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노스트라다무스의 당부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입력 2021.12.14 03:00 조선일보
세자르 드 노스트르담, 미셸 드 노스트르담의 초상, 1614년경, 동판에 유채, 18×16㎝, 엑상프로방스 메잔 도서관 소장.
1999년, 온 세계가 종말론으로 떠들썩했다. 16세기 프랑스의 점성술사 노스트라다무스가 바로 그해에 지구가 멸망한다고 썼다는 것이다. 바로 그 노스트라다무스(라틴어 이름), 본명 미셸 드 노스트르담은 1503년 오늘, 12월 14일에 태어났다.
노스트라다무스는 원래 약제사이자 의사로 활약했다. 아비뇽 대학에 입학했으나 곧바로 흑사병이 창궐하여 학교가 문을 닫는 바람에 홀로 수년간 온갖 약초를 연구하다 몽펠리에 대학 의대에 진학했다. 비타민 C 성분의 신약 ‘장미 알약’을 먹이고 위생과 격리를 강조한 그의 처치법이 효과를 발휘해 지역에서 점점 명망을 높일 무렵, 정작 아내와 두 자녀를 흑사병으로 잃었다. 그는 그 일로 영적 변화를 겪고 신의 계시를 받아 천문(天文)을 읽는 혜안을 얻었다고 한다.
과연 총기 가득한 두 눈을 반짝이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초상화는 재혼으로 나이 쉰에 얻은 아들 세자르 드 노스트르담(César de Nostredame·1553~1629)이 기존 동판화에 기억을 더해 채색한 작품이다. 노스트라다무스가 1555년 발행한 ‘예언서’의 서문은 당시 두 돌 된 세자르에게 보낸 편지다. 그는 ‘네가 늦게 난 덕에 하늘을 바라볼 시간이 많았다’며 ‘신께서 인류를 위해 별을 통해 전해주신 이 글을 보며 아비를 기억하라’고 썼다.
실제 예언서의 내용은 은유와 축약이 많아 명확하지 않으나, 전쟁⋅기아⋅전염병과 자연재해의 공포를 강조하고 있으니, 그 예언이 어느 시대건 안 맞을 리가 없다. 어쩌면 이 책은 예언이 아니라 전염병의 참상 중에 처자식을 잃은 뒤, 한 세월이 지나 어린 아들을 품에 안은 지식인이 후세에 전달하고픈 당부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21세기 영어교육연구회 / ㈜ 파우스트 칼리지 제공
도서구입 전화 : 1599-9039
이메일 : faustcollege@naver.com / ceta211@naver.com
Blog : http://blog.daum.net/ceta21 21세기 영어교육연구회
http://blog.naver.com/ceta211 21세기 영어교육연구회
Cafe : http://cafe.daum.net/21ceta 21세기 영어교육연구회
http://cafe.naver.com/ceta21 21세기 영어교육연구회