에는 엄마들의 합창단이 있다. 일명 ‘베스트 마더즈 합창단’. 장애 자녀를 둔 엄마 30여 명이 벌써 2년 가까이 매달 모여 노래하며 그간의 말 못할 상처를 치유하고 있다.
여든이 넘도록 자녀의 식사를 일일이 챙겨온 어머니들은 이제 주변에서 “좋은 일 생겼느냐”는 질문을 들을 정도로 노래 연습하는 재미에 빠져 지낸다.
시설장 윤문자(미리내 성모 성심 수녀회) 수녀는 “이 같은 부모를 위한 모임은 그간 고통 속에만 지낸 어머니들에게 삶의 의미를 전해 그들의 심신과 영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며
“이를 통해 이들이 자연스럽게 신앙 안에 머물고, 다른 장애인 엄마들에게도 희망을 전해 줄 수 있는 ‘작은 희망의 고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손진석 신부(서울대교구 장애인 신앙교육부 담당)
손진석(서울대교구 장애인 신앙교육부 담당) 신부는 “교회 안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시선이 그다지 긍정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고 아쉬워하며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는 지난 1월 청소년국 산하에 ‘장애인 신앙교육부’를 신설했다. 장애인 신앙교육을 위한 독립 부서가 생긴 건 처음이다. 그동안 장애아부는 청소년국 초등부 산하에 있었다.
장애인은 ‘우리와 함께 걸어가야 할 사람’
첫 담당 사제로 부임한 손 신부는 “장애인을 ‘우리와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면서 “장애인들에게 신앙 교육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교회와 사회 안에 ‘장애인은 함께 걸어가야 할 사람’이라는 인식을 만드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대교구에서는 12개 본당이 13개 장애아부 주일학교(명동본당 2개)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은 285명이고, 그중 80%가 발달장애인이다. 18개 지구 중 장애아부 주일학교가 없는 지구가 7개다.
2015년 2월 현재 서울에 사는 발달장애인은 2만 9474명. 천주교 신자 비율을 15%(2015년 서울대교구 기준)라고 보면 신자 발달장애인은 45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손 신부는 “장애아부 주일학교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지구에 하나씩은 장애아부 주일학교가 설립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장애아부 주일학교가 원활하게 운영되기 위해서 먼저 필요한 것은 교사와 봉사자들입니다.
장애아부 주일학교는 비장애인 주일학교보다 많은 손길이 필요합니다. 교사 양성에도 힘쓸 것입니다. 많은 분이 봉사해 주시길 부탁합니다.”
심리적으로 힘든 부모들의 치유부터 도와야
손 신부는 “발달장애인들의 부모 모임도 만들어 활성화 시키겠다”며 “심리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모들이 신앙 안에서 아픔을 극복하고 치유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손 신부는 또 “장애아부 주일학교 설립을 계획하고 있는 교구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봉사 문의 : 02-388-7385 장애인 신앙교육부
임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